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왕의 신부-98화 (98/114)

98. 이어지는 시간 (5)

2018.07.09.

시왕이 거느린 지옥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온갖 지옥을 모조리 가져다 이어 붙인다 한들.

그 어떤 곳보다도 이곳은 지독했다.

작게 울린 소음과 함께 멈춰버린 시간.

크게 뜨인 풍천의 두 눈은 벌어진 그대로 참혹한 모습을 품고 있었다.

고였던 눈물이 마저 흐르지 못한 그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딱했다.

하지만 처참하기 그지없는 이곳에 작은 소음과 함께 나타난 소녀만은 예외였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머리타래가 걸음걸이를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러나 머리 양쪽으로 늘어뜨린 것은 머리가 아니라, 오색실을 땋아 드리운 실타래.

형형색색의 화려한 실을 드리운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법도 했으나, 작은 두 발을 조용히 옮기는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단정했다.

흡사 보이지 않는 계단이라도 딛고 내려오는 듯 그 걸음걸음에 범접 못 할 고귀함이 서려 있었다.

작은 발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지막 계단을 내려섰다.

톡-.

소녀의 발이 바닥에 닿자, 울릴 리 없는 묵직한 소음이 땅을 파동에 떨게 했다.

그리고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겁게 깔린 금홍의 운무와 그 사이를 빼곡히 채우는 실성한 자의 웃음소리.

누군가의 절망과 누군가의 바람이 무자비하게 얽혀 숨이 막힐 지경인 이곳의 시간이 다시 흘렀다.

소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켜더니 온갖 감정이 뒤섞인 공기에 폐부를 찔리기라도 한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가슴을 꾹 눌렀다.

이거야 원.

숨날을 멎게 할 정도의 사나운 감정이라니.

“난장판이구나.”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에 마치 속박이라도 당한 듯, 모두의 움직임이 다시 한번 멈췄다.

소녀가 움켜쥔 적막함을 깨트린 건 염휘였다.

“마……고시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잔혹한 운무를 흩뿌리던 남자가 나직이 읊조린 소리가 소녀를 명명했다.

조금 전까지 숨이 막힐 것 같은 살기를 피워내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떨림을 가진 염휘의 목소리는 금홍의 운무를 가르고 모두의 고막에 또렷하게 그의 소리를 전했다.

염휘의 말에 경악한 듯 풍천이 발작적으로 소리를 터트렸다.

“마고시라고?”

“말도 안 돼!”

풍천의 넋 나간 목소리의 울림이 사그라지기도 전.

상제의 새된 소리가 그새를 못 참고 경망스럽게 울렸다.

이 와중에 마고를 부정하는 이는 상제뿐이었다.

“이럴 수……!”

재차 날카로운 소리를 터트리던 상제가 마고의 손짓 한 번에 입이 막히고 몸이 굳은 채 두 눈만 끔뻑였다.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손짓이었으나, 소녀는 마고.

감히 상제나 귀왕이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이 모든 세상의 현신이었다.

두 눈에 핏발을 세워 제아무리 영력을 돋워본다 한들, 마고가 속박해놓은 몸이 풀릴 리 없다.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봉인’ 당한 상제가 속박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소녀의 시선이 복잡하게 물들어갔다.

“마고시여…….”

그러나 마고는 이내 상제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울지 못하는 눈물을 머금고 금홍의 운무를 흩뿌리는 아름다운 사내가 그녀를 간절히 청하는 소리에는 지체할 수 없었다.

“…….”

절망에 검게 죽어버린 그의 희망이 손에 잡힐 듯 또렷했다.

금방이라도 재가 되어 흩어져 날린대도 이상치 않았다.

염휘는 자멸하고 있었다.

절망에 삼켜진 그가 피워내는 살기가, 그의 명을 깎아 피워내는 것인 양 독하고 위험했다.

그러나 마고는 그런 염휘를 보며 방긋. 천진할 정도로 환하게 미소지어주었다.

생명의 전을 터트려버릴 만큼 피워내는 금홍의 운무를 밀어내며, 작은 발을 내딛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사박-.

비단에 싸인 작은 발이 걸음을 딛는 소리가 선명했다.

“이런, 언제 보아도 네 녀석의 미태는 눈이 부시구나. 염휘야.”

마고라 불린 소녀는 염휘의 지척으로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염휘의 가슴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작은 소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귀왕을 보면서도 입꼬리에 매달린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흐응, 정말이지.”

그리고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염휘를 보며 희롱이라도 하듯 점잖지 못하게 입을 뗐다.

“눈물을 흘려도 잘 어울릴 테지.”

생각만 해도 손끝이 짜릿하구나.

소녀는 무서운 소리를 태연히 중얼거리며 염휘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조금 전처럼, 무신경하고 태연한 것 같아 보였으나 이번엔 달랐다.

마고의 한 걸음 만에 무겁게 눌린 공기가 대번에 상쾌한 것으로 바뀌고, 기다렸다는 듯 바람이 불어 들었다.

향긋함을 실어 나르는 바람이 오색의 실타래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갔다.

짜랑.

실타래가 바람에 나부끼며 날 리가 없는 경쾌한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실바람을 맞고 서 있던 염휘가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두 눈을 감았다.

차갑게 굳은 것 같은 그의 은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길고 마른 손가락이 열 오른 눈두덩을 가만히 덮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그의 손아래 얼굴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 표정 아래 누르고 있는 그의 심사는 또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참담한 절망이 젊은 왕에게서 흘러넘쳤다.

풍천이 고개를 돌리고, 불어오는 실바람이 머리를 흩트려 염휘의 모습을 가려줄 만큼 벼랑에 몰린 상처 입은 사내의 모습이었다.

“저런. 울어주려느냐.”

절망한 남자의 그림 같은 모습을 보고도 마고에게선 태평한 소리가 연이어 새어 나왔다.

“마, 마고시여. 그 뜻은…….”

마고를 보고 눌러둔 감정이 터져 격해진 염휘를 대신해 풍천이 말을 이었다.

그는 염휘가 어째서 저러는지를 알고 있었다.

마고가 현신하자마자, 염휘의 눈이 누구를 찾았는지 풍천은 보았던 것이다.

한 가닥 남은 희망에 그의 홍안이 다급하게 소희를 찾아 담던 것.

그리고 사지말단뿐만이 아니라 전신으로 투명함이 번져 손쓸 수 없을 만큼 깨져버린 그녀 또한 그의 망막에 또렷이 새기는 것까지.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왕을 잠식하던 슬픔을 풍천은 보고 말았다.

귀왕이신 염휘가 깨진 영을 한두 번 보았을 리 없고, 그 상태가 의미하는 바를 모를 리가 없다.

소희는 틀렸다.

마고께서 너무 늦으셨다.

천신께서 돌보아 주신다 한들, 그것도 가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

이제 그녀는 곧 먼지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풍천은 ‘천신 마고’의 위대한 힘에 제 남은 미련을 쏟았다.

이 세계의 창조자이자, 그 자체이신 분 아닌가.

그런 위대한 분이 겨우 영체 하나를 되돌리지 못할까 하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제 미련에 아낌없이 퍼부었다.

하지만 절망한 자신의 주인에게 건네는 마고의 말은 풍천의 희망마저 단숨에 짓이기는 것이어서 풍천은 감히 마고 앞에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 그 뜻은 무엇……입니까.”

버려지지 않아 미련이었다.

끊어지지 않아 집착이었다.

풍천은 퍼덕거리는 심박에 당장 숨이 멎을 것 같았으나 다시 한번 마고를 청했다.

“들은 대로이지. 으흥. 풍천이로구나.”

풍천은 자신을 알아봐 주시는 마고께 감사를 올릴 정신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염휘의 눈에서 기어코 피눈물을 뽑으시겠다는 건가.

“크으…….”

마고께서 친림하시어 선언하신 고로, 이제는 가망 없는 미래를 그저 감내해야 할 모양이었다.

벌벌 떨리는 몸이, 절망에 찬 마음이 무거워 풍천은 머리를 생명의 전 바닥에 떨구어져버렸다.

‘소희님.’

인간의 태를 좀체 벗지 못한 그녀를 두고 온갖 입질 하던 아이들도 끝내 저 고운 마음에 항복하고 말았다.

“교아야.”

달 아이를 받아들고 태로 품으신 양, 사랑에 겨운 목소리로 부르고 또 불러주셨더랬다.

다 커버린 아이를 마냥, 어린 것 대하듯 다정하고 온기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았더랬다.

사자가 된 그 아이, 감내해야 할 엄혹한 운명에 울어주고 지켜봐 줄 것이라 다짐하며 마음을 쏟아 격려했다.

일찍이 달 아이를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대해주던 귀문의 별이 있으셨던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상냥하시기에 다들 마음을 뺏겨버린 지 오래였다.

툭하면 눈물을 흘리던 커다란 눈.

그녀가 대신 흘리는 그 눈물에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반한 건 염휘뿐만이 아니었고, 모두 한마음으로 소희가 되어줄 귀문의 별을 고대했다.

허나 이제 그것이 모두 허사라니 풍천도 믿기지 않아 정신이 아득할 정도인데, 염휘의 심사야 일러 무엇 할까.

“크흑-.”

절로 터져 나온 비통함이 신음이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달 마마.”

언제고 부르고 싶었다.

멀어지는 그녀를 달 마마라고 크게 외쳐 불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풍천의 작은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었다.

“달 마마?”

넋이 나간 탓에 풍천의 생각이 말로 새어 나간 모양이었다.

풍천의 말 그대로 따라 외는 마고는 천진한 표정이었다.

“아아, 그래 귀문의 별을 더러 달 마마라고 불렀었지. 맞아.”

생긋.

복사빛으로 물든 예쁜 입술이 나긋하게 미소를 그렸다.

먼 데를 보는 시선으로 한껏 사랑스러운 표정을 피워내던 마고의 시선이 이내 염휘에게 닿았다.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여전히 눈두덩을 누른 채, 뭔가를 연신 삼키는 염휘의 목울대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염휘야.”

“…….”

“염라의 첫 번째 불.”

“……마고시여.”

마고가 재차 부르도록 대답을 못 하던 염휘에게서 한참 만에야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울렸다.

슬픔을 잔뜩 먹은 그의 목소리가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운명은 그 누구라도 바꿀 수 없는 법.”

잔인할 정도로 담백한 마고의 답에 염휘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그렇다면, 제가 소희와 함께 떠날 수 있도록…… 하계에 새로운 귀왕을 내려주십시오.”

“…….”

기함할 소리였다.

염휘는 절망에 먹혀버렸고, 하계의 주인은 지금 마고께 자신의 죽음을 청원하고 있었다.

풍천은 제가 마고 앞이라는 것도 발작적으로 염휘를 불렀다.

“염휘시여!”

마고의 침묵이 승낙이 될까봐 애가 타고 간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지금 염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간절히 바라고 바란 별을 눈앞에서 잃게 된 참이라 그는 미쳐버렸다.

미치광이의 말을 들어주실 리는 없으나, 만에 하나라는 가정이 붙었다.

풍천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미.

너무 많이.

이십여 년 전서부터 시작된 그의 상실은 그칠 줄 모르는 욕심꾸러기였던가.

천의 주인을 눈앞에서 잃고.

그의 벗을 내어주고.

그것으로 부족해 또다시 벗을 집어 삼키더니 망극하게도 별과 천의 주인마저 탐하려고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애초에 상천으로 올라오며 다짐하지 않았던가.

잃지 않을 것이라고.

두고 가야 한다면 그의 목숨이라고.

풍천은 넝마가 된 몸을 두 팔에 실어 기기 시작했다. 꼴사나운 모습이 생각날 리 없었다.

모자라지만 제 목숨을 가납하고, 염휘를 거두지 마시라 애원할 것이었다.

끼이이익-

끼이익-

그의 갑주가 돌바닥을 긁어내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런 애탄 풍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염휘가 다시 입을 뗐다.

“청천의 전에서 좌를 물려받은 것은 제가 유일할 것입니다.”

귀를 긁어내리는 소음 사이로 뭔가를 회상하는 듯 나직한 염휘의 목소리가 울렸다.

풍천은 필사적으로 기었다.

말로 안 될 것이니 가서 이 두 팔로라도 매달릴 것이었다.

“그 상실감을 겪고, 찾아낸 귀문의 별입니다. 갑작스레 부모를 잃었던 탓에 자식의 구명을 바라는 소희 부친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안다.”

이번에도 마고의 대답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다.

그녀는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염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셨습니까? 저는 여태 그것이 ‘호기심’ 같은 건 줄 알았습니다. 변덕 같은 것 말입니다. 허나 이제 알겠습니다. 그건 공감이었습니다. 상실을 아는 자의 공명.”

손을 내려 거둔 아래 염휘의 두 눈은 이미 한껏 맑아진 홍안이었다.

촉촉이 젖은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염휘는 싱긋 웃었다.

또르르.

희게 질린 뺨을 타고 맑고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몰랐으니 버텼던 것이지, 알고는 못 버틸 참입니다.”

그 상실감과, 가슴을 에는 슬픔을 두 번은.

무람없이 마고에게 시선을 맞댄 염휘가 속삭이듯 했다.

“허락해주십시오.”

“마고시여. 안됩니다.”

그들의 발치께까지 기어온 풍천이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염휘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살아있는 듯 끊임없이 불타오르던 눈동자가 텅 빈 채로, 말갛게 미소 짓는 염휘의 모습에 풍천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마고의 발치에 제 머리를 가져다 댔을 뿐이었다.

염휘의 절절한 마음에 입을 뗄 수도, 그를 놓을 수도 없는 풍천의 최선이었다.

“잘 우시는 분입니다, 아마 아실 테지만 겁도 많지요. 마음이 여리고 상냥하기만 한 탓이지요.”

온 사지가 이미 투명해져 바닥이 그대로 비쳐드는 소희를 바라보며 염휘가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분을 혼자 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 내 생각도 그렇단다.”

마고는 염휘의 말에 처음으로 동조를 해주었다.

마고의 발치에 고개를 떨군 풍천에게선 이미 한참 전부터 습한 것이 소리도 없이 마구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수라와 소희가 외롭지 않을 것이라, 그것이 가장 흡족합니다.

낮게 속삭이던 염휘의 다정한 시선이 처참한 모습의 둘에게 잠시 닿았다가 떨어졌다.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에 그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눌러두었던 분노가 그들의 모습을 보자 다시 치미는 듯, 간신히 진정되어가던 그의 영력이 다시 사납게 흘러나왔다.

“흐으…….”

풍천의 머리마저 아찔할 만큼 극의 달한 영력.

염휘는 순식간에 생명의 전을 가득 채울 만큼 금홍의 운무를 피워내 버렸다.

“이런…….”

황금으로 물든 눈동자를 해선 느리게 눈을 감는 염휘는 난처한 듯 쓰게 웃었다.

그러더니 뒤로 두어 발자국을 물러섰다.

아수라와 소희를 피하는 몸짓이었다.

아주 작은 충격에도 단번에 끊어질 숨날이었다.

염휘가 소희를 안아 들지 못하고, 힘으로 봉인한 아수라를 피하는 이유였다.

애틋한 시선이, 애끓는 마음이 그를 맴돌게는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그들을 이곳에 매어두고 싶은 욕심이 염휘를 물러나게 했다.

“명을 거두어 달라 청하긴 하였으나.”

염휘는 자신을 바라보는 마고에게 설명하듯 입을 뗐다.

“무로 돌아갈 것이지요.”

이분에게는 두 번 다시 이 바람도, 이 햇살도 허락되지 않을 테니.

마지막 그 순간까지는 지켜봐드리고 싶답니다.

서둘만한 시간도 허락되지 않겠지만,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지 않습니까.

담담하게 이어지는 염휘의 말에 풍천의 어깨가 들썩이고 삭이지 못한 울음소리가 기어이 새어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고에게서 작은 한숨과 함께 답이 돌아왔다.

“좋은 날이구나.”

“그렇지요.”

햇살이 찬란한 밖을 내다보는 마고는 태연했고, 대답하는 염휘 역시 웃는 낯이었다.

짹짹-

어디선가 작은 새소리가 울리는 것까지,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염휘와 함께 밖을 바라보던 마고가 비쳐드는 햇살에 눈이 부신 듯 손 그늘을 만들며 해맑게 웃었다.

“자, 그럼 궁상은 끝났느냐?”

“……무슨?”

조금 전까지 진중하게 대화를 하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경쾌한 목소리였다.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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