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살이 타오를 것만 같았다. 뜨겁고 또 뜨거워서.
이대로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태형의 키스는 기습적이었고, 또한 잔혹할 만큼 달콤했다.
천천히 입술을 뗀 그는 하린을 자신의 무릎 위로 올라오게 했다.
“여기로 올라와.”
그리고는 다시 방금 해 준 행위를 하라며 종용했다. 부끄러움이 눈앞을 막고, 동작이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너무 부끄럽고……좋은걸.
너무 좋아. 어떡하지.
“아까 잘할 수 있다며, 벌써 이리 소극적이면…….”
타박이 이어지자 하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손을 동그랗게 말았다. 힘이 들어가는데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 아니에요!”
몸이 경직되어 달달 떨리는 것 같았다. 그의 몸 위에 앉은 것은 처음이기도 했고, 심장이 너무 떨려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그저 조금 부끄러워서…….”
눈을 딱 감고 입술을 부딪쳤다. 눈을 감고 아기 새처럼 부리를 움직이며 그의 입술을 탐닉했다.
“저 진짜 빨리 배워요.”
“그러네.”
하린의 발칙한 말에 태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하린은 볼을 붉게 밝히며, 시선을 어디에 둘 줄을 몰랐다.
그의 칭찬은 항상 좋았다. 너무 좋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미치겠네, 정말.
태형은 혼잣말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 뒤로 욕 같은 음성이 흘려서 같이 나갔다.
그의 눈이 욕망에 번뜩이는 것을 보며 하린은 척추서부터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자신 때문에 결국, 놓지 못하던 것을 놓은 것 같았다. 하린은 그 모습을 보며 두 눈을 감았다. 그가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옷은 누가 입어도 된다고 가르쳤어.”
입고 있던 흰 슬립이 벗겨진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곳은 다 뜨겁고 데일 것만 같았다.
“하…… 으응.”
자기 입에서 나오는 교성이라고 믿기지 못할 음성이 튀어나왔다. 그가 다시 덮쳐 들어온다.
그가 하는 키스는 신기하게 감각이 톡톡 터지는 것 같았고.
그의 입술이 말캉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의 것이 침투해 들어올 때면 거칠면서도 잡아먹히는 것 같은 착각 감이 들었다. 목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몸 안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랫배서부터 어딘가까지.
하린은 저도 모르게 허벅지 안쪽에 힘을 주며 다리를 몸을 비틀었다.
“아, 아저씨…… 몸이 이상해요.”
“어디가.”
“그, 그게.”
그의 허벅지는 단단했고. 꽉 끌어안을수록 뭉툭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린은 버티지 못하고 그의 위에서 무너졌다.
무엇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태형의 손길이 하린의 목덜미를 만지고, 그 아래로 점차 떨어졌다. 쇄골을 지분거리고 진득한 손길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하린은 어린 새처럼 그의 품 안에 비집고 들어가 그의 목 근처에 자신의 입술 자국을 남겼다.
너무 강렬하고 꿈같았다.
이런 걸 바랐으나 이런 건 줄 몰랐다.
이렇게 좋은 거라고. 이렇게 뇌가 녹을 것 같은 거라고. 당장이라고 깨어날 것 같이 꿈만 같았기에 이상했다.
그런데도 그의 스킨향이 강하게 풍겨 왔기에, 이것이 꿈이 아니라고 하린은 생각했다.
“제대로, 어디가.”
짙은 음성이 귓가에 흘러들어온다. 귓불에 바람이 닿았다. 뜨겁고 진득한.
태형과 하린은 시선을 마주 봤다. 이것이 그의 훈육 방식임을 하린은 깨달았다. 민망하고 또 민망하지만 직접적으로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그는 해결해 주지 않는다.
“해 달라고, 이렇게 입고 까불면서.”
하린의 온몸이 붉었다. 어디를 깨물어도 복숭아 향이 날 것만 같았다.
“아까 그 방자함은 어디로 갔어.”
그는 하린을 타박하면서도 몸만큼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팔은 하린의 허리를 단단하게 잡아 주고 있었다.
“몸이 너무 이상해요…… 뭐라도, 뭐든 해 주세요.”
태형은 하린의 몸을 안은 상태 그대로 일어났다. 하린은 순간 덜컥 공중에 몸이 뜨는 것을 느끼며 그의 몸에 착 달라붙었다.
태형이 바람 빠지듯 웃는 소리가 들린다. 하린은 그의 목덜미를 이로 깨물고, 핥아댔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몸이 달아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하린을 안아 들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한 번도 들어간 적 없었던 그 방.
문이 열리고, 그가 침대 위에 하린을 올려놓기까지 하린은 그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등 뒤로 푹신한 매트리스가 느껴졌다. 자신이 쓰고 있는 침대랑 같은 것이 분명한데 느낌이 매우 달랐다.
태형은 하린을 눕힌 상태에서 하린을 지켜보았다. 입고 있으나 벗고 있으나 비슷한 상태의 상태였기에 하린은 괜히 몸을 숨기려고 했다.
부끄러웠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 마디마디 찌릿찌릿했다.
“어디가 이상합니까.”
하린이 부끄러워하자 태형은 하린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장난치는 거였다.
하린이 머뭇거리면서 말을 하지 못하자, 태형은 더욱 짙게 웃었다.
“응, 어딘지 알아야 내가 해 주지.”
태형은 그렇게 말하며 하린의 옆구리 뒤쪽을 손으로 쓸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리고는 평평한 아랫배를 꾹 누르며 태형이 말했다.
“여기 평평한 배가 이상합니까, 아니면.”
“하응…….”
“앙증맞은 가슴이 이상합니까.”
하린은 다 알면서도 쉽게 해 주지 않는 태형을 작게 흘겨봤다.
아주 정말.
“그렇게 봐도 소용없습니다.”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렇지만 태형은 정말 해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의 커다란 손이 하린의 몸, 여기저기를 오고 다녔다. 특히 그의 손길이 허벅지 안쪽에 닿았을 때, 여린 살이 덜덜 떨렸다.
그가 아까 눌렀던 아랫배가 묵직하게 조여 오는 느낌. 아주 느낌이 이상했다. 하린이 허벅지에 힘을 주고 다리를 모으자, 태형이 힘을 주어 다시 다리를 벌리게 했다.
“으음. 안 돼.”
“흐잉…….”
“버릇없이 행동하면 안 되지.”
그의 앞에서 다리를 벌려지는 것이 수치심이 들어 하린은 얼굴을 가렸다.
“방자하게 이런 옷을 입고, 유혹했으면.”
물론 가린 두 손이 태형의 한 손에 잡혀 버렸다. 가지런히 잡혀 머리 위로 고정되었다.
“감당해야겠지.”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온다. 호흡을 공유할 만큼 가까운 거리.
잘생긴 그의 얼굴이 웃었다. 평소보다도 더더욱 미남으로 보이는 건 착각일까.
하린은 얼굴을 들어 올려 태형에게 키스했다. 입술이 부딪히고, 호흡을 공유한다. 아까 그에게 배운 것을 태형에게 그대로 다시 사용했다. 입술이 천천히 떨어질 때, 하린은 천천히 눈을 떴다.
붉디붉게 물든 얼굴. 그리고 확신에 찬 얼굴.
“저, 감당할 수 있어요.”
태형은 그 장관을 보며, 작게 속설을 뱉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태형은 하린의 뺨을 지분거리던 손을 아래쪽으로 내렸다. 그녀의 깊은 곳 어딘가.
“아……!”
처음이었다.
* * *
“이걸 어쩌면 좋을까.”
태형은 잠든 하린을 보며 혼잣말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곯아떨어진 하린.
결국 오지 않으려 했던 곳까지 와 버렸다.
아파서였는지, 이마에 땀이 나 머리카락이 묻어 있어 태형이 붙은 머리를 떼어 주며 한참을 시선을 못 떼어 냈다.
“이러려고 결혼했던 것이 아닌데.”
사실 감정을 인지한 순간부터 이 상황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그저 회피하고 있었던 것일 뿐.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물론 후회하지도 않지만.
태형은 하린에게 도톰한 이불을 덮어 주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 집에서는 담배를 태운 적은 없었으나, 피우고 싶었다.
가벼운 가운 하나를 걸치고, 밖 테라스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핸드폰을 살펴보니 우기익에게 부재중 전화 표시가 있었다.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던 태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더 이상 미루지 말자.
호텔은 깔끔하지만 사람 사는 맛은 없었다. 물론 복수만을 위해 온, 한국에서 그런 정감 따위는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호텔 생활을 고수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가 시작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은 정감이 있다.
정, 사랑, 애정 등 감정을 터부시하던 태형에게는 큰 변화였다.
“우하린.”
때문이겠지.
태형은 부재중 통하는 무시하고는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 연결음 이후로 김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태형은 본론만 꺼냈다.
“작업 시작합시다.”
[“리엄도 해외로 도주시킬까요.”]
“아직.”
김 비서는 바로 알아들었다.
“우기익 옆에 있던 의원들 떨어트리게 하고. 다른 정치인이랑도 친해질 수 없도록 소문을 퍼트립시다.”
지금껏 덫은 충분히 뿌려왔다. 더 이상의 덫은 필요 없었고 오히려 더 시간을 끌면 다치는 건 우하린이었다.
궁지에 몰린 쥐를 잡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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