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왕의 신부-36화 (36/114)

36. 얼어버린 열풍 (1)

2017.12.04.

달빛조차 숨죽인 땅.

뜨거운 열풍만이 쉴 새 없이 일어나는 그 땅을 가득 채우는 건, 온갖 감정이 가득 들어찬 사신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안도와 절망.

허탈과 희망.

공존할 수 없는 상반된 감정이 불러일으킨 눈물은 쉽사리 그쳐지지 않았다.

“흐으으윽-.”

아수라는 감재사자가 진정되도록 그 옆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피로 흠뻑 물든 사자의 관복이 그가 버텨온 시간만큼이나 엉망이었다.

그가 외롭고 절박하게 버텨왔을 시간을 그녀만은 들어주어야 했다.

그녀는 수라전의 주인.

이 하계의 모든 사신은 수라전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모두 아수라의 어깨 위에 쌓이는 것이다.

아수라는 사자를 위로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모든 감정이 흘러나가길 지켜봐 줄 뿐이었다.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구나.’

그녀의 적발은 차가운 눈빛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소매에서 꺼내든 한 뼘 반 정도의 흑단목 비녀가 어느새 그녀의 손에 들렸다.

아수라는 야무진 손놀림으로 등 뒤로 가지런히 내려진 적발을 비녀 두 개로 단단히 틀어 올렸다.

등 뒤로 늘어진 머리채를 뒷머리에 고정시키자 그 모습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지저분한 소매가 축축하게 젖도록 울던 사자의 울음소리가 잦아 들 무렵엔 이미 아수라의 전신은 그녀가 피워 올린 검붉은 영력으로 단단히 감싸인 채였다.

오로지 말끔한 것이라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하얀 두 손밖에 없었다.

사자는 잠깐 사이 완벽한 전장의 사신이 되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수라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이제 다 털어냈느냐?”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상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그가 스스로 추스르도록 두고 봐준 웃전의 배려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아…….”

그리고,

그제서야 사신은 자신이 해야 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아수라를 도와 임시로 몰아둔 영을 얼른 영도로 올려보내고, 요괴를 정화하는 일을 보좌했어야 했다.

그러나 모두를 잃었다는 절망감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아수라를 보자마자 그 모든 것을 뒤덮는 커다란 안도감에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 울어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찾아든 부끄러움마저 눈앞에 서 있는 고고한 사신 앞에선 연기처럼 흩어 사라지고 말았다.

감재사자는 자신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아수라께 지금 귀문의 상황을 소상히 알려드리는 것이었다.

그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바짝 얼은 목소리로 그에게 상황을 소상히 고했다.

“아수라시여, 감재사자 ‘소(燒)’입니다. 소신 못난 꼴을 보여드려 죄를 청함이 마땅하나, 그전에 귀문의 상황을 먼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허락한다.”

“귀문으로 요괴들이 모여든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사옵니다. 허나 열흘 전부터 그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감재사자의 말은 낮고 또렷했다.

그리고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지만 감재사자들이 필사적으로 영을 보호했기 때문에 아직 잃은 것은 절망의 요괴에게 잡아먹힌 감재사자 셋이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고생하였구나.”

아수라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유려한 곡선을 만들며 더할 나위 없이 고혹적인 미소를 그려냈다.

감재사자는 순간 아수라의 모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잃은 영이 하나도 없다 하니, 그 공이 작다 말 못하리라. 이번에 명을 달리한 세 사신도, ‘소’에게도 그 공을 인정해, 벌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 처분하여주신다니 소신 그저 감읍하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지사. 아직 할 일은 남아있느니라. 명을 달리 한자야 어쩔 수 없다 하되, 너는 나를 도와 영을 올려보내는 일에 힘을 보태거라.”

“영광이옵니다.”

“귀여운 소리구나.”

사신의 대답에 몹시 흡족해진 아수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의 짙은 미소에 활같이 휘어진 눈매에 감춰진 홍안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갈라지자 사자는 알 수 없는 투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면 가보자꾸나. 오랜만에 홍월이 배를 불리겠어.”

말을 마친 아수라는 대지를 박차다시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우우우우우웅-’

등줄기를 긴장시키는 홍월의 울음이 어느샌가 잔뜩 커져 있었다.

스르릉-

얇은 칼날이 검집을 긁으며 내는 낮고 예리한 소리가 귀를 울렸나 싶더니 어느샌가 아수라의 손이 가로로 크게 휘둘러졌다.

후웅-

무시무시한 힘으로 휘둘러진 홍월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냄과 동시에 질척한 소음을 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고약한 비린내가 터져나왔다.

“이런 성가신 것들.”

아수라는 홍월에 묻은 요괴의 체액을 털어내며 혀를 찼다.

그녀가 감재사자를 다독이는 동안 어둠에 숨어있던 것들 중 몇 마리가 아수라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린 요괴들이라 들었는데 아수라를 노린 것은 이미 변이를 마친 다 자란 것들이었다.

영력을 담아 휘두르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베인 것은 아수라 쪽이 되었을 것이다.

아수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좋지 않다고 생각했건만, 이건.

최악이었다.

‘풍천을 불렀어야 했던 건가.’

뒤늦은 위기감이 아수라에게 경고를 보내왔다.

전대와 그 윗대에서 흘러 내려오는 기억이 ‘청천의 전만큼 고될 것이다.’ 라고 그녀에게 알려왔다.

혼자라면 이런 요괴들을 쓸어버리는데 부담을 가질 필요야 없지만, 자신은 등 뒤에 딸린 감재사자를 보호하고 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애써야 했으니 여러모로 불리했다.

아수라가 영력을 머금은 손가락으로 홍월을 가만히 두드렸다.

“홍월, 오늘 밤이 무척 길겠다.”

아수라의 시선이 끝없이 펼쳐진 운무 사이 어딘가로 향했다.

요괴는 영이 어둠에 먹혀 자아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하급의 것들이었다.

그것들에게 남은 것은 본능뿐이라, 언제나 온전한 상태의 영을 갈구하며 근처를 맴돌았다.

이미 어둠에 먹혀버린 영을 되돌릴 방법이란 건 없었다.

그러니 기실 요괴들의 저 탐욕이란 그저 미련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데 자아가 없으니 저 무의미한 일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요괴에게 자비란 건 그들의 본능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이었으니, 요괴는 마주치면 바로 정화를 해주는 편이 그것들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었다.

아수라는 검날에 묻어 잘 털리지 않는 요괴의 체액을 다시 한번 힘줘 떨어뜨려낸 뒤에 제 힘에 공명하는 사자를 불러들였다.

다 죽어가는 그에게 자신의 영력을 모아 먹여 되살렸던 탓에 감재사자는 자신의 기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투지를 불러일으키니 덩달아 흥분하는 사자의 모습에 아수라는 실소했다.

‘귀엽기도 하지.’

그러나 감재사자가 흥분해서 자신의 앞에서 날뛰는 것만큼 성가신 일은 없었다.

자칫하다 홍월이 사자를 잡아 먹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저 의욕만 넘치는 어린 것을 무사히 살려 내일 해를 보게 해주려면.

“사자 ‘소’, 네게 임무를 내리겠다.”

아수라는 자신의 목소리에 ‘지배’의 권능을 실어 그를 불렀다.

귀문의 뜨거운 바람이 그녀의 목소리를 싣고선 아슴푸레한 저 너머로 사라졌다.

“세상에.”

소희는 풍천의 묵빛 갑주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참으로 귀물이 아닙니까? 무저갱이 있다면 이것을 이르는 게 분명합니다.”

소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풍천의 갑주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그의 앞에 놓인 당과며 다식 그리고 꿀타래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갖다 나르고 있었다.

풍천은 소희의 호들갑이 싫지만은 않은 듯 뺨에 홍조가 설핏 오른 채로 그녀가 권하는 달고 맛난 것을 요것조것 원 없이 맛보는 중이었다.

조금 전의 긴박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한가로운 정취가 후원을 가득 채웠다.

“꿀타래가 입맛에 맞으십니까?”

“처음 맛보는 것이지만 무척 달고 만듦새가 정성스러워 손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풍천은 어울리지 않게 겸양하며 연신 꿀타래를 입속에 밀어 넣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달콤함에 날카롭게 솟았던 그의 신경은 부드럽게 내려앉았고, 흉흉했던 안광도 잦아들고 있었다.

소희는 갑자기 풍천이 달려들어 문밖에서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았다.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문을 부수고 들어오겠다는 그의 말에 몽롱한 정신으로 겨우 대답을 하고 급한 대로 옷가지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선 참이었다.

이른 낮에 앉은 채로 들었던 선잠은 무시무시한 악몽을 불러들였다.

자신의 실례에 토라졌던 직인의 모습이 떠오르자 소희의 목덜미를 타고 소름이 솟아올랐다.

살짝 치켜 올라간 커다란 두 눈에 그득 담긴 날 선 차가움이 생각났던 것이다.

마치 더러운 벌레를 내려다보듯, 하찮은 것에 대한 경멸이 가득한 모습이라니.

그것은 직인이되 직인이 아니어서 순간이었지만 소희를 겁먹게 했다.

십년감수 했다는 생각에 소희의 손이 탁자 아래서 맞잡혔다.

차갑게 식은 손끝은 축축했고, 가늘게 경련했다.

죄송하다 거듭 간청하여 직인을 달래놓고 나자 뒤이어 참고 있던 전신의 격통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노곤했다.

환이 무자비하게 조른 목은 아직도 목구멍이 따끔거렸고, 고개를 돌리기도 힘들만큼 아팠다.

꿈이었으되 꿈이 아니었다.

소희의 몸은 생생하게 고통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납고 거칠던 환의 불꽃 같은 보석안이 주던 소름끼치던 느낌이 자꾸만 떠올랐다.

무자비하고 냉혹한 모습에 자꾸만 가슴이 서늘하게 움쳐들었다.

다 용서하고 잊은 기억이었다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선명하게 떠오른 것인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소희는 들리지 않게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들이쉬는 작은 행동에도 목은 버거워했다.

소희는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픈 목을 저도 모르게 감싸 쥐며 눈을 꾹 감았다.

“어디 안 좋으십니까?”

창백하게 질린 유백색의 작은 얼굴에선 식은땀이 흥건했고,

잔뜩 근심 어린 표정은 안색을 더욱 어둡게 했다.

풍천은 아무 일 없다며 자신을 반기던 소희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금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아닙니다. 바람에 갑자기 좀 선득한 기분이 들어서요.”

웃는 얼굴로 손을 내젓는 소희의 손목은 그녀의 안색처럼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가느다란 손목 아래로 흐르는 푸른 핏줄이 선명하게 풍천의 눈에 박혀 들었다.

풍천의 시선이 손목을 타고 반쯤은 억지인 소희의 웃는 얼굴로 천천히 옮겨왔다.

시간을 벌어보려 없는 말주변에도 면구함을 무릅쓰고선 2각이나 버텼지만, 소희에게선 아무런 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너무나 깔끔해서 오히려 자꾸만 신경이 쓰였지만 풍천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도리가 없어 답답했다.

머리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지만, 그의 감각은 미묘하게 어긋난 것을 찾아내라고 그를 재촉했다.

그러다 풍천의 시선이 소희의 목에 닿은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기묘하게 뒤틀린 감각이, 자꾸만 신경을 건드리는 무엇이 그의 눈을 잡아끈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소희의 목덜미를 본 풍천의 눈은 볼썽사납게 홉 뜨이고, 그의 동공을 지워내 은회색으로 번들거리게 하는 무신의 영력을 불러냈다.

그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제 눈에 영력을 둘렀던 것이다.

눈알을 파낼 것 같이 예리하고 무서운 빛날이 풍천의 눈을 할퀴었다.

질끈 감긴 그의 왼쪽 눈에서는 이미 핏물이 무섭게 솟구치고 있었다.

“풍천!”

다급한 소희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풍천의 시선은 소희의 목덜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영력을 돋운 눈으로 보이니, 조금 더 확실해졌다.

소희의 목에서부터 시작된 푸르고 날카로운 기세가 그녀의 전신으로 거미줄같이 뻗어져 나가 있는 것을.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이 풍천이 지켜보고 있는 중에도 착실히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푸른 실금이 그녀의 턱을 타고 느릿하게 올랐고

“깨끗한 면건을 가져오련.”

팔랑이는 그녀의 손을 타고 푸른 실 같은 그것이 가느다란 손목을 두 바퀴를 휘돌아 감았다.

풍천은 왼쪽 눈에서 타고 흐르는 핏물을 소희가 건네주는 면건으로 꾹 눌러 닦았다.

타는 듯한 고통이 왼쪽 눈에서 끊임없이 전해졌지만 풍천은 어금니를 깨물고 단 한 번도 신음을 흘리지 않았다.

면건은 이내 풍천이 흘린 피로 흥건히 젖었다.

“의원. 의원께서 곧 오실 것입니다. 풍천.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랍니까.”

소희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풍천의 앞을 서성였다.

곱게 개인 면건으로 그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그의 묵빛 갑주를 닦으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던 그의 갑주는 턱을 타고 흘러내린 피와 소희의 눈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요…… 요괴일까요?”

소희는 아는 것이 없으니 제가 아는 가장 무시무시한 것을 떠올리며 두려워했고, 경계했다.

“제가 또 요괴를 불러들인 것입니까? 저는 어째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이 반, 서러움이 반이 되어 작게 읊조리는 소희의 말은 울음과 함께 잔뜩 부스러져 그의 갑옷 위로 떨어져 내렸다.

“요괴의 짓이지요?”

커다란 두 눈 가득 맑은 눈물을 담고 풍천을 올려다보는 소희의 모습에 풍천은 참고 참았던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사이, 푸른 실금이 그녀의 뺨까지 번져있었다.

그것이 무엇이건 결코 좋은 뜻은 아니리란 예감에 풍천은 면경처럼 맑은 그의 오른 눈마저 감아 내렸다.

‘요괴보다 더한 것입니다.’

그가 삼켜낸 무서운 말이 그의 심장을 아프게 조여 왔다.

‘염라의 고귀한 첫 번째 불이사. 부정한 것을 태우고, 어둠을 살라내는 염라의 불이시여.’

‘어서 돌아오셔야겠습니다.’

‘염휘시여.’

풍천은 피로 범벅이 된 손을 갑주 안에 넣어 흑조를 한 마리 꺼내 들었다.

매를 닮은 날카롭고 단단한 모습에 울먹이던 소희조차 잠시 그 눈물을 멈출 정도로 그 자태가 빼어난 새였다.

소희의 눈에 어린 궁금증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풍천은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을 하고선 그대로 흑조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의 영력을 실어 날리자 살처럼 하늘로 쏘아진 새는 날갯짓 소리도 없이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건…….”

“염휘께 보낸 사자입니다. 소희님, 염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소장 곁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십시오.”

풍천은 소희를 향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당부했다.

지금 걱정해야 할 이는 자신이 아니었다.

푸른 실타래로 전신이 뒤덮이고 있는 소희가 문제였다.

목덜미에서 끊임없이 솟아 나오는 저 푸른 실타래 같은 것이 분명,

풍천이 짐작했던 더러운 기운의 주인일 것이다.

“제 곁에 계십시오.”

풍천은 다시 한번 간절히 읊조렸다.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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