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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1148)화 (1,148/1,192)

제1148화

방에 들어가자, 사봉봉은 묵용린이 계속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황상, 이제 신첩을 좀 놓아 주시지요.”

묵용린은 얼굴을 붉히며 급히 손을 놓았다.

“짐이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깜빡했소.”

사봉봉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이제 신첩의 손을 잡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십니다. 신첩의 팔뚝을 건드려도 괜찮으니, 그 다음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문제에 관하여 묵용린은 이미 굉장히 대담한 제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빨리 나을 수 있기를 바랐다. 만약 완쾌만 된다면 더 이상 사봉봉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는 하루빨리 이 수렁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애틋한 남녀 사이의 정분은 큰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소행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천하를 품은 명군이었다. 식사를 마친 그가 봉명궁으로 온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얼른 사봉봉이 그를 치료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가 조금 어려울 뿐이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황후에게 무슨 좋은 의견이라도 있소?”

그녀도 정말 고민을 해 보긴 했었다. 사실 그녀에게도 이 일은 조금 부끄러웠는데, 그들이 명목상 부부라고는 해도 감정적으로는 아직 낯선 사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 신체 접촉은 항상 그녀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황상께서 신첩의 어깨에 손을 올려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묵용린은 곧바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작고 동그란 어깨는 어느 한 군데도 아름답지 않은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무덤덤한 척하며 말했다.

“이게 뭐가 어렵겠소.”

사봉봉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허리를 가리켰다.

“그럼, 여기는 어떻습니까?”

그러자 묵용린은 곧장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사봉봉은 간지러운 듯 몸을 피하며 말했다.

“황상, 살살 하십시오.”

어찌 가볍게 만질 수 있을까? 한 손에 쓱 쥐어지는 가는 허리가 바로 그의 손바닥 아래에 있었다. 힘껏 문지르고 싶어서 목구멍이 바싹 마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물을 마실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물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이 여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황후.”

그는 눈동자를 환하게 빛내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황후를 한번 안아 보고 싶소.”

사봉봉은 그 말에 다소 당황했다. 그녀는 한 번도 낯선 남자에게 안겨 본 적이 없었다. 살짝 겁이 난 그녀가 황망함이 역력히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꼭, 꼭 안아 보셔야 합니까?”

묵용린은 말없이 손에 힘을 줬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몸이 그의 품에 안겼다.

미인이 품속에 있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묵용린은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갈 것처럼 거세게 뛰어,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몸에서는 뜨거운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솥에 물이 끓는 것처럼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올랐다. 머리는 또 어찌나 어질어질한지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뇌리에는 오직 품에 껴안고 있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혼돈의 머릿속에 오직 연옥온향軟玉溫香(부드러운 옥과 따뜻한 향기라는 뜻으로 여체를 뜻함)이라는 네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런 게 바로 연옥온향이로구나…….

사봉봉은 자신을 꽉 껴안은 황제 때문에 조금 답답했다. 그를 가볍게 밀었지만, 그렇게 한들 어찌 밀어낼 수 있겠는가? 그녀의 얼굴은 그의 가슴에 딱 붙었고,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천둥 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또, 그녀는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 미세한 떨림은 그녀를 약간 긴장하게 했다.

“황상?”

그녀는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물었다.

“느낌이 어떠십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는 묵용린은 몸의 떨림이 좀 더 심해졌다.

사봉봉은 다급했다.

“황상,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묵용린이 대답했다.

“짐은, 아주 좋소.”

“혹시라도 어디가 불편하시면 신첩에게 바로 알려 주셔야 합니다.”

그는 고충에 당한 것처럼 얌전하게 그녀의 말대로 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머리도 어지럽소. 땀이 많이 나고 다리도 풀린 것 같소…….”

“구토하고 싶으십니까?”

묵용린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를 느끼며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는 않소.”

사봉봉이 말했다.

“그렇다는 건 한 단계 나아졌다는 뜻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도해 보시지요.”

묵용린은 계속 이렇게 그녀에게 몸을 기댄 채 있고 싶었지만, 사봉봉이 싫어할까 봐 핑계를 댔다.

“짐이 지금은 온몸에 힘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겠소.”

사봉봉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황상, 너무 무겁습니다. 신첩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서 좀 힘이 듭니다…….”

묵용린은 그제야 몸을 곧게 세우고 그녀를 놓아 주었다. 품속이 텅 비니, 그의 마음도 덩달아 공허해졌다. 쓸쓸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그는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몸이 불편하다고 느꼈다.

그는 원형 의자에 앉아서 사봉봉에게 분부했다.

“짐에게 물 한 잔만 주시오.”

사봉봉이 말했다.

“신첩이 사람을 불러 황상께 차를 올리라고 하겠습니다.”

묵용린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짐은 물만 마시면 되오.”

사봉봉이 그에게 물을 한 잔 따라 건넸다.

시원한 물줄기가 목구멍을 따라 내려가자, 그는 어지러웠던 머리가 한층 맑아지는 것 같았다.

단숨에 물잔을 비운 그는 탁자 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그가 진정된 걸 확인한 사봉봉은 수건을 가져와 그의 이마에 가득한 식은땀을 닦아 주며 가볍게 말했다.

“황상, 이제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윽한 말리꽃 향기가 그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숨결은 온통 그녀의 향기뿐이었다.

묵용린은 연달아 침을 삼키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봉봉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그의 다리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황상! 어찌…….”

“짐은 다 쉬었으니 다시 해 봐야겠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 있다가는 아까처럼 또 짐의 다리가 갑자기 풀릴지 모르니, 이번엔 앉은 채로 안아 봐야겠군.”

만약 황제의 병을 몰랐다면 사봉봉은 그가 무례를 범하려 한다고 오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묵용린은 병을 앓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이렇게 남자의 품에 앉으니,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슬슬 걱정이 되지 시작했다. 이쯤 되면 앞으로 더 난처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녀의 머릿속에 말로 묘사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떠올라, 갑자기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묵용린은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서 사봉봉의 표정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이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현기증이 나든 심장이 뛰든, 그는 전부 다 세심하게 음미했다.

괴로움은 여전했지만 그 괴로움에 익숙해지자 도리어 약간의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마치 처음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처럼, 왠지 모르게 자꾸만 미련이 남았다.

그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고개를 숙여 매끈한 사봉봉의 얼굴을 가볍게 스쳤는데, 사봉봉은 갑자기 말벌에 쏘인 듯 펄쩍 뛰어올라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녀는 얼굴에서 피가 배어날 듯 붉게 상기된 채 황망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든 묵용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사람처럼 몽롱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시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어리둥절해하는 그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의 것 같았다. 사봉봉은 마음을 다잡으며 자신에게 되뇌었다.

‘그는 병이 있으니 시시비비를 따질 수 없어.’

게다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들은 이미 부부였다. 서로 조금 문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앞으로 함께 침상에서 자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황상,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지요. 신첩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일은 급하게 할 일이 아닙니다. 천천히 해야 합니다.”

묵용린은 그녀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짐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소.”

“…….”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곳에서 밤을 보내겠다는 말인가?

그녀는 어색해하며 멍하니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만약 황제가 그럴 뜻이 있다면, 그녀는…….

다행히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묵용린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황후도 오늘은 많이 피곤할 터이니, 일찍 쉬시오. 짐이 틈나면 다시 찾아오리다.”

말을 마친 뒤 그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사봉봉은 여전히 넋을 놓고 있었다. 예를 갖추고 황제를 배웅하는 것조차 잊을 만큼 충격이었다. 황제가 지금 화를 낸 건가?

봉명궁을 빠져나온 묵용린의 낯빛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어둠처럼 가라앉았다. 방금 전, 그는 사봉봉의 얼굴에 드러난 난감함과 두려움을 명확히 확인했다. 비록 그녀는 그를 많이 도와주었지만, 그 이상 진전된 관계는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아내이다. 한 번 안아 보는 게 아니라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설마 그녀는 평생 그가 손을 대는 걸 허락하지 않을 셈이란 말인가.

처음으로 경험한 거절에 황제는 속이 몹시 뒤틀려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불러다가 분명히 물어볼 수 없는 게 한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또 감히 그리할 수도 없었다. 만일 사봉봉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면, 바닥까지 떨어질 그의 체면은 어찌한단 말인가?

그녀는 원래 입궁을 꺼려했고, 대혼을 늦추기 위해 수작까지 부렸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을 감정의 늪에서 꺼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사봉봉이 애초에 그가 있는 늪 속에 빠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곳에 빠져 있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한 사람뿐이었다.

그가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황권이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사봉봉에게 자신을 좋아하도록 강요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부군의 기강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황제가 짝사랑에 빠지다니! 그는 자신을 제2의 묵용성으로 만들고 말았다.

오늘 밤은 달빛이 아름다운 게, 마치 천지가 온통 하얀 면사로 뒤덮여 있는 것 같았다. 만약 그녀의 손을 잡고 이 달빛 아래를 거닌다면 얼마나 시적인 정취가 있고 또 그림같이 아름다울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달빛 아래에 서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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