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 대상이 잘못됐는데요 (11)화 (11/145)

16606917681733.jpg 

뒷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다행이었다. 놀란 얼굴을 들키지 않았으니까.

제냐는 눈만 슬쩍 내려 방에서 나왔을 때 그대로 손목이 옷에 가려져 있다는 걸 확인했다.

‘어떻게 알았지?’

전날 밤, 용사에게 붙잡힌 손목에는 보기 흉한 멍이 들었다. 하지만 검붉은 멍과 살짝 부푼 손목은 긴 옷소매로 충분히 가려졌다.

보이지도 않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아챈 건지 모르겠다.

제냐는 손목을 감싸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대신 재빨리 표정을 정돈하고는 마왕을 쳐다봤다.

“다치지 않았어도 레라지에 후작님께 보내셨을 거잖아요?”

상처가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태연하게 답하자 마왕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또 뭘 하려는 건가, 떨떠름하게 다가가자 손목에 손이 닿았다.

마왕의 손에서 그의 눈만큼이나 새빨간 빛이 튀어나와 그녀의 손목을 감싸다 사라졌다. 제냐는 마왕이 건네준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옷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하게 치료된 손목을 확인하며 삐딱하게 물었다.

“이건 제 질문에 대한 긍정이죠?”

자기가 치료해 놓고 관심도 없는지 서류로 시선을 돌린 마왕이 무심하게 말했다.

“귀찮지 않게 알아서 잘해.”

문맥상 세 명의 마족을 잘 조율해 성을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는 뜻 같았다.

고작 시녀일 뿐인데 바라는 것도 많아. 제냐가 흥, 코웃음을 치며 자리로 돌아가 서류를 확인했다.

레라지에 후작이 마왕성에 도착하는 건 내일 아침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생각보다 일정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

“사흘이라.”

하지만 마족들은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편이라 안심할 수 없었다. 이딴 문장이 적혀 있다면 더더욱.

몸에 영구적인 피해가 남는 일이 발생해도, 마왕성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레모리 공작가에도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