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고마워. 나한테 기회를 줘서
결국 입술을 더 깊게 삼켰다.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단단한 혀를 입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효은의 어깨가 들리고 그를 감당하지 못해 호흡이 가빠지는 순간, 이도는 모든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한심했다. 아픈 여자인데. 아프게 만든 사람이 자신인데. 이렇게 덮어놓고 안고 싶어 어쩌지 못하는 원색적인 욕망 앞에서 이전의 모든 방어들이 우스워지고 말았다.
“……미안.”
그가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 냈다. 약과 키스에 취한 듯 효은의 뺨은 붉어져 있었다. 이도는 다정한 손길로 뜨거워진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거뒀다.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감사했다. 더 잠들게 두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뜨거운 손이 이도의 팔을 붙잡았다.
“또 헷갈리게 할…… 거예요?”
효은이 흐려진 눈으로 물었다.
“……뭐?”
“알아요. 나도 헷갈리게 한다는 거……. 그래도 아저씨가 이럴 때마다 난 더…….”
급하게 입술을 다시 머금었다. 그녀의 불안과 혼란이 오히려 고마웠다. 턱을 붙잡고 입술을 삼키듯 내리눌렀다. 그의 완력에 버둥거리는 몸짓에도 이제는 돌아설 수가 없었다. 깊숙이 혀를 밀어 넣어 숨까지 모조리 빨아들였다. 이 이상 잡아먹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을 때쯤 이도는 입술을 떼어 냈다.
“하아…….”
효은이 가까스로 숨을 골랐다.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달려들 줄은 몰랐다. 놀란 눈으로 올려다본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저 그녀를 자신의 눈 속에 모조리 담아내 가지고 말겠다는 짙은 욕망을 담은 눈빛만 내비쳤다.
“아저씨…….”
“천천히 할게.”
낮은 목소리가 거짓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곧 짧고 깊은 입맞춤을 이어졌다. 속도를 조절하던 이도는 당연한 수순처럼 곧 이성을 잃었다. 뜨겁게 젖은 혀가 하염없이 얽혀 들어갈 때마다 급하게 이도의 허리를 붙잡는 효은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몸이 밀착되며 아래가 닿자 효은은 한 번도 내놓은 적 없는 달뜬 신음을 뱉어 냈다. 이미 단단히 선 아래가 묵직하게 허리를 조여 와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버리기 충분했다. 견딜 수 없게 된 이도가 몸을 들어 진지하게 그녀를 내려다봤다. 마지막 남은 이성이 가까스로 만들어 낸 행동이었다.
“진짜 괜찮겠어?”
효은을 배려한 물음이었다.
“너, 정상 아니야.”
이도가 손을 뻗어 효은의 뺨을 매만졌다. 뜨거웠다.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심각하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도 혼란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온몸에 오른 열 때문에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그녀가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해도 이도는 이제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효은은 감은 눈을 뜨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다시 다급하게 입술이 닿고, 그의 큰 손이 효은의 셔츠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섰다. 부드럽게 감기는 맨살이 이도의 손안에서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가 훑고 지나갈 때마다 효은의 몸은 소름이 돋듯 튀어 올랐다. 이제껏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그녀의 몸을 만진 적이 없었다. 그의 손이 아랫배에 머물렀을 땐 엉덩이가 저절로 들려 버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이도의 손이 효은의 속옷 안으로 들어와 살덩이를 붙잡았다.
“……흐읏. 아, 저씨…….”
사정하는 효은의 눈빛이 야하게 빛났다. 이도는 대답 없이 고개를 내려 입술을 빨았다. 천천히 속도를 맞추던 그의 손이 이제 참지 못하고 가슴 쪽으로 올라갔다. 그는 브래지어를 풀 시간도 아깝다는 것처럼 속옷을 밀쳐 올리며 감쳐줘 있던 가슴을 움켜쥐었다. 몰캉하고 봉긋하게 솟은 살집이 복숭아처럼 그의 손안에 가득 들어찼다.
황홀하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의 상상을 넘어선 효은의 몸은 더 부드럽고 더 달콤했다. 당장이라도 입 안에 넣고 삼키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 낸 그는 효은과 눈을 맞추며 딱딱하게 솟은 유두를 문질렀다. 효은은 거의 울듯이 그에게 매달려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이도는 입술을 내려 가슴을 입 속에 집어넣었다. 효은은 번개를 맞은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하윽. 잠……깐. 아저……씨.”
생경한 자극이었다. 그녀의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이도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효은이 어깨를 붙잡고 할퀴는 순간 입술을 옮겨 귓바퀴에 혀를 밀어 넣었다.
“그, 그만! 잠, 잠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전기가 온몸을 타고 내려가 효은은 여러 번 고개를 꺾어야 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효은은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 내고는 끊어 내듯 숨 쉬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난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에서 타오르는 욕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 처음이에요.”
갑작스런 고백이었다.
“……그래서?”
이도는 심각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헷갈리게 하지 말라며?”
“아, 그건 그런데…….”
“이젠 못 멈춰.”
한 팔로 효은의 허리를 휘감은 그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그녀를 품 안에 가뒀다. 효은은 매달리다시피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이 쿵쿵쿵쿵, 너무 빨리 뛰어 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효은은 거의 포기하듯 그의 몸에 기댄 채 귓가에 속삭였다.
“멈추란 게 아니라…… 천천히…….”
이도는 효은의 뜻을 뒤늦게 이해하고 다시 조용히 침대에 눕혔다. 미안. 젖은 목소리로 사과하며 달아오른 볼을 맞대었다. 그런데 조절이 안 돼. 참회하면서 눈가에 입술을 얹었다. 미친 거겠지. 자신하게 하는 말처럼 고백하고 입술을 머금었다. 그리고 더 깊게 그녀를 당겨 안았다.
말은 소용이 없었다. ‘천천히’ 하는 게 가능할까. 이 벅찬 마음이, 먹먹해진 가슴속 진동이 단순히 욕망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채 버렸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가슴 안에 가둬 둔 채 지켜보기만 했던 목련이 꺾일까 걱정하면서도 더 이상 가슴 안에만 담아 둘 수가 없었다.
“너랑 자고 싶냐고 물었지.”
이도가 무릎으로 일어서 자신의 티셔츠를 단번에 벗어 냈다. 효은이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귓가에서 울리는 고장 난 심장 소리가 어서 잦아들기만을 빌었다.
“그래. 나는 제주도에서의 첫날밤부터 그랬을 거야. 남자 새끼니까. 아닌 척하면서 내 마음을 속였어. 결국 이렇게 돼 버릴 걸 알면서도, 가짜를 운운하면서 널 상처 줬어. 비겁하게.”
효은은 탄탄한 상체를 드러낸 이도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부끄러움에 한 팔로 눈을 가린 채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겨 넣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여자로 보았다는 고백. 그것만으로도 심장 안이 뜨거운 피로 가득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마터면 고맙다는 말까지 꺼낼 뻔했다.
“고마워. 나한테 기회를 줘서.”
이도는 자연스럽게 효은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허리를 받쳐 들고 벗겨 내는 손길에선 ‘천천히’ 하기 위한 다정한 배려가 묻어났다. 아무렇게나 올라간 브래지어의 끈을 풀어내 침대 아래로 던질 땐 호흡이 조금 거칠어지기도 했다. 이도는 벗은 상체를 포개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새하얀 목부터 키스 마크를 찍으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긴장한 효은이 시트를 움켜잡자 이도가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아읏.”
그의 입술에 가슴 끝이 삼켜졌을 때, 효은은 몸을 크게 비틀며 신음했다. 아랫배가 뭉쳐 오는 야릇한 감각이 끊이지 않았다. 표현하기 어려운 기묘함이었다. 간지러우면서도 아팠다. 그러나 아프다고만 할 수 없는 다른 범주의 고통이었다. 이도의 혀는 점점 더 거침이 없어졌다. 유두를 깊게 빨아 대다 강약을 조절하는 것처럼 살살 핥아 대기도 했다. 효은은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대로 조종당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거긴…….”
어느새 풀린 그의 손이 배꼽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자 효은은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설마. 경험이 없다고 한들, 모르지 않았다. 호기심에 야한 영화를 받아 보기도 했고, 여자 친구들의 실감 나는 첫 경험 이야기를 주입하듯 얻어 듣기도 했었다.
“안 풀고 하면 너 내일 못 일어나.”
이도의 경고는 진지했다. 효은은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반쯤 벗겨진 바지 사이로 부풀어 오른 성기를 단단하게 품고 있는 드로어즈가 보였다. 이런 잠자리 하나에도 겁을 내면서 아이라니. 출산이라니. 효은은 자신의 철없음을 또다시 깨닫고 말았다.
“안 아프게 해 줘요, 제발.”
마치 발치하는 치과 의사에게 부탁하는 것처럼 그녀가 이도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그는 곧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 귀여운 아가씨를 어쩌면 좋을까. 그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참고 있는 것조차 고통이었는데, 그녀는 자꾸만 시간을 끌고 있었다.
“정말 못 하겠으면 그만둘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마.”
이도가 진정시키며 그녀의 입술에 짤막하게 키스를 했다.
“지금…… 그만하면 안 되겠죠?”
효은이 미안한 웃음을 흘렸다. 이도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모르겠고, 얘는 안 될 것 같아.”
그가 효은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중심에 가져다 댔다. 효은은 그 단단함과 크기에 놀라며 눈을 키웠다. 게다가 아직 드로어즈를 벗기도 전인데, 흥분한 흔적이 흘러내려 축축했다.
“사랑은 고통이라는 말이…… 여기서 흘러나온 거군요.”
“……뭐?”
정말 말이나 못하면. 효은의 해석에 이도가 황당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시간 끌면 죽기도…… 한다던데.”
그녀가 다른 머리를 썼다.
“누가 그래?”
“내, 내 친구들이요. 있어요, 여러 명. 다 똑같은 소리를 했다고요. 금방 죽는다고.”
“이거 죽는 거 기다리다간 내가 죽겠는데?”
이도는 더 이상의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거침없는 손길로 그녀의 아래 속옷을 단번에 벗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