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왕의 신부-50화 (50/114)

50. 붉은 하늘에 뜨는 별 (5)

2018.01.22.

풍천은 역시 말주변이 없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소희는 들으면 들을수록 풍천이 딱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아수라를 이해하게 되었다.

“음…… 이것은 아수라의 영력이 깃든. 아니 주술이라고 하면 쉽겠습니까? 아수라의 힘을…… 음. 식신입니다.”

“네.”

벌써 몇 번째 같은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그의 말을 유추해 보건데 저것은 ‘식신’이라는 것으로 아수라가 그의 힘을 불어넣어 부리는 것인 듯했다.

하지만 소희는 이해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식신까지 부리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아뇨, 다 이해했습니다. 제 말은 아수라께서 왜 식신을 부려가면서까지 절 찾아오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귀문에서의 일이 훨씬 중차대하지 않은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풍천은 소희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자꾸만 무리해서 내궁을 다니러 오는 아수라가 걱정되어서인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하셨다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풍천의 말은 숫제 푸념이었다.

“식신을 부리는 건, 아니 식신에 스스로를 싣는 건 정말 힘들단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차라리 식신을 부리는 게 수백 배는 수월합니다. 힘도 덜 들고요.”

소희는 잘 모르지만 풍천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듣기로는 꽤 벅찬 모양이던데.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인지.”

풍천은 아수라를 탓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를 걱정해서였다.

구구절절이 묻어나는 걱정에 소희는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풍천께서 말씀을 드려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풍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절로 아수라가 걱정되던 참이었다.

귀문에 ‘요괴’를 처리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무리해서 내궁에 와주신다고?

요괴를 한칼에 해치우는 아수라의 무위를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에게 무리가 가는 건 사양이었다.

도대체 뭐가 걱정돼서.

소희는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풍천께서 꼭 말씀해주세요.”

“……어, 그게 말입니다. 사실 소장 짚이는 것이 있어서.”

조금 전까지 아수라가 식신을 부린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던 이의 표정이 아니었다.

멋쩍고, 침울해하는 표정이라니.

“무슨 일이길래!”

놀란 마음에 다급해진 소희와는 달리 풍천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아시잖습니까.”

“네?”

“그, 그날 이후로 아수라가 식신을 부리는지라. 소장 면구해서 말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날이라면……?”

소희는 풍천의 말에 작게 중얼거리다 깜짝 놀란 듯 입을 가리며 작은 탄식을 흘렸다.

“설마.”

“그런 것 같습니다.”

풍천은 한번 말문이 터지자 가감 없이 그날 일을 거론했다.

“소장이 조금 더 유능한 자였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수라라면, 염휘께서 안계서도…….”

“아닙니다.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풍천의 무거운 자책에 소희가 도리질 쳤다.

그날 일로 아수라가 식신을 부려가면서까지 내궁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에 소희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아수라는 지금 무척 무리하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소희는 마치 이 자리에 아수라가 있기라도 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안전해요. 풍천께서도 계시고, 이제 환…… 아니 염휘께서도 계시잖습니까?”

“그……렇지요.”

풀죽은 풍천에게 소희의 이야기는 헛되게 울린 모양이었다.

“풍천.”

소희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달라진 그녀의 음색에 풍천이 놀란 듯 눈을 둥글게 치떴다.

“아수라께 꼭 전하세요. 귀문에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내궁의 출입을 금한다고요. 식신도 금하겠습니다.”

“……네.”

“과한 염려입니다.”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아수라의 식신을 소중하게 품에 갈무리했다.

그저 종이일 뿐이지만, 아수라가 깃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자 든든했다.

그의 상냥한 마음을 떠올리자, 수라전으로 향하며 떠오르던 비틀린 옛 기억에 상심했던 것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녀가 과거에 마음을 쓰고 있는 사이 다른 이들은 그녀의 현재에 마음을 보내주고 있었다.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오는 건 감사했으나, 지금은 현실을 마주 봐야 할 때.

그러니 소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럼, 가시죠.”

소희는 생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

그녀의 말을 뒤늦게 이해한 풍천이 소희를 따라 일어섰다.

이내 긴 걸음으로 접객실을 빠져나간 그는 해가 비치는 회랑으로 소희를 이끌었다.

“이곳입니다. 많이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조금 더 서두를걸 그랬나 봐요. 많이 울던가요?”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소희의 걸음이 빨라졌다.

“으흠.”

하지만 풍천은 그녀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 * *

소희는 풍천이 짓던 표정의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다.

많이 울던가요, 하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마마!”

자신을 보고 달려드는 준미하게 생긴 청년을 보며 절절히 통감했다.

달 아이는 하루면 성장이 끝난다더니, 어린 고양이처럼 가냘픈 울음소리를 내던 갓난아기는 딱 하루 사이 늘씬하고 떡 벌어진 골격을 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너른 어깨와, 탄탄한 근육이 짜임새 있게 고루 붙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사내몫이었다.

코앞까지 달려와 손바닥을 내미는 것은,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내밀어진 손바닥이 무척이나 커서 ‘남자’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소희는 자신을 가득 담고 있는 남자의 석류 같은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첫아이.’

내외하는 것이 이상했다.

소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손바닥 위에 냉큼 두 손을 얹어주었다.

커다란 손이 마치 덮어버리듯 감싸 쥐자 소희의 작은 손은 보이지도 않았다.

‘다 자라버렸어.’

놀랍고도, 신기했다.

그리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다.

새삼 이곳이, ‘인간’들의 세상이 아닌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염휘와 아이를 안고서 같이 이름을 짓던 것이 바로 엊그제였다.

“첫아이이니 이름을 지어줍시다.”

“아이의 이름은 당연히 저희가 짓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소희의 말에 염휘가 낮은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대, 이러실 때마다 무척 귀엽다는 건 알고 계십니까.”

묘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것도 잠시. 소희는 수북했던 달 씨앗을 뒤늦게 떠올렸다.

“아아! 너무 많구나.”

“하하하.”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도무지 이곳이 하계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답니다.”

“알아요.”

“하루빨리 적응할 것입니다.”

“알아요.”

하지만 무리하지는 마세요.

그저 며칠 사이에 십수 년간 인간으로 지냈던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쉬울 리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너무 조바심내지는 마세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를 안고 있던 환은 한없이 다정했다.

“교아 어떻습니까?”

“교아?”

“달밝을 교(皎)에 아이 아(兒)를 넣어 보았답니다.”

“교아.”

그야 말로 달 아이다운 이름이었고, 부르는 순간 몹시 정감 가는 소리라 소희는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어지는 상념 끝에 소희가 고개를 끄덕여버린 것이 교아의 부름에 답이 되어주었다.

교아는 소희의 살가운 모습에 한층 들뜬 목소리를 냈다.

“저를 보러 와주신 겁니까?”

아이는, 젊은 사내의 목소리로 숨기지 못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석류 같은 붉은 눈이 예쁘게 반짝였다.

“그럼, 그럼.”

교아의 반가움에 소희도 더없이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맞잡은 손이 주는 온기가 마음을 따끈하게 달구는 듯 하염없이 훈훈하기만 하던 그때, 시선을 맞대오는 교아가 뿌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마마, 전, 사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쑥 꺼낸 말은 무척 뜬금없었다.

“……아, 사신……?”

소희는 교아의 흥분한 목소리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달 아이들은 모두 사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당연하다 생각했건만,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교아의 표정에 소희는 본능적으로 풍천을 찾았다.

“그렇지.”

그리고 풍천은 당황해하는 소희의 시선이 필사적으로 전하려는 것을 기민하게 알아차려 주었다.

소희는 교아가 한 말의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듯 두 사람에게 다가온 풍천은 헛기침을 하며 슬며시 끼어들었다.

“큼. 제법이구나. 사신이라니.”

“전 사신이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선문답 같은 대화가 이어졌지만, 그 대화의 대상은 소희가 아니었다.

소희는 안도하던 것도 잠시, 모조리 외워버리겠다 다짐하며 그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달 아이의 일도 제대로 몰라서야 달 마마라 할 수 없는 법.

“아무나 사신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누가 네게 사신이 될 거라 말해주었는고?”

풍천의 질문은 오로지 소희를 배려해서였으나 능청스러운 질문에 흥이 오른 건 교아였다.

아수라전에서 ‘사신’으로 자랄 아이를 결정하는 것은 전의 주인인 아수라.

그렇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소희에게 시시콜콜 설명을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이렇게 아이를 떠보는 듯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풍천이 제 자랑을 하라 자리를 마련해준 것으로 알고는 잔뜩 신이 나 말했다.

“그야, 당연히 아수라님이시죠. 아수라님께서 이 아침, 저를 만나러 와주셨습니다.”

소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며 눈동자 가득 빛이 차올랐다.

“아수라께서?”

하지만 이것은 풍천도 의외였는지, 되물었다.

“예, 첫 달 아이라 직접 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아. 그랬구나.’

아침에 소희를 찾아온 아수라가 잠시 일을 보고 오느라 조금 늦었답니다. 라고 덧붙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보시곤, 사신이 되겠다 하셨던 거구나.”

나지막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아이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소희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몸이 날렵하고, 사지가 매끈하니 검을 휘두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몸이구나. 타고나길 갖춰진 몸이라 잘만하면 감재사자로 쓰이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감재사자 즈음에 이르러서 아이는 눈에서 불이라도 떨어뜨릴 듯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에 빛을 가득 싣고 있었다.

번번이 아이의 눈에서 반짝이던 그것은, 아이의 영력.

홍안을 채우던 반짝임에 혹시나 하던 것은 소희의 착각이 아니었다.

‘감재사자라…….’

하지만 아이의 기쁨과는 다르게 소희는 감재사자라는 말에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졌다.

사자 중 그 무위가 으뜸으로 치는 이를 데려가 삼는다고 했던가.

그만큼 위험하다고 했던가.

잊고 싶은 이야기가 그 뒤로도 선명히 떠올랐다.

그 끝이 좋지 못한 이야기에, 순간 두 눈두덩이 뜨끈해지고 코끝이 찡하게 울려 소희는 황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최선을 다해 지킬 것입니다.”

“달 마마가 되어 최선을 다해 지킬 것입니다. 하나라도 덜 잃을 것입니다.”

환에게 눈물로 소리친 말을 잊을 리가 없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그 말을, 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감정에 휩쓸려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이는 태어나 훌륭히 자랐다.

잘 자랐을 뿐 아니라 자질이 뛰어나 사신으로 선택된 아이였다.

사신중의 사신인 감재사자를 노릴 수도 있는 아이로 자랐으니, 어미 된 입장으로 기뻐해야 마땅했다.

소희는 이를 앙다물고 터지려는 눈물을 삼켰다.

독약같이 쓰디쓴 것을 삼키고 울렁이는 마음을 단단히 눌렀다.

“세상에. 감재사자라니. 염휘께서도 기뻐하시겠구나.”

잘난 제 아이를 칭찬해야 마땅했다.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를 삼키는 목이 아렸다.

“아직 된 것은 아니옵고. 지켜보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그럼. 감재사자는 일당백. 아수라가 직접 거둔 아이들이지.”

흐응 하는 감탄과도 같은 콧소릴 내며 옆에서 풍천이 소희의 말을 거들었다.

“기특하구나.”

그리고 아이가 듣기를 고대하던 그 말을 서슴없이 내려주었다.

“기특해.”

“아닙니다.”

설핏 눈꼬리가 붉어져서는 아니라 도리질치지만 이미 소희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손가락뼈가 바스러지는 것 같은 악력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아이가 얼마만큼 기쁜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 소희는 터지려는 신음을 꾹 눌러 참았다.

“제 첫아이랍니다.”

풍천에게, 아이에게 들으라고 기쁨이 잔뜩 물린 목소리로 한마디를 더 해주었다.

“마마.”

어쩐지 아이의 목소리가 잘게 떨린 것도 같았다.

불과 어제 보고 싶다고 울며 찾아왔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하루 사이에 눈물을 참으며 감정을 다스리는 것을 보는 것은 신기했다.

‘아니, 대견하다고 해야지.’

소희는 무심결에 흐르는 생각마저 야무지게 다잡았다.

하루라도 빨리 이 하계의 책무를 익히고, 조금 더 강해져야 했다.

더 많이 알고.

더 욕심내서.

달 아이들을 돌보면 하나라도 덜 잃을 것이다.

소희는 자신이 달 마마가 되면 닥칠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기꺼이 받아들이되, 최선은 다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첫 달 아이가 무려 감재사자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하기로 했다.

감재사자로 거론될 만큼 강하다는 뜻이니까.

그것은 요괴에게 당할 위험이 더욱 낮아졌다는 의미니까.

잡힌 손을 가볍게 흔들며 저를 보는 아이를 향해 힘껏 웃어주었다.

“마냥 서 있기만 할 순 없으니, 풍천께 당과라도 대접해드리자꾸나.”

이어지는 소희의 말에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여태 방에 들어온 상태 그대로 서 있기만 한 것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소희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똑똑똑.

“누구냐.”

“다과상이 준비되었사온데, 올려드려도 되겠사옵니까.”

“어서 들어오너라.”

시비아이의 말에 풍천이 냉큼 대답을 했다.

수라전 시비가 말을 하는 도중에 이미 새어 들어오기 시작한 달큼한 냄새는 이미 진득하게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주인 없는 전에 와서 이렇게 후한 대접을 받아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소희는 탁자에 앉으며 색색이 고운 차림새에 놀라 얌전히 입을 뗐다.

“주인이 없다니요. 소희님께서는 달 마마가 되실 분. 그 어디를 가셔도 주인이신데요.”

빙긋 웃는 시비의 등 뒤로 풍천의 말소리가 따라붙었다.

이미 당과를 하나 집어 물고는 우물거리는 말에 신뢰가 가진 않지만,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차와 곁들이는 것들은 모조리 달디 단것들이었다.

녹인 설탕을 입혀 윤이 반지르르 나는 온갖 과일들과, 색이 고운 다식이며 꿀타래에 꿀떡까지.

차와 함께 하기엔 다소 안 맞는 것들도 있었으나 그것들이 누굴 위한 것인지 뻔히 보여 웃음이 날 뿐이었다.

“어서 드세요. 수라전 숙수 솜씨가 아주 굉장합니다.”

와그작.

풍천의 입안에서 설탕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듣기만 해도 달콤한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소희는 먹지 않아도 온통 입안에 단내가 물리는 느낌이었다.

“풍천께서 많이 드세요.”

“마마 안 드십니까?”

윤이 반지르르 한 당과를 하나 집으며 아이가 소희에게 물었다.

하루 만에 자랐다고는 하나 아직 속까지 완벽한 어른은 아니라 단 것을 물고는 마냥 좋아하는 것이 귀여웠다.

“많이 먹거라.”

소희는 제 앞에 놓인 당과 중 빨갛고 예쁜 것을 골라 아이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맛있습니다. 정말로 안 드십니까?”

우물거리며 당과를 먹는 아이가 다시 물었지만 이미 시선은 소희가 밀어 놔준 당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귀엽기도 하지.

몸은 훌쩍 자라 소희 자신보다 한참 커졌지만, 또 한편으론 자신의 품에 안겨들던 작은 것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아이를 보며 소희는 색이 고운 다식도 얼른 가져다주었다.

이미 몇 개가 남지 않았다.

와그락.

풍천의 미간에 실금이 새겨졌지만 소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고로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어서 먹거라.”

소희에게서 다시 한번 풍천의 심사를 건드리는 말이 삐죽 나왔다.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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