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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대상이 잘못됐는데요 (137)화 (13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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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3화

루미에르의 싸움을 본 이후, 투투는 그의 열렬한 팬이 됐다. 하지만 그런 투투도 몇몇 다른 팬들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저렇게 뒤를 쫓아다니는 거지?”

투투의 물음에 친구가 쯧쯧 혀를 찼다.

“저것들은 얼굴이 좋은 거라던데?”

그 말에 투투가 황당함을 숨기지 못했다. 어리석기는!

“뭐어? 얼굴보다는 힘이지!”

“그러니까, 쯧쯧.”

왜 친구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두 마족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참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기울이는 마족들을 욕하던 투투가 루미에르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마족들을 다시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저러면 싫어하실 텐데?”

“그러니까 말이야. 루미에르 님이 직접 싸우는 걸 보지 못한 멍청이들이 틀림없지.”

“더군다나 제냐랑 엄청 사이가 좋으시잖아. 제냐 외의 존재한테는 대체로 좀 그렇고.”

투투의 말에 친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새 제냐가 바쁘잖아. 주방에서 일하는 우리나 둘이 함께 있는 걸 보는 거지 다른 사용인들은 그 모습을 별로 못 볼걸?”

“그러니까 애인이 있는 걸 알지만, 혹시 모르니 찔러본다?”

“그렇지.”

친구의 말에 투투가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아무리 미래 없이 사는 마족들이라지만 미친 것 아닌가?

“폐하의 분노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 실연의 상처로 제냐가 파업이라도 하면 난리가 날 텐데.”

“폐하만 그러겠어? 엘리고스 님도 화내실걸?”

“더군다나 애당초 루미에르 님은 제냐의 연인이기 때문에 마계에 출입을 허락받은 거잖아.”

“그러니까. 제냐랑 헤어지면 마계에 더 있지 못할 텐데.”

투투와 친우가 미래를 전혀 바라보지 못하는 무식한 마족들을 욕했다.

“으휴,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멍청한 건 답도 없잖아?”

“어떻게, 지금이라도 알려 줘?”

투투가 코웃음을 쳤다.

“뭘. 다들 경험으로 배우는 거지. 루미에르 님이 저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넘어갈 것 같지도 않고.”

“그건 그렇지. 오히려 요즘 제냐가 불편해하니까, 더 기분이 가라앉는 눈치시고?”

이대로 지켜보다 보면 저들에게는 재앙이지만 투투와 친구에게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루미에르의 인내심이 사라졌다.

언제나 그렇듯 비프의 밑에서 달달 볶이며 열심히 일하다 퇴근한 투투는 얼른 복도를 가로질렀다.

혹시 그가 놓친 루미에르의 싸움이 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살피는데, 누군가 그런 투투를 불렀다.

“야, 이리로 와 봐.”

반가운 친구와의 만남에 투투가 환하게 웃었다.

“싸우시는 거야? 오늘은 또 누군데?”

그렇게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친구를 따라간 투투가 발견한 건 1층 중앙 홀에서 루미에르를 감싸고 그의 앞길을 방해하고 있는 마족들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계단 위로 올라가려는 루미에르의 앞을 막아서고는 사랑을 외치는 마족들을 보며 투투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아무리 얼굴에만 관심이 있어도 생존 본능이 없진 않을 텐데?”

무슨 용기로 저렇게 험악한 기운을 마구 뿜어내는 루미에르 앞을 가로막고서 있단 말인가?

투투의 반응에 친구가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투투가 황당함에 헛숨을 내쉬자 친구가 주변을 둘러보다 작게 속삭였다.

“그러고 보면, 폐하나 엘리고스 님한테도 예전에는 저런 것들이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아.”

그렇게 정신이 나간 것들이 있었다고? 투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친구를 바라봤다.

“…지금은 왜 없는데?”

“아마 저렇기 때문 아닐까?”

친구가 보란 듯, 1층 홀 아래를 손으로 가리켰다.

흉흉하던 기운이 확, 타오르고 기운이 형상화됨과 동시에 몰려들던 사용인들이 퍼억-! 뒤로 날아갔다.

콰앙-! 커다란 충격음을 들으며 투투와 친구는 얼른 자리를 잡았다.

2층 복도, 난간에 기댄 투투가 위에서 지켜보는데도 훅 치밀어 오는 압박감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황홀해!’

저렇게 강력한 힘이라니! 투투가 헤에, 입을 벌리고는 구경을 시작했다.

루미에르의 힘에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던 마족들은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다시 그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미에르는 그에게 다가오는 마족들을 하나하나 때려 패기 시작했다.

퍽, 퍼억, 쾅!

경쾌한 타격음을 들으며 투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시원하다, 시원해!”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낄낄거리며 손뼉을 쳤다.

“시작됐네!”

기다리던 이벤트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맞으면서도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입을 나불거리는 마족들과.

“루미에르, 억, 님! 제 마음이, 커헉!”

“저, 저를 봐 주세에-! 악.”

“루미에르 님이 때려 주고 계셔!”

미친놈들의 말이 줄줄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루미에르는 말 한마디 없이 손과 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력처럼 보였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는 마족들의 입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으, 질리는 것들.’

루미에르 역시 그들의 말에 타격을 받지 않는 건 아닌지 점점 더 타격음이 커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구경하던 친구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평소보다 더 심하게 때리는 것 같지 않아?”

“본인도 짜증 나겠지. 제냐가 싫어하는 건 둘째 치고, 소름 끼치잖아.”

투투가 어깨를 으쓱이며 상황을 살폈다. 평소처럼 화려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이것도 나름대로 재밌고 즐거웠다. 남 욕하는 재미도 있었고.

“야, 맞으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으, 싫다.”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아. 맞아 보면 얼마나 센지 더 직접적으로 알 수 있잖아.”

좀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루미에르의 힘을 직접 몸으로 겪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긴 다쳐 봐야 금방 낫는데 뭘.”

“그래도 이번 건 좀 아팠겠다.”

“뭔들 안 아프겠어?”

“킥킥, 그렇지.”

그렇게 한참 맞는 사용인들을 품평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말없이 마족들을 마구 패던 루미에르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응?”

물론 이제 더 이상 그에게 기어 올 체력이 남은 사용인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한참 더 팰 것 같았는데.

아쉬운 마음에 투투가 입을 삐죽였다.

“끝났나?”

“이렇게 갑자기?”

그러나 투투와 친구의 의문은 곧이어 계단을 타고 내려온 존재를 발견하고 해결됐다.

“제냐.”

이제까지 험악한 기운을 품던 사람은 어디로 사라지고 봄바람이 살랑이듯 황홀하게 웃는 루미에르. 그리고 그런 루미에르가 바라보는 이.

“왔어요? 오늘 산책하기로 했었죠? 바로 갈까요?”

루미에르가 제냐의 옆에 딱 붙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땠어요? 오늘도 힘들었어요?”

소중한 것을 만지듯 아주 조심스레 손목을 만지작거리는 손짓.

“손목이 부은 것 같아요.”

걱정스러운 눈빛.

“방으로 돌아가면 마사지를 해 줄까요?”

유혹하듯 건네지는 웃음.

“제냐한테서 종이 냄새가 나요. 응? 아니, 좋다는 건데?”

수줍다는 듯 떨리는 속눈썹.

“손잡아도 돼요?”

투투와 친구가 주방에서 자주 보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익숙한 두 마족과 달리 바닥에 쓰러진 마족들이 헛것을 봤다는 듯 눈을 벅벅 비벼 댔다.

그리고 그런 마족들의 움직임은 제냐의 관심을 끌었다. 솔직히 누군들 바닥에 저따위로 마족들이 흩어져 있으면 시선이 안 가겠냐마는.

“그런데, 지금 이건 뭐예요?”

제냐의 손짓에 루미에르가 생긋 미소를 흘렸다.

“아, 뭐. 그냥 평소랑 다름없죠.”

제냐가 바닥에 널브러진 마족들을 훑다가 타박하듯 말했다.

“성안에서 싸우지 말라니까.”

“싸우지 않았어요. 일방적으로 팼지.”

진실만이 가득한 답이지만 제냐는 그 말을 믿는 것 같지 않았다.

“농담도.”

제냐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루미에르가 그림 같은 미소를 지었다. 딱히 제냐의 오해를 풀어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사이 제냐가 1층 홀 주변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부서진 곳은 없는 것 같네요.”

“네, 신경 썼어요.”

그러니까 칭찬해 달라고 달라붙는 루미에르에 제냐가 간지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래요. 고마워요. 음, 그래도 너무 길 한복판에 쓰러져 있으니까 좀 그런데.”

루미에르가 뭐가 걱정이냐는 듯 답했다.

“하하, 별로 세게 안 때렸어요.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루미에르의 시선이 쓰러져 있는 마족들에게 향했다. 동시에 번쩍이는 푸른 눈.

경고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린 마족들이 주춤거리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파 죽겠다는 얼굴로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난 마족들은 어떻게 해도 일어나지 못하는 마족들을 부축해 스스슥,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루미에르가 제냐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렇죠?”

“보기랑은 다른가 봐요?”

“뭐, 마족들은 워낙 튼튼하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냐가 고개를 끄덕이며 루미에르와 함께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순식간에 정리된 난장판을 모두 지켜보던 투투가 친구와 눈빛을 교환했다.

“앞으로 많아질 것 같지? 이런 일.”

“응.”

“그래도 구경할 거지?”

“그럼!”

그리고 투투의 예상대로 그 뒤로 몇 번이나 위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결국에 루미에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불온한 팬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와아! 싸움이다!”

“오늘은 몇 분 만에 끝날 것 같아?”

“루미에르 님은 마왕성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잖아!”

여전히 투투와 같은 루미에르의 힘을 추종하는 추종자들은 가득했지만, 그래도 처음의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마왕성의 분위기도 차차 평소처럼 돌아왔고.

물론 모든 게 평소와 같은 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선 마왕성에서는 제냐가 제일 센 거 아닐까?”

투투의 중얼거림에 친구가 킥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폐하와 집사님, 그리고 루미에르 님까지.”

마왕성에서 제일 강한 이들의 비호를 받는다니. 좀 무심하고 서늘한 두 마족과 달리 헌신적인 루미에르의 등장은 제냐의 위치를 더 고평가하게 했다.

그리고 그 덕에 제냐에게는 아주 행복한 선순환이 일어났다.

“이거 오늘까지 해 주세요.”

“뭐? 오늘까지는… 아니, 해 갈게.”

돌연 매우 협조적으로 변한 마족들을 바라보면서 제냐가 활짝 웃었다.

“오늘은 빨리 퇴근할 수 있겠어요, 루미에르.”

“다행이에요.”

조금 전 눈앞의 마족을 노려보던 냉기가 뚝뚝 떨어지던 눈은 어디로 가고, 루미에르가 화사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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