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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하세요-51화 (51/54)

# 51화.

51화

“몸살에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  무슨 약 먹었어 ”

“약은, 그냥 좀 자려고 먹었어요. 신경 쓰지 마.”

서훈은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나보고는 약 먹지 말라며. 어 ”

“그래서 안 먹었어 ”

“그래.”

“착하다.”

서훈은 소영을 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품에 가둔 소영은 너무 작고 부드럽고 그리고 따뜻했다.

“잘 지냈어  예쁜 옷 입고 일 열심히 했어 ”

“그래, 그랬어. 네 말대로 다했어.”

“정말 착하네. 예쁘다.”

“거짓말쟁이. 순 엉터리.”

서훈은 소영의 등을 가만가만 두드렸다.

“신세계라며. 너만 접으면 신세계라며 ”

“후후.”

“나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소영이 얼굴을 묻은 목덜미가 뜨겁게 젖어 왔다. 서훈은 고개만 끄덕였다.

“정말이지, 조금도 살고 싶지 않아. 그런 신세계…… 따위에서.”

“그래…….”

“이제는 가라고, 하지 마. 정말 가라고 하지 마.”

“소영아.”

소영은 애절하게 올려다보았다.

“나 쫓아내도 안 가. 이번엔 정말 안 가. 너 없는, 세상에서…… 안 살래. 이제, 안 살 거야.”

“그래, 가지 마. 안 보낼게.”

서훈은 뜨거운 입술을 단아한 이마에 붙였다. 안 보낼게.

얼마나 눈물을 쏟아냈는지 소영은 잠이 들어서도 어깨를 간헐적으로 들썩였다. 머리를 부드럽게 만져주고 등을 쓸어내리다가 서훈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켰지만 막막했다. 소영의 집으로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 일찍 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하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

“윤서훈입니다.”

[소영이 아버지야.]

“네, 회장님. 선배…… 여기 있습니다.”

[알아.]

회장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내일 데려가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회장님.”

[늦었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지.]

전화가 끊어졌다.

정 회장은 탁, 긴장이 풀어지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후에 소영이 약속 없이 회장실로 들어왔다. 하얗게 굳어 있는 결연한 얼굴을 보며 회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회장님.’

소영은 책상에 가져온 물건을 두었다.

회장은 그것들을 보며 나지막한 한숨만 쉬었다. 아무런 질문도 답도 하지 않자 소영은 눈을 맞추지 못한 채 말했다.

‘이해해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습니다. 아버지 딸이어서 무척 행복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아버지.’

소영은 마치 큰절이라도 올리듯 머리를 오랫동안 깊이 숙였다. 피가 밸 정도로 입술을 깨문 채 돌아섰다.

소영이 두고 간 것은 세 가지였다. 꽤 두툼한 프린트물은 YK 홍보전략을 비롯한 최근 소영과 이야기했었던 미국과 중국 진출에 대한 YK 경영전략 자료들이었다. 메모 한 장에는 깨끗하고 단정한 필체로 단 다섯 줄만 있었다.

경영자료 파일은 메일로도 보냈습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메모를 다시 읽어 내리던 회장은 소영이 두고 간 세 번째 물건을 손에 쥐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책상 위에 도로 내렸다.

***

고개를 시트에 비비듯 문지른다. 아직도 졸린 듯 얼굴을 찡그리던 소영이 눈을 번쩍 떴다.

“잘 잤어 ”

서훈이 침대로 다가와 헝클어진 머리를 만진다. 소영은 서훈의 손을 걷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너, 어디 가 ”

“잠깐만 다녀올게.”

말끔한 슈트 차림을 하고 서훈은 몸을 굽혀 소영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어디, 아픈데 아침부터 어딜 가는데  팀장님이 너 쉬라고 했다던대.”

“잠시만, 아래에 다녀올게.”

서훈은 이마에 입을 맞추고 싱긋 웃어 보였다. 돌아서는 서훈을 소영이 다급하게 붙잡았다. 불안과 고통이 뒤섞인 눈으로 서훈을 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같이 가. 아니, 내가 만날게. 누구, 누굴 보내셨어 ”

“누굴 보내신 건 아냐.”

“그럼 ”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영은 도리질 쳤다.

“내가 갈래.”

서훈은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난 소영을 다시 침대에 앉혔다.

“나 혼자 보신대.”

몸을 낮춰 금세 그렁그렁해지는 눈을 맞추고, 서훈은 침대 위로 힘없이 떨어져 있는 소영의 손을 꼭 쥐어 올렸다.

“울보가 다 됐네. 왜 그래  나 그렇게 못 믿어 ”

“아니.”

“금방 올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영을 보며 서훈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로비 층에 있는 라운지로 가는 길에 막 퇴근하려던 참인지 평상복을 입은 진과 마주쳤다.

“이제 괜찮아요 ”

“네 ”

“어젯밤에 많이 아픈 것 같던데. 잠깐 문 열면서 봤어요.”

“아, 그랬군요.”

“걸프렌드가 참 미인이에요. 무슨 일 있는지 전화도 받다가 끊어졌다고 걱정 많이 하길래 잠시 같이 들어갔어요. 이제 화해했어요 ”

서훈이 멋쩍게 웃자, 진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남기며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지난밤, 지치도록 울다가 잠든 소영을 떠올리며 서훈은 천천히 로비 라운지로 걸어갔다. 안쪽 창가 자리에 앉은 회장에게 다가가 머리 숙여 인사했다.

“앉지.”

“네, 회장님.”

“아침 식사라도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시간이 여의치가 않아.”

“괜찮습니다. 이렇게 걸음 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원래 출장이 잡혀 있었어. 최근 인수한 중국 통신회사 쪽이랑 오전부터 미팅이 있어.”

회장은 시각을 확인한 뒤, 물끄러미 서훈을 쳐다보았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회장님 맘에 많이 부족한 거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수척해진 얼굴로 서훈은 더 깊어진 눈매를 허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봤는데 도저히 포기가 안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은 포기시키지도 못하겠습니다. 몇 번을 상처주고 울리면서 보냈습니다. 이젠 저는 도저히 더는 못하겠습니다. 포기하라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하겠습니다.”

“뭘 하고 싶어 ”

뜻밖의 질문인 듯 서훈은 불안한 눈으로 회장을 바라볼 뿐 답을 하지 못했다.

“소영이 포기 안 하면 뭘 하고 싶은 건가.”

“……웃는 거 보고 싶습니다.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대학 2학년, 선배 처음 봤을 때부터 가장 하고 싶었던 건 그거 하나였습니다. 다른 욕심 없었습니다.”

회장은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부족한 놈이라, 얄팍한 자존심만 있는 놈이라 잡지 못했고 오랫동안 잊지도 못했습니다. 더 행복해지라고 독하게 끊어냈습니다. 그런데 아픈 사람 더 울리기만 했습니다. 그게 너무 미안해서 평생 따님 원하는 것만 하면서 울었던 거, 아파했던 거, 상처받은 거 다 지워주고 싶습니다.”

머리는 아직 둔하게 울렸다. 절체절명의 중요한 순간이지만 몸도 머리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입은 무뎌진 뇌를 스치다 말고 가슴에서 토해지는 엉망진창인 말만 뱉고 있었다. 지그시 내려지는 무거운 시선을 느끼며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입에서 순서가 흐트러지고 억눌렀던 감정이 갑자기 온몸을 들쑤셔 허둥거리기만 했다.

“소영이 언제 보낼 거야 ”

목이 바짝바짝 탔지만 서훈은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다.

“회장님, 제발…….”

말라붙은 입술로 서훈은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집에는 내가 중국 쪽 회사 일로 잠시 주말에 가라 했다 했어. 원성이 대단해. 쉴 틈도 없는 애 부린다고.”

“회장님 ”

“한 이틀 일하는 걸로 했어. 내일, 일요일에 보내.”

언제나처럼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회장을 서훈은 뚫어지게 보았다.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

회장은 시계를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급히 따라 일어서는 서훈에게 잊었다는 듯 회장은 옆자리에 두었던 물건을 건넸다.

“이거, 소영이가 두고 갔어.”

네 귀가 조금씩 닳아 있는 책, 잭 웰치……. 예상하지 못했던, 치받는 감정에 눈이 쓰라렸다.

“아는 책이야 ”

“네, 선배한테 전하겠습니다.”

“두고 간 놈한테 뭘. 자네나 읽어봐.”

“회, 회장님.”

조금은 딱딱한 표정으로 회장은 서훈을 쳐다보았다.

“아직 준 건 아니야. 빌려주는 거라고 해두지.”

“회장님, 회장님…….”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일 저녁이 좋겠어, 집으로 데리고 와. 혼자 가라면 안 간다고 고집 피울 거야.”

심장이 미친 듯 뛰어대고 귓속이 울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앞서 걸어 나가는 회장을 망연하게 바라보다가 서훈은 급히 그를 좇았다.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 두세 명이 회장 옆으로 다가서다가 물러섰다. 돌아다보는 회장을 향해 서훈은 떨리는 입술을 열어 겨우 말을 꺼냈다.

“잘하겠습니다. 행복하게 웃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습니다.”

얼음처럼 차갑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르나 싶더니 회장은 조금 소리 내어 웃었다. 손을 들어 서훈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고마워.”

“감사합니다.”

서훈은 깊이 머리를 숙였다.

***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느린 것인 줄 몰랐다. 서훈은 바뀌는 층수만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카펫 깔린 복도를 뛰듯이 큰 걸음으로 걸어 방문을 열자, 초조하게 방 한가운데에서 서성이는 소영이 들어왔다. 천천히 걸어가 데스크에 들고 온 책을 두었다.

“아아…….”

소영은 흐느낌이 터지는 입을 손으로 가렸다.

“이리 와볼래 ”

서훈은 팔을 벌렸다. 눈물 가득한 눈으로 안겨드는 소영을 품에 깊이 묻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와줘서, 찾아줘서…… 나 포기하지 않아서, 구해줘서 고마워.”

소영은 손을 들어 서훈의 뺨을 감쌌다.

“네가 오라 그랬잖아, 잊었어  이제 그 자리에서 기다리지 말고 내가 너한테 오랬잖아.”

꺾어질 듯 휘어지는 몸을 붙잡았다.

“소영아, 아……. 소영아, 고마워, 사랑해.”

소영은 서훈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서훈아, 사랑해. 처음 본 그날부터 난 너 사랑했었어.”

Epilogue I

달각달각 수저가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반복되었다.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어요. 많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실은 맛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긴장되었지만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뱃속이 따뜻해왔다. 덜어둔 냉채를 조심스레 한 젓가락 들어 올렸다. 새콤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겨자소스가 썩 잘 어울렸다. 서훈의 어머니를 향해 소영은 진심을 담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다행이야. 어릴 때도 와서 먹고는 그렇게 말하더라. ‘정말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어찌나 단정하고 예쁘던지 기억이 생생해요.”

서훈의 어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어린 시절 서연이 집이었던 이곳에 두세 번 오면서 분명 봤을 얼굴인데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흐릿하기만 했었다. 집에 도착하며 현관에서 본 그녀의 첫인상은 ‘서훈과 닮았다’였다. 화려하다기보다 반듯한 이마선이나 콧날이 똑 떨어지는 고상한 미인형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차분하고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무척 밝고 꾸밈없는 성품인 듯하였다.

“여보, 당신 부인이 음식 솜씨를 간만에 부렸는데도 죽지 않았나 봐요. 역시!”

덧붙이는 경쾌한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엄마  경쾌하고 명쾌한 사람.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서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맛있어요  더 먹어. 울 어머니가 오늘 무리하셨어. 최고 잘하는 음식들로만 가득이네.”

서훈이 부지런히 앞접시로 해파리냉채를 옮겼다. 곱게 반으로 갈라진 통통한 새우 살과 유달리 간이 잘 배어 맛있었던 편육까지 두어 번 수선스레 움직이며 소복할 정도로 담았다.

“고마워요.”

어색하게 답하자 서훈은 피식 웃더니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귓속말은 시늉뿐이라 그리 넓지 않은 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다 듣기에 충분했다.

“왜 그래요  진짜 이상해. 후밴 거 다 아는데.”

음식에서 두 사람에게로 일제히 옮겨온 시선이 불편해 입을 꼭 다물어버렸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닭살 돋아.”

“아버지가 전에 그러셨잖아.”

작게 우물거리자 서훈이 기막히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고 정말 그래  그날도 내가 싫다고 했잖아.”

젓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해파리냉채만 들었다 놓자 서훈 어머니의 명랑한 음성이 들렸다.

“그래요. 편하게 해요. 나도 이 사람이랑 네 살이나 차이 나는데 나이 먹다 보니 맞먹어. 그치 ”

서훈의 아버지가 허허 웃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기분 좋게 눈이 휘어지는 모습은 아버지한테서 온 거구나.

“그래, 건 좀 오버다. 웬 높임말이야. 두 살이나 어린 녀석한테.”

맞은편에 앉은 서연이 톡 던지듯이 말하고는 갈비찜을 덜어갔다. 초등학교 동창생이자, 이제 손위 시누이가 될 그녀를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불편했다. 물끄러미 살피듯 보다가 채 거두지 못한 시선을 갈비찜에 두고 있었나 보다.

“이것도 먹어봐요. 되게 맛있다 ”

서훈은 갈비 살에 노란 밤까지 듬뿍 덜어 소영 앞으로 두었다.

“많이 드세요.”

서진이 소영에게 그릇째 밀어놓으며 말했다. 눈이 마주치자 웃어 보이는데 괜스레 맘이 뜨끔거렸다. 그날, 모임에서 서진이 울던 모습, 원망하는 목소리가 떨쳐지지 않았다.

후…….

저도 모르게 기운 빠진 숨이 나오려는데 서훈이 알아차렸는지 팔을 자연스럽게 쓰다듬었다.

‘힘들지 ’

작게 움직이는 입술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열심히 먹었지만 접시가 빌 틈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유달리 입맛에 맞다 싶은 걸로만 조금씩 더 채워졌다. 물론, 서훈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덕분이었다.

“이건 튀긴 건데 기름기가 하나도 없어요. 먹어봐요.”

도미탕수를 한 점 놓은 걸 보고 슬쩍 눈치가 보여 말리려는데 서연이 커다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서훈아, 그만 줘. 소화 안 되겠다.”

“그런가  그럼 그만 먹어.”

“아니, 맛있어.”

“서훈이 쟤가 예민한데 보면, 은근히 요령이 없어. 지금 그러는 거 소영이 집에 가서 해. 그래야 편하게 거절도 하고 너도 점수도 따고 그럴 거 아냐.”

“건 맞아. 그러면 되게 맘이 불편해. 근데 남자들 다 요령 없지 뭐.”

무심하게 끼어드는 서진에게로 자연스레 화제가 옮겨졌다. 최 상무도 그러냐는 질문에 당연하지, 으쓱해 보이는 서진은 최 상무 할머니가 처음에는 싸늘하게 봤다는 말도 했다.

“근데, 것도 반복되니 말야, 이젠 뭐 최 상무가 제 밥 먹느라 나 안 챙기면 먼저 챙겨주셔. 우하하. 회장님이 나 좋아하는 음식 다 아시더라구.”

“아예 너네 둘, 세트로 염장을 질러라. 쳇!”

서연이 말은 무섭게 했지만 어쩐지 흘겨보는 눈조차 밉지 않아 보였다. 워낙 예쁜 아이기도 했고 그리고 서연은 서훈을 참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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