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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대상이 잘못됐는데요 (49)화 (49/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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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뭐지?

제냐는 손목에서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통증을 무시하려 애쓰며 남자를 노려봤다.

“왜 계속 날 따라다니냐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아까 그 카페에서부터 여기까지 계속 있잖아!”

설마설마했는데. 제냐가 남자의 손을 떨쳐 내기 위해 손목에 힘을 줬다.

“하, 그 카페부터 여기까지 내가 먼저 와 있었거든요? 자의식 과잉 아니에요?”

비틀거리며 손을 놓칠 뻔한 남자가 다시 강하게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소리 지를 뻔했다.

제냐가 이를 악물며 다시 남자를 노려보는데 그는 증거를 잡은 것처럼 굴었다.

“내가 말한 카페가 어딘지는 안다는 거잖아. 왜? 아예 카페가 어딘지 모른다고 하지 그랬어?”

느낌이 왔다. 이놈은 제냐가 성에서 자주 보던 미친놈 중 하나였다.

제냐는 수군거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들을 수 있게끔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이 다 당신을 쳐다본 건 알긴 알아요? 당신 때문에 시끄러워서 다들 카페를 나갔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뭐, 다들 불편함은 느꼈을 것이다. 제냐가 보란 듯 그녀의 테이블에 놓인 음료잔을 가리켰다.

“내가 왜 또 카페를 왔겠어요?”

“이게…….”

제냐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를 한심하게 바라보다 주변을 힐끗 살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데 도움을 주려는 이는 하나도 없다니. 역시 마계나 인간계나 다른 것은 없었다.

제냐가 눈을 찌푸리는데 남자가 씩씩거리며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너 신전에서 보냈지! 아까 같이 있던 놈들도 다 수상했어. 가면도 쓰고 있고, 로브까지 뒤집어쓰고!”

“우리가 로브를 뒤집어쓰든 가면을 쓰든 뭔 상관이에요?”

코웃음을 친 제냐가 일부러 남자를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그리고 당신이 뭐라고 신전에서 사람을 붙여요? 웃기지도 않아. 신전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줄 알아요?”

제냐가 고소를 지었다.

“애당초 난 신전 소속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무례는 여기까지 하고 이 손 놔요.”

“너……!”

할 말 없으면 손이나 놓으라고 얄밉게 손을 흔들어 주자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때리려고?’

제냐는 겁먹지 않고 남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딱 봐도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쫓기는 것 같은데, 소란 피워 봤자 당신만 손해 아닌가요?”

그리고 당당하게 경고했다.

“레라지에 님께서도 이번 일을 좌시하지 않으실 거예요.”

루미에르가 그러지 않았던가. 귀족들이 종종 정체를 숨기고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함께 있던 이가 귀족임을 은연중에 드러내자 남자가 움찔 몸을 떨었다.

‘거짓말은 아니잖아?’

혹시나 하는 가능성에 남자가 몸을 움츠렸다. 그 순간 승기는 이쪽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제냐가 다시 한번 남자의 손을 떨쳐 내려 하는데, 그들 사이로 검은 로브가 휘날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자, 꽉 붙잡혀 있던 손목이 풀렸다.

“아악!”

그제야 피가 통하며 징징 울리는 팔을 부여잡은 제냐가 그녀를 도와준 이를 쳐다봤다.

남자의 손을 확 뒤로 꺾어 순식간에 그를 제압한 루미에르가 걱정스레 제냐를 쳐다봤다.

“괜찮아요, 제냐?”

제냐는 루미에르에게 붙잡혀 바닥에 반쯤 무릎을 굽힌 남자를 쳐다봤다.

“…굳이 따지자면 제가 이기는 중이었는데요.”

제냐를 살피던 루미에르의 눈이 그녀가 붙잡고 있던 손목에 닿았다.

“손목이…….”

그 시선에 제냐가 다시 손을 내려다봤다. 벌겋게 부푼 것이 어떻게 될지 뻔했다.

“멍이 들 것 같아요.”

아아악! 제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루미에르가 남자를 붙잡은 손에 힘을 꽉 쥐자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미에르는 남자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루미에르 서늘하게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손을 부러트려 줄까요?”

오, 위협하는 건가 싶었는데 루미에르가 고개를 들어 제냐를 쳐다봤다.

‘아, 나한테 묻는 거구나.’

어쩔까. 이렇게 무자비한 걸 보니 동료는 아닌 모양이었다.

감히 용사의 동료를 사칭하다니 남자가 더 괘씸했다. 이런 자들 때문에 용사인 루미에르의 평판이 떨어지면 어쩐단 말인가?

하지만 소란을 피우는 건 이쪽도 지양해야 했다. 제냐가 고민을 하는데 루미에르가 그대로 남자의 손을 완전히 꺾어 버렸다.

우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귀를 찢을 듯한 비명에 제냐가 얼떨떨한 얼굴로 루미에르를 쳐다봤다.

“…아직 답 안 했는데요?”

“제가 부러트리고 싶어서요.”

담담한 대답 뒤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제냐가 얼얼한 귀를 만지는데, 루미에르가 남자를 던져 놓고 제냐에게 다가와 대신 귀를 막아 줬다.

“시끄럽긴.”

그러면서 모자란 것을 바라보듯 남자를 쳐다보는 것이다. 자기가 손을 부러트려 놓고 너무한 처사였다.

‘그래도 좀 많이 시끄럽긴 하지.’

덕분에 얼굴이 다 팔리고 있었다. 저 정도 상처쯤이야 마족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킥킥 웃기나 했는데.

짜증스레 미간을 좁힌 제냐가 저 남자 좀 어떻게 해 보라고 루미에르를 툭 치는데 루미에르가 팍, 뭔가를 쳐 냈다.

“감히.”

반쯤 초점이 풀린 루미에르의 눈에 제냐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때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더듬거렸다.

“어, 어떻게 내 마법을……!”

그제야 제냐는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했다.

‘마법사인 건 진짜였나 보네?’

그리고 남자가 그 마법으로 이쪽을 공격했고.

루미에르가 제냐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손을 뻗는데 부들부들 떨며 하얗게 질린 남자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루미에르?”

뭐? 설마 정말 동료야? 제냐가 화들짝 놀라는데 남자가 확신을 얻은 듯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루……!”

“아스! 그만해요.”

제냐가 남자의 말을 끊어 내며 루미에르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루미에르가 고개를 돌려 제냐를 쳐다봤다.

“왜요?”

왜요? 제냐가 다시 강하게 루미에르의 팔을 잡아당겼다.

“보는 눈이 많아요.”

“그럼 조용한 곳에 가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아니, 이미 너무 이목이 주목됐잖아요. 이러면 곤란해요.”

“…….”

분명 루미에르도 들었을 것이다. 방금 저놈이 자기 이름을 부른걸.

제냐가 입을 달싹이며 ‘동료’라고 중얼거리자 루미에르가 단말마를 뱉더니 물었다.

“입을 부셔 놓을까요?”

아까부터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제냐가 기겁을 하는데, 루미에르가 마음을 정했다는 듯 다시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입을 부수겠다는 말을 들은 남자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엉덩이를 끌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진! 이게 무슨 일인가?”

아까 남자와 함께 있던 일행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러고는 남자를 부축하며 그들을 노려보는 것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제냐가 무뢰배 보듯 이쪽을 쳐다보는 일행에 헛웃음을 흘렸다.

제냐가 보란 듯 손목을 보여 줬다. 뻘겋게 부풀어 있던 손에 슬슬 멍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쪽이 먼저 자기를 왜 따라다니냐고, 신전 소속이냐고 미친놈처럼 윽박지르던걸요.”

피부가 하얀 덕에 손목의 상태가 너무 잘 보였다.

“건드리면 큰일이 날 거라고 경고도 했는데 마법까지 쓰시고.”

자기 입으로 마법을 썼다고 지껄였으니 남자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일행이 그게 정말이냐며 화들짝 놀라 남자를 쳐다봤다.

“…뭐? 진!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리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지만!”

드디어 정리가 될 것 같았다. 대충 사과만 받고 정리하자 마음먹는데, 남자가 외쳤다.

“몰라! 수상하다고!”

그리고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남자의 몸이 붕 뜨더니 뒤로 휙 끌려갔다.

“와아악!”

“마, 마법이다!”

주변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군중이 경악했다. 아까도 마법이라는 말을 듣고 몇 걸음씩 뒤로 물러났는데, 대놓고 마법이 보이자 사람들이 하나둘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예 경각심이 없는 건 아닌가 보네.’

눈 깜짝할 새에 텅 비어 버린 주위를 허탈하다는 듯 둘러보던 제냐는 남자를 자기 앞까지 끌고 간 당사자를 쳐다봤다.

“레라지에 님.”

은빛 로브를 입은 레라지에가 바닥에 무릎 꿇려진 남자를 내리깔아봤다.

“진!”

도망간 다른 이들과 달리 갑자기 마법에 끌려간 친구를 따라 레라지에의 앞으로 다가간 남자의 일행을 보며 감탄한 제냐가 루미에르를 건드렸다.

“말려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너무 소란스러워요.”

하지만 루미에르는 이미 저쪽에 관심을 끄고 제냐의 손목에 집중 중이었다.

제냐의 손목은 미처 잡지 못하고 그녀의 팔뚝을 조심스레 쥔 그가 입술을 말아 물었다.

제냐가 한숨을 삼키며 루미에르를 끌고 레라지에에게 갔다. 지금 레라지에를 말릴 수 있는 건 루미에르뿐이었다.

“못생긴 것이 감히 어디에 손을 댄 거지?”

오만한 말투와 매끄럽게 올라간 입꼬리를 보건대, 레라지에도 꽤 많이 화가 나 있었다.

“가치 없는 놈이니 자비는 필요 없겠지.”

설마 죽이려는 건가 싶어 황급히 입을 열려는데 또다시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덜렁거리는 남자의 팔.

루미에르가 부러트리지 않은 반대쪽 팔마저 부러트린 레라지에가 기절할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남자를 뒤로하고 제냐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안타까운 얼굴로 제냐의 손을 붙잡더니 울상을 했다.

“오, 제냐. 그대에게 흠집이 났구나.”

조금 전 사람 손 하나를 아작 낸 사람답지 않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제냐는 레라지에의 이중성보다는 루미에르의 행동을 막아 내는 데 급급했다.

제냐가 절대 레라지에의 손을 내치치 말라는 표정으로 루미에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푹, 한숨을 쉬었다.

‘다행……?’

제냐의 기대를 저버린 루미에르는 기어이 레라지에의 손을 떼어 냈다. 황당함에 입만 뻥긋거리던 제냐는 이어진 루미에르의 행동에 입을 벌렸다.

‘뭐 해?’

루미에르가 레라지에의 손에 제냐의 손 대신 자기 손을 쥐여 줬다.

얼떨떨하게 자기 손에 놓인 루미에르의 손을 쳐다보던 레라지에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냉큼 손에 힘을 줬다.

레라지에의 감탄사와 함께 중간중간 남자의 비명이 섞였다.

“악! 야, 양팔이 부러진 것 같아.”

“이 미친놈들은 뭐야?”

제냐는 겁에 질린 그들과 무장을 한 채, 건물 안에서 우르르 뛰어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여길 따라온 거지.’

제냐가 할 말 많은 얼굴로 작금의 상황을 만든 두 인물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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