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9화
예전에 세간현 도사가 전설을 이야기해 줄 적에 이무기가 승천하려 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부정한 모습을 보여 실패했다고 했다. 그래서 화가 많이 났다고.
그 부정한 모습이란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 사빛은 생각했다.
아무리 부부라지만 하늘에서 보기에 열린 문안의 그들이 어떠할까.
바지춤을 대충 끄른 남자와 단추가 다 열린 블라우스 한 장만 걸친 채 서랍장 위에 올라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
문을 닫을 걸 그랬다.
입이 바짝바짝 마를 만큼 몹시 부끄러웠지만 생각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밀고 들어서는 몸짓이 거칠었다. 독한 술 한 병을 혼자 다 마신 탓인지 그가 좀 많이 과격했다.
그에게 입이 빼앗긴 채 사빛은 눈이 부릅떠졌다. 곤혹스러웠다.
그가 애무할 때 밀어 올린 덕에 두 다리가 서랍장 위로 올라 있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불안정한데 그가 계속 찌르듯이 파고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심장이 쿵쿵 격하게 뛰어올랐다.
“아흑.”
퍽퍽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이 치받던 그가 뿌리까지 완전히 붙여 오자 별난 자세에서 오는 꽉 막힌 팽만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훤 씨…….”
힘에 밀려 엉덩이가 허공에 뜬 채 울먹거렸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듯 보이자 그가 엉덩이 아래를 받쳐 주었다. 후들거림이 잦아들려는 찰나, 그의 손이 음험한 곳에 닿았다.
그녀는 말을 잊었다. 기묘한 감각이 일었다.
한참 쓰다듬던 그가 느리게 진입했다 빠져나가며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물 듯이 삼켰다. 그리고 혀를 입 안 가득 밀어 넣었다.
사방의 자극에 사빛은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다. 높은 산에 올라선 듯 심장이 둥둥거리고 귀가 먹먹했다.
이상한데, 정말 이상한데 짜릿한 열락이 등허리를 강타했다. 배 속에선 뜨거운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녀가 떨리는 눈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그가 지그시 보고 있다가 그녀의 몸을 들어 바닥에 내렸다. 그리고 방금 올라 있던 곳에 상체를 엎드리게 했다.
욱- 뒤에서 그가 밀려들었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윽- 또다시 그가 밀려들었다.
눈가로 눈물이 맺혀 들었다. 쳐들고 있던 고개를 내려 이마를 제 손등에 박은 사빛이 떨리는 눈을 감았다.
늪에 빠진 적은 없지만 빠진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진창에 빠져 빨갛게 익는 느낌이었다.
그가 그녀의 두 볼기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고서 깊은 진퇴를 시작했다. 묵직한 몸이 무지근히 박혔다가 길게 뽑혀 나갔다.
그들의 애정 행위는 본채로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다.
그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옷을 모두 벗긴 후 위에 올라탔다.
뜨거운 혀로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핥으며 투명한 막을 덧씌웠다.
결국은 아래까지 축축이 적셔 삽입을 시도했고, 또다시 강렬한 파도처럼 부딪쳐 왔다.
철썩거리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들끓는 열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자극적인 치받힘에 사빛은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그가 등을 받혀 그녀의 윗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기진한 그녀는 그의 팔에 몸을 기댄 채 끌려 올라왔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두 팔을 목에 감게 한 후 둥근 살을 베어 물었다.
빠듯하게 벌리며 배꼽 아래까지 찔러 오는 깊이에 사빛이 허리를 떨며 그의 목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그의 리드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슴 하나는 여전히 그에게 물린 채였다.
고통스러운데도 달라붙은 아래에서 쾌감이 진득하게 온몸으로 번졌다.
그가 입에 넣고 굴리던 것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를 감싸듯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그녀는 그가 다른 가슴 역시 같은 생채기를 내도록 두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의지가 아닌, 그의 팔 힘에 의한 거였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붙인 채 점점 늘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체력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새 시트에 눕혀진 그녀는 두 다리가 허공에 들린 채 그에게 한참을 매달려 있었다.
식은땀을 동반하는 통각이 퍽퍽 몸을 후렸다. 그가 푹푹 짓쳐 들 때마다 배 속이 난장판으로 허물어지는 느낌이 났다.
그는 또다시 두 몸을 이끌고 쾌감의 절정을 향해 내달렸고, 땀으로 범벅된 몸들이 극에 달한 바로 그 지점에서야 거칠고도 거친 허리 짓을 멈추었다.
긴 파정 후, 그가 그녀의 목을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이마의 땀을 훔쳐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네 안이 굉장히 따뜻해. 너무 좋아.”라고 긴 시간에 대한 짧은 평을 했다.
그녀는 그의 몸을 안에 담은 채로 옅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뭔가 서러워졌기 때문인데, 그게 뭔지는 잘 몰랐다.
그가 그녀의 떨리는 턱을 잡아 입맞춤했다. 그러곤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의 넓은 가슴 안에서 흐느끼던 그녀는 정신이 까무룩해졌다. 너무 지친 그녀는 아주 조금만 울고 빠르게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다음 날. 사빛은 해 뜨기 전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꿈 때문이었다.
그가 엉덩이를 받히고 잡아당기듯 삽입하는 통에 부딪힐 때마다 몹시 아팠다.
그녀는 두 무릎을 굽히고 서랍장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자세가 색달라 닿는 부위가 달라서 그런지, 이제까지와 다른 강렬한 성적 흥분과 통증이 한꺼번에 일었다.
부딪칠 때마다 신음을 내뱉는 그녀의 양 눈꼬리에 어느덧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그가 그녀의 몸을 내려 엎드리게 했다.
엉덩이 골 사이로 뜨겁고 척척한 물건이 죽 미끄러져 내려 다시 제자리로 밀고 들어왔다.
“아흑.”
복부를 가득 메우며 들어오는 물건에, 양팔을 가슴살 안에 구부리고 엎드린 그녀가 아랫입술을 짓쳐 물었다.
물건이 배꼽 아래에까지 푹 찔러 들어왔다 저만큼 빠져나갔다.
그녀는 격렬한 움직임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
소리가 꼬리처럼 사그라들며 꿈에서 깨고, 서서히 무거운 눈꺼풀이 들렸다.
복기까지 할 건 뭐 있나.
씁쓸한 몸을 일으키려는데 온몸이 후끈후끈 아팠다. 그러고 보니 어제 어떻게 잠든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둘 다 맨몸으로 잠들어 있었다.
어쨌든 좀 씻고 싶었다. 땀과 체액으로 범벅되었다가 그대로 마른 몸이었다.
조심스럽게 그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무지근한 몸을 일으켜 앉자 둔탁한 통증이 뇌부터 시작해 척추까지 강타했다.
안에서부터 깊은숨이 한 줄 흘러나왔다.
그는 대단한 정력의 소유자였다. 그간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싶을 만큼 시도 때도 없이 몸을 세우고는 들이댔다.
배려하는 듯하면서도 그녀의 몸을 하염없이 탐했다.
생각해 보니 1년 전도 그렇고, 그녀가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더하는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그 말을 빌미로 제 욕심을 한껏 채우려는 것 같았다.
평상시에는 자기 하고 싶은 만큼 하기엔 너무 과하다 생각해서 참는 건가 보았다.
아기를 위해서 버텨야 하는 건지, 버틴다면 이런 관계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침대 밑으로 두 다리를 내리려는데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벌써 일어났어.”
“아, 나 때문에 깼어요? 좀 더 자요. 난 좀 씻고 싶어서요.”
“잠깐만.”
그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혼자 갈 수 있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가 정수리에 입술을 꾹 눌렀기 때문이다. 씻겨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는 그녀를 보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둘이 있을 때는 매우 진귀한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돌봤다.
그걸 자꾸 거부하면 서운해하고 슬퍼하기에 웬만해선 그녀도 그냥 두는 편이었다.
어느덧 휴가가 끝나 간다.
목요일 출근을 위해 내일은 본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사빛이 고개를 돌려 어느새 한껏 가까워진 킴을 바라보았다. 밤에 안방 문이 닫힐 때만 빼고 늘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킴. 점점 줄어든 거리가 이젠 제법 짧았다.
지금은 그녀가 앉아 있는 소파의 헤드 위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어찌나 조용한지 언젠가부터 야옹거리는 소리조차 듣기 어려워졌다. 행동이나 표정도 많이 차분해졌다.
문제는 이렇게 안정을 찾아가는 아이를 새로운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킴이 이곳에서 지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용기를 내 볼까 한다.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에게 묻기로 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이훤이 안방에서 나왔다.
물기 흐르는 짙은 색 바지에 눈처럼 새하얀 셔츠가 인상적이었다. 넥타이와 재킷은 입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었다.
답답한 걸 싫어해서 아마 저러고 갔다가 회사에 들어가기 직전에 착용할 것이다. 가을 겨울엔 좀 덜하더니 봄이 오고 슬슬 시작이었다. 여름엔 어떻게 견딜지.
미리 준비해 둔 뿌리채소 주스를 들고 가 건네주며 은근히 물었다.
“농사 관리인을 구할 거라고 했잖아요.”
“어.”
“상주하는 사람으로 구하나요?”
“아니, 아무래도 여기를 잘 아는 사람이 좋을 것 같아서 마을 사람 중에 맡아 줄 사람이 있나 알아보려고. 오늘 이장님께 전화하려고 해.”
본격적인 벼농사는 좀 더 있어야 시작하지만 우선 못자리와 논두렁 제초 등 준비할 게 많으니까 지금쯤 구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타지인이 여기 사람들 부리며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태 씨 아저씨랑 방 씨 아주머니 다시 오시면 안 돼요?”
그녀의 말에 그가 대답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고선 손에 든 주스를 벌컥벌컥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