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왕의 신부-76화 (76/114)

76. 바람을 머금은 향내 (9)

2018.04.23.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달그락거리는 찻잔 소리만이 울렸다.

마주 앉은 것은 두 몫이나, 서로 시선도 마주치지 않아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따끈한 차만이 오로지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한 잔 더 드리겠사옵니다.”

상제의 옆에 시립해 있던 나인이 비어버린 찻잔에 차를 채웠다.

쪼르르륵-

맑은소리와 함께 보라색 물이 하얀 자기 잔을 채웠다.

향긋하고 청량한 기운이 찻잔에서 한가득 일렁였다.

“향이 좋구나.”

여태 말없이 차를 마시던 상제가 가느다란 목소리를 냈다.

“서녘의 달빛을 조금 구했사옵니다.”

“고생했겠구나.”

완연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매일 매 순간 상제는 늙어 시들어지고 있었다.

생기를 다한 꽃송이처럼 짧은 순간에 충실하게 사그라지는 그의 모습에 누구 하나 말을 할 법도 하건만, 모두 며칠 사이 노인이 되어버린 상제를 못 본 척 하고 있었다.

“나도 한잔 더 다오.”

맞은편에 앉은 휘에게서도 차를 청하는 소리가 나왔다.

“이제 몇 잔이나 더 마시겠느냐만서도, 그 맛이 참 신묘해 자꾸만 청해지는구나.”

주름진 손이 뜨끈한 찻잔을 움켜쥐며 멋쩍은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채신머리없는 말씀을 무엇하러 덧붙이십니까?”

그런 상제의 말에 질색하듯 노부인의 목소리가 목청을 돋웠다.

“이제 길어야 보름 아니겠습니까?”

“한 달이 될지, 일 년이 될지 그 누가 장담합니까?”

뾰족한 답에 상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힘을 물려주고, 젊음을 유지하던 육신이 나이를 먹기 시작하고 보통 한 달이면 그 좌를 물려주었다.

더러 짧으면 서른 날을 못 채우기도 했다지만 그즈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벌써 보름이었다.

매 순간 날숨을 따라 영력이 부질없이 흩어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손끝에 두르는 영력은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였고 안력을 돋워도 본궁 바깥은커녕 겨우 벽 하나도 넘머 보기 힘들었다.

상제는 빠른 속도로 자신이 사그라드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휘도 마찬가지이다.

본디 상제와 휘는 부부로 엮이기 전부터 그 운명의 끝이 닿아 있는 이들이었다.

한날한시에 그 좌를 물려주는 것인데, 휘만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상제는 찻잔을 쥐고 있는 주름진 손을 보며 슬핏 미소를 지었다.

참 덧없었다.

이 손으로 누가 땅을 일으키고, 용암을 불러내 대지를 만들었다 할 것인가?

황금 활에 시위를 매겨 천의 경계에 활을 날렸다면 믿어 줄 것인가.

기실, 상제의 좌는 조금 더 일찍 정리 돼야 했었는지도 모른다.

“…….”

보라색 찻물에 비쳐든 노인이 일순 무척 초라하고, 추악해 보여 상제는 주름진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었다.

누가 누구에게 미련을 부린다고, 탐을 한다 말을 할 수 있을까.

상제는 울렁이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시비에게 다정히 말을 했다.

“휘께 차를 좀 더 드리려무나. 간만에 즐기시는구나.”

아직까지 미련을 거두지 못하고, 다가올 미래를 겁내는 자신의 안곁에게 상제는 자신을 다독이듯 마지막 배려를 건넸다.

쪼르륵

맑은소리와 함께 청량한 내음이 풍겼지만, 상제는 더 이상 찻물을 마시지 않았다.

차마 목이 메여 찻물을 삼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신에 나인 아이에게 별것 아닌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이 귀한 것을 어디서 얻은 게냐? 귀왕께서 올려주신 것이냐?”

“아닙니다. 이름 없는 강 끝에 달을 낚는 이가 나타난 지 좀 되었습니다.”

“달을 낚는다고?”

“네, 그이 하는 일이 매일 달이 뜨면 달빛을 받고, 건지는 것이라. 수십 년 쌓인 달빛에 그 양이며 종류가 대단합니다.”

“그러하느냐? 퍽 신기하다.”

“그이에게 부탁하면 적월의 빛내림도, 서녘의 달빛도 모두 내어준답니다.”

“그 귀한 것을?”

“네. 그저 나누어 줍니다.”

그렇구나.

상제는 나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별 뜻 없이 꺼낸 이야기였고, 크게 관심 없는 대답이었다.

찰랑.

흰 자기잔에 가득 들어찬 보라색 물이 참 고왔다.

“어머나, 소희님?”

아침 햇살을 타고 아이들이 소희의 침방으로 들어온 건 별스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소희의 모습이 남달랐다.

“반요구나.”

소희는 눈을 비비며 아이를 반겼다.

언제부터 반요도, 조양이도, 회랑을 걷는 아얌이도 모두 ‘아이’들이었다. 궁녀라든가 시비와 같은 말로 불러지지 않았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내림 받은 아이란 걸, 첫아이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되어 ‘아이’ 말고는 다른 말이 입에 담겨지지 않았던 탓이었다.

소희는 저를 보며 호들갑스럽게 구는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웃어주었다.

또 무슨 일인 건가.

뒤따를 아이들의 말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세상에나.”

하지만 웃음이 나는 건 소희뿐이었다.

소셋물을 받아 오던 조양이 대야를 들고선 놀라 크게 몸을 떠는 통에 바닥으로 물이 넘쳤다.

바닥을 적시는 물을 보고서야 소희는 일이 났구나 싶어 미소를 거둬드리고 놀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왜들 그런다니?”

두 아이들의 시선이 제게 향한 고로, 소희는 뺨이며 이마를 빨리 매만지며 물었다.

머리를 쓸어 넘기고, 느슨하게 벌어진 침의를 잡아당겨 묶었다.

“그게 아니오라.”

반요가 크게 벌어진 입을 가리던 손을 들어 소희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소희의 머리카락이었다.

“왜?”

너무 놀라 하니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 반요가 가리킨 머리를 끌어다 만지며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왜 그…….”

벌벌 떨리는 손끝이 가리키는 대로 시선을 떨구자 소희의 눈에도 들어왔다.

어둠이 바랜 듯. 빛을 머금은 듯.

머리끝에서 한 뼘이나 됨직한 부분이 은빛으로 물든 것이.

“아…… 간밤 염휘께서 술법을…….”

한번 보았다고 눈에 익은 다정한 은빛.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하던 소희의 말이 일순 잦아들었다.

술법은 진즉에 풀렸다.

간밤 환의 손을 타고 터진 빛이 머리채를 물들였던 것도,

다시 밤하늘처럼 까매진 머리도.

그 직후 사신의 문을 건넌 것까지 모조리 생각났다.

“풀어주셨는……데?”

소희는 머리채를 물들인 다정한 빛에 당황한 듯 낮게 중얼거리던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그리고요.”

당황해하는 소희에게 반요가 면경을 끌어다 놓아주었다.

“또 뭐가…….”

주저하며 비쳐든 자신을 바라보던 소희에게서 짧은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제보다 더 확실해지고, 맑아진 붉은 기운이 눈동자에 새겨져 있었다.

검붉다기보다 이제 붉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비록 아수라나 염휘같이 맑고 선명하지는 못하더라도, 홍안이었다.

“너무…….”

“아름다우세요.”

멍하게 울리는 목소리들이 어쩐지 현실감 없었다.

소희는 꿈이지 않을까 싶어 보이지 않게 소매 속 손등을 꼬집었지만, 찌릿한 아픔은 현실이었다.

“……간밤, 사신의 문을 또 넘었는데…….”

“또요?”

놀람이 당연했다.

이러다가 49일이 아니라 서른 날도 못 채우고 사신의 문을 건널 것 같다고 소희도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가 싶구나.”

“그런 듯싶습니다.”

“사실 나도 얼떨떨하니,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긴 하다만. 짐작하기에 그것 말고는 짚이는 데가 없어서.”

“확실합니다. 인간의 모습을 벗고 점점 귀문의 별이 되어가시는 중이지요.”

“정말일까?”

“그럼요, 본디 별로 태어나신 분. 인간의 육신에 가려져 있어 그렇지 본디 별은 홍안에 은발입니다.”

반요와 조양은 조금 전까지 놀랐던 아이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확신에 차 대답했다.

소셋물을 탁자 위에 올려주고, 옷을 고르면서도 그 입은 쉬지 않았다.

“전대의 별께서는 그러셨구나?”

소희의 말에 냉큼 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별께서는 항시 은발에 홍안이십니다. 귀왕께서 그러시듯. 하계의 지존이시니 당연한걸요.”

“그럼 내가 은발에 홍안이 되어가는 건 별이라는 증거이겠구나?”

가는 떨림이 묻은 소희의 말에 다시 확답이 돌아왔다.

“그럼요. 소희님께서 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아이들은 혹시라도 소희가 ‘휘’에 미련을 가지는 건가 해서는 점점 그 목소리에 열을 띄웠다.

“명부를 이미 하계로 옮겨오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별로 거듭나는 것이지요.”

“휘를 타고 나셨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것이니?”

“그렇지요. 하계에 계시며 명부를 받아오시는 분께 하계의 색이 내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갑자기 변하거나.”

“절대 아닙니다.”

보란 듯이 도리질 치며 눈썹까지 찡그리는 것이 정말로 질색하는 표정이라 진지한 와중에 슬쩍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소희는 말캉한 입술을 질겅거리며 간신히 웃음을 눌러 참고는 태연한 신색을 유지했다.

“이미 달 아이도 보신 분께서 별이 안되시면 큰일입니다.”

누가 보기에도 발목 잡고 싶어 하는 말에 다시 한번 소희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웃음을 참았다.

저렇게 붙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남으려고 마음먹은 것을.

휘와 별이 깃든 이 몸은 모두를 괴롭게 하는구나.

예전 같으면 처량맞은 신세타령이 나올 법했겠지만, 이제 소희는 그러지 않았다.

“정말 큰일이지. 그러니 하루빨리 사신의 문을 건너야겠구나.”

온전한 별이 되어 모두를 안심시켜야 하지 않겠니.

질척이고, 미련 맞은 생각은 확실히 사신의 문을 건널 때마다 많이 줄어들었다.

상천에 다녀온 소동 뒤에 환과 마음을 다진 덕도 있을 테지만, 옛 생각에 잡혀있는 것이 확연히 줄기도 했다.

‘덕실이나 유모가 들으면 서운할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찾아든 추억에도 웃음이 나니, 소희는 이제야말로 제가 인세의 인연에서 한참 멀어졌음이 실감 났다.

“그런데 전대께서는 어떤 분이셨니?”

소희는 제 치레를 거드는 반요에게 물었다.

허리띠를 졸라매주고 향낭을 달아주는 반요의 손이 야무졌다.

“인자하신 분이셨습니다.”

작은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옷 주름을 매만지고 향풀이 든 향낭을 탁탁 두드려 모양을 잡아주며 그만큼 빠릿하게 대꾸했다.

“달 아이들이 많이 그리워했겠구나.”

첫마디에 인자하다 말이 나올 정도면, 정 많고 마음씀씀이가 푸근한 분이셨을 테지.

소희는 반요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저도 슬슬 별이 되어간다 치니, 달 마마들께서 어떤 분들이셨는가, 무슨 일들을 하셨는가 궁금해서 별 뜻 없이 물어본 말이었다.

괜한 말에 아이들의 마음을 헤집은양해서 소희는 절로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의외였다.

“왜요?”

소희의 염려와는 달리 반요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왜냐니, 낳아주신 분 아니시니. 보고 싶고 그리울 테지.”

“이미 천신이 되신 분께 복을 빌면 모를까 그립진 않습니다.”

소셋물을 버리고 돌아온 조양이 소희에게 담백하니 대꾸하며 얇은 도포를 다시 걸쳐주었다.

“그런……?”

이해하지 못하는 건 소희였다.

“소희님, 첫 달 아이를 내어주시고 그 정이 깊으신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조양은 도포단을 펴주며 말을 골랐다.

반요는 설명하기가 어려운지 조양에게 답을 미루고 모르는 체 하는 중이라 소희는 뜸을 들이는 조양의 입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모든 아이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 그렇지. 들어서 알긴 한다만…… 그래도.”

조양은 성장을 끝낸 소희를 차가 준비된 탁자로 모시며 말을 이었다.

“혼례를 올리신 달 마마께서 달 씨앗을 내주시면 궁녀들이 거둬갑니다.”

“…….”

모두들 소희의 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인계에서 오신 귀문의 별.

이름 없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오신 탓에 인간의 습성이 그대로 남으신 가여운 분.

한몸에 휘와 별을 지니고 계셔 달 마마의 본능이 깨어나지 못한 딱한 분.

사신의 문을 건너며, 수차례 위기를 넘기신 분.

하계의 지어미가 될 분은, 그녀를 기다리던 하계의 모든 이들처럼 딱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분이 ‘노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계신 중이었으니 궁금하시다면 무엇이든 알려드릴 참이었다.

쪼르르륵-.

찻잔을 채우며 이어지는 조양의 설명은 소희에게 무척 중요했다.

다들 귀문의 별이 되어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귀문의 별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모두들 소희가 당연히 자연스레 터득할 거라 여겼지만, 그렇지 않았다.

뿌연 안개 속을 걷듯, 소희는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막막했다고 하면 믿어주려나.

“궁녀들이 받아간 씨앗은 삼칠일 동안 밤마다 달을 쬐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 수많은 씨앗을 누가 돌볼까요?”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보겠느냐?”

“아닙니다 소희님. 달 마마께오선 무척 바쁘신 분입니다. 달 아이를 키워내는 일만 하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계에 내려주셔야 할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럼?”

“각 전에서 달 아이들을 보내달라 요청드리고 염휘께서 허하시면, 각 전에서 씨앗을 돌보러 옵니다.”

“그럼…… 그이들이 씨앗들을 돌보는 것이니?”

“네.”

조양은 다소 복잡할지도 모르는 말을 단번에 이해한 소희에게 기쁜 듯 대꾸 하며 웃었다.

“아아, 그래서 달 마마가 그립지 않은 것이구나?”

“그립지 않다기보다는 멀고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이시지요.”

“맞습니다. 교아가 특별한 것입니다.”

뒤늦게 반요가 끼어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계의 달 어미이십니다. 하나하나 보살펴 주실 수 없으시지요. 모두가 바라여서도 안되고요. 저희를 키우는 건 다른 분들이지요.”

“그럼 너희는 누가 키워준 것이냐?”

“저희는…….”

조양이 머뭇거리자 이번에는 반요가 흔쾌히 대꾸했다.

“저희는 낙오된 아이들입니다. 사자가 되지 못하고, 웃전을 보필할 수 없어 궁으로 보내진 것입니다.”

“……!”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반요는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도 여기저기 다녀왔더니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리운 분이 없어 오히려 다행입니다.”

“반요야…… 그런.”

“전 교아보다 제가 나은 것 같아요, 소희님. 정을 알아버린 사자가 평생을 얼마나 달 마마를 그리워하며 살 것입니까.”

“!”

“항시 남의 좋은 것만 마음에 담아서야 늘 괴로울 뿐입니다. 저는 궁에 남겨져 정말 다행입니다. 이렇게 소희님을 평생 모시게 되었잖습니까.”

히힛.

방정맞은 웃음소리를 덧붙이는 반요는 진심이었다.

늘 덤덤한 표정의 조양의 눈꼬리까지 달아오른 것을 보니.

소희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던 것이 그제야 진정되었다.

이제라도 행복하다니 다행이다, 하고.

놓아지던 마음이었건만.

정을 알아버린 사자라는 말에 못 견디게 가슴 끝이 쑤석거렸다.

“하지만 소희님 혹시 마음 쓰이실까 해서 올리는 말이온데.”

반요는 옅게 미소짓는 소희에게 여전히 싱글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교아는 평생 마음에 간직할 어미를 얻어 행운아입니다. 그 어떤 사자도 달 어미를 ‘어미’로 여기며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외롭고 힘든 순간 소희님의 존재만으로도 교아는 힘을 얻을 것이니 그 역시 잘됐잖습니까.”

혹시라도 마음 약한 소희가 교아를 안타까이 여길까봐 숨도 쉬지 않고 졸졸졸 읊었다.

“그래. 맞다.”

그래서 소희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던 마음을 한 번에 삼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교아를 평생 안 볼 것이 아니니 말이야.”

“예?”

“생각해보니 보러 가면 뭐 어떻겠느냐.”

내 아이인 것을.

소희는 찻물을 삼키며 상큼한 숨을 내쉬었다.

“흐음. 향이 아주 그만이구나.”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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