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장. 끝내고 싶지 않은 순간들
상황은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벌어졌다. 가족을 만들어 주겠다는 그녀의 고백을 들은 그는 곧장 실행에 옮기겠다며 입을 맞춰 왔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키스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그녀는 밥상을 차려야 할 식탁에 앉혀졌다. 효은은 부끄럽고 음탕한 느낌이 들어 그를 바라봤다.
“여, 여기서…… 해요?”
“여기서 하면, 아이가 잘 생긴다던데.”
이도는 효은의 블라우스 단추에 집중하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누, 누가요?”
“내가.”
씨익 웃어 버린 그가 효은의 겉옷을 모두 벗긴 뒤 속옷 안에 감춰진 가슴을 움켜쥐고 탐하기 시작했다. 달을 머금은 듯 깊고 다정했던 눈빛은 이미 색정에 젖은 짐승의 눈동자로 변해 있었다.
효은은 겁이 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녀의 몸을 아는 남자는 그뿐이었다. 그가 어루만지고, 집착하듯 더 깊은 곳으로 찾아 들어갈 때면 몸속의 숨겨진 어딘가가 기다린 것처럼 열리는 것만 같았다.
“이, 이제…… 여기서 밥 못…… 흐흑, 먹을지도 몰라요.”
효은이 짐짓 경고하듯 말했지만 이미 이도의 손은 그녀의 아래를 침범해 자리 잡은 상태였다.
“그럼, 여긴 그거 할 때만 쓰지 뭐.”
그가 가볍게 대답하며 웃었다. 얄미웠지만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익숙한 단계처럼 그의 손이 그녀의 젖은 입구 안으로 깊게 밀려들어 왔다. 효은의 허리가 저절로 꺾였다. 신음을 뱉으려 하는 순간, 그의 입술이 치고 들어와 혀를 날렵하게 빨아 댔다. 손가락은 더욱더 깊은 곳으로 침범했고, 효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아……. 흐읏. 아, 아저씨…….”
“또 아저씨야?”
효은을 혼내듯 이도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술엔 둘의 체액이 묻어 번들거렸다. 효은은 무방비 상태로 흐트러진 그의 모습이 어쩐지 반갑고, 안도감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이도가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무섭게 묻자 효은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쓸어 냈다. 내 사람. 단 한 번도 내 가슴에서 떠난 적이 없었던 사람. 이렇게 다시 만나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알면 이게 몸을 섞다 생각할 일이냐고 표정을 굳히겠지만 효은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그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쓸어 내며 만졌다.
“장효은…….”
애틋한 눈빛에, 두 눈 가득 들어찬 눈물에, 이도는 또 덜컥 겁이 나고 말았다. 지금 자신의 아래에 누워 있는 사람이 효은이 확실함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을 갖고, 몸을 안아도, 자꾸만 더 가지고 싶었다. 더 가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 억울할 정도였다.
“얼마나 만지고 싶었는지 몰라요.”
효은의 고백은 또다시 이도의 가슴을 후회로 가득 차게 만들어 버렸다. 바보같이, 벌을 받으라는 말에 그는 그저 참고 또 참기만 했다. 그녀를 찾아가 얼굴이라도 봤다면, 서로가 가진 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걸, 조금이라도 빨리 깨달았다면.
이도는 효은이 자신에게 한 것처럼 그녀의 뺨을 쓸어 내며 사과했다.
“미안해. 내가 바보 같았어.”
“알긴 아는구나.”
효은이 그녀답게 핀잔을 주었다.
이도는 이제라도 용서해 달라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사과의 뜻을 알렸다. 쪽쪽쪽. 버드 키스를 남기던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아랫도리가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거칠게 효은의 입 안을 탐했다. 손은 여전히 그녀의 아래에 머물며 더 큰 흥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흐읏. 잠…… 깐만.”
이도의 입술이 천천히 가슴을 지나 배로, 그리고 손이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서슴없이 내려갔다. 뭐 하는 거예요. 말을 뱉기도 전에 이도의 입술이 손가락 위의 예민한 곳을 핥았다.
“아읏……. 흐응…….”
온몸에 전기가 일듯 효은이 허리를 비틀었다. 거기는 왜. 가만히 설명을 듣기도 전에 이도가 입술로 위쪽을 자극하며 빨아 댔고, 손가락으론 아래의 깊은 어딘가를 찌르며 그녀의 몸을 어느 한곳으로 차오르게 만들었다. 효은에게선 아픔과 쾌감이 뒤섞인 신음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불기운이 이는 것처럼 온몸으로 뜨겁게 퍼져 나가던 감각이 어느 한순간, 팡 하고 터지자 그녀는 전신을 축 늘어뜨렸다.
“아, 윽……!”
나른하게 퍼진 몸에서 헐떡거리는 숨이 흘러나왔다. 효은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꺾자 이도는 망설이지 않고 단단히 솟은 중심을 꺼내 단번에 그곳에 맞췄다.
“흐읏. 너무…….”
오래만이기도 했고, 장소가 낯설어 효은은 긴장했다. 그의 것이 깊숙한 곳까지 꽉 차듯 밀려들어 오자 효은은 그의 어깨를 꽉 붙잡고 몸을 굳혔다. 이도는 그 순간 그녀를 안아 올려 거실 소파로 장소를 옮겼다.
“이제 소파에서도 이 생각밖에 안 날 거야.”
그는 개구진 아이 같으면서도 그 뒤엔 음란함을 품은 능수능란한 어른 남자 같았다. 허리를 놀리며 미쳐 다 벗지 못한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어 던질 땐 그녀가 더 흥분해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부끄러웠지만 감추고 싶진 않았다. 그녀에게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니까.
“아저씨가, 흐읏, 이렇게…… 변태인 줄 몰랐네요.”
효은은 가까스로 지지 않기 위해 한 소리를 했다.
“그래서 싫어?”
하체를 더 가까이 붙이며 이도가 물었다.
“싫……으면, 으읏, 안, 할 거예요? 으읏.”
효은은 그의 귓가에 달뜬 숨을 내쉬며 되물었다.
“그럴 리가.”
이도는 효은의 물음에 간단히 웃었다. 그러곤 아래에 속도를 붙였다. 큰 중심이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온몸의 기관들이 뒤흔들리고 세밀하게 반응하는 것만 같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그가 밀어붙일 때면 효은에게는 쾌감이 찾아들었다. 어쩔 수 없이 조였다 풀어지는 자신의 아래가 음탕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가 좀 더 안으로 깊이 들어오길 원했다. 이도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안다는 것처럼 그가 알아 둔 안쪽 어딘가를 가차 없이 공략했다. 굵고 뜨거운 불기둥 같은 것이 반응하는 한 점에 닿을 때면 효은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으윽. 거기, 너무…… 일부러 이러는 거죠?”
“당연한 거 아니야?”
“변태.”
효은이 당장이라도 자지러질 것같이 몸을 흔들면서도 할 말은 했다. 이도는 더 힘을 실으며 그녀와 똑바로 눈을 맞췄다.
“그냥 변태 하지, 뭐. 어차피 난…… 너한테만 반응하니까.”
핥아 대던 귀를 물며 그가 속삭인 말에 효은은 절정을 느껴 버렸다. 축 늘어진 그녀를 안아 올린 그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마침내 침실이었다. 도대체 오늘 밤이 끝나긴 할 것인가. 효은은 그의 몸에 기댄 채 체념하듯 생각했다. 그러다 자신의 몸이 이도의 손가락 하나에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가 얄미워 그녀다운 생각이 일었다. 효은은 그가 눕힌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는 오히려 이도를 침대에 눕혔다.
“뭐 하려고?”
그가 놀라 물었지만, 어쩐지 기대에 찬 눈빛이기도 했다.
“나도 변태 해 보려고요.”
효은이 당돌하게 유혹했다. 이도는 졌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나신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 여인이 몸을 타고 올라 그를 품으려 하고 있었다.
“할 수 있겠어?”
이도는 오히려 효은을 걱정했다.
“다, 당연하죠.”
한 손으로 그의 배를 짚고 몸을 지탱한 채 조심스럽게 그의 물건을 붙잡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온전히 느껴졌다. 그것이 오히려 그의 분신을 더욱 자극시켰다. 쿠퍼액은 이미 넘칠 만큼 흘러나와 삽입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와는 자세가 달라 효은 쪽에서 더 크게 자극을 느낄 게 분명했다.
“잠…… 이게…… 안, 안 들어가요……윽.”
얼굴을 붉힌 효은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이도를 내려다봤다. 입구에 끼워진 살덩이가 반쯤 들어가다 도로 튀어나오는 중이었다.
“힘을 빼고, ……천천히.”
이도는 효은을 돕듯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으, 으윽.”
그가 살살 밀어 넣자 중심이 조금씩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에게서 감출 수 없는 흥분의 열이 차오르며 온몸으로 퍼졌다.
“하아…….”
삽입을 하고 둘은 한참을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이도의 눈빛에 감출 수 없는 욕구가 차오르는 게 보였다. 어서 움직이길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효은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엉덩이에 단단하게 잡힌 둔통의 무게감이 이전과는 달랐다. 버겁게 맞아 들어찬 그의 성기가 아래를 꽉 조여 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눈알이 빙빙 돌 것만 같았다.
“못 하겠어?”
참지 못하고 이도가 묻자 효은은 오기를 부리듯 고개를 흔들었다. 두 다리를 천천히 바닥에 붙이고 두 손은 그의 배 위를 짚은 채 조심히 엉덩이를 들었다.
“하앗!”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 머리끝까지 전기가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효은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허리를 들었다 내려놓길 반복했다. 처음엔 빡빡하게 맞아 들던 아래가 흘러나온 체액들로 인해 부드럽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어때요?”
효은이 그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그런 건 묻는 거 아니야.”
이도는 이미 머리의 퓨즈가 나가 버린 상태였다. 효은이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정이 올 것 같아 주먹을 쥐고 가까스로 마지막을 참아 냈다. 그러나 더 이상은 힘들었다.
“으윽. 잠깐만.”
다시 효은을 아래에 눕힌 이도가 그녀의 허벅지를 벌려 붙잡고는 급하게 허리 짓의 속도를 올렸다. 흥분해 일어선 젖가슴의 솟은 부분을 삼켜 물고는 집요하게 헤집었다. 효은은 여러 번 절정을 느끼며 발끝을 떨었지만 이도를 밀어 낼 수는 없었다.
“하아…….”
두 사람의 신음이 끝없이 얽혀 들었다. 효은은 이미 항복을 외쳤지만 이도는 멈추지 못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날이었다. 아니, 끝내고 싶은 않은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