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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신은 시간을 건넌다 (64)화 (64/149)

그렇게 몇 분 정도 그들은 대화 없이 잔만 기울였다.

해인이 잔을 다 비웠을 때쯤에는, 그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긴장감 머금은 공기가 거의 흩어져 있었다. 어쩌면 술이 가진 수많은 효과 중 사람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있어서일지도 몰랐다. 두 사람 다 반이나마 신의 피를 가진 덕분에 남들보다야 쉽게 취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 해서 전혀 취기가 오르지 않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직전까지 분위기를 바짝 조였던 건 해인이 아니라 아킬레우스였고, 더 많이 마신 쪽도 아킬레우스였다.

상대의 잔이 비워진 것을 본 아킬레우스는 새삼스럽게 해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 가벼운 술은 아니어서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예상외로 해인은 마시기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아킬레우스가 확인차 물었다.

“보기에 취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정말로 괜찮나?”

해인은 그제야 힐끗 눈을 들었다.

“괜찮아요. 한 잔이고, 저도 반신이잖아요.”

반신은 잘 취하지 않는다는 건 언젠가 포세이돈에게 들었던 정보였다. 아마도 한국 기준으로 막 성인이 되어서, 합법적 음주가 가능해진 이후였을 것이다. 해인으로서는 포세이돈이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으니 별 의심 없이 믿었던 사실이었다.

그런 만큼 수없이 많은 반신이 존재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킬레우스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여겨 답한 것이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해인의 예상과는 좀 달랐다.

“그게 왜?”

“……반신은 대부분 잘 안 취하니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물음에 해인은 찰나에 약간 확신을 잃고 고개를 기울이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아킬레우스는 생각지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대꾸했다.

“……그건 몰랐는데.”

“그래요?”

“어쩐지 에우도로스나 페이산드로스가 연회에서도 유독 오래 멀쩡하더라니.”

“음.”

그 말에 해인은 슬쩍 눈을 굴렸다. 그러고 보니 이 정보도 마치 긴 기간이 필요한 연구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수많은 반신들을 지켜본 끝에 중세, 아니면 근대, 혹은 현대에 이르러서야 도출된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새삼 곱씹어 보면 주량 같은 것은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분야였으니 포세이돈처럼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관찰밖에 답이 없었다.

‘기원전 기준으로 미래의 정보였을지도.’

해인은 한숨을 삼키며 자신이 한 말을 되짚어 점검했다.

‘조심하자……. 그래도 미래와 관련 있는 단어는 하나도 안 꺼냈으니까 괜찮겠지.’

매사에 신중해야 하는 상황에 솔직히 몹시 질리고 있었지만,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약간이라도 긴장을 놓친다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은 것을 스스로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해인은 자신의 영역을 허락한 적 없는 인간이 침범했다는 사실에 심사가 뒤틀린 예언의 신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뭐, 좋아. 그럼 더 마실 생각은?”

마침 아킬레우스가 새 제안을 건넸기에 해인은 하던 생각에서 벗어났다. 그래도 직전의 대화가 아무런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남아 있던 긴장감의 잔여조차 사라진 것이다. 해인은 큰 고민 없이 잔을 내밀었다. 밀도가 높고 떫은맛이 강해 취향은 아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빈 잔을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어색함을 자처하는 일이었다.

다시 잔이 채워졌다. 거기에 분위기마저 거의 풀어져 있다 보니, 이전까지와는 다른 다소 가벼운 사담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필리아는 잘 길들이고 있어?”

아킬레우스의 물음에 해인은 그가 말한 이름을 가진 존재를 잠시 떠올렸다. 필리아는 며칠 전 진영에서 난동을 부렸다가, 그 일을 계기로 해인의 소유가 된 흑마가 새로 갖게 된 이름이었다.

이름을 지어 주기까지 해인은 며칠간의 깊은 고민을 거쳤지만, 자신에게는 작명 재능이 없다는 사실만 깊이 실감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창의성을 짜내길 그만두고 무난한 길을 택했다. 현대에 있을 자신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현대의 말은 필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수컷이었는데, 마침 흑마는 암컷이었기에 단어를 여성형으로 바꿔 이름을 붙여 준 바였다.

“네, 사실 길들일 필요도 없는 아이기는 하지만요.”

“그대에게만 그런 거야. 그만큼 따른다니, 얼굴을 익혀 놓는다 해서 그 녀석이 내 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군.”

아우토메돈이나 자신이 길들이려 했을 때는 온몸으로 불만을 토해 내던 말을 떠올린 아킬레우스가 피식 웃었다.

“그대도 그 녀석에게 꽤 정을 준 모양인데.”

“방금 당신이 말한 대로, 제게만 착한 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러니 후에도 잘 돌봐 주세요.”

“……물론 그래야지.”

불가항력이었다는 듯 쓴웃음 짓는 해인에게 대답을 돌려주다가, 아킬레우스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음 순간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에 마음 한편을 내주는 것은, 저마다 그 형태는 달라도 근본적으로는 결국 사랑이었다. 동물에게 건네는 것, 아랫사람에게 건네는 것, 친구나 동료에게 건네는 것, 연인에게 건네는 것 모두 그랬다.

아킬레우스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해인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해인이 떠나면 오랫동안 그녀를 그리워하며 떠올릴 것이다. 해인은 헤어진 이후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기에 더 그랬다. 장애물이나 시련이라면 언제든, 어떻게든 뛰어넘겠지만 시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해인도 같다는 뜻이다.

그녀에게 기어코 말을 넘겨주었을 때는 마음에 든 것을 외면하는 것이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게 맞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되짚어 보자 그때의 그 행동이 약간 후회스러웠다.

언젠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해인이, 아킬레우스 자신에게 예정된 미래처럼, 비록 그와 마음의 형태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정을 준 생명체를 떠올리며 우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당연한 가능성이 떠오른 탓이었다.

실은 말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그날 밤에도 아킬레우스는 해인이 이곳의 대부분 것들에 정을 붙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만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이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외면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떠날 때가 되면 가볍게 갈 수 있던 사람에게 짐을 맡긴 것 같았다.

더 생각해 보면 굳이 말뿐만이 아니라, 해인에게 붙여 준 여종도, 그보다 더 깊이 나아가면 아킬레우스, 그가 해인에게 고백했었던 마음도.

해인에게는 짐이 되었을 수 있는 것이다.

“방금 든 생각인데…….”

“네.”

“……되짚어 생각해 보니 그대에게 미안해지는군.”

해인은 뜬금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사과에 의아한 얼굴을 했다. 방금 전에는 해인이 아킬레우스에게 사과했었는데, 그로부터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도 않은 지금 청자와 화자만 뒤바뀐 채 같은 말이 오가고 있었다. 달리 짐작 가는 일이 없던 해인은 꼭 아까 전의 아킬레우스가 그랬듯 묻고 말았다.

“무엇이요?”

“필리아도, 그대에게 붙여 준 여종도, 어쩌면…….”

생각은 했을지언정 말로써 자신의 마음을 짐이라고 규정짓기는 아킬레우스에게도 어려웠다. 결국 그는 그 단어만은 내뱉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가볍게 떠날 수 있던 그대에게 섣부르게 짐을 얹은 게 아닌가 싶어서.”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해인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마시는 속도가 빠르다고는 생각했지만.’

취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들어야 할 건 해인이 아니라 아킬레우스이지 않나 싶었다.

그만큼 평소 그가 보이던 행동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줄곧 눈앞의 현실만 보고 사는 것 같던 사람이 이제 와서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해인은 어딘가 묘한 감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 감상과는 별개로, 냉정하게 보면 아킬레우스의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짐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해인이 이곳에 온 이후 늘 하던 생각과 거의 비슷했다. 해인은 눈을 내리떴다.

‘확실히……. 지금은 이미 틀렸지만, 뭐든 없었다면 지금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기는 했겠지.’

그렇다 해도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물론 해인은 지금 무려 삼천 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 와 있는 중이지만, 어디까지나 귀환이 예정된 특수한 예외일 뿐이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후회하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고, 무엇보다 해인은 그렇게까지 후회스럽지도 않았다. 필리아에 관해 아킬레우스가 곁에서 몇 마디 말을 얹기는 했으나, 받아들이길 결정한 건 해인이었다. 칼리에를 해인의 곁에 붙여 놓도록 조치해 놓은 것도 아킬레우스이기는 했지만, 마찬가지로 그 애를 다시 찾은 건 결국 해인의 선택이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지금이 해인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킬레우스의 말대로 돌아가면 계속 생각날 테고, 그 때문에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선택에 의한 결과였으니 선택한 당사자가 감당하고 견뎌 내야 할 당연한 몫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해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 틀리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이전에 했던 말과 방금 했던 말, 모두 다요. 생각해 보면 결국 어느 쪽을 택해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예요. 그게 지금인가 나중인가의 차이일 뿐이죠.”

칼리에가 없었더라면 이곳에서 해인은 꽤 외로웠을 것이다. 하루 종일 혼자서 입을 다문 채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건, 언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또 다른 고통이 되었을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이 건네는 애정만큼 순수한 건 잘 없는 법이다. 말 못 하는 동물의 맑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 보는 것은 꽤 큰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게 했다.

그 모든 것을 떠올리며 해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나중에 괴롭더라도 지금 기쁜 게 낫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신이 내게 짐을 맡긴 게 아니라, 순간의 감정에 따라 나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후회하지도 않고요. 이후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은 당연히 제가 감수할 몫이에요.”

이건 어디까지나 아킬레우스가 예를 들듯 언급한 필리아와 칼리에에 대한 의견이었다. 그러나 말을 맺은 순간, 해인은 불현듯 어떠한 사실을 깨닫고 멈칫했다. 그리고 그건 해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아킬레우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둘 모두 거의 같은 것을 눈치챘다.

형태야 다르지만 근본적인 감정은 같다. 달리 말하자면, 아킬레우스가 해인에게 내비쳤던 마음에 대해서도……. 해인은 결국에는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뱉어 버린, 본인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진심이었다.

스스로 깨닫기도 전 무의식적으로 그걸 말로써 만들어 내며 마주해 버린 지금, 당황한 해인은 그만 잔을 놓치듯 내려놓고 말았다. 테이블에 부딪치듯 내려진 잔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불시에 내려앉았던 살얼음 같던 침묵을 갈랐다. 그 소리에 둘 모두 얼어붙었던 상태에서는 풀려났으나, 주변의 공기는 이미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해인은 방어적인 눈으로 아킬레우스를 확인하듯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알았는지 살피는 눈길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 아킬레우스는 오히려 어떠한 확신을 얻었다.

자신의 마음이 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답지 않게 생겨났던 망설임은, 그대로 나아갔을 때 어쩌면 체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아킬레우스는 확신했다.

일단 선택받기만 한다면, 최소한 후회되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누군가 등을 떠밀기라도 한 것 같은 감각에 아킬레우스는 무심코 잔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원래도 무른 금속인 은을 얇게 펼쳐 만든 잔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구겨졌다. 멀쩡하게 원형이던 잔이 조금씩 타원이 되며 본래의 형태를 잃어 가는 꼴을 스치듯 본 해인은 빠르게 결심했다. 일단 이 상황부터 벗어나야 될 것 같았다.

“좀 피곤한데, 먼저 자도 될까요.”

고작 이 정도 마신 걸로 취할 리도 없건만, 둘이서 술잔을 기울였다는 상황 탓인지 저도 모르게 선을 반쯤 밟은 기분이었다. 결코 넘어가면 안 된다고 그어 놓았던 선이 그 잠깐 사이에 눈에 띄게 흐려져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휩쓸려 무슨 말이든 더 내뱉게 될지도 몰랐다.

……예를 들면, 사실은 해인이 이미 아킬레우스를 좋아하고 있다는 비밀 같은 것 말이다.

거기까지는 상대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으니, 지금이라도 해인은 본인을 어떻게든 여기서 분리시켜야 했다. 어차피 같은 공간이긴 하지만, 최소한 거리라도 벌려 놓는 게 좋을 듯했다.

같은 막사를 사용한 이후로 해인이 먼저 자겠다며 말을 꺼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킬레우스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는 기색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해인은 막사를 자신의 공간이 아닌 타인의 공간이라고 늘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 번도 꺼내지 않던 그 말을 수단으로 사용할 만큼 마음이 급했다.

허락을 구하듯 말하기는 했지만 해인은 사실 굳이 대답을 듣지 않고도 일어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해인이 미처 몸을 일으키기도 전 아킬레우스가 입을 여는 게 빨랐다. 그는 손에 잔을 쥐고 있는 그대로 힘을 풀지 않으면서도 용케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물론 그 위로 다시 차오른 열망을 감추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돌아온 대답만은 신사적이었다.

“……원하는 대로 해. 그대가 굳이 내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해인은 의자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테이블에서 침대까지의 몇 걸음이 기이하게 멀었다. 자리를 잡고 몸을 눕히면서도 해인은 반쯤 정신이 없다시피 했다. 등을 돌리고 눈까지 감았지만 귀를 멀게 할 능력까지는 없는 탓에, 잔이 가볍게 달그락거리는 소리나 천이 스치는 소리 같은 것은 듣고 싶지 않은 마음과는 달리 아주 잘 들려왔다.

눈을 감아도 워낙 당황한 탓인지 금세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다 해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눈을 뜨지 않고 있으려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등 뒤로 가까워지는 인기척이 있었다. 뒤이어 침대가 살짝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난 옆얼굴 위로 내리꽂히듯 시선이 느껴졌다.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는 것마저 제어할 수는 없었다.

하염없이 길게 느껴지는 몇 초가 흘렀다.

그리고 목 아래까지 모포가 끌어 올려 여며졌다. 등 뒤의 옆자리에 눕는 사람의 체온은 늘 그랬던 것처럼 따뜻했다. 그 온기에 이제까지 잘 감고 있었던 눈을 반사적으로 떴던 해인은 애써 숨소리를 정돈하고, 보이지 않는 등 뒤의 상황을 파악하듯 감각을 곤두세우다가, 이내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듯 다시 굳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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