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아무도 못 열어
효은은 부끄럽고 막막해 얼굴을 붉혔다.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이도가 자연스럽게 키스했다. 혀를 넣어 입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훑어 대다 강하게 입술을 빨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고, 입술이 코로, 눈으로, 이마로 올라섰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입술을 삼켰을 때는 이전과 다른 키스였다. 숨이 막힐 정도로 농도가 짙어 그의 손가락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으…… 흐윽…… 윽!”
체액을 묻힌 긴 손가락이 벌어진 효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당연한 방어처럼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도는 입구에서부터 팍팍하게 조여 오는 힘에 나머지 한 손으로 위쪽을 살살 문질렀다. 효은의 신음이 좀 더 깊고 자극적으로 변했다. 무의식적으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은 이도가 달래듯 쓰다듬었다.
“천천히 힘을 빼 봐.”
그의 차분한 주문에도 그녀는 일그러진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깊게 파고든 이물감은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안을 밀고 들어와 가득 채운 것이 그의 손가락이라는 사실에 수치심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야한 짓을 하는 게 남녀의 사랑인 걸까. 그녀의 표정과 몸짓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지켜보는 남자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섹스인 걸까. 효은이 고민하는 사이 이도의 손가락이 더 깊은 한 곳에 닿았다.
“흐읏.”
몸이 터지는 것처럼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일었다. 놀란 효은은 두 손을 뻗어 이도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아이를 만드는 게 사람 하나를 잡는 일이었다니. 뒤늦은 깨달음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답답했다.
“그, 그만……. 아, 프단 말이에요. 다, 다른…… 방법을 알려 줘요……. 으윽.”
다른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그녀를 더 흥분시키는 것. 이도는 대답 대신 효은의 가슴을 입 안에 삼켰다. 혀를 이용해 샅샅이 훑어 대며 빨았다. 그리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빤하게 관찰하는 시선이 얽히면서 효은은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리자 아래의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갔다. 온몸에 저릿한 기운이 퍼지며 머리가 팽 돌았다.
“흐윽.”
“나 봐.”
이도는 명령하듯 말하며 그녀의 눈길을 붙들었다. 효은은 그의 말대로 고개를 들어 이도의 얼굴을 바라봤다. 피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평소 차갑게 굳어 있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그녀만을 갈구하는 집요하고 뜨거운 애틋함이 살아 있는 눈동자였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선만 긋던 남자가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효은은 그제야 깨달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아래로 시선을 내려 그의 몸을 눈에 담았다. 탄탄한 어깨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더욱 부각시켰고, 연예인들의 화보에서나 보던 단단하게 정리된 배 아래쪽 근육이 그녀의 몸에 맞닿아 있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자극적이고 음흉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니자 어느새 아래의 통증이 잦아들었다. 단단하게 굳어 있는 공간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 그렇게. 잘하고 있어.”
효은이 숨을 고르는데, 그의 손가락이 좀 더 안쪽으로 들어차는 게 느껴졌다. 어딘가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반복적이며 집요했다. 효은은 뜨겁고 단단한 손끝이 찾아 헤매던 곳에 닿으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믿을 사람은 이도뿐이었다. 효은은 그를 더욱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숨이 막힐 것 같던 답답함이 사라지고 요상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더 깊숙이 들어온 그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아랫배에 뭉근한 열이 오르며 예민한 그곳이 뜨겁게 풀리는 것 같았다. 거기다 오히려 그의 속도에 맞춰 그녀의 몸이 저절로 움직여지기도 했다.
“느낌이 와?”
그의 질문은 담백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순식간에 달아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이상해요.”
“그래. 나도 이상해. 이런 기분, 처음이야.”
이도의 표정은 다정했지만 눈빛은 진하게 탁해졌다. 손가락은 모르는 사이 두 개로 바뀌었고, 효은은 엉덩이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저릿저릿한 허벅지가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경고를 해 오는 것만 같았다.
효은은 차라리 날 죽이는 게 어떠냐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걸로 죽는 사람은 없어. 이도는 얄밉게 대답하고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굳어 있던 몸이 풀려서일까. 키스만으로도 황홀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흥분으로 들뜨는 몸은 숨길 수가 없었다. 술을 마셨을 때처럼 몸이 붕붕 뜨는 것도 같으면서 저 깊숙한 아래로 가라앉는 아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는 또 달랐다.
“……넣어도 되겠어?”
이도의 물음에 효은이 그를 올려다봤다.
“힘들면 말해.”
그는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순식간에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큰 살덩이의 뭉뚝한 끝이 아래에 닿았다. 효은은 그것이 이도의 중심이라는 걸 반쯤 머금고서야 깨달았다.
“아윽. 이, 이게…….”
소리가 나오다 막힐 정도였다. 손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딘가 깊숙한 공간에 갇힌 것만 같았다. 도망칠 수도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 낼 수도 없었다. 숨을 끊어 내쉴수록 더 깊이 들어차는 그의 몸이 마치 목을 조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 죽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전진도 후퇴도 없었다. 효은은 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발버둥 쳤다. 참은 숨이 얼굴을 돌아 눈물로 흐를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삽입감에 허리가 벌떡 들렸다. 그가 그녀의 떨리는 허리를 붙잡아 끌어안지 않았다면 효은은 곧장 기절해 버렸을 것이다.
“이 정도일 줄은……. 이런 건 줄…….”
효은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후회했다.
“미안해. 근데 어쩔 수가 없어.”
이도가 그녀의 고통을 분산시키기 위해 효은의 얼굴을 붙잡고 다정히 속삭였다. 귓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물을 혀로 핥아 내면서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미안. 미안해. 끝도 없이 사과하는 것처럼 그가 키스하며 허리를 좀 더 들었다. 효은은 거의 포기하듯 그에게 몸을 맡겼다. 힘이 풀리자 아래의 움직임도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자 또 다른 감각이 그녀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흐응. ……으…… 으응.”
그가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던 고통이 아득한 쾌감으로 변해 갔다. 그가 더 깊이 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발끝이 서는 저릿함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눈물도 땀도 모든 것이 짜지 않고 달 것만 같았다. 몸 전체가 사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해 보면 알아.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야. 친구들이 말한 것이 이런 기분일까. 효은은 어느새 그의 허리 짓에 맞춰 그녀의 몸을 좀 더 유연하게 밀착했다. 덩달아 신음 소리가 조절하기 힘들 정도로 멋대로 터져 나왔다.
“하앙……. 읏.”
어느새 침실 안은 두 사람의 신음으로 가득 찼다. 이도는 하체를 더 갖다 붙이며 풀리지 않는 욕망의 갈증을 채우기 시작했다. 효은의 안으로 깊게 넣었다가 뺄 때마다 허리를 타고 내리는 저릿한 감각이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움직임이 거칠어질수록, 효은은 좀 더 그에게 달라붙어 아래를 조여 왔다.
찬 바람만 불어 서늘하고 건조하던 그의 가슴 안에 뜨거운 열을 불어 넣는 것만 같았다. 타오르고, 갈증을 느끼고, 끝없이 원하는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그의 아래에서 모든 걸 맡긴 채 흐느끼며 몽롱한 눈동자로 온몸을 흔들어 대는 효은을 바라보자 그는 더욱더 강한 소유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지키고 싶은 게 있어. 그 말을 권이도는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분명해졌다. 이 여자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도의 다짐은 더 강렬한 육체에 대한 갈구로 변했다.
“아저씨…… 흐읏!”
허리를 치받는 움직임이 점점 속도를 올렸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효은의 허벅지 한쪽을 붙잡아 좀 더 넓게 다리를 벌리고 안으로 깊이 들어섰다. 뜨겁게 머금어지는 중심이 열을 내듯 타올랐다. 시선이 얽히고 이도는 효은을 뚫어질듯 내려다보며 짐승처럼 허리 짓을 반복했다.
“하읏. 흐으응. 그, 그만…….”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압박감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은 이제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았다. 효은의 온몸을 차지하고 빨아 대는 권이도는 낯선 남자였다. 감정과 욕망에 솔직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장효은.”
이도가 젖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키스하자 효은은 참지 못하고 몸을 벌벌 떨었다. 그것이 절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이도는 자세를 바꿔 효은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제, 제발…….”
효은이 사정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도는 탱탱한 젖가슴을 한 손에 붙잡고 단단히 선 물건을 젖은 입구로 한 번에 밀어 넣었다. 처음보다는 쉽게 길을 찾아 들어간 중심이 익숙하게 그녀가 반응하는 곳을 찔러 올렸다.
통증은 언제부턴가 쾌감으로 변했다. 몸이 흔들리고 주변의 모든 것이 돌았다. 효은은 이도가 이토록 자신의 몸에 집착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사랑한다는 말과 몸을 섞는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고 그로 인해 그녀가 반응하고 그가 그녀의 모든 걸 채운 순간, 세상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이 꿈은 아닐까. 효은은 뒤늦게 멍청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순간이었다. 독채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분명 이쪽이었다. 효은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굳혔다. 반사적으로 이도를 밀어 내려 했지만 그는 효은의 얼굴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며 낮게 읊조렸다.
“아무도 못 열어.”
그러곤 더 집요하게 효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