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택-왕들의 향연-156화 (156/215)

#156. 궁의 예법과 사람의 도리

사각사각.

조용한 어둠 사이로 들려오는 건 비단 속옷 부딪히는 소리가 전부였다.

행여 밖으로 소리라도 새어나갈까 조심하며 이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조심스레 나비장을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곤 형운과 마주 앉았다.

“시작할까요?”

한껏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형운 역시 작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시작하시오.”

이레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펼쳤다.

그녀가 나비장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실뜨기 놀이를 위한 실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실은 아니었다.

축광사(畜光絲).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실.

만사여의가 서역을 드나드는 상인에게서 구한 귀한 실이었다.

그 귀한 실이 어린아이들 장난 같은 실뜨기 놀이에 쓰이고 있었다.

누군가 보았다면 헛웃음을 터트릴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레와 형운의 실뜨기는 그냥 놀이가 아니었다.

실뜨기 모양 하나마다 지칭하는 글자가 있었으니.

그 모양들을 모두 모으면 하나의 문장이 되고, 때론 누군가의 이름이 되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의 실뜨기 놀이는 둘만의 암어(暗語)였던 것이다.

궁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도 눈이 있고 몰래 듣는 귀가 있는 곳이다.

아직 명확하게 적을 구분하지 못한 상황인지라.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다.

그런 터라, 두 사람은 이렇게 함께 밤을 보내는 밤이면 실뜨기 놀이를 이용하여 의견을 주고받았다.

궁녀들 사이에서 동궁과 빈궁께서 사가로 나가시더니, 괴이한 놀이를 배워 오셨다는 말이 돌긴 하였지만.

그것을 유심히 살피는 이는 없었다.

덕분에 형운과 이레는 앞으로 싸워야 할 사람들의 명부를 정리하고 포섭해야 할 사람들의 이름이 담긴 서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두 사람만의 암어로 만들어진 서책은 나날이 숫자가 쌓여갔다.

그와 함께 실뜨기 모양 역시 여러 형태로 발전하니.

이제는 필담을 나누듯 실뜨기 놀이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어둠 속에서 소리 없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레는 손끝에 걸린 축광사를 움직였다.

‘동궁전을 향한 조정 대신들의 견제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옵니다.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레의 물음에 형운은 양손을 움직여 실을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 모두와 싸울 생각은 없소.’

‘싸우지 않으면요?’

‘내 사람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오.’

‘지금의 조정에 그런 사람들이 있겠습니까?’

‘선세자와는 비록 뜻이 달랐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만큼 같았던 사람들이 있지 않겠소.’

‘…….’

‘자신의 이익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손을 더럽히는 사람도 있지만, 신념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오. 아니, 나는 분명 그런 사람이 있으리라 믿고 있소. 그런 이들이 없었다면, 이 조선이 지금까지 이리 이어올 수 없었을 테니까.’

‘늘 조심하시어야 합니다. 궁 곳곳에 감시하는 눈과 귀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작은 흠집이라도 잡혀선 아니 될 겁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저하를 궁에서 다시 몰아내려 할 테니까요.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하시어요.’

‘걱정 마시오. 조심, 또 조심하겠소. 지금도 이리 조심하고 있질 않소. 당장에 하고 싶은 것이 있건만, 이리 꾹 참아가며 말이오.’

이레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옵니까?’

‘빈궁은 없소?’

‘글쎄요. 저는 당장 무얼 하고 싶은 것은 없사옵니다.’

‘나는 있소.’

‘그것이 무엇입니까?’

‘알고 싶소?’

‘제가 알면 안 되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니오. 아니, 오직 빈궁만이 알아야 할 것이긴 한데…….’

‘그리 말씀하시니, 더더욱 알고 싶어집니다.’

‘그리 원하니, 내 알려주리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말이오…….’

형운의 엄지와 검지에 걸렸던 축광사가 한데로 모였다 벌어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형운이 양손을 활짝 펼치자 독특한 실뜨기 모양이 만들어졌다.

‘이건……!’

이레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애써 동요를 삼키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문풍지 위로 꾸벅꾸벅 조는 궁녀와 상궁들의 그림자가 어룽거렸다.

‘그건 궁중의 법도에 어긋납니다.’

‘궁중의 법도가 그리 중요하오?’

‘…….’

‘내겐 궁중의 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소.’

‘그게 무엇입니까?’

‘……사람의 도리요.’

‘사람의 도리는…….’

이레는 형운의 손에 있는 축광사를 낚아채듯 제 손에 걸었다.

그러곤 반박의 의견을 펼치려 모양을 만들었다.

아니, 만들려 애를 썼다.

순간.

실을 빼앗긴 대신 양손의 자유를 획득한 형운이 움직였다.

그의 크고 따뜻한 손.

그 커다란 손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레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가 당장에 하길 원했던 사람의 도리란…….

사내의 도리란…….

바로 내 여인에게 연모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저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고, 부드러운 살결을 품에 안는 것이리라.

이내 그의 입술이 이레의 입술을 찾아 어둠을 더듬었다.

동그란 이마에 미끄러진 입술이 콧등을 따라 흘러내렸다.

축광사에 양손을 포박당한 이레는 그대로 그에게 온전히 얼굴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간질이던 형운의 입술은 곧 경로를 바꾸었다.

그의 입술이 훑고 지나간 곳마다 꽃잎이 피어났다.

밖은 바람이 차가운 계절이건만.

빈궁전의 침소에선 붉은 꽃이 만개하였다.

***

같은 시각.

화완옹주의 전각으로 향한 정후겸은 대전의 일을 전하고 있었다.

“삼불필지?”

아끼던 난잎을 닦던 옹주의 손길이 멈추었다.

그녀가 눈을 바로 뜨고 정후겸을 응시했다.

무슨 뜻인지 소상히 말해보라는 눈빛이었다.

정후겸의 음성이 화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동궁께선 당파를 알 필요 없으며, 조정의 인사에 대해서도 알 필요 없으며, 국정에 대해선 더더욱 알 필요 없으니. 삼불필지, 세 가지를 전혀 알 필요 없다는 뜻이라 합니다.”

“주상전하 앞에서 왕권에 저항하는 말이라. 홍인한. 그자가 무척 급했던 모양이구나.”

“공들인 계획이 허무하게 무너졌기 때문이겠지요.”

문득 화완옹주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어설프구나. 이미 한 번 쓴 계획을 고스란히 다시 가져오다니.”

“주상 전하께서 그 부분을 걱정하시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 때문에 오히려 조금이나마 남은 의심마저 송두리째 날려버린 셈이 되었다. 오죽 급했으면 삼불필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길 꺼냈을까.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았을 터.”

화완이 정후겸에게 시선을 주었다.

“네게 도움을 청하지 않더냐?”

“도와달라 하였습니다.”

“무어라 답하였느냐?”

“어찌 대답하여야 할까요?”

화완은 앞에 놓인 난초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아느냐? 이렇게 이따금 잔가지를 손질해주어야 쓸데없는 곳으로 양분이 낭비되지 않는단다.”

“…….”

“낡고 해진 옷을 언제까지 수선하여 쓸 수는 없지 않겠느냐. 홍인한 그자는 과욕을 부렸으니, 이쯤에서 새로 옷을 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명대로 따르겠사옵니다.”

고개를 숙이는 정후겸의 머리 위로 화완의 못마땅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화가 복이 되었다. 아니, 전화위복이 되게 한 건 동궁인가? 하룻강아지인 줄 알았더니, 과연 범의 자식이란 건가?”

***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문밖에서 들려온 조급한 부름에 형운은 눈을 떴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저하, 저하…….”

최 내관의 음성이다.

형운은 낮게 헛기침을 흘려 깨어났음을 알렸다.

“급히 동궁전으로 돌아가셔야겠사옵니다.”

아무래도 무슨 급한 일이 생긴 듯했다.

형운은 고개를 돌려 아기처럼 잠들어 있는 이레를 바라보았다.

여릿한 숨결이 닿을 때마다 향긋한 향내가 느껴졌다.

이 따뜻하고, 이 달콤한 것을 어찌 쉬이 떨쳐내랴.

그러나 그는 이 나라의 동궁이었고, 그의 주위에는 적들로 가득했다.

그의 고난은 단순히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으니.

형운은 이레의 목 위로 이불을 단단히 덮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레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내 여인이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보는 이, 자신이길 바랐다.

졸음이 잔뜩 묻은 얼굴로 온기 가득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뒹굴 거리는 게으름을 누리고 싶었건만.

그러나…….

지금은 가야 했다.

차마 잠든 이레를 깨우지 못한 형운은 서탁 위에 놓인 흰 종이를 보았다.

서둘러 붓에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려던 형운은 잠시 멈칫했다.

가만, 혹시 서탁에 쓴 글이 다른 백귀들에게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 까닭이다.

이레의 서탁에선 형운이 쓴 글이 전해지지 않았다.

오직 이레의 손을 겹쳐 잡고 썼을 때만 서탁은 백귀들에게 글을 전하곤 하였다.

그러니 염려 없었다.

형운의 글은 오직 한 사람, 이레에게만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이내 안심한 그는 서탁에 놓인 종이에 짧은 서찰을 썼다.

-잠든 그대를 두고 가는 걸음이라,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오. 하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니. 다음엔 은랑, 그대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겠소?

궁의 예법이 아닌 사람의 도리를 행하는 일이라면 이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다 하여도 다 들어주리다.

형운은 의미심장한 내용의 서찰과 이레를 번갈아 보았다.

참으로 신비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 어떤 신기한 광경을 보아도 가슴 뛰었던 적이 드물었다.

아름다운 풍경에도 감탄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레만은 달랐다.

그녀를 볼 때마다 형운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구하기 어려운 서책을 어렵사리 구해 첫 장을 넘길 때의 설렘.

그 짜릿한 감동을 그는 이레를 볼 때마다 느끼곤 하였다.

이레의 한 마디에 감동하고, 그녀의 배려에 감탄했다.

이것이 연모의 마음이려나.

대체 이 연모라는 것의 끝은 어디쯤일까.

그 끝에 다다를 순 있으려나?

저도 모르게 입가를 늘이며 미소 짓던 형운은 침소 밖으로 나갔다.

방문이 닫히고 얼마나 지났을까?

달빛 가득하던 밤하늘이 어두워졌다.

서쪽 끝에 걸려있던 먹장구름이 바람에 밀려 하늘 중앙을 가득 덮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하늘은 습기를 머금었다.

그 순간, 스스스슷.

서탁 위에 조화가 일었다.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던 형운의 글씨가 서탁의 나무 무늬 사이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사람의 도리? 무슨 도리를 어떻게 하는데 몸뚱이가 부서져?

상의 글씨가 떠올랐다.

-거참, 그걸 정녕 몰라 묻는 것이오?

-예, 너는 뭔가 아는 것 같은데. 말해 봐라, 그게 뭐냐?

-어찌 군자가 남의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겠소. 그저 짐작 가는 바가 있을 뿐이니. 더는 묻지 마시오.

-짐작 가는바? 그게 뭔데? 뭐냐고?

상이 채근하듯 다시 질문했다.

서탁 위로 악의 악필이 호통치듯 떠올랐다.

-상,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냐? 물어볼 걸 물어봐라. 몸으로 하는 사람의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화가 끼어들었다.

-허허허, 동뢰연의 밤엔 손만 잡고 자는 줄 아는 위인이 무얼 알까.

-화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생각이 짧았군. 쯧쯧, 세상의 이치도 모르고 사람의 도리는 더더욱 모른 채 백귀가 되었으니. 안쓰럽다 못해 불쌍하구나.

악의 위로 같지 않은 위로에 상이 벌컥 화를 냈다.

-누구더러 백귀라는 것이냐? 그보다, 네놈이 뭐라고 나를 불쌍하게 여겨? 이것들을 그냥! 자자손손 뼈도 못 추리기 전에 말해라. 사람의 도리가 뭐냐?

서탁 위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이레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

늦가을의 밤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다.

그러나 아무리 차갑다 하더라도 이레의 처소를 나서는 형운의 표정보다 차갑지는 않았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가면이라도 쓴 듯 형운은 차고 무표정했다.

형운의 뒤로 최 내관이 종종걸음치며 아뢰었다.

“주상전하께서 저하께 대리청정을 명하시었나이다.”

일순, 형운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천천히 최 내관을 돌아보았다.

“지금 무어라 하였느냐?”

“전하께서 동궁께 대리청정을 명하였나이다.”

“이 밤에 말이냐?”

“숙직하는 승지를 불러 교지를 내리셨나이다.”

“이런…….”

형운의 입에서 탄식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느 틈엔가 최치성과 홍인모가 형운의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조정의 상황은 어떠하더냐?”

형운의 물음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하나의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홍국영이었다.

“빈청으로 소식이 전해진 일 다경 전이었사옵니다. 대신들이 소식을 접하고 입궐하기까진 한 시진 정도는 걸릴 것이옵니다.”

“그래?”

“네.”

홍국영의 이야기를 곱씹던 형운은 최 내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할바마마의 의중은 파악되었느냐?”

선세자 살아생전, 주상께선 곧잘 양위소동을 일으키곤 하셨다.

‘더는 왕의 자리에 미련이 없으니, 지금부터 임금의 자리를 왕세자에게 양위하겠노라.’

‘왕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맡기겠노라.’

하지만 그것은 왕의 진심이 아니었다.

신하들의 충성심을 시험하고, 세자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한 그분만의 정치적 방법이었던 것이다.

혹시 이번에도 그런 것은 아니냐, 묻는 것이다.

그러나 최 내관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전하의 진심인 듯하옵니다.”

형운은 최치성과 홍인모, 그리고 홍국영을 차례로 눈에 담았다.

그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최 내관의 의견에 동조했다.

확신하는 그 모습에 형운 역시 결단을 내렸다.

“그럼 한 시진 안에 일을 끝내야겠구나.”

대전을 향한 형운의 걸음이 빨라졌다.

걷는 와중에 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의대를 하나씩 벗어 최 내관에게 건넸다.

본디 임금께서 대리청정을 명령하면 동궁은 임금의 거처 앞에서 석고대죄하는 것이 예법이었다.

석고대죄한 채 두 번 거절의 의사를 전하였음에도 왕께서 명을 거두지 않으면 그제야 대리청정의 명을 거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대전에 다다른 형운은 하얀 저고리와 바지 차림이었다.

그는 대전의 환관들이 깔아놓은 거적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주상전하, 제발 명을 거둬 주옵소서.”

안에서는 아무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직 배움이 짧은 소손이 어찌 전하를 대신하여 국정을 살필 수 있겠나이까. 전하, 부디 대리청정하라는 말씀만은 거둬 주옵소서.”

첫 번째 거절에 대한 왕의 대답이 안에서 흘러나왔다.

“이미 교지를 내렸다. 동궁은 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

건조하게 말라붙은 왕의 음성에 형운은 다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감히 명을 따를 수 없겠나이다. 부디 통촉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왕은 좀처럼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분명 동궁에게 대리청정을 명하였다. 그러니 동궁은 과인이 같은 말을 하게 하지 마라. 또한, 이 시각 이후로 이 일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자가 있다면 그자의 충심을 의심할 것이니. 그리 알고 물러가라.”

두 번째 거절 역시 왕은 거부하였다.

이토록 왕의 뜻이 확고하니…….

형운은 닫힌 전각 안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전하의 뜻을 따르겠나이다.”

폐세손이었던 동궁.

한때는 버려진 왕세손이라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던 형운의 대리청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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