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왕의 신부-39화 (39/114)

39. 얼어버린 열풍 (4)

2017.12.15.

정수리에 내려앉는 숨이 애처로웠다.

소희는 뺨이 흥건해지도록 소리 없이 울었다.

환의 가슴팍이 푹 젖어 들도록 무언가를 삭이는 눈물이 서럽게 돋았다.

멈출 것 같지 않던 소희의 눈물을 마르게 한 것은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어째, 더 마르신 것 같기도 하고.”

뼈마디가 으스러지도록 힘줘 품에 안은 환의 손이 느슨해지며 동그랗고 마른 소희의 어깨를 가볍게 스쳤다.

“아닙니다.”

소희는 명랑하게 들리길 바라며 재빨리 대답했다.

환의 옷깃을 쥐고 있던 손으로 티 나지 않게 눈가를 훔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때마다 온갖 맛난 것으로도 부족해 중간중간 풍천과 아수라께서 들려주셔서 다과상까지 잊지 않고 챙기고 있습니다.”

“그러신가.”

“아침상을 무르기 바쁘게 직인께서 다녀가시고요.”

“직인이?”

소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고갯짓을 따라 물결치듯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보자 불현듯 직인이 떠올랐다.

금편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세게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거리는 직인의 모습은 그녀와는 달랐지만, 그래서 참 귀여웠다.

“흣.”

작게 삼키는 웃음소리에 환이 궁금해할 것을 알지만, 천진한 어린 계집아이처럼 발을 굴러대며 볼을 부풀리던 직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으니 웃음을 참을 방도가 없었다.

“그예, 재미난 일이 많으셨군?”

환은 눈꼬리에 붉은 기를 매달고서도 웃는 소희를 보며 여상히 물었다.

“그래 보이십니까.”

“좋아 보이는걸.”

어째서 울었느냐,

어째서 품었느냐.

바삐 돌린 말끝이었지만, 서로 묻지 않았다.

환은 다정히 눈을 맞추며 곧게 뻗은 손가락으로 소희의 뺨을 덧그렸다.

푸른 실금이 걷어진 소희의 뺨은 달빛 아래서도 은은한 홍조를 물고 어여쁘기 그지없었다.

“벗을 내어주신 덕에, 요즘 매일이 하루같이 즐겁습니다.”

“다행이야.”

빙빙 돌 듯, 하고 싶고 묻고 싶은 것은 묻어두고서는 매끄러운 표정으로 서로 겉돌고 있었다.

맞닿았던 가슴이 떨어지고, 섞여들었던 따뜻한 숨이 멀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져 버린 거리에, 아쉬워 절로 한숨이 흘렀다.

소희는 환을 올려다보며 자신도 모르는 진심을 중얼거렸다.

‘어째서 하나도 아쉽지 않은 표정입니까. 저만 아쉬운 것입니까.’

전하지 못한 원망이 슬그머니 피어올랐다.

무서움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무섬증에 눌려있던 마음이 터져 나와 버리자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가지를 조심스럽게 건네며 물러선 모습에 용기를 얻은 것인지도 몰랐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스스럼없이 원한다고 말해주던 사내의 모습으로 다시 한번 품에 안아주어서 인지도 몰랐다.

무섭고 꺼려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자신을 바라길 욕심내어주길, 밀어내지 말길 바라고 있었다.

꽉 잡아 달라 말하고 싶었다.

“아…….”

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소희는 갑자기 손바닥이 화끈하니 아파 저도 모르게 손을 털어버릴 뻔했다.

‘복숭아 나뭇가지!’

손에 쥐고 잊던 것도 잊고선 주먹에 잔뜩 힘을 줘 쥐고 있으니 가지가 꺾인 곳에 찔린 모양이었다.

환이 건네준 첫 꽃이었다.

그것마저 잊을 정도로 잔뜩 흥분한 제 모습에 소희는 살짝 멋쩍어졌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가져온 것이건 간에 자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것이었다.

아니, 꽃잎 한 장 한 장마다 그의 마음이 잔뜩 묻어 있다고 우기고 싶었다.

이 귀한 것을 챙겨다 주실 정도면.

소희는 가난한 바람을 담아 중얼거리며 나뭇가지를 들어 올려 코끝에 가져다 댔다.

감정에 취해 잊고 있었지만, 복숭아나무에서 피어오르는 향이 상쾌하니 무척 좋았다.

그건, 정말 별 뜻 없는 행동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는 숨을 따라,

직인이 건네준 향낭에서 나는 향은 오간 데 없이 지워졌다.

꽃향기를 즐기는 소희를 보며 환이 목소리 가득 웃음기를 머금었다.

“향기가 그만이지.”

“종일 이러고 있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맡아도 맡아도 질리지 않았다.

코끝을 타고 들어온 향기가 가슴을 가득 채우자, 이상하게 기운이 나고 마음이 상쾌해졌다.

조금 전까지 까맣게 가슴을 태우던 온갖 나쁜 생각들이 일시에 사라지고 금세 마음이 평온해졌다.

환을 두려워하던 마음도.

환의 마음을 의심하던 것도.

저 혼자 그를 바란다는 비틀린 확신도.

모조리 지워졌다.

“이런 고운 것이 만개해 있는 곳을 다녀오셨습니까?”

“음. 절경이었어.”

“얼마나 멋졌을까요?”

그것은 순수한 감탄이었다.

“나야 봄이면 으레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고……. 같이 가실 테야?”

“네?”

“내년 봄서는 같이 가시자고.”

“내년…… 봄?”

소희는 문득 멍해진 표정을 지은 채 환에게 되물었다.

지금 그의 말에 가슴이 무섭도록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와의 미래를 그리고 있느냐 채신머리없이 묻고 싶었다.

울컥 치미는 마음을 누르기 힘들어 숨조차 잦아들어야 했다.

그런 소희의 마음도 모르고선, 달빛 아래 서 있는 남자는 붉은 눈에 가득 열기를 담아 따사롭게 웃었다.

“내년 봄에도 꽃은 또 피니까.”

“같이요?”

소희는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자신과의 미래를 그리고 있고, 마냥 물러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것은 ‘휘’를 타고난 그녀를 정말로 ‘배려’해서라고 말이다.

그래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기대를 담아 되물었다.

“……허락하신다면.”

“약속하시는 겁니까?”

옅게 미소지으며 대꾸하는 그에게 다급하게 다짐해달라 조르듯 말이 툭 튀어 나와버렸다.

어린아이같이 너무 응석 부린 말이라 두 볼이 화끈했지만, 소희는 염휘가 다시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무서워도, 곁에 있고 싶었다.

자신만을 바라주던 첫 인연이었다.

그런 이를 자신 역시 바라면 안 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지.”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바라신다면.”

소희는 물러나려는 남자를 다잡아 기어코 답을 들었다.

만족감이 진하게 배어 나와 절로 입꼬리가 솟았다.

소희는 환을 보며 미소 지었다.

“…….”

환은 그 말을 끝으로 말없이 소희를 살짝 잡아당겼다.

마치 겁을 먹은 것 같이,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느릿하고, 친절하게.

의도가 뻔하게 보이도록.

“날이 찬데, 이만 들어가셔야지.”

환의 손끝이 닿은 듯 떨어진 듯 슬쩍 소희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

“아직 저녁상도 못 받으셨을 테고.”

소희의 시선이 어깨에 닿은 환의 손으로 향하자 그가 손을 거두어들였다.

마치 책망을 들은 듯 민망해하는 모습이었다.

어깨 끝에 닿던 미약한 온기가 단숨에 멀어졌다.

탁-.

하지만 그보다 소희가 빨랐다.

소희는 제게서 손을 거두는 환을 붙들었다.

다급하게 그의 소매를 붙잡느라 손에 들고 있던 가지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보다 환이 멀어지는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꽃이…….”

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소희가 마치 뛰어들 듯 그의 품에 기대왔다.

“서늘한 밤, 내민 팔까지 거두어 가시면…….”

말은 원망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것은 수줍음이었다.

푹 숙인 고개에 빨개진 귀 끝만이 간신히 보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어여뻤다.

발끝에 채이는 복숭아 나뭇가지를 주워드려야지 하던 생각을 잊어버릴 정도로 아찔해, 환은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환은 머뭇거리며 제게 안겨든 소희를 다시 감싸 안았다.

그녀의 붉게 물든 귀 끝이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지잉-.

그리고 멈춰있던 인연의 고리가 다시 느릿하게 돌기 시작했다.

소희의 머리가 닿은 가슴 안에서 다시 돌며, 그 색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살아났다.

“!”

환은 되살아난 인연의 고리에 놀란 듯 눈을 홉떴다.

뛸 듯이 기뻤으나, 환은 내색없이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눈을 감았다.

“…….”

기다린다 하였으니 기다릴 것이다.

구애를 할 것이나 겁박이 되지 않도록.

그러니 그저 기쁨에 함부로 날뛰려는 가슴을 꾹 참아 눌렀다.

소희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을 바라는 것 같다가도, 오늘 같이 겁먹고 멀어지니.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조아린대도 저 가녀린 마음을 온전히 얻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터.

언제든 다시 멈춰버릴 수 있는 인연의 고리에 매번 일희일비하다가는 그의 심장이 깨져 남아나지 않을 것이었다.

이것은 그의 업.

그가 견뎌야 할 죗값이었다.

환은 자신을 그렇게 다독였다.

소희가 마음을 확실히 정하기 전까지,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자고.

그저 그 마음을 바라 기다려 보자고.

걸치고 있던 도포를 벗어 소희에게 둘러주고 머뭇거리는 그녀를 싸 안듯해서 내궁으로 돌아온 환은 궁녀들을 재촉해 저녁을 내오게 했다.

워낙에도 가느다란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 며칠 어찌 된 영문인지 화사하게 피어나는 얼굴색과는 달리 온몸이 바스러지기 직전처럼 말라붙어있었다.

“이것도 좀 드시고.”

환은 소희 앞으로 그녀가 잘 먹는 나물이랑 전을 슬쩍 밀어주었다.

“어서 드세요.”

소희는 저녁상에 올라온 모든 찬그릇이 자신 앞에 빼곡하게 밀려놓아 진 것을 보며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자꾸만 이것도 드시라 저것도 맛보라 재촉하는 환은 정작 자신의 음식엔 손도 안 대고 있었다.

“응.”

환은 이번에도 건성으로 대꾸하며 소희 입에 들어갈 반찬을 집어 주었다.

어깨를 감싸 안고 후원에서 내궁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눈앞의 여자는 모르고 있었다.

손끝에 닿는 매끈한 옷감 너머 소희의 몸은 그야말로 가시 같았다.

뼈마디가 확연히 느껴지는 어깨와, 살집이 전혀 없는 팔뚝.

며칠 전보다 더욱 커진 눈.

‘매일 같이 웃음소리가 담벼락을 넘고 있습니다. 직인께서 생각보다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시나 봅니다.’

들리는 말속의 소희는 언제나 잘 지내고 있었다.

늘 웃고 있고,

늘 한담을 즐기며 즐거웠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을까.

환은 곰곰이 생각을 정리했다.

“요즘 매일 같이 손님맞이 하느라 피곤하시겠어.”

첫술을 뜨며 내뱉은 담담한 첫마디가 시작이었다.

“매일 같이, 가 아니라 매 시간마다 인 것 같아요.”

소희는 입안의 밥을 재빨리 씹어 삼킨 후 냉큼 대답을 했다.

“응…… 아침에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래?”

소희의 신난 목소리를 들으며 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아침이면 직인께서 오신다고 하셨던가?”

“네. 첫새벽 기운이 가시자마자 오셔서 차를 마신답니다.”

“차?”

“하계에 와서 신기한 것을 매일 같이 마시는 고로 입이 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소희는 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이야기도 언젠가 아수라가 전해준 것도 같았다. 어슴푸레하게 기억이 났다.

‘소희님께서는 아직 이곳이 낯선 모양이십니다.’

‘그럴 테지. 인간의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을.’

‘오늘 서녘의 달빛을 우려드렸사온데.’

‘입에 안 맞으신다던가?’

그의 말에 아수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니요, 신기해하셨습니다.’

‘영민한 사람이니 금세 적응할 것이야.’

신기해한다는 말을 상소문을 넘기며 흘려들었던 기억이 났다.

서녘 달빛을 귀하게 여긴 게 아니라, 신기해했다는 말에 영락없는 인간이로고. 하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다.

마흔아홉 날을 어서 넘겨야 할 텐데.

북녘 샘에서 올라온 상소에 하답하며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다.

서녘 달빛이라니, 꽤 지극정성으로 모시는군.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환은 그날의 기억에 마음 한쪽이 따사로워졌다.

제 주인을 위하려는 염라의 불들의 마음에 뭉클해졌다.

무뚝뚝하고 살갑지 못한 이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환이었다.

그들은 타고나길 전사였다.

장수로 자라났고, 검을 수족처럼 다루었다.

심지어 아수라는 홍월과 공명하는 사이.

그런 자들이 검을 휘두르던 투박한 손으로 자그마한 찻잔을 쥐고서는 소희와 서녘 달빛을 나눠마시는 모습을 떠올리자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

소희가 마신 차는 구하기가 극악해, 온갖 차를 즐기는 상제조차 아껴가며 마신다는 귀한 것.

차를 즐기지 않는 환으로썬 아직 그렇게까지 가치를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마시고 났을 때 가슴에서부터 시작해 진하게 번지는 청량감만은 잊기 힘들었다.

혀끝에 맴도는 달큰함과, 전신을 상쾌하게 돋우는 달빛.

아마, 그것은 차 맛은 잘 모른다고는 하나 하계의 지존인 자신이 더 예민하게 느낄 터였다.

그러니 아마 아수라도 ‘달 마마’가 될 소희에게 굳이 서녘 달빛을 권하였을 테고.

귀한 것이라니 아마도 서녘 달빛을 이름이라, 아수라가 그것을 구하느라 꽤 고생을 했을 것이다.

“서녘 달빛은 이제 입에 익으셨겠군?”

“서녘 달빛이요?”

소희가 젓가락 끝을 물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아. 아수라님. 하며 이내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색이 얼마나 고운지 두고두고 생각이 났답니다.”

“색도 색이지만, 혀끝에 감기는 맛이 제법이지.”

염휘가 작게 코끝으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저는 맛보는 것마다 전부 신묘하기 짝이 없는 터라 아직 그 깊은 맛까진 이해를 못 했지요.”

“하기사, 사신의 문을 다 넘으시면. 서녘의 달빛의 진가를 아실 테지.”

“그럴까요?”

차로 시작된 이야기는 이내 온화하게 풀어졌다.

마치 익숙해진 저녁을 나누는 사이처럼 은근한 온기를 품은 대화가 편하게 흘러나왔다.

“아수라가 꽤 고생하였을 것이다.”

“어째서요?”

“그대 서녘 달빛을 어떻게 구하는 건지 아시는 건가?”

“아니요. 그저 달빛을 받아오셨다기에 그런 줄 알고 있었지요.”

“바람마저 잦아든 달밤. 건져내는 것이라 꽤 까다롭다고 알고 있어.”

“바람이 안부는 날이라구요?”

“이것 보아. 영특하거든.”

모두 무심결에 흘리는 말이었다.

바람마저 잦아든 달밤.

그저 흔하게 하는 말인 양, 야심한 밤 달을 떠오는 거라 할 만큼 별다를 것 없는 말이었지만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고 냉큼 집어내는 저 예민한 것이 그저 어여뻤다.

환은 손을 뻗어 소희의 뺨을 다정히 두드렸다.

손끝이 닿을락 말락.

톡.

“이러니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냔 말이야.”

마치 손끝에 붉은 물감이라도 묻어 있었던 것처럼, 환의 손끝이 스친 자리를 따라 은근하게 홍조가 피어오르는 소희의 뺨을 보며 그는 잔잔히 미소 지었다.

“그…… 흠, 흠…….”

소희는 잔뜩 발그레해져선 태연히 말을 이으려다 그만 사레가 나고 말았다.

“흠흠…….”

“물을 좀 마시면 좀 나을 것이야.”

“으흠흠!”

환이 물잔을 내밀고, 소희가 대수롭잖게 받아 마시며 가슴을 두드리며 진정했다.

“이것 보라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잖느냔 말이다.”

그가 능글맞게 말을 건네고.

“어휴, 놀리시니 그런 거지요.”

새침하게 토라지는 척 고개를 돌리며 싫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모두가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소희가 환을 두려워하고, 이상한 소동에 휘말렸던 이 날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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