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딱히 위험하지 않으면서 제법 쓸 만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마왕성에 억류됐을 때, 제냐는 한 가지 사실만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용사가 마왕을 죽이고 세상을 구원할 거야.’
아주 오래전부터 제국에 전해져 내려오던 예언의 주인공이 당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잘 버티면, 용사는 세상을 구원하면서 그녀의 목숨도 구해 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제냐는 제 앞에서 당당히 독초를 씹어 삼키는 용사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이제 됐죠? 저는 떠날 수 없어요. 다시 치료해 주세요.”
독 기운에 비척비척 다가온 용사가 제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신실한 신자처럼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속삭이는 것이다.
“제냐는 살아 있는 내가 필요한 거니까, 내가 건강해지기 전까지는 곁을 떠나지 않을 거죠?”
푸른 눈이 기이한 안광을 띠며 제냐의 얼굴을 담았다.
“나는 제냐를 보기 위해서 이제껏 살아왔던 게 틀림없어요.”
용사가 소원을 빌듯 두 눈을 감았다.
“나를 버리지 말아요.”
용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려 했고, 일거수일투족을 알려고 했으며 그녀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날을 세웠으니까.
하지만 제냐는 그 모든 게 마왕을 처리하기 위한 용사의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시녀이긴 해도 나름 마왕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그녀를 포섭해서 마왕성의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거라고.
그래서 조금 안타깝게 여겼던 것도 같다. 그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제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하지만 저 처연한 눈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용사의 목표는 마왕의 죽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