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사빛이 한쪽 팔로 입을 가렸다.
한참 그녀의 양 가슴에서 노닐던 그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의 명치와 배꼽을 지나 아랫배로 향했다.
이윽고 스륵, 그녀의 작은 속옷이 벗겨졌다.
저 혼자 벗게 된 탓에 부끄러워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두 다리가 벌어지며 따뜻한 살덩이가 비밀스러운 부위에 와 닿았다.
두 눈에서 강한 불꽃이 튀었다.
“아윽.”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다리를 오므려 보았으나 그가 단단하게 잡고 있어 소용없었다.
멀어진 머리 때문에 또다시 갈 곳을 잃은 그녀의 손이 침대 시트를 틀어쥐었다. 미간을 움푹 접은 채 끙끙 앓았다.
그의 혀가 틈 사이를 핥더니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뜨겁고 미끄덩한 것이 여린 부위를 연신 자극했다.
그는 그녀의 떨리는 두 다리를 밀어 올리듯 쥔 채 지분거림을 멈추지 않고 자꾸만 파고들었고. 사빛은 버티고 버티다가 자기도 모르게 허리가 뒤로 휘며 큰 소리를 토하고 말았다.
“아!”
너무 홧홧하여 심장이 벌렁거렸다. 몸이 튕기듯 하늘 높이 올랐다 땅에 쿵 하고 처박힌 느낌이었다.
충격에 파들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겠는데도 그의 혀는 계속 그녀의 안을 파고들며 괴롭혔다.
“아, 음, 그…… 그만.”
뜨끈한 뭔가가 다리 사이에서 흘렀다. 제가 흘린 것이 명백함에 사빛은 너무 민망하였다.
그는 그것을 모두 빨아 먹었다.
“흑, 그만해요.”
눈물 젖은 눈으로 간곡히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몹시 부끄러웠다.
그녀의 애원에 다시 올라온 그가 입술을 겹쳐 물었다.
한참 동안 질척한 입맞춤을 퍼부은 후 그는 카펫 위에 넓게 펼쳐져 있던 원피스 위에 그녀의 몸을 뒤집어 놓았다.
찬장만 보이던 시야에 크림색 카펫의 굵은 실들이 가득했다.
뒤에서 그가 옷을 벗는 듯한 소리가 느리게 들렸다. 그리고 곧 매끈한 피부가 그녀를 덮었다.
근육으로 탱탱한 두 다리 안에 그녀의 몸을 가두고 입술로 어깨를 누르더니 등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제 것을 밀어 넣고는 느릿느릿 비볐다. 아까부터 연신 그녀의 허벅지를 쿡쿡 찌르던 그것. 그러면서 나직하게 말한다.
“꼭 오늘 안 해도 돼. 천천히 친해지자.”
삽입할 생각이 없나 보았다. 아까 연신 안을 파고들던 혀로, 영 안 될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다리 사이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이물의 뜨거운 마찰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감쳐문 그녀가 잠시 후 몸을 뒤집었다.
그는 조금 놀란 듯했다.
“왜.”
잠시 그 진한 눈동자를 마주하다가 눈을 내렸다. 꿈에서 보았던 그것이 큼지막하게 불거져 있었다. 검붉은 핏줄에 휩싸인 채 하늘 향해 기세 좋게 뻗은 모양새가 꿈에서와 아주 똑같았다.
그녀의 시선에 반응하듯 움찔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를 바닥에 눕게 하고 위에 올라탔다.
“왜 그래. 뭐 하려고.”
“지금 할 수 있어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저 정도 흉흉하게 커졌으면 그도 몹시 하고 싶다는 건데 굳이 미룰 이유가 없었다. 빨리 익숙해지고 언젠가 건강한 아기도 가지고 싶다.
그녀가 떨리는 숨을 몰아쉬고 그의 중심에 자신의 몸을 맞추었다.
* * *
그는 조금 화가 났다.
탁자 위, 파정의 흔적을 닦아 낸 수북한 휴지를 곁눈으로 보다 한숨까지 푹 새어 나왔다.
붉은 물이 들어 있다. 그런 걸 뭐에 씌었는지 끝나기 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말을 했어야지, 조심하게. 막 들이대냐? 경험잔 줄 알았잖아.”
첫 부부 관계였다.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싶었다. 며칠이 걸리더라도 놀라지 않게, 자연스럽게 섞여 들고 싶었다. 어쨌든 그에 비해 너무 작은 몸의 신부이니.
그리고 그는 할 수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인고의 시간이 그 증거였다.
그런데 그녀가 위에 올라타더니 자기가 해 보겠다며 연신 몸을 짓눌렀다. 그의 우뚝 솟은 부위가 그녀의 살을 쑤시듯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리 효과적이진 않았다. 그녀는 노력했으나 그들은 참으로 크기가 맞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파괴하면서 짓쳐 드는 일이 힘들 터였다.
머리조차 제대로 넣지 못하는 그녀의 움직임에 그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그가 그녀의 등을 받히고 돌려 눕혔다.
― 내가 할게.
그다음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손가락 두 개도 안 될 것 같던 곳인지라 몹시 버거우면서도 어떻게든 밀어 넣고 미치게 좋았다는 것뿐 생각나는 게 많지 않았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렇게 사방에서 압박을 가하는데 좋을 수가 있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러고선 저도 버거운지 연신 구물거리는데, 세상 뭐 이런 느낌이 다 있나 싶었다. 너무 기분이 좋고, 좋으니까 비비고 싶고, 비비니까 더 좋았다.
핏줄을 타고 물결처럼 번지는 짜릿한 전율. 허벅지를 넘어 정수리와 발가락 끝까지 뻗치는 기묘하고 강렬한 감각.
또 욕이 튀어나왔다.
― 하, 씨.
속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그 뒤로는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틀어지는 작은 몸을 한 번씩 바로잡아 가며.
역시나 붉은 물이 방울방울 묻은 자신의 초록 잎사귀 치마 위에 두 팔을 괴고 엎드려 있는 그녀가 눈을 감은 채로 웅얼거렸다.
“충분히 조심하셨어요.”
“네가 어떻게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는 이훤이 심통 난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알아요.”
뭘 안다는 건지.
한참 말없이 허공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색색거리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자냐?”
대답이 없었다.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팔꿈치로 윗몸을 일으켰다.
“야, 들어가서 자야지.”
역시 대답이 없었다.
너무하네. 발가벗은 채 우두커니 그녀의 등을 바라보는 이훤의 마음은 몹시도 헛헛하였다.
그래도 자기와의 잠자리에서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란 게 확인되어 안심이었다. 예지몽이 아니었던 것이다.
심통을 좀 내었지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그가 벌떡 몸을 일으키고 욕실에서 따뜻한 물수건을 만들어 와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넣고 깨끗이 닦아 주었다.
엉덩이가 봉긋하니 참 예쁘기도 하지.
살결 또한 너무 뽀야니 고와서 매우 느린 속도로 닦고 있는데, 그 덕에 몸을 뒤척인 그녀가 그의 양반다리에 푹- 하고 안겨 왔다.
보드라운 것이 허벅지에 착 감기었다. 풍성한 살이 짓뭉개지듯 이지러지는 모양새가 퍽 야하기도 했다.
거기다 들어온 손의 위치는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양반다리 안에서 그의 음욕이 또다시 불쑥불쑥 자라났다. 거칠게 용솟음친 녀석이 배꼽을 향해 기립해서는 말간 액을 방울방울 뿜어냈다.
“흠…….”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휴지 한 장을 뽑아 쓱 닦았다. 자칫 그녀의 머리에 묻을 수 있으니까.
그가 그녀의 귀밑머리 솜털을 검지로 가만가만 쓸었다.
아무리 작은 결혼식이라 해도 아침부터 준비하고 행사 치르느라 힘들었나 보다. 9시도 안 돼서 이렇게 곯아떨어진 걸 보면.
잠든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그가 그녀를 안아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 여기서 자게 둘 순 없으니.
전에 아플 때도 그러더니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가 보았다. 푹 자는 건 좋지만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쯧.
침대 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준 후 거실에 벗어 둔 옷을 챙겨 오려는데 그녀가 그의 손가락을 붙들었다.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잠든 듯한데 쥐는 압력이 상당했다. 억지로 떼어 내기 민망할 만큼.
“안 자는 거야?”
물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알았어. 안 갈 테니까 놔.”
했지만 잡은 손을 놓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이훤은 그녀의 옆에 자리 잡고 누웠다.
두 몸에 이불을 덮고 그대로 한참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유로운 나머지 손으로 헝클어진 앞머리를 가만가만 정리해 주는데,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진동하더니 가늘게 들렸다.
저런, 깨워 버렸네.
거실에서 잠든 후로 30분쯤 지난 것 같다. 퀭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곧 파고들 듯 그의 품에 안겨 왔다.
아직 둘 다 맨몸인 상태였다.
시스템 에어컨이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가동되고 있지만 이불을 덮은 상태로 피부와 피부가 맞닿으니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거실에서 그녀의 몸을 닦아 줄 때 솟구친 이후 한 번도 줄어들지 않고 일어서 있는 거대한 그의 분신이 그들 사이에 함께했다.
그가 느릿느릿 녀석을 그녀의 아래 둔덕에 비볐다. 그러면서 그녀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맞붙은 가슴 안에서 점차 딱딱해지는 몽우리와 함께 그녀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렀다.
“으음-”
심장을 적시는 예쁜 목소리였다. 녀석도 같은 생각인지 거칠게 머리를 껄떡거렸다.
하복부를 당기는 힘이 상당하여 견디기가 어려워진다.
“자는 거야. 안 자는 거야.”
“안 자요.”
“그럼…… 한 번 더 할까? 아직 시간도 이른데. 이번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앞엣것이 너무 어리숙했다. 제 기분에만 취해 있었던 것 같고.
첫날인데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큰 몸으로 울리기만 한 서툰 사내로 낙인찍히기 싫었다.
일주일 동안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그 많은 것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너무도 한심했다.
거기다 굶었다 할 때는 어떻게든 한 번 빼 준 후에 해야 한다는 정설을 들은 바 있는데, 그게 왜 그런지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젠장.
그래도 조루 수준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안할 뿐이었다.
잠시 대답이 없던 그녀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그의 한쪽 입꼬리가 쓱 하고 올라갔다.
“진짜?”
확인하니 또 고개를 끄덕거린다.
“정말 한다.”
그가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