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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제의 은밀한 욕구-83화 (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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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게 웃은 히엘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 뒤 점점 고개를 아래로 내려갔다. 긴장한 그녀는 가슴이 살짝 깨물리자 몸을 흠칫 떨었다. 읏, 하고 짧은 신음이 나오자 히엘이 더욱 집요하게 가슴을 물고 가지고 놀았다.

“고작 가슴 만져지는 걸로 이렇게 소리 내면 나중에는 모두 네 소리를 들을 거란 말이지. 크큭.”

“싫…… 놔주세요!”

“싫어.”

“그럼 소음 차단마법이라도!”

“그딴 거 안 두르는 게 더.”

“읏.”

긴장으로 떨리는 목덜미를 부드럽게 입술로 쓰다듬던 히엘이 말을 마저 했다.

“흥분되거든.”

“히엘…….”

“하리는 느긋하게 하늘 감상이나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해놓고선 그 틈도 주지 않으려는 것이 그의 속내였다. 그가 그녀의 등 뒤에 있는 드레스 끈을 풀어 느슨하게 만들자 꽉 조여 있던 부푼 가슴이 압박감에서 해방되었다. 가슴골에 점점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낀 하리는 식은땀을 흘렸다.

‘민망해, 여기서 어떻게 그런 짓을!’

폭죽 빛에 반사되어 빛이 나는 뽀얀 가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부들부들한 살결이 수줍은 저항 때문에 흔들릴 때 마다, 히엘의 이성은 안개처럼 아스라하게 흩어져갔다.

온 정원에 맴도는 방울꽃의 달콤한 향기, 벌써부터 눈이 풀려서는 의미 없는 반항을 하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마치 일부러 범하는 것과 같은 느낌. 그것은 침소에서 잠자리를 할 때보다 더욱 강한 흥분을 일으켰고, 가학적 성 취향이 조금 있는 히엘에겐 최고의 몸짓이었다. 온 종일 그녀를 찾느라 보내버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이 밤은 더욱 길고 강렬할 필요가 있었다.

“느긋하게 하늘이나 보라니까.”

“폐하, 지금 무슨!”

히엘은 마치 고슴도치가 은신처를 파내려가듯 하리의 풍성한 드레스 속으로 들어가 자리 잡았다. 가느다란 두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며 그를 드레스 밖으로 빼내려 했지만, 그런 행동 역시 히엘의 욕구만 부채질할 뿐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레이스 소재 스타킹은 얼마나 남자를 얼마나 미치게 하는지.

“가출하면서 이런 거 입고 나선 거야?”

응당 제대로 된 복식을 갖추었을 뿐인데도 하리는 부끄러워졌다.

“가출이라니요! 그리고 입어야 해서 입었던 것뿐인데요! 흐앗!”

“요즘처럼 더운 날씬데 뭐 굳이…… 나야 좋지만.”

그는 레이스를 혀로 핥았다. 그 감촉이 섬뜩할 만큼 짜릿하여 하리가 허벅지를 닫듯이 모았지만, 히엘은 그것을 막고서 점점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향해 고개를 옮겨갔다.

“히엘……, 나가요.”

얼른 드레스 밖으로 나가라는 의미인 ‘나가요’를 ‘나, 가요’라는 다른 야릇한 의미로 들은 그는 곤란한 듯 중얼거렸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하리는 미칠 것 같았다. 부끄럽고 소리가 새어나갈까 두렵기도 하며 등도 차가워서 불편 했지만, 정작 히엘은 드레스 깃을 더듬거리며 그녀의 손을 찾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혀 놀림이 심상치 않아지고, 민망함이 최고조에 다다른 하리가 방음마법에 대한 것도 잊고 애타게 외쳤다.

“제, 제발! 읏, 괴롭히지 말아요…… 그런 더러운…….”

“젖고 있는데. 여기.”

“흐응, 싫…….”

히엘은 그녀의 손목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력을 가한 뒤, 한손으로 속옷 가운데를 만지다가 성가시다는 듯 살짝 벗겼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어갈 곳을 감상했다. 남성을 유혹하는 동물적인 향기가 마법가루처럼 빛을 내며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내 그의 혀가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가르며 젤리처럼 달콤하게 쓸리기 시작했다. 그가 듣고 싶어 하던 소리들이 물이 터지듯 흘러나왔다.

“아앗, 안돼애!”

그럴수록 멈추면 안 되는 법이었다. 히엘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의 은밀한 균열을 혀로 천천히 노닐었다. 점점 타액이 아닌 그녀의 맛이 느껴진다. 민감한 몸은 거센 흥분을 지피는 데 더할 나위없는 재료였다. 흠뻑 취해 한참을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작게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마저 그 어느 곳에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독점하고 싶어졌다.

“히엘, 히엘! 제발! 아아!”

“소리…… 젠장.”

히엘은 소음차단막을 두르려다 관두고 순식간에 침소로 마법 이동을 했다. 갑자기 야외에서 즐길 마음이 들지 싹 식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절정에 도달하는 모습, 그 소리를 혼자만 가져야 했다.

“앗, 폐하!”

하리가 벽에 등을 기대 선 채로 이동되었고, 히엘은 그녀의 드레스 속에서 몸을 구부린 채 젖은 그녀의 틈을 더욱 뜨겁게 괴롭혔다. 그녀의 작은 구슬을 혀끝으로 살살 돌리며 손가락을 젖은 틈새에 깊숙이 넣자 더욱 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녀가 강한 자극을 견디지 못해 그만 주저앉으려고 했다. 그는 두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앉히듯 받치고 다시 그 젖은 부위에 입술을 댔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더욱 부풀어 오른 그녀의 구슬을 달콤한 과일을 빨 듯 흡입했다.

“…… 아.” 하리는 부들부들 떨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의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조이고 있었다. 벌써부터 마찰 쾌감에 잠식당할 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그의 혀는 능숙하게 움직였다. 손목을 타고 타액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리자 히엘은 그것이 아까운 듯 그녀의 안으로 혀를 집어놓고 빨아먹었다.

꿀처럼 달콤한 비명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아! 죽을 것 같아요!”

“후우, 이런 걸로 안 죽어.”

한계에 다다른 히엘은 그대로 하리의 몸을 뒤로 돌렸다.

“하, 하아, 히, 히엘, 이 자세는 너무 부끄러운데…….”

“글쎄. 네 엉덩이가 너무 예쁘니까 어쩔 수 없잖아.”

히엘은 하리의 허리를 노골적으로 치켜 올리고 물기 젖은 그곳에 제 분신을 지그시 갖다 댔다. 아프도록 빳빳이 선 그의 분신은 이미 한참 전부터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나오는 그 기둥의 정수리가 가야 할 곳의 입구에서 한참동안 노크를 했다. 엉덩이가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하리가 자꾸만 몸을 돌리려 하자 그가 자신을 그녀의 몸속에 조금씩 진입시키며 막아버렸다. 하리는 그만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이제, 부끄러워해야 할 필요…… 없잖아.”

“그, 그렇지만…… 흣!”

히엘은 깊이 들어간 채로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끝도 없이 몸을 겹칠 수 있을 것 같은 이 아득한 느낌, 더 이상 파고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다다르자, 그는 온기를 잠시 느끼다가 말했다.

“하아, 좋다. 있잖아, 하리.”

“으응…… 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궁 생활이 힘들지?”

하리는 대답을 하는 대신 갑자기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상한 말들도 앞으로 다 무시해야 하고. 응? 대답해.”

히엘은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돌리려 했고, 히엘은 그녀가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그녀의 귀에 키스를 하며 두 팔을 감아 세게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마구 짓쳐들어오며 대답을 요구했다.

“대답해. 신경 쓰지 않겠다고. 나는 항상 하리가 웃었으면 좋겠단 말이야.”

그가 한 음절씩 뱉어낼수록 하리는 쾌감과 함께 눈물, 그리고 웃음이 범벅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럴 게요…… 아아!”

“착하다.”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여자를 괜히 궁에 데려온 것일까. 미안한 그는 자신만의 상상을 문득 해보았다.

만약 자신이, 황제가 아닌 그냥 평범한 남자였다면?

아니, 그런 생각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는 따뜻한 하리의 안을 좀 더 깊이 파고든 채, 그녀에게 세뇌시키듯 말했다.

“사람들이 뭐라 해도 하리는 황후니까.”

***

로리는 세드릭이 주었었던 한 주전자의 물을 모두 마시고 잠을 잤다가 볼 일이 급해 깨어났다.

“서민폐하의 집구석은 참 좁아 터졌구나하.”

중얼거린 그녀는 욕실 겸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벌써 누가 들어가 있었고, 그 자는 수도꼭지를 콸콸 틀고 있었다.

살색의 수도꼭지를.

‘…… 살색?’

수도꼭지가 그 수도꼭지가 아님을 안 로리는 술이 덜 깬 목소리로 정중히 사과하며 돌아섰다.

“황제폐하, 죄송합니다하.”

생리적 사생활을 침해당한 핀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분노가 확연히 담겨 있었다.

“서십쇼.”

로리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저는 하무 것도 본 적히 헙습니다.”

본 게 없긴. 핀은 손을 씻은 뒤 밖으로 나왔다. 로리가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달라붙은 채 ‘폐하께 실례’를 했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볼 일이 급해 어쩌지도 못하며 몸을 배배 꼬았다. 핀이 그녀를 질질 끌어 욕실에 들어가게 한 뒤 문을 세게 쾅 닫았다. 싸늘한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볼일이든, 1분 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이제부터, 핏빛 강철 검의 ‘수도꼭지’를 본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사색이 된 로리는 재빨리 볼일을 보았다. 1분이야! 1분 안에 볼일을 봐야한다고 중얼거리면서 볼일 아닌 다른 일까지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샤워! 그녀는 온수를 틀고 옷가지를 하나 둘씩 벗기 시작했다.

“하니, 머가하 이렇게헤 좁아터진 욕실인 거햐아. 옷 벗기도 버겁자나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는 기상 후에 샤워하는 습관을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1분이 지났다. 핀은 로리의 샤워소리를 배경음악삼아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였다.

시계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핀의 눈빛이 갈수록 살기로 그득해졌다. 얼른 그녀가 볼일을 보고 나와야했다. 그러면 그녀를 히엘에게 데리고 가서 고된 훈련을 시킬 작정이었다. 술을 마시면 시한폭탄이 되는 로리의 입을 영원히 봉하기 위한 작전이 곧 시작되리라. 그러나 로리는 나오지 않았다.

끓여두었던 차가 이제 다 식어버렸다. 핀은 결국 바늘을 들었다. 만들다가 내버려 둔 주방장갑을 마저 만들며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인내심을 어디까지 자극하는지 한 번 보자고.’

마음 같아서는 욕실 문을 깨부수어버리고 그녀를 끌고 나오고 싶었지만, 씻는 기척으로 보아 알몸일 것 같아서 일단 참아본다. 알몸인 여자를 험하게 다루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혹시 아는가. 또 다시 로리가 술에 취해 ‘저 분이 제국의 핏빛 강철 검, 저 분이 제국의 핏빛 변태’란 사항을 추가하여 고성방가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까지 로리가 무사할지에 대해서는, 핀은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사실 핀은 어제부터 크게 후회를 하고 있었다. 왜 자신의 정체를 로리에게 드러냈을까. 편해지려고 했던 말이 너무나 큰 위험이 되어서 돌아오다니. 그는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계획된 고된 훈련시간만 지나면 이 염려도 사라지리라. 그는 식은 차를 홀짝이며 날카롭게 웃었다.

인내심이 점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욕실에 있는 로리에게 최후 통첩이 전달되었다.

“옷, 입으십쇼.”

줄줄줄줄, 물소리가 크지만 로리는 핀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 사실 이미 샤워는 한참 전에 끝났다. 하지만 차가운 물을 맞으니 정신이 또렷해져와 점점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그랬지! 전부 기억나! 썩은 감자같이 생긴 베니안의 앞에서 강철 검에 대한 모든 것을 알리려고 했어! 어머머머! 이를 어떻게 해! 이제부터 쥐도 새도 모르게 강철 검한테 제거되는 거 아니야?’

그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았던 자신이 이 순간, 전 황제에게 겁을 먹고 있었다.

“옷을, 입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젠장! 목소리한번 더럽게 무섭군!’

그러나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지나간다. 결국 로리는 드레스를 주섬주섬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제국의 핏빛 강철 검이 테이블에 식은 차 한 잔을 두고 자리해 있었다. 그런데 그 손은 오븐용 주방장갑에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어딘가 우스우면서도 공포로 다가왔다. 이 남자, 웬 바느질이야?

“폐…… 하!”

핀은 그 호칭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폐하라니, 참 싫은 단어군요.”

“어제는 폐를 끼쳐드렸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살아가는데 적당한 긴장감을 얻게 되었지 뭡니까. 대표님.”

“무조건 용서하여 주신다면 두 번 다시 결례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글쎄요.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음주란 것이, 생각처럼 피하기 쉬운 게 아니잖습니까. 대표님께서 아무리 그런 술주정을 다신 안 하겠다고 하셔도 말이죠. 그러니…… 일단 따라오시죠.”

“어딜 가시는 건지요!”

핀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서 현관으로 걸어갔다. 로리가 시꺼먼 눈동자를 겁에 흠뻑 적신 채 끌려가지 않으려 반항했다. 그럴수록 핀은 그녀의 손목을 더욱 세게 잡아 끌고 가며 씩 웃었다. 서늘한 제의가 로리에게 전해졌다.

“대표님, 뱀 한 마리 잡아보시겠습니까? 숙취 해소에는 그런 사냥이 최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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