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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1074)화 (1,074/1,192)

제1074화

소순자가 사봉봉에게 고했다.

“소인이 알아보았습니다. 황상께서 내무부에 구련환을 만들라고 하셨고, 황상의 요구대로 만들었지만 황상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게다가 마마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이 다시 만들라고 명하셨다고 합니다.”

금천아는 구련환을 탁자로 던졌다.

“이게 황상이 못마땅해 했다는 그거지?”

소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겁니다. 황상께서 귀비 마마께 하사하셨다고 했습니다.”

경화가 말했다.

“마마, 소인이 보기에 이번 일은 아마도 내무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상께서 우리가 가진 것과 똑같은 걸 원하시는데, 왜 내무부 사람이 와서 빌려 달라고 하지 않았겠어요?”

사봉봉이 장담했다.

“아마도가 아니라 반드시 관련이 있을 거야.”

금천아는 눈빛을 반짝였다.

“내무부의 곽 대인은 허 귀비의 외삼촌이 아닙니까? 마마, 허 귀비가 먼저 자신의 허점을 우리에게 알려 준 거 아닙니까?”

사봉봉은 그녀를 흘기며 말했다.

“허 귀비가 너 같은 줄 아니?”

금천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도 사봉봉이 자신을 놀리는 걸 알고 있었다.

경옥이 물었다.

“마마,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구구련환을 다시 가지고 와야 하지 않습니까?”

“급할 게 무엇이냐?”

사봉봉이 말을 이었다.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졌으니 황상께서도 봉명궁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야. 구구련환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과연, 오후가 되자 곽도는 직접 봉명궁으로 찾아와 구구련환을 돌려주며 무릎을 꿇었다. 내무부를 엄히 다스리지 못한 자신의 죄를 고하며,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미 범인은 구류되었으니 황후 마마의 처결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사봉봉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그냥 그에게 궁중의 규율대로 처리하라고 명했다.

곽도는 감사를 표하며 이내 물러났다.

금천아는 어리둥절했다.

“마마, 그냥 넘어가십니까?”

사봉봉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 연극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니까.”

* * *

묵용린도 이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사희에게 물었다.

“곽도가 물건을 돌려주었다는데… 황후가 뭐라고 했다고 하더냐?”

사희가 아뢰었다.

“황후 마마께서는 그저 궁중의 규율대로 처벌하라고만 하셨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 일이 짐 때문에 일어났다는 걸 아느냐?”

사희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황상께서 내무부에 구련환을 만들라고 한 일은 비밀이 아니기에, 지금쯤이면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묵용린은 안색을 굳히며 호통쳤다.

“곽도, 이 쓸모없는 놈! 가서 놈을 불러와라!”

사희가 명을 받고 돌아서려 하자 묵용린이 다시 말했다.

“되었다, 괜히 또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만약 그가 이 일로 화를 냈다는 소문이 사봉봉의 귀에 들어가면, 그가 이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어차피 이번 일은 그와 상관없다. 모두 곽도가 저지른 일이다.

사실 정황은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황상이 원하는 구구련환은 황후만 가지고 있었다. 내무부 사람들은 황후가 구구련환을 빌려주지 않을까 봐 몰래 가져와 도안을 그리고 다시 돌려주려 한 것이었다.

구구련환을 곽도에게 건네준 건 유병승이었다. 그를 취조해야만 구구련환을 훔친 자세한 경위를 알 수 있었다.

유병승은 그 일을 자신과 친한 소태감에게 부탁했고, 그 소태감과 대식對食(궁녀와 환관이 부부관계를 맺음)하는 궁녀가 마침 봉명궁에서 막일을 하고 있었다. 또 그 궁녀와 자매처럼 지내는 가까운 궁녀가 전각 내부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기에 구구련환을 손에 넣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구구련환은 한 사람, 또 한 사람에게로 감쪽같이 흘러간 것이다.

유병승은 구구련환을 한 시진만 빌렸다가 다시 가져다 놓으려고 했으나, 한 시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궁중 금군이 범행에 가담한 자들을 잡으러 오자 모두 깜짝 놀라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다. 궁중에서 도둑질을 한 자는 목을 베었다. 아무리 가볍게 처벌하는 경우라도 최소한 손목을 자르고 태형에 처했다. 죽지는 않더라도 껍질이 벗겨져야 처벌은 끝날 것이다.

유병승은 살려 달라고 빌지 않았다. 두 금군이 그의 양팔을 잡아 비틀자 그는 반항하며 고함을 질렀다.

“감히! 누구를 붙잡는 것이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금군은 그를 향해 일갈했다.

“감히 궁중에서 죄를 범하다니! 우리가 잡으려는 죄인은 바로 너다!”

곽도가 다가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병승을 바라봤다.

“유 아우, 나도 어쩔 도리가 없네. 내가 몰인정한 것이 아니라 황후 마마께서 엄명을 내리셨으니 본관도 다른 방도가 없네. 일단 그들을 따라가시게. 본관이 다시 가서 황후 마마께 용서를 구해 보겠네.”

유병승이 감히 봉명궁에서 물건을 훔칠 생각을 한 건 황제와 황후의 사이가 나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황제는 유 귀인을 총애하니, 무슨 일이 생겨도 유 귀인이 간청하면 괜찮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빨리 황후가 그를 잡으라고 명을 내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대인, 황후 마마를 찾지 마십시오.”

유병승은 금군에게 끌려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유 귀인을 찾아가십시오. 유 귀인만이 저를 구명할 수 있습니다.”

곽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관이 곧바로 가 보겠네.”

사실 그가 굳이 찾아가서 말할 필요도 없었다. 분명 유 귀인은 이미 황후를 찾아갔을 터.

사봉봉은 유 귀인이 찾아온 것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유 귀인에게 일어나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차분히 차를 마시며 물었다.

“유 귀인은 누구를 위해 용서를 구하러 오셨나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유 귀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본… 본가의 숙부인 유병승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사람을 시켜서 황후의 처소인 봉명궁에서 물건을 훔쳤지요.”

사봉봉은 찻잔을 내려놓고 유 귀인을 바라보았다.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황궁 규율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귀인께서는 처소로 돌아가세요.”

유 귀인은 고개를 쳐들었다.

“마마, 신첩의 체면을 보셔서라도 안 되겠습니까? 원래 신첩은 황상께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봉명궁에서 벌어진 일이라 신첩… 황후 마마께 먼저 용서를 구하러 온 것입니다. 마마께서 선처해 주지 않으시면 신첩은 황상께 가서 부탁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금천아는 그녀의 말에 화가 치솟았다.

“지금 그 말은… 당신이 마마에게 와서 용서를 구한 것이 마마의 체면을 세워 주는 일이라는 뜻인가요?”

유 귀인은 얼른 시선을 내렸다.

“신첩이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태도는 전혀 공손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황제의 곁을 지키며 총애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황후는 스님의 체면은 무시해도 부처님의 체면은 세워 줘야 했다. 그녀의 면을 세워 주는 것이 결국 황상의 면을 세워 주는 것이었다.

사봉봉이 말했다.

“일어나세요. 유 귀인이 무릎을 꿇고 있으면 황상의 마음이 아프실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유 귀인은 의기양양해졌다. 황후가 결국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를 다해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일어나며 말했다.

“신첩, 마마의 어진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신첩의 숙부를 용서해 주신 그 크신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사봉봉은 손사래를 쳤다.

“본궁의 말을 잘못 알아들으셨네요.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월의 율법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겠습니까?”

유 귀인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신첩이 이렇게 사정하는데… 마마께서는 어찌 그리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신첩은 황상께 가는 수밖에…….”

금천아는 더 이상 듣지도 않고 소리를 질렀다.

“감히 황후 마마 앞에서 건방지게 굴다니! 따귀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유 귀인은 부글거리던 화를 쏟아내며 냉소했다.

“네가 감히 나를 때리겠다는 거냐? 어디 한번 해 보아라!”

금천아는 성질대로라면 진작 뺨을 때렸어야 했지만, 지난번에 사봉봉이 그녀를 위해 면사 금패를 구해 온 뒤로 성질을 많이 죽였다. 그녀는 유 귀인의 도발에 손을 올리는 대신, 먼저 사봉봉을 바라보았다. 사봉봉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때려 보라고 하시니 그리하거라.”

단단히 벼르고 있던 금천아는 사봉봉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 귀인의 뺨을 세게 내리쳤고, 그 충격으로 유 귀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봉봉은 금천아를 흘겨봤다.

“적당히 때려야지. 잘못하면 황상께서 너에게 앙심을 품으실지도 몰라.”

금천아는 투덜거렸다.

“소인도 어쩔 수 없습니다. 원체 힘이 센 걸 어쩝니까?”

유 귀인의 궁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유 귀인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황상께 찾아가서 따지겠어요!”

그녀는 울먹이며 밖으로 나갔다.

이 광경을 문가에 숨어서 훔쳐보던 양 귀인과 장 귀인은 유 귀인이 밖으로 나오자 얼른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유 귀인이 계단을 내려가 승덕전으로 향하자 그녀들도 곧장 봉명궁을 나섰다.

자신들의 궁으로 돌아온 양 귀인과 장 귀인은 긴 한숨을 내쉬곤 놀란 심장을 다스렸다.

장 귀인이 말했다.

“황후 마마께서 유 귀인을 때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양 귀인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우리가 예전에는 황후 마마를 우습게 봤잖아요. 유 귀인이 오만방자하게 굴어도 황후마 마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셔서 그저 성미가 여리신 분인 줄 알았는데…….”

“사가 상점의 어린 주인장이 어찌 성격이 물렁할 수 있겠어요.”

장 귀인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황후 마마에게 밉보이면 말로가 좋지 않을 거예요.”

“유 귀인이 황상께 일러바치러 갔는데… 아우님은 황상께서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장 귀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리는 황상께서 황후 마마를 때리셨던 걸 직접 보았잖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또 교지를 내려서 마마에게 실권을 주었어요. 그러니 그 따귀는 일종의 사탕이었던 거죠. 황상의 속마음을 누가 알 수 있겠어요?”

“그러게요. 관두죠. 추측하지도 말아요. 대인배의 속마음을 어찌 우리가 짐작할 수 있겠어요?”

“형님의 말씀이 맞아요. 괜히 나서서 소란을 피우지 말고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황상도 쉽지 않지만, 황후 마마도 정말 만만치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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