가짜여도 좋아.
너만은 내게 진짜니까.
남자의 사랑은 처음이자 전부였고,
여자의 사랑은 아픔이자 희망이었다.
가짜라 부정하면서도, 더 진짜가 되고 싶었던 남자 권이도.
선흥 그룹 후계자 1순위. 열일곱에 부모를 잃고 그룹 회장인 할아버지의 손에 철저하게 기업인으로 키워졌다. 말단 직원에서 상무로 승진될 때까지 그는 달리기만 했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평범한 인생은 꿈꿔 본 적 없는 그에게 할아버지는 음흉한 속내를 감춘 채 결혼을 명령한다. 또 다른 덫이라 생각했다. 결혼을 막기 위해 상대 여자를 만났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덫에 빠진다.
그를 사랑할수록 아팠고, 동시에 행복했던 여자 장효은.
그녀에게 가족은 할아버지뿐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스물넷에 결혼을 결심한다. 남자는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가짜라도 괜찮으냐는 그의 말에 자존심 따윈 버렸다.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남자를 사랑하며 설레는 자신이 서글프다. 하지만 마음은 멈춰지지가 않는다. 그의 행동이, 눈빛이, 진심일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든다.
“……나랑 왜 결혼했어요?”
“……계속 생각나서.”
그는 어느새 애틋한 손길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었다. 심장이 저릿하게 떨려 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도의 손이 천천히 효은의 입술을 매만졌다.
“요즘도…… 그래. 온통 네 생각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