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한, 부부가 하는 연구소를 알게 되었다. 기술력은 좋은데, 돈이 부족하다고 했다.
며칠간 확인을 해 보니 영, 사업을 할 마음이 있는 양반은 아니다. 아무래도 투자를 하면 좋은 건이 생길 듯하다.]
일기장에 대한 내용은, 정말로 우기익이 단발적으로 써 놓은 짤막한 글들이었다. 대부분 사랑, 연애 뭐 이런 것보다는 사업과 관련한 사람들과 엮인 일들이 대부분이었고.
우기익의 자격지심 위주의 감정 토로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하린이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한 건, 우기익이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돈을 조금 넣고 기술을 더 깊게 보며 관련된 전문가들에게도 들어 보니 생각보다 기술의 완성도가 높다고 했다.
심지어는 대학 동기 중, 중소기업 대표가 이 기술을 사고 싶어 했다. 말을 듣자 하니 핸드폰에 들어가는 기술 중 하나라고? 들어도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돈이 된다고 했다.
보면 볼수록 욕심이 난다.
연구소장과 함께 저녁을 함께했다. 가족 구성으로는 와이프와 어린 외동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조금 친해져서 보니 나중에 그 기술을 팔 생각도 있다고 했다.
들어 보니 외동딸과 그냥 외국에 나가서 소소한 살고 싶다고. 사내가 목표가 저리 부실해서야. 물론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 기술인가.”
하린은 일기장을 읽으며, 현실과 일기장의 내용을 맞춰 보았다.
핸드폰에 들어가는 기술 중 하나라면 맞을 것 같긴 했다.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구나.”
뒤에 적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맨 처음 연구소장 부부가 연구소를 차려 기술을 개발했고, 인력이 필요하자 아는 연구원들을 불러 같이 일했다고 했다.
같이 불러서 일을 하게 된 연구원도 부부였고. 그래서 4명이 친형제 자매처럼 지냈다고 했다.
[기술을 인계받기 전, 기술이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연구소장은 기술을 팔려고 하다가 행동을 번복했다. 돈이 벌릴 것 같아지자 욕심이 난 것이다.
이걸 어쩌지.
연구소장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연구원 부부와 거래를 했다. 기술을 갈취하여, 둘이 반반 돈을 나눠 가지자고.
나는 단박에 좋다고 말했다.]
“아…… 이게 뭐야.”
일기장이지만 사실상, 범죄 사실이 노골적으로 적혀져 있었다.
우기익이 진짜 이런 걸 썼다고?
하린은 사실 지금껏 우기익이 이런 걸 써 왔을 줄도 몰랐다. 서재에 있던 금고에 있었나.
하린도 한 번씩 우기익의 서재와 방을 가긴 했으나 진화가 들고 온 자료와 일기장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겼다. 기술과 정보를 가지고 빼앗던 중, 크게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장소에 있던 건 4명.
연구소장 부부 둘과 연구원 부부 둘.
그중, 피해를 당한 건 연구소장 부부.
당장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에게 찾아왔다. 쓸모없는 것들.
뇌진탕으로 쓰러진 부부를 두고 나오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다.
쓰러진 인간을 두고 나오는 바람에 일이 더 꼬였다.
친한 의사 한 명을 데리고 갔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물.
현장에 가 보니 생각보다 일이 좋지 못했다. 의사의 말로는 뇌진탕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기에 힘들다고 했다. 이대로 사건에 묻히기엔 기술이…….
고민이었다.
다행인 건 기술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다 들고 나왔다고 했다. ]
[오늘 연구소장의 죽음을 사고사로 숨기기로 했다. 적당히 차를 운전하다 졸음운전으로 사고 난 것처럼. 알리바이를 위해 반대 사고 차로는 연구원 부부를 시켰다.
관련한 준비는 다 내가 했다.
평소 친밀했다던 두 부부의 아름다운 결말. 빌려준 트럭은 브레이크가 안 밟히는 차량이었다. 한방에 연구소장 부부의 차량을 돌진하여 그 자리에서 모두 즉사했다.
아무래도 한방에 처리하는 것이 제일 깔끔한 방법이었다.]
손이 떨렸다.
내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
그 외의 우하린이 들고 온 자료를 보니 우기익이 지금껏 돈을 받고 뿌렸던 정치 자금에 관한 정보들이었고.
그 이외에도 몇 년 후의 일기장도 일부 껴 있었으나, 방금 보았던 만큼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트럭 사고를 위장해서 사람들을.
내용은 지극히도 충격적이었다. 이 허무맹랑하리만치 소설 같은 이야기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의구심까지 들었다.
물론 평소 우기익의 성향상, 이것이 소설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을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더불어 사고가 났던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한테 물어보지.”
엄청 과거의 이야기. 이전처럼 태형에게만 그냥 의지할 수는 없었고, 그냥 찾기엔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하…….”
머릿속이 곤죽이 된 것처럼 아찔했다.
그때 하린의 방문이 열렸다. 의사가 검진 다 했나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기익의 정보가 담긴 것들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 두었다.
하린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가서 살펴보니 진화의 온몸에 나 있던 상처들이 치료되어 있었다.
“살에 유리 조각 같은 것이 박혀 있었기에 급한 대로 치료를 했습니다.”
몸 곳곳에 약이 발려져 있고, 링거를 맞고 있었다. 그리고 하린이 받았던 처방과 비슷한 처방을 내렸다.
“뼈나 뇌 쪽의 문제는 당장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번에 내원하셔서 한번 검사를 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의사가 나가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하는 하린은 진화 옆 의자에 앉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우진화는 눈을 깜빡거리며, 몸을 움찔거리다가 이내 아픈지 인상을 찡그렸다.
“많이 움직이지 마. 그거 꽤 아파.”
평소라면 네가 뭘 아냐며 바락바락 대들던 우진화지만 오늘은 잠잠했다.
“내가 들고 온 거 혹시 봤어……?”
“응, 뭔지는 알고 들고 온 거니?”
“아니, 그거 언니 선물이야.”
“금고에 있던 건가.”
“응. 맞아.”
오히려 엄청난 걸 아무것도 모르고 들고 와서는 선물이란다.
그저 살았다는 안도감에서 나오는 진화의 해맑은 목소리가 고조되어 있던 긴장감을 내려 주는 듯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린은 경호원이 아까 사다 준 죽과 함께 약 한 알을 우진화에게 건넸다. 빈속에 먹지 말라고 말하던 그 약이었다.
“그게 아버지가 결혼시키려던 늙은이가 키스하려고 해서 입술 물어뜯고 도망갔다가 초상날 뻔한 거지 뭐.”
진화는 힘겹게 죽을 떠먹으며 대답하는데, 그 모습이 짠하여 하린이 직접 떠먹여 줬다.
우진화는 순간적으로 하린의 눈치를 봤다.
“먹어. 이뻐서 해 주는 거 아니야.”
“고마워…….”
주는 하린도 어색하지만, 받아먹는 진화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하린은 죽을 먹여 주면서도 방금 보았던 일기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근데 이 정도로 처맞을 줄은 몰랐지. 손으로만 맞아 봤지, 골프채를 들고 성난 개처럼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나.”
“골프채?”
순간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데, 난데없는 단어에 놀라 하린이 되물었다.
“나 그거로 맞다가 간신히 살아서 도망 나온 거야.”
“……용케도 살아서, 저것까지 들고 왔네.”
“마침 술 취해서 잠들어 있었거든. 지금까지 온갖 패악질을 부렸는데…… 저런 거라도 들고 와야 언니가 받아 줄 것 같아서…….”
우기익이 술을 마시고 골프채로 애를 팼다고. 듣는데 기가 찼다.
아마 지금 우하린의 모습을 보아하니 저번에 자신처럼 대들다가 더 맞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건데.
“우기익이 너 이 집에 온 건 모르지?”
“당연히 모르지! 지금 아버지는 자고 있을걸.”
“그럼 네가 들고 온 건?”
“금고에서 꺼내 보기 전까지는 모를 거야.”
“……그랬구나.”
막상 금고에서 꺼낸 물건이라고 하니 생각이 더욱 많아졌다.
“일단 자, 피곤하고 졸릴 텐데.”
“응…….”
방에서 나오며 조용히 문을 닫아 주었다.
그리고는 거실로 나와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뭔가…….
역시이건 태형에게 부탁할 것이 아니었다. 우진화가 지금 온 것을 아는데, 갑자기 과거에 일, 무언가를 물어보면 그의 특성상 눈치를 챌 것이다. 뭔가 알고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것을 말이다.
그러면 하린보다 먼저 알게 되고 정보를 차단할 것이 분명했다.
「조 대표님 저,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나요? 밤에 죄송해요.」
문자 한 통에 단박에 전화가 왔다.
“대표님.”
[무슨 일이래요? 갑자기 하린 양이 부탁을 다 하고~?]
“그, 혹시 과거의 어떤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혹시 가능하세요?”
[못할 건 없죠. 그런데 강태형도 이런 거 잘할 텐데 왜 그쪽에는 안 부탁하고. 뭔가 둘 사이에 문제가 있나 봐요.]
그가 히죽 웃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전부터도 이혼하라는 둥 했던 사람인지라 괜히 눈치가 보였다.
물론 이제 억지로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했었기에 덜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괜히 불편해져 말을 돌렸다.
“그런 거는 없어요…… 그저 요즘 바쁘시니까.”
[하긴 바쁜 것 같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는데 빠르게 알아봐 주실 수도 있어요……?”
[뭔데 그러실까, 알겠어요. 내용 오늘 알려 주면 내일까지 먼저 나오는 정보 줄게요.]
“지금 바로, 정리해서 드릴게요! 항상 감사해요…….”
[이 정도야 얼마든지.]
전화를 끊고, 밤새 우기익이 기술을 양도받은 시점에서 생긴 트럭 사고를 뒤지고 뒤졌다.
워낙 오래된 일이기에 찾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생각보다 또 영 못 찾는 건 아니었다.
하린은 밤새 찾은 내용을 새벽에 조 대표에게 보냈다.
「이 기사에 실린 사건 같은데, 여기서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정보가 있으면 좋겠어요. 피해자와 피의자 둘 다 부부인데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하더라고요.」
지은이 : 퍼플독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전자우편 : [email protected]
ISBN : 97911577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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