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사빛은 물 안에서 휘청이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서둘러 두 손을 내밀어 앞쪽의 단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당황할 새도 없이 그가 뒤에서 몸을 겹쳐 안았다.
푸른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물과 함께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운이 거셌다.
사빛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탓이다.
그의 커다란 물건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느릿느릿 비벼졌다. 그의 상태야 붙어 있은 탓에 진즉에 눈치채긴 했지만, 그들은 이미 거실 소파에서 한 번 했다.
“아기 가지고 싶다며.”
그의 말에 그녀가 당황함으로 버둥거리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제…… 가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혹시 결혼 전에 했던 말을 이야기하는 걸까? ‘혹시 아이라도 생긴다면’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응. 결혼식 날 그랬잖아. 아기 가지고 싶다고.”
사빛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역시, 첫날밤에 필름이 끊겼었나 보다. 또 무슨 엉뚱한 말을 하진 않았는지 몹시 걱정되는데, 그가 들어오고 싶다는 듯 부위를 문질러 댔다.
전율이 척추와 뒷덜미를 따라 정수리까지 뻗쳐 올랐다. 단을 잡은 손가락들이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는 가운데, 자리 잡기를 마친 그의 몸이 그녀의 몸을 가르며 파고들었다.
“아윽.”
강렬한 통증이 등허리를 부수듯 관통했다. 사빛의 눈에 뿌연 습기가 차올랐다.
뒤에서 깊이 있게 찍어 대니, 엎드린 자세의 사빛은 아랫배가 몹시도 더부룩했다. 팽만감이 상당하여 높은 산에라도 오른 듯 귀까지 먹먹해졌다.
그는 차분한 움직임으로 연신 밀려들었다. 묵직한 감각이 물 안이라 그런지 더욱 여실하게 느껴졌다.
물의 출렁임이 방해했으나 그는 여유 있게 허리를 움직이며 강도를 더해 갔다.
사빛이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잇새로 참을 수 없는 소리가 계속 튀어나왔기 때문인데, 우선은 참아 보았다.
몸을 섞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가 점점 드세지는데 제 입에서 나는 소리가 어쩐지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욕실이라 더욱 크게 공명할 게 뻔했다.
어차피 그가 과격해지면 조절도 안 될 것이다. 참고 싶어도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 온다. 하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았다.
그녀의 몸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어느 바람 많은 날의 낙엽 같기도 했다.
“아, 흐, 윽.”
그가 그녀의 옆으로 짚었던 단에서 손을 떼고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달라붙은 살들이 틀어지며 안으로 밀려드는 기포와 함께 빠드득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일반적인 공기 속에서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꿈에서 그와 거실 욕실에서 장사를 벌인 적은 많았지만 목욕을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생경했다.
사실 목욕은커녕 함께 씻은 적도 없었다.
양치하려는 그녀를, 손빨래하는 그녀를 그가 덮친 것이기에 사빛은 그저 세면대를 붙들고, 혹은 샤워 부스를 붙들고 그를 받았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해?”
추삽질을 멈춘 그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는 그녀의 딴생각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몸을 더욱 깊이 찔러 왔다.
“읍!”
자궁의 한계까지 누르는 탓에 사빛이 마른 비명을 삼켰다. 하아- 큰 숨을 토해 내는데, 그가 그녀를 품은 채로 아까처럼 바닥에 다리를 뻗고 앉았다.
그녀의 몸이 물 안에서 붕 떴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아…….”
그들은 여전히 하나로 결합된 상태였다.
그렇게 앉아서 그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녀의 머리와 등을 어루만졌다. 한참 기다려 보았지만 내내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앉아 있던 사빛이 그의 두툼한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짚고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라는 것 같다.
탄력 있는 남자의 근육이 꿈틀거리더니 좀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땅땅해진 허벅지를 짚고서 느릿하게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그가 엄지로 가만가만 쓸어 주었다. 둥글게 휜 등줄기도, 부드럽게 가만가만 쓸어 주었다.
목욕을 마치고.
욕실 가운을 입고 머리에 큰 수건을 동그랗게 만 채 안방으로 나온 사빛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강아지가 궁금해서 젖은 머리카락 말리는 걸 잠시 미뤘다.
강아지는 통유리 너머에, 바로는 아니고 담장 구석 쪽 자기 집 안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태 씨 아저씨가 만들어 준 나무 집에 은은한 조명이 하나 달려 있어 깊은 밤이지만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통통한 두 앞다리에 고개를 괴고서 잠든 귀여운 모습이.
한참 보고 있는데 달칵하고 방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이훤이 들어섰다.
고구마 살피러 간다고 그녀보다 일찍 욕실을 나섰던 그는 온더록스 글라스에 위스키를 한 잔 따라 왔다. 찰그랑, 그의 걸음에 얼음 무너지는 소리가 낭창했다.
“고구마는 다 타 버렸더라고. 내일 다시 해 줄게. 뭐 해?”
이야기하는데 그녀가 시선도 돌리지 않고 창에만 붙어 있자 그가 물었다.
“겨울이 봐요.”
이훤이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안아 자기 쪽으로 바짝 당겼다.
“아!”
유리에 비친 모습으로 그가 다가오는 줄은 알았지만 뒤에 멈춰 서서 함께 강아지를 볼 줄 알았던 사빛은 깜짝 놀랐다.
그에게 불쑥 딸려 들어가며 머리의 큰 수건도 느슨하게 풀려 떨어질 듯해졌다.
“나는?”
“예?”
사빛이 서둘러 머리의 수건을 눌렀다. 그에게 허리가 잡혀 있어 몹시 허둥거리는 몸짓이었다.
“지금은 나를 봐야지. 쟤랑은 낮에 마당에 있을 때나 놀고.”
“아…….”
이훤이 손에 있던 글라스를 탁자에 올려 두고 리모컨으로 커튼을 닫아 버렸다.
사빛이 황당한 얼굴로 돌아보자 그가 눈을 마주한 채로 그녀가 누르듯 잡고 있던 머리 위 수건을 획 낚아챘다.
사빛의 젖은 머리가 주르륵 아래로 떨어졌다. 빗지도 않은 긴 머리이니 물가에 올려진 미역 같을 거였다.
그녀의 몸을 돌려세운 그가 나머지 손도 그녀의 허리에 두르고는 바짝 조이며 하체를 밀착시켰다.
이훤이 동그래진 사빛의 눈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이었지만 팔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개는 그녀를 지키라고 데려온 것이지 그에게서 그녀를 빼앗아 가라고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관심 둘 곳이 필요하면 내게 둬.”
부드럽게 말한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정수리 위를 입술로 눌렀다.
그는 이후, 한 걸음 한 걸음 침대 쪽으로 걸으며 강아지처럼 그녀의 몸을 핥기 시작했다. 얼굴을 온통 축축하게 적셔 놓고 그녀의 가운 어깨를 밀치듯 벗기고 선홍빛의 유두까지 당겨 물었다.
뒷걸음치는 그녀가 당황해하며 아파했지만 핥고 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새 침대에 몸을 겹치고 누워 있었다.
“외로우면 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고.”
이 말이 그렇게나 하고 싶었나 보다. 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윗부분을 핥다가 아랫부분까지 꼼꼼하게 구석구석 핥았다. 발가락 끝까지 그의 물기를 새겨 넣었다.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터져 나왔다.
“벌이야. 내일부터 나 일할 때 두 시간씩 위에 와 있어.”
내친김에 이 말도 했다.
자신이 일할 때 2층에 와 있으면 안 될까 청하고 싶었으나 너무 질척인다고 생각할까 봐 차마 하지 못했었다. 그가 다리 사이를 핥자 그녀가 자극에 몸을 떨며 물었다.
“제가 거기서, 흑, 뭐 해요.”
“책을 보든지, 휴대폰을 하든지. 노트북 필요하면 줄게.”
“왜 그래야 하는데요.”
“벌이라니까.”
그가 몸을 일으켰다. 젖은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애써 갖춰 입었던 자기 옷들도 죄다 벗어 버렸다.
차분한 말투와 달리 그의 몸은 잔뜩 성이 나 있었다.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자 물건이 튕기듯 뛰쳐나왔다.
그녀가 앉은 채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가 봐야 침대 헤드인데. 왜 자꾸 도망을 가지?
“가지 마. 억지로 하진 않아.”
친절하게 말한 그는 다가가 그녀의 이마와 눈썹과 귓불에 입을 맞추며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고 허리 아래 둔덕까지 파고들었다.
내밀한 살점을 깊숙이 파고드는 손가락들에 깜짝 놀라 벌어지는 잇새로 제 입술을 포개 넣고 부드럽게 그녀의 혀를 옭아맸다.
손가락들의 질척이는 움직임과 함께 거친 숨이 뒤섞였다. 숨어 있는 침까지 남김없이 빨던 입술을 놓고 속삭였다.
“싫으면 싫다고 해.”
“…….”
“얼른.”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겁을 집어먹은 아이처럼 그를 쳐다만 보다가 괜찮다는 듯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곧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었다. 손가락들이 치대던 소리 대신 살과 살이 맞부닥치는 강렬한 소리가 너른 침실을 가득 메웠다.
여인의 간드러진 소리가 그의 뇌를 때렸다. 작은 입에서 흐르는 울음과도 같은 소리가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아, 흣, 이훤 씨.”
그가 허리를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여린 피부가 닿는 부위 부위마다 장작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보니 치대는 자신의 물건이 붉다 못해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사정감이 밀려왔다. 강렬한 감각이 머리끝부터 내달리다가 농밀하게 쭉쭉 허벅지로 미끄러져 내리기를 반복했다.
땀으로 진득해지는 온몸.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마놋빛의 기둥. 묵직한 감정이 명치 끝까지 치달아 오르며 분출 욕구가 치밀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 한계까지 참고 참아 눈앞이 흐릿해지는 끝을 몇 번 경험한 후에야 움직임을 멈춘 그가 탄식과도 같은 숨을 토해 냈다.
“하아-”
억누르고 억눌렀던 욕구가 불끈거리며 길게 쏟아져 나왔다. 맥도 거칠게 뛰었다. 몸은 늘어지는데 머릿속은 텅 비는 듯한 기분.
그렇다고 미친놈처럼 폭주한 건 아니었다. 그는 늘 조심하고 있다.
그가 그녀의 작은 머리를 가슴에 안고 잠시 숨을 골랐다. 곧 그의 몸은 또다시 단단한 형체를 갖추었고, 그들은 한 번 더 같은 일을 반복했다.
긴 정사에 지친 여자는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그녀가 반응이 없자 잠시 섬뜩하게 놀랐다가 숨소리가 고른 걸 보고 잠든 것임을 알았다.
빠져나와 손으로 문질러 쏟아 내곤 그녀의 뒤에 누워 허리를 바짝 당겨 안았다. 두 몸에 이불을 덮은 후 가슴에 푹- 품었다.
숨기듯 안은 여인의 머리에 굿 나이트 키스를 찍고 그도 그만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