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무정하시렵니까?
무릇, 사람의 운명이란 잉태되는 그 시점에서 결정되는 것이었다.
존귀한 존재는 존귀한 삶을 사는 것이 당연했고, 천한 것은 천하게 태어난 제 운명에 순종하며 사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 화완옹주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록 ‘옹주’로 태어났으나 왕의 총애를 받는 귀한 존재.
화완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부귀와 영화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그런데…….
“옹주 화완의 호를 삭탈하고 서인으로 강등한다. 앞으로 화완을 칭할 때는 정치달의 처, 정처라 부르는 것이 응당 옳은 일이다.”
왕명을 전하는 도승지의 입술을 화완은 당장에라도 찢어발기고 싶었다.
“네 이놈!”
화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승지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내가 뉘인 줄 잊은 게냐?”
“…….”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망언을 입에 올리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카랑카랑한 음성에 형운을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
제 성화를 참지 못한 그녀는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화완은 한껏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제 곁을 둘러싼 궁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것이냐? 저 무엄한 놈을 당장 끌어내지 않고!”
모시는 상전의 단호한 명령에 궁인들이 주춤주춤 앞으로 나섰다.
순간.
닫혀 있던 옹주의 처소 문이 벌컥 열렸다.
문앞에는 의금부의 동지사를 비롯하여 세 명의 도사들이 여차하면 검을 뽑아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놀란 궁인들이 화완의 등 뒤로 물러섰다.
“이런 멍청한 것들을 보았나.”
지금껏 입안의 혀처럼 굴며 옹주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내던질 것을 맹세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엔 제 몸을 사리는 아랫것들을 향해 옹주는 사납게 눈을 흘겼다.
저런 것들을 믿은 내가 어리석었구나.
한탄을 안으로 갈무리한 화완은 문앞으로 다가갔다.
의금부 동지사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화완의 눈에 서릿발이 고였다.
“비켜라.”
“모시겠습니다.”
“필요 없다.”
“궁 밖까지 안전하게 배웅하라는 명을 내리셨사옵니다.”
“지금 내게 궁을 나가라는 것이냐?”
“어명이옵니다.”
“어명! 어명!”
화완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을 앙칼지게 말아 물며 그녀가 말했다.
“그 망할 놈의 어명, 내 직접 확인할 것이다.”
그녀는 동지사를 밀쳐내고 전각의 대청마루로 향했다.
“주상이 나를 이리 박정하게 대할 리가 없다. 그러니 내가 직접 만나 주상의 이야길 들어봐야겠다. 그 아이가 무얼 단단히 오해한 것이야.”
서둘러 댓돌 위에 놓인 신을 신고 돌계단을 내려서는 그녀의 앞으로 긴 그림자가 다가왔다.
“옹주마마.”
차갑게 굳어있던 화완의 얼굴에 문득 균열이 일었다.
“장 집의가 아닌가.”
화완의 눈동자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때마침 잘 왔소. 저 미련한 자들이 나와 주상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어요. 우리 주상이 나를 내쫓는다고…….”
장무열이 화완의 말허리를 잘랐다.
“옹주의 직첩을 거둬 서인으로 강등하여 강화도로 유배를 떠나라는 어명이 내리셨습니다.”
“무어라……했소? 그 아이가 어떻게 나를…….”
그 순한 아이가…….
이 고모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던 아이가……무얼 어찌하라 하였다고?
“내가 제 아비의 누이이거늘. 저와 내 속에 흐르는 피가 같음을 정녕 주상이 잊었단 말인가. 주상이 미친 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현실을 부정하는 화완에게 장무열의 고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안 됩니까?”
“뭐라?”
화완과 장무열의 시선이 허공에서 만났다.
“왜 옹주는 되고 전하께선 그리하시면 안 됩니까?”
“그게 무슨 말이오?”
“임오년의 불행에 옹주께서도 동참하지 않으셨습니까.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 혈육을 모함하여 끝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신 분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실로 난감합니다.”
“…….”
“어디 그뿐일까요. 그분에게서 아버지를 빼앗는 것으로도 모자라 호시탐탐 조카의 목숨을 노린 분이 옹주가 아니십니까. 이제 와 혈육을 찾으니…… 참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조곤조곤 죄를 따지는 장무열의 음성엔 그 어떤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의 무심(無心)이 그녀를 절망케 하였다.
제 편이길 그렇게도 열망했던 사내였건만.
어떻게든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그의 배경을 자청하였건만.
어째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일까?
권력이든 사람이든…….
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은 이토록 손에 닿지 않는 걸까?
이제는 손아귀에 쥐었다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 손가락의 가느다란 틈새로 모두 빠져나갔다.
작금의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화완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나는 옹주다! 나는 이 나라의 옹주다! 누가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느냐? 누가 감히……!”
그녀는 날카롭게 세운 손톱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궁녀들을 사납게 할퀴어댔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지엄한 왕명을 거역할 도리가 없었다.
궁녀들은 버둥거리는 옹주를 결박하였다.
그러곤 화완의 머리를 장식한 칠보 주작 첩지를 벗겼다.
커다란 진주와 백옥으로 만든 연꽃이 장식된 황금 비녀를 빼고 그 자리에 나무 비녀를 꽂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파르르 날갯짓하는 나비잠과 패랭이꽃이 빼곡한 머리꽂이도 더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색의 목련이 수 놓인 연분홍빛 스란치마는 물론이고 당의도 화완의 몸을 떠났다. 귀하고 보드라운 비단옷 대신 화완을 기다리는 건 무명으로 만든 흰 저고리와 치마였다.
손에 낀 가락지는 물론이고 몸에 걸친 노리개, 아끼던 분첩이며 작은 향 주머니 하나조차도 화완이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후회할 것이야, 언젠가 복수할 것이야. 나를 이렇게 쫓아낸 걸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주상……주상……!”
가마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화완의 악다구니는 멈추지 않았다.
일국의 옹주에서 한순간 폐서인된 여인을 태운 가마가 궁궐의 뒷문을 통해 사라졌다.
잠시 시끄러웠던 궁궐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궁인들은 저마다 제 갈 길을 찾아 종종걸음쳤고, 궁궐 담벼락 너머로 가지를 뻗은 회화나무엔 딱새 한 마리가 둥지를 트느라 분주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
“정녕 어머니께서 유배를 떠나셨단 말이냐?”
청지기가 물어온 소식에 정후겸은 낮게 읊조렸다.
죄지은 사람처럼 청지기는 연신 허리를 조아렸다.
“지금이라도 몸을 피하시는 것이…….”
주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 모습에 정후겸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몸을 피한들 어디로 피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간의 일들이 마치 꿈인 양 아득했다.
오랜 시간 아등거리며 살아왔건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텅 빈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으로 무수한 일을 저질러왔다.
제 혈육을 내치고, 기꺼이 옹주의 양자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의 피를 묻히고,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썼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는데…….
그 끝에 기다리는 건 아득한 절벽이었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던가.
“대감, 제발…… 지금이라도 몸을 피하십시오. 곧 의금부에서 들이닥칠 것이라 했습니다. 쇤네가 집안의 무사들과 함께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그러니 대감…….”
“되었다.”
“대감마님…….”
청지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도 내가 영 헛으로 산 건 아닌 모양이군.”
정후겸은 마른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는 앉아 있던 비단 보료와 화려하게 장식된 방안을 무심한 시선으로 하나하나 짚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제 와 아무 소용 없게 되었다.
이리 허무한 것이 사람 사는 인생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이 이리도 늦게 깨닫게 된 걸까?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소금기 깃든 눅눅한 공기, 바람이 불 때마다 코끝을 파고드는 비릿한 바다 향기.
그 남루하고 비참한 시절이 왜 갑자기 생각나는 걸까?
만약 그때 옹주의 양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어찌 살고 있었을까?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에 바다에 나가 고기를 낚고, 적당한 여인과 혼인하여 올망졸망한 어린 자식들과 한방에 뒤엉켜 있으려나?
뭐, 그것도 그리 나쁜 인생은 아니려나?
잠시 상념에 빠졌던 정후겸은 이내 툭툭 몸을 털었다.
아니, 아니다.
그건 진실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이왕지사 세상에 태어났으니, 그래도 이름 석 자 남기고 싶었다.
머리를 조아리는 쪽이 아닌, 남에게 조아림을 받는 자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은 패배했다.
작은 실수.
하찮은 방심.
그의 뇌리로 한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김이레.
처음부터 그의 계산에 없었던 한 인물로 인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여인.
그러나 이제는 당당한 왕의 여인이자 이 나라의 국모가 된 여인.
그녀만 아니었다면…….
만사여의를 십학사에 끌어들이지 않았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세손빈으로 간택되게 하지 않았더라면…….
뒤늦은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대감마님!”
청지기의 성마른 부름이 다시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어두운 문밖으로 일렁이는 횃불이 우르르 몰려드는 광경이 들어왔다.
“죄인, 정후겸은 어명을 받들라!”
의금부 도사의 외침이 어둠에 잠긴 정후겸의 방안에 화살처럼 꽂혔다.
“잠시만 기다리라 하라. 준비를 마치는 대로 나갈 것이다.”
정후겸은 청지기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일렀다.
이윽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 그는 방 한쪽에 있는 자개장을 열었다.
한 번도 열지 않은 자개장 안에는 한 벌의 저고리와 바지가 들어 있었다.
무명으로 만든 소박한 그것은 그의 생모가 처음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뭡니까. 이미 이런 날을 예감이라도 하신 겁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눈가에 쓸쓸한 물기가 떠올랐다.
정후겸의 집을 에워싼 횃불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수가 많아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후겸이 드디어 방을 나섰다.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옹주의 양자가 되어 왕의 총애를 독차지했던 사내.
천하의 권세를 휘두르며 화려한 복색과 치장을 즐기던 사내.
그러나 그 사내의 마지막 길은 빛바랜 흰 무명으로 만든 저고리와 바지 차림이었다.
***
어둠이 세상을 뒤덮었다.
검푸른 색으로 뒤덮인 대전의 누각 위.
형운은 먼 허공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시옵니까?”
그의 등 뒤에서 걱정 어린 물음이 들려왔다.
새로운 왕이 즉위한 이후, 한바탕 피바람이 궁궐에 불었다.
그 피바람은 왕족조차도 피할 수 없었다.
형운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돌렸다.
심해의 어둠이 담긴 그의 눈동자에 이레의 하얀 얼굴이 맺혔다.
“왔소?”
손을 뻗는 그에게 이레는 당의 자락 뒤에 숨겨둔 제 손을 건넸다.
“마음 불편하시겠지요.”
어찌 마음 편할 수 있을까.
그러나 걱정하는 이레를 안심시키듯 형운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소.”
“…….”
“본디 군주란 무정해야 한다오.”
“그렇습니까?”
“일국의 왕이 이런 사사로운 정리에 마음 흔들려서야 쓰겠소.”
대답은 그리했지만, 이레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형운의 혈관에 흐르는 피가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군주이기 이전에 그 역시도 사람인 것을…….
형운을 잡은 이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이레는 말끝을 흐리며 형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왜 그리 보는 것이오?”
“걱정입니다.”
“무어가?”
“혹시 제게도 무정하시렵니까?”
이레의 물음에 형운의 입가가 작게 실룩거렸다.
스멀스멀 장난기가 솟구친 까닭이었다.
이내 입가에 그려진 웃음기를 지운 그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장담할 순 없겠소.”
“네?”
절대 무정할 일 없소……라는 답을 예상했기에.
이레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정말이십니까?”
“무사공평(無私公平)이 군주가 행해야 할 바른 도리인 것을 어찌하겠소?”
이레를 놀리기 위해 형운은 무감(無感)이라는 가면을 썼다.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한껏 악물었다.
물끄러미 그를 응시하던 이레가 돌연 형운의 어깨너머를 응시했다.
최 내관을 비롯한 대전의 내관들과 상궁들이 스무 보쯤 떨어진 곳에서 허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문득 이레와 시선이 마주친 최 내관이 황급히 궁인들을 돌려세우는 것이 보였다.
때를 놓칠세라 이레는 뒤꿈치를 들었다.
이내 쪽, 형운의 입술에 이레의 입술이 맞닿았다.
잠시 방심한 사이 당한 기습인지라.
그의 눈이 커졌다.
이레가 기세등등하여 다시 물었다.
“이래도 무사공평 하시렵니까?”
“어림도 없소.”
힐끗, 궁인들의 사정을 살피던 이레가 이번에는 형운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달콤한 향내와 함께 짧고도 저릿한 전율이 그의 턱을 강타했다.
“이래도 말입니까?”
“아직은…….”
“정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
이레는 돌연 맞잡고 있는 형운의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강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그가 휘청거렸다.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레가 형운을 누각의 기둥으로 밀어붙였다.
“왜 이러시…….”
……오.
매듭짓는 한 글자가 그의 숨결과 함께 이레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웅웅 메아리치는 형운의 목소리가 그녀의 입안을 간질였다.
목이 움츠러드는 간지러움을 털어내려 이레는 입안에 머금은 숨을 내뱉었다.
시리고 달콤한 풋과일의 향내가 붉은 잇새를 빠져나와 형운의 입안으로 흘러들었다.
절로 군침이 돌았다.
조금은 장난스레 시작한 그녀의 위로 덕에 그의 성긴 마음결에 촘촘한 온기가 돌았다.
내 사람.
나만의 여인.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 싶은 그만의 하늘.
알알한 감정이 손끝과 발끝을 바싹 긴장시켰다.
형운은 누각에 기댄 채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곤 이레를 제 무릎 위로 당겨 앉혔다.
“하아…….”
나른한 한숨이 이레에게서 새어나왔다.
형운은 봉황 비녀 꽂힌 이레의 머리 타래 아래로 손을 넣었다.
숨결과 숨결이 한껏 밀착되었다.
서로 맞물린 입술은 처음부터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 난 듯, 한데 뒤엉켜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입속에 도사리고 있던 연분홍빛 불꽃이 숨바꼭질하듯 이레를 찾았다.
잡히고 달아나는 아슬아슬한 술래잡기 반복하던 와중, 그녀가 숨을 뱉으며 물었다.
“아직도……무정하실 수 있으십니까?”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전보다 더욱 깊은 입맞춤이 이레를 향했다.
어찌 무정할 수 있을까.
어찌 그대를 다른 이와 공평하게 대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처럼 작게 도리질하는 형운을 이레는 감미로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어둠에 물든 그녀의 입술이 잘 익은 석류처럼 탐스러웠다.
붉은 과즙을 터트리며 전신의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우는 그 신묘한 과일을 베어 물 듯 형운은 이 끝으로 물었다.
토도톡.
달콤한 과즙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내가 그를 아득한 환(幻)의 세계로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