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왕비초장성 (821)화 (820/1,192)

제821화

그는 강하게 녀석의 입술과 이 사이를 비틀어 열었고 힘 있게 뒤엉켰다. 어젯밤과 비교해 오늘의 입맞춤은 더욱더 강렬했다. 위지불이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타고 있는 것 같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물결이 일파만파로 그녀를 태웠고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앞섶을 풀어헤치자 깜짝 놀라 숨을 헐떡이며 그를 밀어냈다. 흠뻑 열정에 빠져 있던 남제화는 갑자기 품 안이 텅 비자 망연자실하며 고개를 들었다.

“불이…….”

“폐하.”

위지불이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주저하더니 말했다.

“자꾸 이러면 사고가 나기 쉬워요. 셋째 형님의 말을 잊으셨어요?”

남제화의 얼굴이 붉어졌다.

“짐이 자제할 수 있다.”

위지불이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전 제가 자제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에요.”

소리는 작았지만 남제화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 아직도 졸리느냐?”

위지불이는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고파요.”

“가자. 밥 먹으러 가자꾸나.”

남제화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위지불이는 좀 어색했다. 하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기에 그냥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녀의 손은 여자치고 그리 작은 편이 아니었지만, 남제화의 손이 훨씬 커서 폭 감싸졌다. 정말이지 행복했다.

전당 안에서 두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이어 가는 동안… 전당 밖에선 강암룡이 세 공주를 가로막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오늘 피곤하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실 겁니다.”

고여아는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

“어젯밤에 자객이 들이닥쳤다고 하던데, 폐하께서는…….”

“고여아 공주께서는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으셨는지요? 황궁의 경비가 이렇게 삼엄한데, 어찌 자객들이 쳐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고여아는 얼굴을 붉히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운소는 목을 쭉 빼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강 총관, 불이 공자는 안에 있나요?”

강암룡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불이 공자도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불이 공자는 왜요? 어디 아픈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강암룡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주께서는 불이 공자에 대해 궁금한 게 무척 많으신 듯합니다.”

아운소는 얼굴을 붉히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세 공주는 그렇게 발길을 돌렸다.

* * *

식사를 하던 중, 강암룡은 남제화에게 세 공주의 방문에 대해 보고했다. 남제화는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 물러가라고 했다. 강암룡은 시중들던 사람들도 모두 데리고 나갔다. 그는 황제의 측근으로서 굳이 분부가 없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가자 위지불이가 무심코 말했다.

“석 달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폐하께서는 마음에 드는 공주가 있어요?”

남제화가 웃으며 말했다.

“짐이 누구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모르겠느냐?”

위지불이는 장단을 맞춰 답했다.

“아운소 공주?”

남제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여아 공주?”

그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지불이는 약간 의외였다.

“이제 보니 폐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나사 공주였군요?”

남제화는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보구나. 짐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바로 불이 너란다.”

위지불이는 문득 깨달았다.

‘그렇지! 황제는 남자를 좋아하잖아! 당연히 세 공주를 좋아하지 않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기쁜 기색을 참을 수 없었다.

“폐하,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그녀들을 황후와 비로 맞이하나요?”

“황실의 혼인은 원래 감정과 무관하게 이루어지지. 중요한 것은 복잡하게 뒤엉킨 서로의 이익과 황권에 대한 욕심뿐이다.”

남제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불이, 짐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황제란다.”

고뇌가 가득한 남제화의 말에 위지불이의 가슴이 먹먹했다. 그녀는 정치에 대해 아는 게 하나 없었지만 황제가 계속 한가롭게 지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그의 표정,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외롭고 쓸쓸한 모습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손으로 그의 손등을 살며시 덮었다.

“제가 폐하의 곁에 있을게요.”

남제화는 커다란 손을 뒤집어 그녀를 손을 마주 잡았다.

“짐은 어떤 것도 욕심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너만큼은 욕심나는구나. 불이, 짐은 욕심이 많다. 너를 평생 짐 곁에 묶어 두려고 하는데… 짐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

위지불이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폐하 곁에 있고 싶어요. 폐하의 곁에 있어야 살 수 있잖아요.”

남제화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만약 네가 중독되지 않았다면… 그래도 짐 곁에 남았을까?”

위지불이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제화는 손사래를 쳤다.

“말할 것 없다. 짐도 이해한다. 하늘은 짐에게 이미 후한 선물을 주었지.”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는 위지불이의 손을 꼭 쥐었다.

“안심하거라. 공주들은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

위지불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오래 있지 못해요? 폐하께서는 공주들을 황후와 비로 맞으려던 거 아니었어요?”

남제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위지불이가 눈을 부릅떴다. 남제화는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만약 다른 남자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분명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위지불이가 하면 아주 자연스러웠다. 위지불이의 이런 행동에 그가 빠진 것도 사실이었다.

“불이.”

그는 헛기침하더니 말을 이었다.

“짐이 전에 했던 말 기억하느냐? 누군가를 이기려면 우선 그자의 약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

위지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요.”

“짐은 예전에 약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있지.”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바로 너다. 불이.”

짐이 목숨을 버릴지언정 꼭 지켜 주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다, 불이.

* * *

공작전, 아운소는 턱을 괸 채 우울해하고 있었다. 소상은 그녀를 몇 번이나 쳐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공주,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세요?”

아운소는 자신의 걱정에 빠져 그녀를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혹시 오늘 폐하께서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공주를 푸대접해서 그러십니까?”

아운소는 마지못해 웃으며 호로사를 만지작거렸다.

“폐하께서 손님을 만나지 않은 건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불이도 손님을 만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하잖아.”

소상은 그런 공주의 태도가 한탄스럽기만 했다.

“공주, 공주께서는 황후가 되기 위해 이곳에 오신 겁니다.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지 마십시오.”

아운소는 피식 웃었다.

“뭘 그렇게 화를 내니? 난 그냥 새로 만든 호로사를 불이에게 가져다주고 싶을 뿐이었다.”

“정말입니까?”

소상은 흘겨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다들 불이 공자는 폐하의 남총이라고 수군거립니다.”

“내가 불이한테 물어봤어. 그건 사실이 아니야. 다 헛소문이라고!”

“그럼, 폐하와 불이 공자가 왜 오늘 손님을 안 받았겠습니까?”

“그건…….”

아운소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비록 위지불이가 남제화와 떳떳하지 못한 관계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황제가 위지불이를 보는 눈빛은 평범하지 않았다. 소상은 그녀를 일깨웠다.

“석 달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폐하의 태도는 좀처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공주께서 방법을 강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됐어. 잔소리 좀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 * *

백화전, 고여아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양젖을 꿀꺽꿀꺽 마셨다. 수건으로 입가를 닦자 옥합이 그릇을 받아 하녀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손을 내저으며 그녀들을 내보냈다. 고여아가 물었다.

“폐하께서 왜 그러시는 것 같으냐? 왜 손님을 만나지 않지?”

“공주께서 너무 마음이 급하셨습니다. 어젯밤 일이 궁중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걸 보면 폐하께서 함구하라는 명을 내리신 겁니다. 그런데 오늘 공주께서 그 일을 언급하셨으니 폐하께서도 분명 신경 쓰실 겁니다.”

고여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부족의 공주에게 밀정이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니잖아? 아운소와 나사라고 없겠어?”

“저들도 있겠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공주보다 인내심이 있는 거죠.”

“폐하께서 아신다고 하더라도… 그게 뭐 어때서?”

고여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난 그 위지불이란 동월놈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대체 그놈이 뭔데 폐하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거지?”

옥합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공주는 도대체 왜 불이 공자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까? 폐하께서 그를 각별히 여기시니 공주께서는 당연히 그와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지난번 화전 시합에서의 일로 폐하께서는 분명 공주에게 불만을 품고 계실 겁니다. 그러니 공주께서도 위험한 행동을 삼가셔야 합니다.”

고여아는 짜증을 버럭 냈다.

“너는 늘 나더러 그 동월놈과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하지만, 폐하께서 정말 좋아하시는 사람은 바로 그놈이라고! 난 그 녀석이 미워 죽겠어!”

그녀는 콧대 높은 부족의 공주였다. 경국지색에 존귀한 신분이지만, 황제의 눈에는 동월에서 온 소년보다 못하니 그 울분이 도무지 삼켜지지 않았다.

“그럼, 공주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넌 상관하지 마. 나에게 다 방법이 있으니까.”

고여아는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난 동월놈이 내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게 할 거야.”

옥합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공주, 족장님이 하셨던 당부 기억하시나요?”

“알아! 알고 있어. 아버지께서 네 말을 잘 들으라고 하셨지.”

고여아는 옥합을 째려봤다.

“걱정 마! 함부로 나서지 않을 테니까.”

옥합은 고여아의 성미를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충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일개 노비일 뿐이니 상황을 잘 살펴 현명한 방법을 내놓는 수밖에 없었다.

* * *

옥천전, 향미는 대담한 추측을 제시했다.

“공주, 큰일이 있은 뒤로 폐하와 불이 공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설마… 폐하께서 불이 공자에게 사약을 내린 건 아닐까요?”

나사가 반문했다.

“폐하가 정말 불이 공자에게 사약을 내렸다면 왜 손님을 만나지 않을까?”

“아마도 너무 슬퍼서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불이 공자는 폐하의 남총이지 않습니까?”

나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괜한 생각이야! 폐하께서는 위지불이를 절대 죽이지 않으실 거야.”

“하지만… 그의 형이 무례를 범했잖습니까? 폐하께서 그런 일을 겪으셨는데 그냥 넘어가실까요?”

나사가 말했다.

“폐하께서 위지불이를 처벌하셨다고 해도 죽이지는 않으셨을 거야. 어젯밤 일도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 강 총관의 말투를 들어보니 폐하께서도 그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 같아.”

“고여아 공주는 오늘 언급했잖습니까?”

“고여아.”

나사는 살짝 웃으며 손가락에 낀 호갑투를 쓰다듬었다.

“고여아는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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