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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제의 은밀한 욕구-110화 (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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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은 아침에 멋지게 단장하고 출근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시무룩해했다. 아버지와 로리 누나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하면 견딜 수 없이 슬퍼졌다. 그래서 수면 음료에 의지했다. 그것은 마계식물을 숙성시켜 만든 독한 음료로, 지금 세드릭의 앞에 앉아있는 친구가 구해다준 것이었다.

“모범생이던 네가 어쩌다 이런 걸 찾게 되었어?”

“캬. 맛 좋다.”

“이봐, 세드릭. 진짜 진지하게 대답해봐. 네가 이렇게 구는 건 처음 보는데 대체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그딴 거 없어.”

“야, 그만 마셔. 너 이러다 내일 학교 못 나가.”

못 나가면 어떠랴. 그렇게 생각하는 세드릭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반항아가 되어있었다.

“그나저나 너희 형 언제 와? 나 여기 계속 있어도 되냐?”

친구가 말하는 ‘너의 형’은 핀을 말함이었다. 부자의 신분이 비밀에 부쳐진 까닭에 모두들 세드릭이 라이트릭 에센의 동생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여기 있어서 되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세드릭은 늘어진 대답을 내놓았다.

“있어, 있어, 까짓 거.”

친구의 눈에 비친 세드릭은 분명 전학 온 초반에 조금 과묵한 면이 있고 공부를 잘하며 옷차림도 단정한, 누가 봐도 모범생 그 자체인 학우였다. 그러나 요즘은 불량학생들이나 마신다는 독한 수면음료나 찾고, 성적도 점점 떨어지며, 교복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다. 친구는 세드릭에게 필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추측하고 그의 고민을 캐내기로 했다.

“야, 빼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진짜 요새 왜 그러는데?”

세드릭은 한숨만 푹푹 쉬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친구가 보채는 눈길을 보내자 결국 머리를 긁적이다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숨겨둔 아버지가 있거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누나가 내 아버지를 좋아해…….”

“그 누나 몇 살인데 너희 아버지를 좋아해?”

“아, 나보다 세 살 많아.”

“그 누나 취향이 중년인가?”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누나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하냐.”

친구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그 누나 예쁘냐?”

“어, 아이얄 최고의 미인일 걸…… 엄청 예쁘고 섹시해.”

친구는 세드릭에게 견과류 한 알을 던졌다.

“야, 네 녀석이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구나. 그래서? 아버지는 그 누나를 좋아하냐? 그럼 안 되는데. 그거 범죄잖아. 은색 수갑을 찰지도 모른다고. 대체 몇 살 차이냐. 네 아버지 몇 살이야?”

“…….”

세드릭은 복잡한 가정사를 가져서 누군가에게 고민 토로도 속 시원히 하지 못하는 이 현실에 슬퍼하고 절망했다.

“아무튼 말이야, 여자들이 연하를 싫어하나봐. 그 누나한테 좋다고 말해도 그 누나는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 어린 아이 취급할 뿐이지. 답답해. 답답하다, 태어나서 이렇게 답답한 적은 없었어…….”

세드릭은 마력성장을 하여 훌쩍 커버린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 태어난 지 십 년도 못 되는 꼬마였다. 그러나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친구는 심각하게 상담을 해줄 뿐이었다.

“야, 그러지 말고 더 예쁜 여자를 찾아.”

딴에는 심각한 해결책 제시였다. 세드릭은 코웃음을 쳤다.

“세상에 그 누나보다 예쁜 여자는 없어!”

“웃기는 소리. 세상에 널린 게 여잔데, 너한테 눈길 안 주는 여자 뭐가 좋다고 이러고 있냐? 그럴 시간에 더 예쁜 여자 찾는 게 훨씬 낫지.”

“더 예쁜 여자가 있어? 있냐고!”

“아, 왜 없어?”

친구는 저쪽에 있는 마법영상구를 가져왔다. 그리고 몇 개의 채널을 돌려보다가 궁정 가십거리를 하나 찾아 그 채널을 세드릭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서 여자가 나오고 있었다. 죄수복을 입은 금발의 푸른 눈 미녀였다. 세드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야?”

“응. 최근에 황제 폐하 집무실에 무단 침입한 여자래. 한 때 마활이었다나, 뭐라나…… 죄수복 입고 눈썹 부라리는 게 은근 섹시하지 않냐?”

세드릭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저 누나가 로리누나 보다 더 야하게 생겼네.’

눈 깜짝 할 사이에 소년의 뇌리에서 로리에 대한 미련은 깨끗이 지워졌다.

***

핀은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세드릭은 수면음료를 마시고 아버지가 온 지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었고, 마법영상구에서는 쉴 새 없이 야한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친구가 세드릭을 골려주고자 틀어놓고 간 영상이었다.

‘이 아이에게도 그 시기가 왔군.’

핀은 한탄하며 마법영상구를 껐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따끔하게 혼을 내려 하다가, 생각을 달리했다. 지금은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을 써야할 때다. 세드릭이 이렇게 된 것은 전부 자신의 탓이었다. 로리라는 여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세드릭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세드릭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음. 세드릭, 많이 피곤했나보구나. 아직도 졸려? 이제 저녁 먹는 건 어때?”

세드릭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눈은 뜨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생각 없는데요.”

핀은 할 수 없이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계속 세드릭의 눈치를 살폈다. 세드릭이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꼼짝도 않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기만 했다. 결국 핀은 다른 건 다 넘어간다 하더라도 딱 하나는 지적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저기, 세드릭. 다음부터는 그런 민망한 영상은 방에서 보는 게 좋겠구나.”

친구가 야한 동영상을 켜놓고 갔다는 걸 잠자느라 몰랐던 세드릭은 뚱한 표정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말이다.”

“……?”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님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니?”

로리에 대한 말이 나오자 세드릭은 한참 생각하다 진지하게 대답했다.

“흠. 한 때 좋아했거든요.”

“응. 그랬지. 네가…… 좋다고 그랬지.”

“그런데 오늘부로 다른 여자로 갈아탔어요. 요새는 세라 누나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세라? 그 사람은 누구지?”

“있어요. 죄수복이 섹시한 누나요.”

***

히엘은 동그란 산처럼 부풀어 오른 하리의 배에 손을 가져다댔다. 배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태동을 마주한 히엘은 햇살처럼 밝게 웃었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이 아이가 무사히 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복잡해져 하리의 볼을 꼬집기 시작했다. 물론, 아프지 않게.

“사랑해.”

굵고 탁한 목소리지만 다정함이 가득 배어있었다. 하리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긴 눈썹이 움직이자 히엘이 그녀의 얼굴을 더욱 부드럽게 매만졌다.

“사랑해. 사랑해, 하리. 사랑해.”

귓가에 꿀이 스며드는 듯 간지러운 느낌에 하리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회에 나가셔야지요.”

하지만 히엘은 그녀의 입술을 입술로 막아버렸다. 오늘따라 하리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았다.

“읍, 폐하. 며칠 째 정무를 제대로 보시지 않는데 그러면 기강이…….”

“웃기다.”

히엘은 아내의 평소와 다른 태도가 답지 않다 생각하며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었다. 수면의 향이 있다면 그녀의 목덜미에서 나는 향기일 것이다. 휴식의 향이 있다면 그녀의 가슴에서 나는 향기일 것이다. 그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를 모두 독점하듯 탐해대자 기어이 희미한 신음이 나오고 말았다.

“하아.”

하리의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히엘은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펴고 그녀의 쇄골을 입술로 쓸었다. 입술은 앙가슴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폐하…….”

“침대야. 그런 호칭은 별로잖아. 그런데 가슴 정말 커졌어. 아이를 가지면 다 이렇게 되는가?”

히엘은 가슴을 한참 주무르며 놀다가 한 입에 베어 물었다. 아찔한 숨소리가 터져 나오는 반응은 남자를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아, 히엘…….”

“하리.”

“배가 눌려요.”

히엘은 힘겨워하는 그녀의 몸을 옆으로 돌려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긴 잠옷 자락을 들어 올려 제 분신이 들어갈 곳을 찾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살결 사이로 뜨겁고 단단한 것이 조심스럽게 파고들어가기 시작했다. 전희가 없이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읏…… 이럴 때가 제일 좋아. 평생 이러고 있으면 좋겠다.”

그녀의 몸에 완전히 섞이고 싶었다. 보드랍고 따뜻한 내벽에 제 몸이 흡수되어 완전한 하나가 되고 싶었다. 작은 감각하나까지 놓치기 싫어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는데, 그럴수록 감각은 더욱 거센 몸짓을 강요했다.

“아아…….”

하리는 갑작스러운 삽입에 버거워하면서도 희미한 쾌락의 신음을 뱉어냈다. 그 반응이 미치도록 흥분되어 히엘은 그녀의 달아오른 귓가에다 끊임없이 속삭였다.

“그렇지? 하리도 이럴 때가 제일 좋지? 궁은 이렇게 넓은데 어째서 가장 좁은 곳에서 하리와 이러고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탁 트이는 걸까, 알 수 없어…… 후읏.”

“아, 읏.”

“하리도 같은 생각이지, 그렇지?”

히엘은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입술을 어루만졌다. 마치 대답을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달뜬 숨소리를 뱉어내던 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자 히엘이 더욱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

“후우, 좋았어.”

쾌락의 시간이 지나고 나른함이 온 몸에 퍼지자 히엘은 하리의 어깨를 자꾸 만지며 투정을 부렸다.

“가기 싫다.”

히엘은 며칠 째 조회를 생략하며 정무에 참석하기 싫어했다. 원래부터 혼자서 탐구해야하는 실험을 더 좋아했고 누군가와 머리 아픈 논의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기질이었다. 하리는 최근 황제가 본궁보다 마활궁에 더 자주 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요즘 무슨 고민 있어요?”

“응.”

“말해주십시오, 폐하.”

히엘은 한참동안 이마를 만지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하리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진지하고도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백수 되고 싶어.”

히엘은 황후궁에서 쫓겨나 조회에 참가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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