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하루 (下)
“죽어!”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시퍼런 칼이 이레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깊은 밤, 어두운 골목길.
쓰개치마를 눌러써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같은 여인이라 안심되었다.
으슥한 골목길의 두려움을 희석하는데 이만한 길동무가 없다 생각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이 돌연 칼을 찔러왔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이레는 미처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달빛에 시퍼렇게 번뜩이는 칼이 그녀의 아랫배로 파고들었다.
찰나.
탁!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팔이 단도를 든 여인의 손목을 후려쳤다.
“아악!”
여인의 입에서 뾰족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놓친 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괜찮소?”
이레를 구한 사내가 묵직한 저음으로 물었다.
깊게 눌러쓴 갓.
좀 전에 골목길 어귀에서 만났던 키 큰 사내였다.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걷는 사내.
“장 장령님이십니까?”
이레가 확인하듯 되물었다.
사내가 대답 대신 갓 끝을 손가락으로 조금 올려 보였다.
사헌부의 장령, 장무열이 확실했다.
검은 너울 뒤.
가려진 이레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장무열은 이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가 칼을 휘두른 여인에게 성큼 다가섰다.
“저, 저리 가!”
여인은 손톱을 세우며 발악하듯 저항했다.
그런 여인을 장무열은 아이 다루듯 가볍게 제압했다.
순식간에 포승줄로 여인의 손발을 묶은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난동을 부리는 통에 여인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얼굴 가득한 주근깨.
궁녀들의 처소를 조사할 때 유난히 말 많고, 투덜거림도 심했던 궁녀였다.
장무열이 주근깨 궁녀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냐?”
이레를 습격한 이유.
심지어 죽이려 한 연유를 물었다.
“…….”
주근깨 궁녀는 고개를 돌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
장무열은 무심한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이유는?”
답하지 않으면 영원히 되풀이될 것 같은 물음.
주근깨 여인은 독기어린 눈으로 이레를 노려보며 씹어뱉듯 말했다.
“그냥 저 면상이 마음에 안 들었소!”
장무열의 미간에 주름이 새겨졌다.
고작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 들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살해의 동기는 심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
몸을 일으킨 장무열이 이레에게 돌아왔다.
“다친 곳은 어떻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급하게 달려들었지만, 칼끝이 이레의 몸을 파고드는 것만은 막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이레는 태연한 모습이다.
그녀는 툭툭, 가벼이 옷자락을 털어냈다.
“괜찮습니다. 다행히 서책을 둔 곳이라.”
“서책?”
장무열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옷 속에 서책을 두었단 말이오?”
“네.”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거란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들리는구려.”
“…….”
긍정의 침묵.
장무열의 눈동자에 놀람이 떠올랐다.
“설마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이오?”
이레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제가 드린 서찰을 보신 게 아닙니까?”
장무열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남의 서찰이나 훔쳐 보는 사람으로 보이오? 그 서찰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라 부탁했소.”
“그럼, 어떻게 이곳에…….”
이레는 궁을 나오기 전, 두 통의 서찰을 장무열과 은가비에게 주었다.
그중 장무열에게 준 서찰은 은협 서강율에게 보낸 서찰.
그 서찰엔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이후 예상되는 위협에 대해 적어놓았다.
만약 장무열이 그 서찰을 보았다면,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무열은 그 서찰을 훔쳐보지 않았다 하였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란 말인가?
그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장무열이 대답했다.
“말하지 않았소? 그대에 관한 의심, 거두지 않았다고.”
“그럼, 절 미행한 겁니까?”
“…….”
장무열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레는 저도 모르게 어이없는 한숨을 흘리고 말았다.
어쩐지 궁에서 순순히 풀어주더라니.
알고 봤더니 이 사내, 자신을 미행하려고 일부러 풀어준 것이었다.
포기할 줄 모르는 집요함이었다.
서강율이 이 사내를 언급하며 왜 그리 치를 떨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미안하게 되었소.”
장무열은 사과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얼굴은 전혀 미안한 낯빛이 아니었다.
이레는 만감이 교차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장무열의 집요함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목숨을 구하였으니, 고마워해야 마땅한데,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이 뒤엉킨 것은 이레만이 아니었다.
장무열의 표정도 이레만큼이나 복잡했다.
“그대의 말을 들으니,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한 듯한데. 오늘 낮에 있었던 조사와 관련이 있소?”
장무열의 물음에 이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긴 하였습니다.”
“그럼, 알면서도 하였단 말이오? 무모하오. 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찌하려고.”
이레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무슨 소리요?”
“궁녀들의 숙소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 말입니다. 그 사건의 진범을 잡으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범인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좌가 없었다.
범인이 여인, 그것도 궁녀라는 사실을 누가 믿어줄 것인가.
은자원의 은자들뿐이리라, 그녀의 허무맹랑한 말을 믿어줄 사람은.
그러나 아쉽게도 그 은자들을 만날 방도가 없었다.
결국, 이레는 결단을 내렸다.
증좌를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범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하자.
그리하여 그녀는 범인에게 고의로 정보를 노출했다.
장무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렇다면 저 궁녀가 사건의 진범이란 소리요?”
진범을 알고 싶지 않으냐던 이레의 말.
그 말을 온전히 믿은 건 아니었다.
다만, 세자 저하의 관자가 발견된 정황에 몇 가지 의구심이 생겼던 터라.
그 의구심을 풀기 위해 이레의 계획에 따라주었던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이레의 정체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설마 진범으로 궁녀를 지목할 줄이야.
그는 이레가 궁녀들을 조사할 때만 하여도, 궁녀의 혈육이거나 치정관계에 있는 사내 정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이레는 궁녀와 관련한 사내가 아닌, 처음부터 궁녀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주근깨 궁녀의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바로 범인이다. 그러니 마음대로 조사해 봐라. 여인인 내가 다른 궁녀들을 덮쳤다고? 그런 헛소리를 누가 믿을 것 같으냐?”
그녀의 노골적인 비아냥에 장무열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행동이었다.
대식(對食)이라 하여 궁녀들끼리 정을 통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은 경우가 달랐다.
이 사건은 여인들끼리 정을 통하다 생긴 일이 아니라 일방적인 겁간이었다.
그런데 진범이 여인이라니…….
어리둥절한 그의 귓가에 이레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여인인 궁녀님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겠지요. 왜냐하면…….”
이레가 주근깨 궁녀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진범은 따로 있으니까요.”
“흥,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정말 모르십니까?”
기세등등한 주근깨 궁녀에게 상체를 숙이며 이레가 속삭였다.
“은가비.”
“……!”
단 세 글자.
조용하고 짧은 이레의 속삭임에 주근깨 궁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주근깨 궁녀의 검은 눈동자가 쉼 없이 떨렸다.
“그, 그걸 어떻게…….”
뒤늦게 제 실수를 깨달은 주근깨 궁녀는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실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장무열에겐 두 여인의 대화가 선문답처럼 느껴졌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오. 은가비라면 감찰 궁녀 아니오? 그 감찰 궁녀와 이 일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숨을 깊게 몰아쉰 이레가 장무열에게 설명했다.
“은가비. 감찰 궁녀 은가비는 여인이면서 또한 사내입니다.”
처음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의 정체를 알지 못해 곤혹스러웠다.
유난히 큰 키.
탄력적인 몸매 그리고 중성적인 목소리.
감찰 궁녀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키워진 여인이기에 그런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은자원에서 형운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둥이 막힌 항아리처럼 생긴 궁녀들의 숙소에서 연이어 벌어진 사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당시 형운은 ‘지키는 자가 범인이거나, 잠입에 특출나게 뛰어난 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레는 그의 의견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래서 궁녀들의 숙소를 살펴볼 때도 잠입의 가능성에 대해 자세히 살폈다.
방을 수색하거나 피해자들과 면담하는 대신 숙소의 구조에만 관심을 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당시의 조사로 그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숙소 밖에서 잠입한 자가 아니다.
숙소의 경비는 대단히 삼엄했다.
운 좋게 숨어들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어디 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곳도 없었다.
여인으로 변장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궁녀들이니.
모르는 사람이 끼어 있을 수 없었다.
이 모든 정황을 분석하여 내린 결론은 오직 하나.
범인은 이 안에 있다.
하지만 어떻게?
여인들만 있는 곳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사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답을 호박꽃에서 우연히 얻었다.
“은가비…… 그 궁녀는 고녀(睾女)입니다.”
은가비에게서 느꼈던 이질감의 연유.
그녀는 양성인(兩性人)이었다.
여인의 몸과 사내의 몸이 함께 있는 어지자지였던 것이다.
“무, 무슨 말을. 그분은 틀림없는 여인이다!”
주근깨 궁녀가 항변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장무열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그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는 오직 하나, 이레의 것뿐이었다.
“예전엔 여인이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호박꽃은 자웅동주(雌雄同株).
말 그대로 암수가 한 그루에 있다는 의미였다.
이 밖에도 오이, 오리나무, 소나무 등이 이에 해당하며, 하나의 꽃에 암수가 함께 있는 양성화(兩性花)도 자웅동주라 불리었다.
그런 호박꽃의 특성을 깨달은 순간, 이레는 우연히 읽은 패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상하고 기묘한 이야기들만을 모아서 엮은 그 서책에 고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 여인이었다가 사내로 변한 비운의 여인.
서책엔 혼인한 여인이 첫날밤에 정체가 들켜 쫓겨나 거리를 떠돌다 마음 착한 과부를 만나 재혼하여 잘 살았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궁녀로 들어가기 위해선 신체검사를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이레의 말을 장무열이 받았다.
“어릴 적엔 틀림없이 여인이었을 테니, 궁녀가 되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겠군.”
아마도 어린 은가비 역시도 궁으로 들어갈 땐 분명 어린 소녀의 몸이었을 터였다. 그저 배꼽 아래에 점과 같은 흉터가 있었을 뿐이었겠지.
그러나 자라면서 신체가 변하여 마침내 사내로 되었을 것이다.
기질도 변하여 몸이 탄탄해지고, 사내가 아닌 여인에게 욕정을 품게 되었으리라.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졌음에도 그 누구도 궁녀를 의심하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이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무열의 표정은 여러 번 변했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진범은.”
“은가비, 감찰궁녀 은가비가 확실합니다.”
“증좌는 있소?”
“그녀를 잡아서 조사하면 단박에 알게 될 겁니다.”
은가비, 그녀 자체가 증좌가 되리라.
“그럼, 이 궁녀는 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게요?”
“그것만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불확실한 것은 취조 과정에서 알게 될 테지. 은가비가 진범이라는 추측에 확신은 있소?”
이레는 주근깨 궁녀를 보았다.
궁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확신합니다.”
흔들림 없는 그녀의 눈빛에 장무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전염병처럼.
이레의 확신이 장무열에게로 옮겨갔다.
***
장무열은 주근깨 궁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서둘러야겠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궁 안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소. 내일 아침 일찍 사헌부에서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를 임금님께 올린다 하오. 소식을 듣고 전국팔도에서 몰려든 유생들의 상소도 올라온다 하니…….”
“조사 결과라 함은 설마 세자 저하와 관련된 것을 말함입니까?”
장무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궁녀들의 숙소에서 발견된 관자가 중요한 증좌로 작용한 것 같소.”
이레는 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세자 저하가 뉘시던가.
이 나라의 국본이 아니시던가.
설사, 중요한 증좌가 발견되었다 해도 주위를 단속하고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정작 궁 안의 상황은 이레가 생각한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세자 저하의 상황이 좋지 않구나.’
대리청정하고 계신 세자 저하의 명을 받들고 따라야 할 사헌부가 왕께 직접 사건의 보고를 올린다고 한다.
바르고 옳지 못한, 비틀어진 흐름이 느껴졌다.
“한시가 급하니, 난 지금 당장 궁으로 돌아가겠소. 그런데 혼자 돌아갈 수 있겠소?”
이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상관없습니다. 그보다 서둘러 주십시오.”
“……알겠소.”
장무열은 주근깨 궁녀와 함께 떠났다.
어두운 골목길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들의 뒷모습을 이레는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
이제 남은 일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것뿐.
여인이며, 궁내에서 아무런 직위도 가지지 않은 그녀로서는 이 이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이리 불안해지는 것은…….
***
“무어라?”
사헌부 집의 김익현의 미간에 깊은 고랑이 패였다.
밤늦은 시각.
내일 아침 강연에 있을 보고서를 다시 한 번 훑어보던 그에게 장무열이 찾아왔다.
“궁녀가 범인이라고? 그것도 감찰 궁녀가?”
“그렇습니다.”
“허허허.”
김익현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사헌부의 장령, 장무열.
한번 맡은 사건은 집요하도록 파헤치는 자라.
그 집중력과 집요함엔 늘 혀를 내두르던 차였다.
그러나 그 집중력과 집요함만큼이나 쉬이 휘둘려지는 성정도 아니었다.
김익현의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수하인지라.
크게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그가 늦은 밤 찾아와 신기하다 여겼거늘.
그가 전한 소식은 작금의 행태보다 더 신기하고 괴이한 이야기였다.
헛웃음만 흘리던 김익현은 팔을 탁자 위에 걸쳤다.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 생각하는가?”
나직한 물음에 무거운 압력이 담겨 있었다.
곁을 지키고 선 지평 권문이 어깨를 움찔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작 김익현의 시선을 정면에서 받는 장무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익현의 말에 장무열은 제 등 뒤로 시선을 보냈다.
그의 등 뒤에는 포승줄에 묶인 궁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설마, 그대가 잡아온 저 궁녀가 그 증거라고 말하는 건 아닐 테지.”
주근깨 궁녀는 집의청에 들어온 이후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감찰 궁녀, 은가비. 그녀를 잡으면 모든 일이 분명해질 겁니다.”
“허허허.”
너털웃음을 흘린 김익현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
“이보게, 장 장령. 그대의 눈엔 이 많은 수고와 노력이 보이지도 않는가?”
책상 위엔 묵향을 진하게 풍기는 두루마리와 종이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 모두가 내일 아침 일찍 주상전하께 올릴 보고였다.
“수십 명의 어사가 수백 번의 감찰과 조사를 하였다.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자들은 모조리 조사하여 기록에 남겼으며, 수상한 동태와 흔적은 모조리 수집되었다. 그 많은 노력이 쌓이고 모여, 간신히 흐릿한 윤곽이나마 갖추게 되었지.”
“…….”
“말해보게. 자넨 이 많은 사람의 의견이 모두 허튼소리라고 생각하느냔 말일세. 설마, 대사헌께서 그토록 자랑하시던 늦둥이 신동의 안목이 고작 이 정도에 불과했나? 그도 아니면, 어느 높으신 분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것인가?”
느긋하게 이어진 김익현의 말은 달궈진 쇠꼬챙이처럼 지독했다.
그 삼엄한 분위기에 권문을 비롯한 어사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장무열은 꼿꼿했다.
“그간의 노력과 조사가 헛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 의심 가는 정황이 나온 이상, 보고를 잠시 미루고 우선 조사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허허, 고집이 대단하군. 그럼, 그 은가비란 궁녀를 데려오게.”
“오는 길에 이미 수색하였으나,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김익현이 권문에게 시선을 던졌다.
권문이 공손히 대답했다.
“오후 늦게 수사할 것이 있다며 궁 밖으로 나갔다 합니다. 감찰궁녀들은 이따금 궁 밖으로 외유한 궁녀들을 살피러 나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저런. 일이 공교롭게 되었군. 그렇다면 나중에 그 궁녀가 궐에 돌아오면 조사하면 될 터.”
김익현이 서류로 눈을 돌리며 먼지를 털듯 가볍게 손짓했다.
그만 가라는 뜻이었다.
노골적인 축객령에도 장무열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만약 은가비 그녀가 달아난 것이라면, 이 밤을 넘기면 안 됩니다. 도성을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야 합니다.”
간신히 잡은 단서다.
이대로 은가비를 놓치면 사건은 세자의 범행으로 알려진 채, 진실은 영영 묻히고 말 것이다.
“허.”
장무열의 집요한 요구에 김익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김익현이 등을 의자에 기대었다.
“자네의 허무맹랑한 말만 믿고 어사와 군졸들을 풀어 도성 전체를 샅샅이 뒤져라.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니면?”
“…….”
“아니라면 어찌할 텐가? 자네의 허무맹랑한 말 때문에 도성 전체가 들썩일 걸세. 그렇게 해서 은가비라는 궁녀를 잡아왔다 치세. 그런데 아니라면?”
김익현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아니면 어떻게 책임질 텐가?”
장무열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제 자리를 걸겠습니다.”
김익현의 고개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졌다.
“좋아. 자네의 각오가 그렇다면, 확인해 보도록 하지.”
***
검게 물든 창에 푸른 빛이 번져갔다.
“동이 터오는군.”
의자에 앉은 김익현은 감은 눈을 떴다.
“은가비란 감찰궁녀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느냐?”
꾸벅꾸벅 졸던 권문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아직 없습니다.”
“잡아오란 명령을 내린 지 네 시진이 넘었거늘.”
“갈만한 곳을 모조리 수색했지만, 종적이 묘연한 모양입니다.”
“도성 밖으로 나가는 길목은 모조리 차단하였겠지?”
“발 빠른 자들이 소식을 전하여 철저하게 검문하였습니다만, 수상한 자를 보았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허! 궐 밖을 나간 궁녀 하나 잡아오는데,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어사와 군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하고 있사오니,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입니다.”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다.”
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 김익현이 두루마리 뭉치를 챙겼다.
집의청을 나가려 하는 그의 앞을 장무열이 막아섰다.
“어딜 가십니까?”
“말하지 않았느냐? 아침 강연에 들어 주상전하께 보고를 올려야 한다.”
“은가비를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와 관련한 보고는 뒤로 미루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김익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사건은 이미 궁 안에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파다하게 퍼져 있어 주상전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그와 관련한 상소도 올라왔다 하니, 그에 관해 물으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마땅히 사헌부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고하고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증언과 증좌가 위험한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수상한 정황을 발견하였으니,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사뭇 진지한 장무열의 태도에 김익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넨 참 순진한 사람이군.”
“…….”
“궁녀가 진범이다? 만약, 그 이야기가 범인이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 연막을 피운 것이라면 어쩔 텐가? 여인들만 있는 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럴듯하게 무마하려고 고의로 지어낸 이야기라면.”
“감찰궁녀 은가비를 잡으면 명확하게 알게 될 일입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그 감찰궁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음모일지도 모르지. 누가 아는가? 억울한 누명을 쓴 그 감찰궁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미 죽어 있을지.”
“근거 없는 추측일 뿐입니다.”
“그렇지. 내 말은 어디까지나 증좌도 근거도 없는 추측일 뿐이지. 하지만 자네의 주장 또한 그렇지 않은가?”
장무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김익현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걱정말게. 은가비라는 여인이 나중에라도 잡히면, 그때 보고를 추가하면 될 일이니. 하지만 어쩌면 그 여인이 이대로 영영 발견되지 않은 게 자네에겐 더 좋을지도 모르겠군. 자칫하면 정4품의 관직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하하하.”
껄껄 대소를 터트린 김익현이 집의청을 나갔다.
장무열은 그를 막지 못했다.
분하고 답답하지만, 김익현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더는 그를 막을 명분도 이유도 없다.
분한 마음에 장무열은 으스러지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레의 확신 어린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
사헌부를 나선 김익현은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
어쩌면 나라 전체를 뒤흔들지도 모를 큰 사건을 전하러 가는 길.
그럼에도 그의 얼굴엔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없었다.
세자는 성품이 거칠고 독선적이라, 적이 많았다.
타협을 모르고, 글보다 무예를 즐기며, 파행을 거듭하니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세자의 오만한 행동과 섣부른 결정으로 반석처럼 다져진 나라의 근본이 흔들릴 지경이다.
천하의 모든 것은 제게 합당한 자리가 있으니.
이번 사건의 보고가 올라가면 주상전하께서도 마지막 남은 미련을 털어버리실 것이다.
“늦었구나. 서두르자.”
김익현이 걸음을 빨리하자, 두루마리들을 챙겨 든 관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에 도착했다.
김익현은 의관을 정제하고 대전에 발을 들였다.
먼저 온 대신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궁의 분위기를 말하듯, 수런수런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김익현은 대신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대신들의 물음이 돌아왔다.
그들의 관심은 당연히 대전의 궁녀들에게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이었다.
영의정의 물음에 김익현은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건의 범인이 밝혀졌다 하던데, 사실이오?”
“확실하진 않으나 중요한 증좌가 발견되었습니다.”
“허허, 그 소란스러운 일이 마침내 해결될 모양이구려. 한데, 소문을 듣자하니…….”
좌의정이 귓속말로 물었다.
“세자 저하께서 그 불미스런 사건과 관련되었단 망측한 소문이 있던데. 당연히 사실은 아니겠지요?”
김익현은 탄식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문이 정말이란 말이오?”
“여러 증언과 정황이 결국 높은 곳을 가리키고 있음이 불편할 뿐이오.”
“저런, 정말 큰일이 있을 모양이구려. 상소도 여럿 올라왔다 하던데. 소식을 들으시면 주상전하께서 심려가 크시겠구려.”
“그분께서 받으실 심적 고통을 생각하면 그와 같은 소식을 전함이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워도 법도와 질서를 바르게 세워야 함이니, 마땅히 올려야 하지 않겠소?”
“그것이 신하 된 자의 도리라. 하아, 마음이 참으로 무겁소.”
귓속말이라 하나 결코 작은 목소리가 아닌지라, 대전의 많은 관료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뜻밖인 것은 세자와 관련한 불행한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대신들은 오늘 벌어질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단순히 아는 정도를 넘어 사태의 중대함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겉으로는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지만, 속으로는 희희낙락하였다.
김익현 또한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때가 도래하기만을 기다렸다.
“한데, 주상전하께서 오늘따라 늦으시는군요.”
“이상한 일입니다. 좀처럼 늦는 일이 없으신 분이시온데.”
임금은 원리를 중시하고 원칙에 엄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회의가 있으면 언제나 늦는 법이 없었다.
한데, 오늘은 웬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좀처럼 드문 일이라 김익현을 비롯한 조정 대신들이 어리둥절해 할 때였다.
늙은 내관이 나와 문무백관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 강연은 쉬신다 하시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십시오.”
느닷없는 상황에 김익현을 비롯한 대신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오늘은 불민한 사건과 관련하여 사헌부의 보고와 유생들의 상소가 올려지는 날이었다.
세자에게 불만을 품은 자들이 단단히 날을 세운 날이었다.
한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있지.
누구보다 당황한 김익현이 내관을 붙잡고 물었다.
“조강이 취소되다니. 주상전하께서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하신가?”
“편찮으신 건 아니옵니다, 대감.”
“참으로 다행이군. 그렇다면 무슨 일로 강연은 쉬신다 하시는가? 내 여태 전하께서 몸이 특별히 불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경우를 보지 못하여 묻는 말일세.”
“그것이…….”
내관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세손 저하께서 긴하게 여쭐 말이 있다 하여…….”
“세손 저하께서?”
김익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성실하고 반듯하여, 단 한 번도 흐트러짐이 없던 세손이 아니시던가.
서책을 즐기시어 새벽닭이 울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아니하며, 정치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세손이 갑자기 주상전하를 찾다니.
그것도 하필 공들인 거사가 막 시작되려 하는 이 시기에 말이다.
‘설마……?’
세손께서 고의로 하신 일이시려나?
김익현은 고개를 저었다.
세손은 지극히 조심스럽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분이셨다.
그런 세손이니, 설사 사전에 수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할지라도 이처럼 대범하게 나설 리 없다.
분명하고 명확한 답을 가지기 전에는 절대 움직일 리 없었다.
‘그렇다면 필시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는 말인데…….’
하지만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도 공교로운 일이라.
마치 허를 찔린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
상이 물었다.
-그러니까 널 습격한 궁녀를 장 모시기란 어사가 압송해 갔단 말이지? 그 장 모시기란 어사에게 네가 생각한 전후 사정도 모두 설명해 주었고.
-네. 그랬습니다.
상이 헛웃음을 그렸다.
-백귀의 일이니 헛된 사실임이 분명하나,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허탈하겠구나. 애는 네가 썼는데, 정작 공은 엉뚱하게 널 의심하던 녀석이 가져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레가 답했다.
-제가 나라의 녹봉을 받는 관원도 아닌데, 공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진범을 잡아 억울한 상황이 해결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화가 물었다.
-아이야. 그 장 모시기란 녀석은 어떤 자더냐? 믿을 수 있어 보이더냐?
-남을 속일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상이 코웃음 쳤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였다. 자고로 재물과 권력 앞에 초탈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를 뒤져도 몇 되지 않으니.
예의 글도 펼쳐졌다.
-사람이 곧고 반듯하여, 상황이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단다. 이번 사건이 네 말대로 양성인과 같은 괴이한 현상과 관련 있다면, 더더욱 믿는 자가 드물 것이다.
이레가 답했다.
-그래서 은백과 은협께 서찰을 보냈습니다.
화의 글이 이어졌다.
-젊은 어사는 서찰을 뜯어보지 않고 제대로 전하였다 했지?
곧바로 상의 글이 떠올랐다.
-뜯어보지 않기는. 분명 뜯어봤을걸? 안 그랬으면 왜 직접 주지 않고 남에게 대신 심부름 시켰다고 했겠어?
불신으로 가득한 상의 말에 화가 한 자락 끼어들었다.
-아이를 수상하게 여겨 뒤를 쫓아왔다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정말로 뜯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그보다 은가비란 궁녀에게도 서찰을 주었다 했지? 그 궁녀가 범인이라는 걸 알면서 왜 굳이 그녀에게 서찰을 주었느냐?
-일부러 그리했습니다.
상의 날아갈 듯한 필체로 나타났다.
-옳거니. 반드시 서찰을 훔쳐볼 거라고 생각했구나. 당연히 그 서찰엔 궁녀가 보면 뜨끔할 내용이 적혀 있었겠지?
-범인을 특정하였다는 내용으로 적었습니다.
예가 물었다.
-그 서찰은 은자원에 가기 전에 작성하였다 했지? 그럼, 그전부터 그 감찰 궁녀를 의심하였단 말이냐?
-전에 은백께 이 사건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그와 관련한 중요한 답을 들었습니다. 그 후로 줄곧 의심하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서찰엔 다소 모호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잠잠하던 악이 글을 휘갈겼다.
-범인이 궁녀라는 점을 분명히 적시했겠구나.
-바로 그랬습니다.
악이 다시 글을 썼다.
-너도 참 겁도 없구나. 고작 서책 몇 권을 믿고 제 몸을 미끼로 사용하다니.
-사실은 저도 그렇게 곧바로 올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책을 챙긴 것인데,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화가 이레를 다독였다.
-만사불여튼튼이라 하였으니. 아이야, 참으로 잘한 결정이었구나.
상의 글이 나타났다.
-백귀가 왜 칼을 무서워해? 그까짓 것 대충 신기루처럼 통과해버리면 될 것을.
-전 백귀가 아니니, 당연히 칼이 무섭습니다.
상이 성불 운운하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자, 이레는 종이를 교체했다.
깨끗한 종이 위에 웅혼한 필체가 떠올랐다.
화였다.
-그래서 그 후엔 어찌 되었느냐? 좀 전에 들으니 어사에게만 맡겨두기 불안하여 결국 은백에게 따로 서신을 전했다 하던데. 그 밤에 네가 다시 궁에 갔을 리는 없고. 대체 무슨 수로 서신을 전한 게냐?
-아!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말입니다.
이레는 장무열과 헤어진 이후의 이야기를 할아버지들 앞에 펼쳐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