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반신은 시간을 건넌다 (22)화 (23/149)

***

귀환은 정오가 조금 지난 오후였다.

히마티온이 겉옷 종류임을 깨달은 해인이 몸을 단단히 감싼 천을 끌어 내리는 사이, 아킬레우스는 이미 진작 클라미스를 벗어 놓고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다.

해인은 왕궁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나가기 전보다 훨씬 생기가 도는 낯빛이었다. 나갔다 오는 것이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 이럴 거면 어제도 데리고 나가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제까지 살아오며 누군가의 의중을 살피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어 챙겨 주는 행위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일을 자연스레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은 아주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고작 하루 만에 어딘가 변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오늘 아침 들판에서도 느꼈던, 원인을 정의해 낼 수 없는 감각이다.

하지만 사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무엇이든 더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어제부터 봐 온 바에 따르면, 해인은 원하는 것을 쉽게 말하지 않을 것 같은 성정인 게 문제였다. 어쩌면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해인을 살피는 것이 차라리 더 빠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 많이 알아야 했고, 때문에 그는 문득 아침에 했던 질문의 답이 듣고 싶어졌다.

“……생각은 해 봤나?”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해인은 직감적으로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질문의 답을 듣지 못하고도 순순히 물러난 이후, 바깥에 있는 내내 그는 아침의 일을 개의치 않는 듯 굴었다. 아킬레우스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심 안도했던 해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에 아킬레우스가 웃으며 이어 물었다.

“왜, 혹시 내가 그냥 넘어가길 바랐어?”

해인은 잠시 미간을 좁혔다가, 말을 골라냈다.

“그보다는……. 이미 그렇게 하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럴까 싶기도 했지.”

실제로 아침에는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고서 굳이 답을 캐내지는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은 바뀔 수도 있는 법이다. 아킬레우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해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길이가 신장 세 배를 훌쩍 넘는 천을 수습하느라 헤매던 해인을 도와주며 그가 말했다.

“그런데 듣고 싶어져서. 사실 이것뿐만 아니라, 그대에 대해 궁금한 게 많거든.”

해인은 나가기 전까지 갈등했던 문제의 재등장에 금방 피곤해졌다. 병 주고 약 준 사람에게서 또다시 병을 얻어 낸 기분이었다. 물론 아킬레우스의 잘못은 없지만, 어쨌거나 이것이 간단하게 결정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으니 별수 없었다.

많은 것을 알려 줘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해야 할지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어려울 만큼 아득한 시간의 틀어짐,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 그 끝에 정해져 있을 귀환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알 수 없는 무언가…….

게다가 그의 마지막 말이 기이하게 신경을 잡아끌었다.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결국 직접적인 관심의 표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보통 타인에게 어지간한 관심이 있지 않으면 굳이 그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난처하게 만들었나?”

기껏 고민을 걷어 냈던 얼굴 위로 다시 덮이려는 그늘에 그가 속삭이듯 물었다. 해인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생각을 해 보겠다고 했었어요.”

“그랬지.”

아킬레우스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덧붙였다.

“좋아, 내가 초조하게 굴었군. 더 말하지 않을 테니 말해 주고 싶을 때 알려 줘.”

해인은 조금 어이없는 기분이 되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요?”

“언젠가는 내킬 때도 있지 않겠어?”

그 대답과 동시에 바닥에 끌리던 히마티온 자락을 들어 올린 아킬레우스는 그것을 몇 번 접어 해인에게 건네주었다. 해인은 긍정도 부정도 않고, 다만 미묘한 낯으로 옷을 받아 들었다.

***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를 데리러 왔다. 아침에 짧게 말했던 연회 때문이었다. 승전을 기념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행사였기에 아킬레우스의 참석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파트로클로스는 해인에게 그러한 사실들을 자세히 알려 주었고 해인은 겉으로 티 내지 않았으나 그것을 내심 반갑게 받아들여 이해했다. 이른 아침의 외출에 이어, 돌아온 이후부터 해가 지기 시작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내 아킬레우스와 같은 방 안에서 함께 있던 탓에 그러잖아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킬레우스가 아무리 호위 역을 맡았다 하더라도, 해인에게는 승전을 기념하는 연회에까지 자신이 동행할 리는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른 아침 아킬레우스가 말했듯 왕궁 안은 안전할 테니 이 방 안에서 나가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생각에 잠긴 얼굴이던 아킬레우스가 해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해인.”

“네?”

“원한다면 함께 갈까?”

그 말에 파트로클로스는 자신이 아주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아킬레우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킬레우스의 뒤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의 표정을 볼 수 있던 사람은 해인뿐이었다.

해인은 자신이 거기까지 동행할 리가 없다고 확신 어린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파트로클로스의 반응을 보면 동행의 문제를 떠나 애초에 참석할 수 없는 자리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기원전에는 여성의 연회 참석이 불가능한 게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보일 반응은 하나뿐이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해인은 급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침착하게 거절했다. 어차피 지금 같은 기분으로는 참석 가능한 장소였다고 해도 가지 않으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바깥에 나갔다 온 후 훨씬 좋아 보였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아킬레우스는 외출의 효과를 반쯤 맹신하고는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얼굴만 가리고 있으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가 제정신이냐는 듯 탄식처럼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해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파트로클로스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해인은 속으로 파트로클로스를 약간 안쓰럽게 여기며 조용히 답했다.

“정말로 괜찮아요. 쉬고 싶어서요.”

“……그럼 하는 수 없지.”

짧은 침묵 끝에 결국 아킬레우스가 납득하고 물러났다. 뒤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파트로클로스는 한번 결정한 것은 쉽게 무르지 않는 아킬레우스의 이 재빠른 포기에 잠시 당황했다가, 뒤이어 어쩐지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다.

남의 말은 안 듣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놈이 해인의 말에는 금방 물러나는 게 약간 억울하면서도, 동시에 의아하고 신기하다 못해 재밌기까지 했던 것이다. 온갖 감정이 다 섞여 형용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돌발적인 상황은 잘 해결되었으니 그는 아킬레우스의 어깨 너머로 해인에게 고맙다는 듯 눈짓했다. 해인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내 두 사람이 나가고,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해인은 비로소 깊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현대의 침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조악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주 편하게 느껴졌다. 아킬레우스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 안에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보니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오부터 해 질 녘까지 이어지던 긴장을 내려놓자 더 이상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심적 안정감이 가져다주는 평화가 남달랐다. 가만히 누운 채 해인은 시선만 슬쩍 움직여 창밖의 하늘이 점점 어둡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중에 병사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음식을 전해 주고 갔다. 손이라도 댄 흔적을 남겨야 할까 싶었지만, 그조차 도저히 내키지 않아 해인은 결국 테이블 위에 음식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바깥에서는 어렴풋이 병사들이 부르는 것 같은 노랫소리가 새어 들었다. 잠시 가사를 들어 보려 했으나 명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듣기에는 나쁘지 않아서 해인은 그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침대에 누웠다. 방 안은 점차 더 어두워졌지만 불을 켤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해인은 그대로 잠시 눈을 감았다가 깜빡 졸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스라치듯 잠에서 깨어났다.

“……하.”

눈을 뜨자마자 소름이 끼쳤다. 이번 꿈은 아침과 달리 내용이 대강 기억났다. 하지만 논리성이라고는 없었고, 그저 줄곧 해 오던 온갖 고민들이 이상하게 뒤섞여 최악의 형태로 발현됐을 뿐이었다.

꿈이었음을 깨닫자 여운도 서서히 흩어졌다.

해인은 깊게 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 오래 잠들지는 않았는지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위치는 잠들기 전과 비슷했다. 그러나 잠들기 전에 비해 몸이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지는 걸 보면, 잠들어 있는 사이 몸의 시간이 한 번 되돌아간 듯했다. 몸도 가볍고, 거기에 방금 전 안 좋은 꿈을 꾼 만큼 이어서 자고 싶지도 않았던 해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어지는 상황은 아침에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혼자 남게 된 지금, 여러 가지 고민들이 해인의 주변을 기다렸다는 듯 감쌌다. 멍하니 앉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의 연속뿐이다. 직전의 꿈이 그 모든 고민들을 긁어모아 최악의 형태로 보여 준 것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초점 없이 바닥을 보고 있던 해인은 문득 자책했다. 아침에는 팀블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 봤자 해결되지 않을 고민만 떠올리는 것뿐이라고, 그러니 잠시나마 그것을 외면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되돌아보자 그건 별로 좋은 태도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한숨처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리고 서늘한 공기가 팔에 닿아 왔다. 근처 테이블에 있던 등잔불을 들고 방 한쪽에 놓여 있던 화로의 불을 옮겨 온 해인은 그것을 테이블에 다시 내려놓은 뒤 의자에 앉았다. 턱을 괴고 작게 타오르는 불을 가만히 바라보자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다. 직전보다는 침착해진 상태로, 해인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정말 돌아가려면 뭘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할 것은 많았지만, 결국 이 한 가지로 모든 고민들을 모을 수 있었다.

해인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크로노스를 떠올렸다. 사실 그는 이것도 저것도 할 필요 없다며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 그 말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주제에 마땅히 생각나는 건 없고 말이야…….”

해인은 흔들리는 불꽃을 보며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갔다.

혼자서 한계가 있는 일이라면 그 해결책으로 조력자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조력자는 이미 포세이돈이 구해다 준 상태로, 해인의 곁에 있었다.

‘그렇지만 과연 제대로 된 조력자가 될 수 있을까?’

해인은 손끝으로 탁자를 살짝 두드리며 눈을 내리떴다. 크로노스가 아킬레우스를 골라 언급했으니, 무엇이 되었든 그의 역할이 큰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해인의 사정을 그에게 말하느냐, 말하지 않느냐는 다소 결이 다른 문제였다. 그에게 사정을 말한다면, 그리고 그걸 믿게 만든다면 최소한 혼자 고민해야 한다는 부담감만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설명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신의 이름을 들먹이는 게 가장 나을 것 같기는 한데.’

크게 보면 이 사건은 크로노스의 일이었으니 틀린 말도 아닐뿐더러, 아킬레우스는 신의 아들이다. 그런 만큼 신의 이름을 무겁게 여길 것이고 어쩌면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남들보다 익숙할지도 모른다.

신의 이름을 들먹여 믿게 만드는 일이 만약 성공한다면, 이후의 일은 조금 더 순조로울 수도 있다. 물론 거기에는 그가 순순히 협조해 준다는 전제가 필요하기는 했다.

협조에 생각이 이르자, 해인은 자연히 그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방을 나서기 직전까지 보였던 태도를 되새겼다. 내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만큼의 호의들을 떠올렸다. 호의와 협조는 나름 연관되어 있는 단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 오늘 아침, 그리고 오늘 낮의 일까지 떠올렸을 때 해인은 그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관심이라.’

자아가 비대한 사람 같은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혼자 앞서 나가는 것 같기도 해서 적당히 고개를 돌렸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 없잖아 들었다.

‘아무래도 역시 거래가 마음에 들어서보다는, 내가 마음에 드는 쪽인 것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또다시 한숨이 샜다. 해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킬레우스가 그렇게 느꼈다 하더라도, 해인과는 상관없는 일이어야 했다.

물론 그 호의적인 감정이 이 일에 대한 협조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을 감정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는 건 현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해인은 자신 역시 아침까지는 외출 탓에 다소 들떠서 아킬레우스에게 꽤 친하게 굴었고, 그와의 거리감도 좁혔다는 인식 역시 하고 있었다.

‘그건……. 실수야.’

어차피 해인의 귀환은 정해져 있는 사실이다. 만약의 경우지만, 서로 정들어봤자 결국 언젠가의 미래에는 나란히 고통 받기나 할 뿐이었다. 게다가 통성명을 하고 몇 마디 대화마저 나눈 사람을 상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으나, 아킬레우스는…….

‘높은 확률로 곧 죽게 될 사람이지.’

그 사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현대에서부터 알고 있었지만, 포세이돈의 신전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것의 진위여부를 가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해인은 아킬레우스가 연합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중이라는 정확한 정보를 알게 된 후였다. 그것은 해인이 원래 알고 있던 이야기와 일치했으니, 그의 죽음도 해인이 알고 있던 것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었다.

그러니 더 정들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사무적이고 철저히 공적인 관계를…….

‘……되긴 할까.’

회의적인 감상이 치솟았다.

하지만 안 돼도 되게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해인은 차라리 처음부터 호의적인 관계 형성이니 뭐니 하지 말고 거리를 둬야 했던 걸까 후회했다. 지나간 일을 이제 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후회를 곱씹으며 해인이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고요함을 뚫고 어렴풋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해인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생각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연회라는 단어를 알아서 회식 정도로 치환시켜 이해했고, 그런 만큼 아킬레우스가 아주 늦게, 어쩌면 새벽에나 돌아오리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걸음 소리는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처럼 점차 커졌다. 뒤이어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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