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갈라진 틈 사이 (9)
2018.03.02.
‘손님이 오실 예정이라 이만 일어나렵니다.’
직인은 정말로 차 한 잔 만을 마신 뒤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켜 돌아가 버렸다.
이상하게 치미는 불안감에 몇 번이고 붙잡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상냥하고 정중해 더 잡는 것이 민폐였다.
‘조심히 가세요.’
‘소희님. 안녕히 계세요.’
소청조를 데리고 나서는 직인이 건네는 인사는 평상시와는 달리 무척 멀게 느껴져 마치 다시 못 볼 사람이 하는 인사 같았다.
이상합니다. 왜 그러세요, 하기엔 그저 예의를 차린 말이라 꺼내 묻기 애매해 머뭇거리는 사이 직인이 미안한 듯한 표정과 함께 소희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는 내궁을 나섰다.
좀 더 붙잡았어야 했나.
오늘따라 아쉽고 허전한 기분에 소희는 직인과 소청조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이나 서서 지켜보고서야 몸을 돌릴 수 있었다.
“……!”
하지만 별생각 없이 몸을 돌려 내궁 회랑으로 들어서던 소희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여기가…….”
모든 것이 몹시 낯설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번을 오갔던 곳인데.
이건 정말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설어서 자꾸만 마음이 쑤석거렸다.
당황스러움에 몇 번을 둘러보고 나서야 이곳이 내궁 회랑인 것을 깨닫고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둘 곳 없는 시선이 허공을 의미 없이 헤매고, 내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꾸만 머뭇거렸다.
‘하기사, 내궁으로 들어가 무얼 한담.’
딱히 꼭 가야 하는 건 아닌데.
아이들을 불러 저번에 썼던 은쟁반이나 닦아볼까.
소희는 자꾸만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이 못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내궁 아이들을 불렀다.
내궁에 돌아가기 싫으니 해 좋은 후원으로 모두 불러내었다.
“은쟁반은 햇살 아래서 닦는 게 아닌걸요.”
달빛을 받는 은쟁반을 햇살 아래서 닦으면, 다음에 담는 만월이 모두 못쓰게 된단 말이에요.
반요가 면건을 들고 종알거렸지만, 소희는 평상시와는 달리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냉하고, 어딘지 거리감 느껴지는 표정에 내궁 아이들이 평상시처럼 떠들던 입을 하나둘씩 다물었다.
“소희님.”
“응?”
보다 못한 조양이 나서서 소희를 불렀다.
“어디 안 좋으십니까?”
“아니, 왜 무슨 일이니?”
아침이랑 영 다른 분이 되신 것 같아서요.
말로 전하지 못할 진심을 삼키며 조양이 어설프게 웃었다.
처음 보는 냉랭한 시선에 절로 숨이 들이켜졌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셔서 곤하신 게 아닐까 염려되어서요.”
“별걱정을.”
얼버무리는 말 뒤에 통박처럼 붙는 말마저 그녀가 아닌 듯 낯설었다.
내궁아이들은 햇살 아래서 면건을 야무지게 말아 쥐고 은쟁반에 광을 내는 소희를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원수를 노려보듯 이를 앙다물고 닦아대는 그녀의 모습이 자못 기괴하기까지 했다.
화나신 거라니?
작게 소곤거리는 이야기들이 소희에게만 들리지 않고 은근히 떠돌았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직인께서 속을 뒤집으신 거 아니니?’
‘그분 말씀 날카로우신 거야 하루 이틀이니.’
‘화나셨다한들 그걸 우리에게 내색하시던 분이 아니잖아.’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가끔 크게 튀기까지 했으나, 그 어떤 소리도 소희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왜 저러시는 거야.”
나 무서워.
반요가 울상이 되어 조양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이상했다.
이른 아침부터 매일같이 방문하는 직인이 무례한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었고, 간간이 못된 말을 하는 그분의 성정이야 일러 말하기 귀찮았지만.
소희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겨우 2다경 정도 직인과 차를 나누시고 돌아온 분은 아예 다른 분이 되어 있었다.
상냥하던 표정은 희게 말라붙어버렸고.
웃음 지어주던 예쁜 입술은 앙다물려 있었다.
그 잠시간에 변해버린 모습이 무서웠다.
소희의 손에서 윤이 나게 닦인 은쟁반이 쩔그렁거리며 하나둘 후원에 쌓였다.
동그란 앞이마에 진득이 물린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소희가 다음 쟁반을 집어 들었다.
이미 가져온 쟁반의 절반을 닦아버렸다.
저 은쟁반은 며칠 내내 밤공기에 둬 햇빛에 스민 기운을 날리고, 달을 쬐어 열기를 꺼뜨려야 다음번에 만월의 빛내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윤이 나긴 하나 더럽고 때 묻은 것보다 더한 상태였다.
망가진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리 말려도 소희는 듣지 않았고, 그 누구도 웃전인 소희에게 더는 강하게 말할 수 없었다.
바짝 얼어버린 공기 속에 눈치를 보다 나선 것은 결국 이번에도 조양이었다.
“시간이 벌써. 소희님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겠습니다.”
작은 손에 쥐어진 면건이 그사이에도 재빠르게 몇 번인가를 움직였다.
“소희님.”
“…….”
“소희님.”
“아?”
그제야 조양을 올려다 본 소희의 동공 안에 아주 잠깐이었지만 검푸른 빛이 났다.
“!”
깊은 어둠에서 따온 것 같은 시퍼런 빛.
조양은 저것을 어디서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비벼 다시 확인하기도 전 빛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눈앞에는 다시 까맣고 커다란 눈을 끔뻑이는 소희가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렀으면 말을 하여야지.”
“이제 단장하고 가보셔야 합니다. 벌써 정오께라 시간이 빠듯하옵니다.”
조양의 찬찬한 말에 그제야 소희가 손에 든 면건을 내려놓았다.
선뜩하고 차가운 은쟁반을 모조리 온기가 돌도록 닦아놨더니, 불안하고 섬뜩한 기분이 조금이나마 가시는 것 같았다.
“그러자.”
소희는 굳어버린 뺨을 움직여 가까스로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주었다.
아이들은 아무도 못 느끼고 있었다.
이곳이 얼마나 차갑고, 얼마나 음습한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다들 차게 굳은 표정으로 수군거리며, 그녀를 손가락질 한 것을 알고 있었다.
도대체 아침만 해도 안 그러던 아이들이 그 잠시간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소희는 무섭고 걱정이 되었다.
어서 무엇이든 해야 했다.
“…….”
불안하게 뛰는 가슴을 그나마 이 정도라도 버티게 해주는 것은 품속의 단도 덕이다.
소희는 가슴께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댔다.
손끝에 닿는 단단한 느낌에 정체 모를 이 선뜩한 기운을 밀어내주는 것 같아 안심되었다.
도망치세요.
안전한 곳으로.
직인의 상냥한 말이 귓가를 맴돌고, 그녀가 건네주던 상쾌한 차 맛이 떠올랐다.
오늘 직인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어쩌면 저 아이들처럼 이상하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꼭 뭐에 씐 것처럼 이상해진 아이들.
‘변했다고?’
울컥.
생각 끝에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이 하계는 어째서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건가.
겨우 차를 마시는 그 잠시간에 또!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소희의 가슴을 빼곡히 메우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짜증이었다.
“가시지요.”
“그러자.”
매일 매일이 위험하고, 매 순간이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부정하고, 위험하고, 더러운 것들이 가득 찬 하계.
어째서 자신은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달 마마’가 되어야 하는 걸까.
이 기구한 팔자 같으니.
나오느니 한숨이고, 터지느니 푸념이다.
“어서 가자.”
소희는 조양을 다그쳐 빠르게 움직였다.
손에 쥐고 있던 면건을 바닥에 내던지고 그대로 일어서자 무릎 위에 두었던 은쟁반이 후원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덩그렁.
꽤 큰소리를 내며 나뒹구는 은쟁반을 보고서도 소희는 돌아보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심박은 이내 머리로 옮겨간 듯 정신이 없도록 시끄럽게 굴었다.
소희의 신경은 점점 더 곤두섰다.
머리 위에서 짤랑이는 환의 머리꽂이가 귓가를 할퀴어대는 것 같았다.
‘이것까지 이렇게 시끄럽게 굴다니.’
잡아 빼버리고 나가려고 했지만, 어찌나 야물게 물려놓았는지 잘 빠지지가 않았다.
“반요야!”
소희는 반요와 조양을 소리쳐 불렀지만 심부름 보낸 아이들이 대답할 리 만무했다.
“필요할 땐 항시 없지.”
눈을 내리뜨며 말하는 소희는 날선 표정이 마치 누구와 똑같았다.
무감하고, 온기 없는 고압적인 표정과,
“이따위 것이나 꽂아두다니. 황금이니, 금강석이니 고운 것이 얼마나 많은데.”
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탐하는 태도가.
마치 누군가를 쏙 빼닮은 것 같았다.
“성가시게.”
혼자 사납게 중얼거리던 소희는 빠지지 않는 머리꽂이를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내일부터는 두 번 다시 찌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아예 어디 깊은 곳에 넣어두라 단단히 이를 참이다.
짤랑거리고 귀를 긁어대니 천하에 몹쓸 것이었다.
소희는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산란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어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던 소리가 잠들었다.
“아…….”
살 것 같다.
소희는 이마를 감싸 쥐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대체 왜 이런 것인지 환을 만나면 봐 달라 부탁드려야겠어.’
며칠 전, 하루 내내 눈에서 피를 흘리던 풍천을 단번에 고쳐주던 환의 놀라운 영력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날도 뒷목을 타고 오르는 서늘한 기운에 그녀 자신도 풍천 못지않게 힘들었더랬다.
면건을 수북이 피로 적셔내는 풍천 앞에서 내색할 수 없어 말았다지만, 내도록 춥고, 추웠다.
무섭고 불안하고 어쩔 줄 모르는 기분에 괴로웠더랬다.
풍천을 보살펴준 환이 자신에게로 그 손가락을 뻗었을 때.
그의 손가락을 타고 터져 나오던 황금의 빛무리가 아직도 생생했다.
전신을 감싸 안는 포근하고 안락한 따스함.
소희는 눈을 감고 그날을 회상하다 갑자기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목에 무언가 걸린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
“크…….”
그리고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이상한 기억.
마치, 얼마 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 기억이 남의 것인 양 멀게 돋았다.
간절히 숨을 바라는 입이 절로 벌어지고, 터지지 못한 호흡이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그리고 흐릿한 기억 끝에 난생처음인 직인의 무서운 표정과, 그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뭐지 이런 기억은.
소희는 뻐끔거리며 목을 잡고 애를 쓰다 그대로 탁자에 쓰러지고 말았다.
“흐읍.”
터지지 않는 숨을 바라는 핏발 돋은 눈은 눈물이 가득이었다.
환.
어서 나를.
가물거리는 시선이 끝내 어두워지고 말았다.
* * *
“소희님. 곤하십니까?”
“다녀오셔서 잠시 주무세요.”
쉬지 않고 울리는 다정한 듯,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감긴 눈꺼풀이 살짝 들렸다.
깜빡거리는 눈꺼풀 아래 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저를 부르는 소리를 쫒았다.
“소희님.”
“…….”
“이제 가셔야 한답니다.”
“어디로……?”
“그야. 염휘께 가셔야지요.”
잠이 덜 깬 건지 어눌한 말투에,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는 표정에 반요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요 며칠 밤이 짧다 사랑놀음하시는 두 분을 뵐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워낙에도 섬약한 분.
분명 오늘 다른 이가 된 듯 이상하게 구는 것도 피곤이 쌓여 그러실 테지.
오전 내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구는 소희의 모습에 잘 보살피지 못한 저 자신이 죄인같이 느껴졌다.
반요는 탁자에 엎드린 소희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일으켰다.
아침에 곱게 빗겨드린 머리 타래가 단정치 못하게 흐트러진 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새로 빗겨드릴 시간이 없었다.
반쯤 뽑힌 머리꽂이 덕에 머리가 엉망이 되어 다시 빗겨드리지는 못하더라도 손은 봐드려야 할 참이었다.
반요는 소매 안에 넣어 다니던 작은 머리꽂이를 두어 개 꺼내 흐트러진 머리타래를 잡아 눌러 꽂고 뽑혀 나온 머리꽂이를 힘줘 다시 밀어 넣었다.
풀러 내리지 마라 단단히 머리 묶고 그 끈 사이로 꽂아 넣은 것이 어째서 이렇게 험한 모습으로 빠져나와 있는 건지.
어디 걸리신 건가.
머리가 뜯기는 듯 아프셨을 텐데.
요것, 얌전히 머리에 붙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
반요는 손에 힘을 단단히 줘 염휘께서 하사하신 머리꽂이를 야물게 물려 놓고는 아직도 멍한 표정인 소희를 그대로 데리고 나왔다.
회랑을 걷는 소희에게 언제 뫼시러 갈 거냐 여쭈어도 답이 없었다.
소희는 마치 혼이 빠진 사람 같았다.
흔들거리는 걸음걸이만이 아니라 뜨고 있으나 초점 없는 눈이.
“그럼 제가 한 시진 후에 뫼시러 갈까요? 아니면.”
반요의 이야기는 채 맺어지지 못했다.
늦어지는 소희를 마중하러 나온 환이 회랑 끝에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갑자기 몸을 무섭게 떨어대는 소희 때문이었다.
이를 딱딱 부딪치며, 희게 질린 얼굴을 한 소희는 척 보기에도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아니, 왜…….”
도대체 뭐가.
반요는 이해할 수 없었다.
회랑을 비쳐드는 따스한 햇살이며, 맞은편에서 걸어오시는 염휘며, 사방에서 들리는 기분 좋은 새소리까지.
무서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건만.
혹시 어디 숨어있는 요괴라도 본 것인가 해서 바짝 긴장해서 사방을 둘러보던 것도 잠시.
소희가 부축하고 있는 반요를 밀치다시피 하는 덕에 반요는 그만 중심을 잃고 기우뚱하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져버리고 말았다.
“소희님!”
“안 돼 안 돼. 두 번은 안 돼.”
하지만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품에서 단도를 꺼내든 소희의 모습이었다.
두려움에 바짝 질린 표정으로 목을 감싸 쥐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궁지에 몰린 사람의 것이었다.
“도, 도망가야 해.”
알 수 없는 말을 쉬지 않고 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검집을 떨어뜨리고 날이 오른 단도를 치켜드는 것까지 선명하게 반요의 두 눈에 담겼다.
“소희님!”
어디서 난 단도일까. 궁금할 새도 없었다.
새파란 빛을 뿌리는 무서운 것으로 그대로 허공을 가르는 소희의 모습과, 회랑 끝에서 다가오던 염휘의 놀란 외침.
그리고 믿기지 않게도 소희가 휘두르는 그대로 하늘에 길게 난 검은 구멍을 보며 반요는 정신이 멍해졌다.
모든 것은 삽시간에 일어났다.
“이게 무슨……!”
멍한 소리에 답하듯 소희의 반 울음인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렸다.
“어서어서.”
“소희님!”
바닥에 쓰러진 반요가 소희를 다급하게 불렀다.
몸을 일으킬 새도 없었다.
일이 돌아가는 품새가 이상했다.
조급함에 얼른 손을 내뻗었지만 훌쩍 물러나는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소희는 다가오는 염휘를 보더니 자지러지게 놀라며 아예 울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눈물로 젖은 눈이 달려오는 염휘를 담고 있었다.
뺨을 흐르는 눈물이 소희의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적시고 회랑 바닥에 떨어졌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이 애처롭다 못해 위태로워 보였다.
소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벼락처럼 반요의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넘어지며 어디를 접질린 것인지 몸이 쉽게 일으켜지지 않아 반요가 엉거주춤 기며 잔뜩 공포에 질린 소희를 다시 부르려 했다.
“소희님 어……!”
쩔그렁.
바로 그때.
소희가 손에 든 단도를 내던지다시피 했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목을 감싸 쥐며 허공에 난 아공간에 몸을 던졌다.
아차 할 새도 없었다.
반요는 크게 치뜨인 눈을 깜빡이지도 못했다.
소희를 부르며 내뻗은 손이 그대로 허공에 멈춰있었다.
“소희야!”
비명 같은 염휘의 외침이 닿기도 전,
시커먼 아공간은 소희의 작은 몸을 집어 삼키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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