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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1119)화 (1,119/1,192)

제1119화

사앵앵은 당연히 자신이 황금을 훔친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네 상자에 달하는 황금에 비해 그녀의 반박은 너무 무력했다.

영안은 사건을 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사앵앵부터 잡아들여야 했는데, 묵용청양이 사앵앵 앞을 가로막고 누구도 손댈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판등 패거리는 그런 그녀의 행동이 너무 뜻밖이었다. 묵용청양이 영안의 명을 대놓고 거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행동은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판등이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

“대장, 어리석은 짓 하지 말고 안 형 말 들어요.”

산응도 타일렀다.

“그래요, 대장. 이제 황금을 찾았으니 서둘러 사건을 심리해서 빨리 배후를 찾아내야죠. 무엇 하러 안 형한테 맞서요.”

소제갈이 말했다.

“청양, 사 주인장은 그저 잠시 수감되는 것뿐이에요. 진상이 밝혀져서 만약 배후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면, 무죄라고요.”

소마가 말했다.

“대장, 이렇게 하면 대장마저 죄에 연루될 수 있어요.”

그들이 뭐라 얘기하든 묵용청양은 사앵앵 앞을 가로막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안은 검을 뽑아 들고 묵용청양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나라의 사건을 조사하는 관리 앞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묵용청양도 검을 뽑더니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사 주인장을 데려가겠다면, 먼저 나부터 이겨야 할 거야.”

영안이 말했다.

“내가 못 할 줄 알고?”

그가 손을 휘두르자마자, 검은 그림자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묵용청양 앞을 가로막았다. 온몸에 검은 옷을 휘두른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영안을 바라보았다. 영십구였다. 그는 영안과 비슷한 기질을 가졌지만, 이번만큼은 각자의 주인을 위해 행동했다.

영십구가 나타나자, 묵용청양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잠시만 어디 좀 다녀올게.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사 주인장은 아무 데도 못 가. 여기 그대로 있어야 해. 알겠지?”

“예, 아가씨.”

묵용청양이 영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옛정을 봐서라도 나한테 반 시진만 줘.”

영안은 그녀가 말하는 옛정이라는 게 사봉봉을 가리킨다는 걸 알아들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검을 검집에 꽂았다.

묵용청양이 궁에 도착하기 전에 묵용린은 이미 소식을 접했다. 그 또한 충격이 컸다. 도둑맞은 황금을 사가 상호의 은장에서 찾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식을 접한 그의 머릿속에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앵앵이 사가 상호의 은자를 다 빼앗길 게 두려워 미리 그의 황금을 훔치려 손을 쓴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그가 사봉봉을 황후로 세운 것에 대한 보복인가? 사봉봉과 사앵앵이 서로 내통하여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 아님 사앵앵의 단독 범행이란 말인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묵용청양이 안으로 들어와 곧장 무릎을 꿇었다.

“황형, 소식 들으셨죠? 도둑맞은 황금이 사가 상호의 은장에 있었어요. 하지만 이 신매는 사 주인장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믿어요. 신매가 사 주인장 대신 청하옵건대, 부디 사 주인장을 자신의 저택에 구금시켜 주세요. 그리고 진상이 다 밝혀지면 그때 다시 처분을 내려 주세요.”

“허튼소리!”

묵용린이 탁자를 내리쳤다.

“왕자가 죄를 저질러도 백성들과 똑같이 죄를 물으라 하였다. 예부터 전해지는 말도 들은 적 없단 말이냐?”

“만약 사 주인장의 죄라는 게 확정되면 신매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게 없어요. 사 주인장을 옥에 가두면 봉봉이 어찌 생각하겠어요. 얼마나 괴롭겠냐고요!”

“이 일은 너와 상관없다. 나가거라. 짐을 더 성가시게 하지 말고.”

“황형!”

묵용청양이 애원했다.

“제발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묵용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밖을 향해 마구 고함쳤다.

“여봐라, 당장 장공주를 끌어내라!”

하지만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시위가 아닌, 사봉봉이었다. 늘 침착하던 황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신첩, 황상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간곡히 청하옵니다.”

묵용린이 냉소를 지었다.

“짐더러 모친을 붙잡지 말아 달라 청하는 것이오?”

“사건의 진상이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사 주인장을 옥에 가두는 건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게 도리에 어긋난단 말이오? 어디 한번 말해 보시오.”

“사가 상호는 동월 전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동월의 부유한 상인 중 으뜸으로, 오랜 시간 상호를 운영하면서 백성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지요.

또한 동월의 경제와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사 주인장이 옥에 갇혔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사가 상호의 명성에는 물론 동월의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 동월은 현재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나라를 부유하고 평안하게 다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동월의 상업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덕입니다. 농업이 백성들 삶의 근본이라면, 상업은 나라와 백성이 부강해지는 근본입니다.

만약 이 모든 게 깨진다면, 동월의 상업 체계가 엉망이 될 것입니다. 황상, 그 후환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음험한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사가 상호가 이렇게 커졌으니, 앞뒤에서 칼을 쥐고 있는 이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주인장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때다 싶어 돌을 던지고 음모를 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만약 사가 상호가 무너지면, 관리인부터 장부 선생, 판매원, 운송인, 점원, 사가 상호에 물건을 대던 사람들까지 족히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어찌 가족을 부양하겠습니까?

사가 상호는 뿌리가 마구 뒤엉킨 커다란 나무입니다. 나무가 무너져 뽑히면, 얽히고설킨 뿌리에 얼마나 많은 흙이 함께 파헤쳐지겠습니까?

황상, 왕자가 죄를 저질러도 백성과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말은 신첩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첩의 어머니는 신첩이 가장 잘 압니다. 남원에서 오던 황금이 사라진 건 사가 상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아직 사건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신첩이 어머니를 대신해 옥에 갇히겠습니다.”

사봉봉이 이 말을 뱉을 때, 묵용린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분노만 치밀었는데, 냉정을 되찾으니 사건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사봉봉이 판단한 상황은 그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황금이 사가 상호에서 나올 줄은 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는 사가 모녀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둘 다 간사하고 재물을 탐내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 또한 사앵앵이 이런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침묵을 지켰다.

그때, 묵용청양이 사봉봉을 끌어안고 목놓아 소리쳤다.

“봉봉, 왜 그리 바보 같은 말을 해요? 옥에 들어가겠다니요? 봉봉은 황후예요. 황형이 절대 그러라고 할 리 없어요. 그렇죠, 황형?”

묵용린은 눈을 내리깔고 묵용청양을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다시 사봉봉의 얼굴로 옮겼다.

“청양 말이 맞소. 그대가 옥에 들어갈 순 없소.”

“거봐요, 황형이 그럴 리가 없죠.”

묵용청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슬쩍 사봉봉을 일으켰다. 황제도 황후가 옥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으니, 일이 어느 정도 잘 해결된 것 같았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묵용린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황후의 말도 일리는 있소. 사가 상호라는 큰 나무를 갑자기 무너뜨릴 수 없지만, 황금이 사가 상호에서 발견된 이상, 세상 사람들에게 잘못을 일깨워 주어야 하오. 옥에 갈 필요는 없고, 냉궁에서 지내시오.”

묵용청양이 곧장 사나운 눈초리로 받아쳤다.

“황형!”

사봉봉이 다시 절을 올리며 답했다.

“신첩, 황상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묵용청양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벌을 주고 싶어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벌을 기꺼이 받으려 했다. 화가 난 그녀는 발을 한번 힘껏 굴린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 영십구 홀로 은장에서 버티고 있으니 그녀가 서둘러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말을 몰고 거리를 빠르게 질주하자, 놀란 행인들이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장공주 전하는 많은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고삐를 세차게 내리치며 한달음에 사가 상호의 은장으로 향했다.

은장의 상황은 그녀가 떠날 때와 똑같았다. 영십구는 검을 든 채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사앵앵 곁을 지키고 있었다. 영안도 더는 몰아세우지 않고 조용히 한쪽에 서 있었다. 환경문 사람들은 사앵앵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영안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적막을 깨고 별안간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영안은 시선을 들어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묵용청양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황상의 명이다. 사 주인장을 임시로 저택에 구류하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거든 그때 다시 처분을 내린다.”

영안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황제는 어쨌든 황후의 체면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다.

줄곧 침묵에 잠겨 있던 사앵앵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봉봉이는요? 봉봉이는 아무 일 없습니까?”

묵용청양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나 사앵앵은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묵용청양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봉봉이에게 정녕 아무 일도 없단 말입니까?”

묵용청양이 잠시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봉봉은 자청하여 냉궁에 들어갔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사앵앵이 별안간 울분을 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흉포한 그녀의 모습은 꼭 어미 늑대 같았다.

“애당초 봉봉이를 같잖게 생각하더니, 마침 잘되었겠지요. 정정당당히 폐위하고 계후를 들이면 되니까…….”

묵용청양은 그녀가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자 서둘러 그녀의 입을 막고는 작게 속삭였다.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봉봉이 더 위험해져요.”

사앵앵의 아픈 곳을 후벼 판 말이었기에 그녀는 곧장 입을 다물고 크게 숨을 내쉬며 가까스로 분노와 슬픔을 억눌렀다.

묵용청양은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타일렀다.

“봉봉이 제일 걱정하는 사람은 사 주인장이에요. 사 주인장이 잘 지내야 궁에 있는 봉봉도 마음을 놓는다고요. 봉봉은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제가 먼저 청을 드렸을 땐 황형이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봉봉이 설명하니까 그제야 귀담아듣더라고요.

처음엔 봉봉이 사 주인장 대신 옥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황형이 그건 안 된다고 냉궁으로 가라고 했어요. 냉궁이 옥살이보단 낫잖아요. 황금을 사가 상호의 은장에서 찾았으니, 어쨌든 백성들에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 주어야 하니까요. 황형도 아주 난처할 거예요.

봉봉이 어떤 사람인지, 사 주인장도 잘 아시잖아요. 절대 스스로 억울한 일을 당하게 내버려 두진 않을 거예요. 금천아도 곁에 있으니 봉봉을 업신여길 사람도 없고요. 또 저도 있잖아요. 제가 잘 돌봐 줄게요.”

사앵앵은 조금씩 냉정을 되찾았다. 사장풍은 곁에 없고 사금언은 아직 어렸다. 사봉봉이 냉궁에 들어갔으니 이제 남은 건 그녀뿐이었다. 지금은 호들갑을 떨 때가 아니다. 그녀는 당황해서도, 초조해해서도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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