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택-왕들의 향연-51화 (51/215)

#51. 참으로 흥미진진하구려

“하아.”

은자원.

밝은 대낮임에도 덧창을 모두 내려 밤처럼 어두운 그곳에서 난데없는 한숨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한숨의 주인은 이레였다.

제 오라비의 자리에 앉은 그녀는 멍한 눈으로 어둠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이 번잡하여 반쯤 넋을 놓은 것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날이 바뀌었음에도 지난밤에 들은 이야기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재간택이 가져온 파장은 그만큼 대단하였다.

그렇게 한참이나 답답한 한숨을 연발하던 이레는 문득 든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내 모양이 우습구나. 그제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이유로 세상 끝날 것처럼 고민하였는데, 고작 재간택 교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전까지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으니.’

그제까지만 해도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할머니의 고집으로 인한 혼사였다.

원치 않은 혼사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레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장무열의 형님 되시는 분의 안타까운 사랑을 듣고 보았으며, 뜻하지 않게 형운과 만나기도 했다.

심지어 늦은 밤엔 세자 저하와 만나는 특별한 우연도 있었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이레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하였다.

그리하여 외가댁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표정은 전장에 나서는 장수처럼 비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무소용이었다.

이레의 비장한 각오를 단숨에 꺾을 무언가가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했던 그녀의 의지를 단숨에 무너트린 것은 할머니의 완고함도 아버지의 무심함도 아니었다.

재간택 교지.

천재지변처럼 느닷없이 몰아닥친 재앙 앞에 이레는 무기력했다.

“하아아.”

또다시 새어나오는 한숨.

어젯밤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언제 잠들고 언제 깨어났는지.

심지어 오늘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습관처럼 교꾼이 왔다는 행랑할멈의 말에 가마를 탔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은자원이었다.

“하아.”

재간택이라니.

간택에 참여한 것은 단순히 오라버니를 찾기 위해서였다.

처녀단자를 올려달라 그리 당당히 부탁할 때는 재간택엔 당연히 떨어질 거란 셈속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간택인이 된 동기부터 불순하였으니.

그러하였기에 대제학의 여식을 비롯한 다른 재간택인들의 조롱과 따돌림을 담담히 감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리였다.

고고한 학들의 경연에 털 빠진 까마귀 한 마리가 섞인 꼴이라 생각했다.

그 볼썽사나운 짓도 이제 끝이라 생각하였건만.

“하아.”

“어허, 도무지 모른 척을 할 수가 없네.”

어둠 저편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켰다.

서강율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오?”

이레는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닙니다.”

“그 별일 아닌 일로 지금까지 은랑, 그대가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아시오? 정확하게 예순두 번이었소.”

“쉰여덟 번이었다.”

묵묵히 일하던 형운이 서강율의 오류를 수정해주었다.

서강율은 형운의 얄미운 뒤통수를 잠시 노려보았다.

그러다 이내 이레를 돌아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오? 무슨 일로 한숨이 그리 잦소?”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말은 그리했지만, 말끝에 또다시 묻어나는 한숨은 어쩔 수 없었다.

“보시오, 또 한숨짓질 않소. 무슨 일이오? 나한테 다 털어놔 보시오. 무릇 근심이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하질 않았소. 혹시 아오? 내가 은랑의 근심을 푸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지.”

진심 어린 서강율의 말에 이레는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레는 이번에도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서강율의 눈이 가늘어졌다.

“뒤늦게 재간택 교지가 날아갔다 하던데. 혹시, 그 일 때문이오?”

정곡을 찔린 이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재간택 교지를 받은 건 어찌 아셨습니까?”

이것이었구나.

서강율이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눈을 반짝였다.

오전 내내 은자원에서 잠만 내리 잤던 터라.

그렇잖아도 좀이 쑤시던 참이었다.

“내가 누구요?”

“은협이시지요.”

서강율은 든든한 표정으로 제 가슴을 두드렸다.

“그렇소. 은자원의 협객, 바로 이 몸을 일컫는 말이오. 그러니 말해보시오. 한숨을 그리 쉬는 이유가 재간택 때문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게 대체 뭐가 문제요?”

“원치 않은 일이니 답답할 수밖에요.”

“재간택 교지가 원치 않은 일이라고?”

깜짝 놀란 서강율이 다음 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건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데, 어디 가서 절대 그런 말 하지 마시오. 특히, 초간택에 떨어진 여인들 앞에서는 절대 금물이오. 재간택 교지를 받지 못해 초상집 분위기인 집안이 한양 땅에만 몇인 줄 아시오?”

“……그렇겠지요.”

안다.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재간택 교지가 인생을 결정할 중요한 문제였으리라.

세손빈이 되기 위해 전국 팔도에서 많은 여인이 몰려들었다.

왕족들과 조정의 높은 분들이 그들의 기품을 심사하고 평가하였다.

그러니 재간택에 들었다 함은 적어도 그렇게 모인 여인 중에서도 한 손에 꽂힐 만큼 미모요 재인(才人)임이 인증된 것이리라.

하지만 애초에 다른 속내가 있었던 이레에게 재간택 교지란 또 다른 구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레는 형운을 힐끗 곁눈질했다.

그는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평소처럼.

은은하게 밝혀진 유등 아래.

고개를 묻듯 엎드려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이레의 한숨에도.

재간택이라는 말에도 그의 붓은 아주 작은 동요도 일으키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건만.

오늘만큼은 그의 평정이 섭섭하고 속상하였다.

‘내 사람.’

장무열 앞에서 거창하게 외치던 그 말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아니다.

어쩌면 형운은 그저 은자의 의리로 그런 말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레가 겪은 형운은 남다른 사람이었다.

범인과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독특한 면이 종종 보였더랬다.

괜히 나 혼자 오해하고, 설렜던 모양이구나.

“우선 이곳의 물건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언제까지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었다.

이레는 제 책상에 쌓인 서책과 두루마리들을 제자리에 옮겼다.

두루마리들은 통에 넣어 선반에 올려두고, 서책을 종류와 내용을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책장의 아래에서부터 서책을 넣다 보니 어느새 손에 닿지 않는 책장 높은 곳까지 이르렀다.

마땅히 딛고 설 받침도 없었던지라.

이레는 까치발을 한 채 서책을 넣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올리면…….

그녀가 한껏 발끝을 올린 채로 안간힘을 쓸 때였다.

“이런…….”

저음의 잔잔한 음성이 이레의 이마 위로 떨어졌다.

머리 위로 키 큰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

형운이 이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넘어 손목을 지났다.

손등과 손가락을 스치고 지날 때, 따스한 온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레는 움찔 놀라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일랑 눈치채지 못한 듯.

형운은 손을 감싸듯 한 채 이레가 들고 있는 서책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책장으로 밀어 넣었다.

작고 여린 이레의 손등과 크고 듬직한 형운의 손바닥이 서로의 온기를 맞교환했다.

형운이 고개를 내려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높은 곳에 있는 것을 꺼낼 땐 편하게 말하오. 거절하지 않을 터이니.”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는 이레와 내려다보는 형운의 얼굴이 지척이었다.

그녀를 향한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전에 없이 부드럽고 자상하였다.

잠시 숨을 쉴 수 없었다.

두근!

심장이 뛰었다.

당장에라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그대로 자신의 얼굴 위로 떨어질 것만 같아 불안하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이레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굳은 듯, 얼어붙은 듯, 형운을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다.

형운 또한 그런 이레를 미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하였다.

온전히 닿은 것이 아니었음에도, 맥동하는 숨결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저릿한 감각이 손등의 혈관을 타고 천천히 번져나갔다.

형운을 올려다보는 이레의 눈동자에 검은빛이 짙어졌다.

갓 태어난 어린 짐승의 보드라움.

여릿한 새싹처럼 매끈한 부드러움.

손등의 저릿함인지, 그것이 아니면 마음의 설렘인지.

근원을 파악하지 못한 동요가 이레를 흔들었다.

영영 떨어지고 싶지 않은 온기.

그 온기에 결박당한 듯 이레는 그대로 굳어졌다.

형운과 맞닿은 이레의 손등이 파르르 잔 진동을 일으켰다.

시간과 공기의 흐름이 저 멀리 밀려난 듯 느껴졌다.

모든 것이 정지한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형운, 한 사람뿐이다.

서책을 쥔 그의 온기.

그것만이 유일했다.

영원할 것 같은 침묵의 끝.

“괜찮소?”

형운의 한마디에 다시 시간이 흘렀다.

멈춰있던 공기가 바람이 되어 이레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아쉬운 듯 이레는 책장의 서책에서 손을 뗐다.

형운의 손과 맞닿아 있던 이레의 손등도 떨어졌다.

그러나 손등에 남은 그의 온기는 여전했다.

파르르 진동하는 여운도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이레는 서둘러 등을 돌렸다.

등 뒤로 그의 음성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다.

“어디 불편하오?”

“아닙니다.”

“그럼…… 어찌하여 그런 표정이오?”

어느샌가 이레의 앞으로 다가온 형운이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 들어찬 제 모습이 보였다.

무에 서러운 듯 한껏 그늘진 안색.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이레는 깨달았다.

이 아쉬움의 원인.

이 서럽고 섭섭한 마음의 연유.

이 사내였다.

은자원의 은백.

말 없는 이 사내와의 이별이 서럽고 아쉬웠다.

그런 제 마음도 모른 채 미소 짓는 이 사내에게 섭섭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는…….”

무얼,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까?

이레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툭툭툭.

천장에서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편한 표정으로 형운과 이레 사이로 파고들 틈만 노리던 서강율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정말로 쥐가 있는 모양이야. 그것도 꽤 큰.”

형운과 이레는 그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이 소리.

쥐 따위가 내는 소음이 아니었다.

눈치 빠른 이레는 한 번의 경험만으로 이 소리가 뜻하는 바를 눈치챘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두 사람은 빠르게 떨어졌다.

이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서둘러 얼굴에 너울을 썼다.

잠시 후.

굳게 닫힌 은자원의 문이 벌컥 열렸다.

***

“저 독종! 네놈이 여긴 무슨 일이냐?”

느닷없이 은자원에 들이닥친 불청객.

그를 본 은협, 서강율은 대뜸 눈썹부터 곤두세웠다.

불청객의 정체.

서강율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사헌부의 장령, 장무열이었던 탓이었다.

냉랭한 응대에도 장무열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저 착 가라앉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책상부터 구해야겠군.”

은자원에 있는 책상의 수는 셋.

형운과 서강율 그리고 오라버니의 책상을 물려받은 이레의 책상.

남는 책상은 없었다.

장무열은 적당히 빈 곳에 들고 온 짐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서강율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네 이놈! 뭐하는 짓이냐? 그 짐은 대체 무엇이냐?”

“말하지 않았소. 당분간 이곳에서 일할 것이라고.”

“나도 말했느니. 다른 사람은 다 되어도 독종, 너만은 이 은자원에 발붙일 수 없다고.”

장무열은 대답 대신 소매에서 두툼한 서찰을 내밀었다.

“이게 무어냐?”

“이곳에 머무를 권리요.”

“무엇이?”

서강율이 장무열이 내민 서찰을 뺏듯이 낚아챘다.

서찰엔 예조판서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서, 설마…….”

서강율은 떨리는 손길로 서찰을 펼쳤다.

여러 장으로 구성된 서찰은 예조를 비롯한 여러 부서에서 받은 확인서들이었다.

“이곳에 관한 조사라면 이미 충분히 하였소. 예조를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곳의 허락은 모두 받았으니, 확인해 보시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기던 서강율은 치를 떨었다.

집요한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 아직 아니다. 아직 한 곳이 남았다.”

“그곳이 어디요?”

장무열의 물음에 적당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서강율은 어깃장을 놓았다.

“기다려라. 내 반드시 널 쫓아내고 말 테니. 그전까지 절대로 짐 풀지 마라.”

“마음대로.”

서강율은 콧김을 뿜으며 은자원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자취를 감추기 무섭게 장무열은 기다렸다는 듯 제 짐을 책상 위로 옮겼다.

서강율의 책상이었다.

“그 짐, 풀지 말라 한 것 같은데.”

서늘한 음성이 장무열의 귓전을 두드렸다.

장무열의 시선 끝에 형운의 모습이 맺혔다.

멀지 않은 곳에 너울로 얼굴을 가린 이레가 보였다.

짧은 순간.

장무열의 입가에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의 미소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레마저 그의 시선을 착각했다.

‘이 사내, 아직 내 뒤를 캐고 있는 걸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장무열의 눈빛은 어딘가 예전과는 달랐다.

그 미세한 변화를 유일하게 알아본 형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어딜 보는 것인가? 질문은 내가 했다.”

이내 정색한 장무열이 형운을 향해 말했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필요한 허가는 모두 받았소.”

“왜 굳이 이곳에 들어오려 하는 것이냐?”

“그 또한 일전에 말한 바 있소.”

“궁녀 사건의 배후라면 굳이 이곳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다. 원한다면 이곳의 조사결과를 사헌부에 보내도록 하지.”

“굳이 번거롭게 오고 갈 필요 있겠소? 이곳에 있으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장무열은 이레에게 시선을 던졌다.

“다른 볼일도 있고.”

이번에도 그의 시선을 눈치챈 형운이 성큼 다가왔다.

이내 형운의 커다란 인영이 이레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나, 쓸데없는 짓이라 말하고 싶군.”

“과연 그것이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 확신할 수 있소?”

형운과 장무열은 며칠 전 그랬던 것처럼 마주 선 채 눈빛을 사납게 부딪쳤다.

두 사람 중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깜빡 잊은 게 있었군. 설마, 벌써 짐을 푼 건 아니겠지?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꼭 높으신 분의…… 응?”

잊은 물건을 찾으러 은자원에 돌아온 서강율의 눈에 형운과 장무열의 대치가 들어왔다.

“이건 또 무슨 그림인가?”

뜻밖의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던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레 옆에 슬그머니 섰다.

이레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이유를 물었다.

“신경 쓰지 마시오. 예전에 누구에게 한 약조가 떠올라 이러는 것이니.”

“약조라니요?”

서강율은 부채를 펼쳐 느리게 팔랑거리며 능청스레 대꾸했다.

“은랑의 옆자리, 더는 내어주지 않겠다 하였다오.”

“네?”

“별일 아니오. 그보다 저쪽 분위기가 무척 뜨겁지 않소?”

“높으신 분을 만나러 가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생각해보니 급하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그보다…….”

서강율은 부채로 눈 아래를 가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으로 흥미진진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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