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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63)화 (762/1,192)

제763화

독? 위지불이는 기쁨에 차올랐다. 이렇게 힘도 들이지 않고 단번에 찾다니!

위지불이는 주변에 물을 주는 궁녀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물었다.

“정말 독이 있어요?”

“네.”

궁녀가 웃으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한번 만져 보세요.”

위지불이는 화들짝 놀랐다.

“만지는 것도 안 된단 말이에요?”

“만져도 되긴 하지만… 손이 빨갛게 붓고 따끔거립니다.”

“그렇게 독이 강하단 말이에요?”

위지불이가 말했다.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럼요. 생으로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궁녀는 그녀에게 경고했다.

“꺾지 마세요. 정말 독이 강하니까요.”

위지불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가 떠나자 혼자 중얼거렸다.

“겁낼 거 뭐 있어. 난 동월 사람이니까 남원의 독은 아무런 효력도 없는걸.”

그녀는 용기를 내어 손을 뻗었다. 그래봤자 두 가지 결과밖에 더 있겠는가. 무탈하다면 정말 남원의 독이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고,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꽃에 정말 독이 있다는 뜻이었다.

잎사귀에 닿은 손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씨익 웃으며 대담하게 꽃을 꺾었다. 순간, 손가락에 따가운 통증이 느껴졌다. 무언가 손가락을 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곧장 손을 떼고 손가락을 자세히 살폈다. 손가락이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손에 끊임없이 바람을 불어 대며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독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험한 건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어쨌든 이 꽃에 독이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손가락에 입바람을 부니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그녀는 꽃송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또다시 손을 뻗었다. 이내 아픔을 참으며 재빨리 꽃송이를 꺾었다.

독이 든 꽃을 구한 그녀는 재빨리 자리를 뜨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내 문을 꼭 닫고 책상에 꽃을 올려놓은 뒤, 자신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통증은 사라져 있었지만 다섯 손가락이 전부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독이 몸속까지 들어갔을까 봐 서둘러 야행복의 천을 뜯어 손가락 하나하나에 전부 동여맸다. 이렇게 하면 독소가 그렇게 빨리 심장까지 퍼지진 않을 것이다. 설령 그녀가 죽는다 한들, 남원의 개부터 먼저 독살한 뒤에 죽어야 했다.

우선 독이 든 꽃을 구하긴 했지만, 독소를 어찌 추출해야 한단 말인가? 통통한 꽃송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녀는 찻잔에 꽃을 넣고 바깥으로 나가서 짧고 굵은 나뭇가지를 주워왔다. 그리곤 나뭇가지로 꽃을 다졌다. 꽃이 두툼해서 금세 즙이 나왔다. 즙도 새빨간 색이었는데, 이 즙은 다른 잔에 따로 담았다. 아마도 이 즙 안에 꽃 속 독소가 다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새빨간 독즙을 어떻게 남원 개의 입에 넣는단 말인가?

그녀는 탁자 앞에 앉아 고심했다. 무색무취의 독약도 단번에 발견해 내는데, 이렇게 새빨간 즙은 더 쉽게 탄로 날 것이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찌해야…….

그녀는 우거지상을 한 채 턱을 괴고 근심에 잠겼다.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라면 이 독을 꺼내선 안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키운다면 독이 든 꽃을 쓰는 것조차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녀의 고민은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남원의 저녁 하늘은 여전히 밝았다. 하늘에는 찬란하게 불타오르는 구름이 걸려 있었다. 창가에 서 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았다. 다른 건 몰라도 풍경만큼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다. 유난히 푸른 하늘도 모자라 노을까지도 훨씬 아름다웠다.

이곳에서의 삶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먹고 자고, 자고 일어나면 또 먹고.

저 멀리 궁녀들이 줄지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머리에 쟁반을 이고, 허리를 실룩거리며 연꽃을 지르밟듯 하늘하늘한 자태로 걸어왔다. 궁녀들이 걷는 모습마저도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지켜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할짝댔다. 또 이렇게 금방 저녁을 먹는다니!

궁녀들은 그녀의 방 앞을 지나갈 때도 발걸음을 맞춰 걸어갔다. 신기하게도 손동작까지도 모두 일정했다. 궁녀들을 빤히 바라보던 위지불이는 한 궁녀가 술병처럼 보이는 투명한 유리병을 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유리병 안에는 빨간 액체가 담겨 있었다. 위지불이는 얼른 손가락에 묶었던 천을 풀어 독즙에 담갔다. 천이 즙을 흡수하자 그녀는 허리띠에 그 천을 찔러 넣고 서둘러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의 부모는 늘 딸아이의 머리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핀잔했지만, 매번 중요한 순간이 오면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으며 가장 좋은 대책을 생각해 냈다. 나무 계단을 뛰어 내려간 그녀는 술병을 이고 있던 궁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한번 해 봐도 돼요? 앞으로 이런 일은 내가 하면 되니까요.”

궁녀들도 불이라는 젊은이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함께 밥을 먹는 건 물론이고 직접 과일까지 먹여 주지 않았는가. 그런 자에게 차마 밉보일 수는 없었다. 감히 불이에게 일을 시킬 순 없었지만, 먼저 호기심에 해 본다는 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었다. 결국 궁녀는 술병을 그녀에게 건넸다. 위지불이는 곧장 뚜껑을 열고 향을 맡았다.

“향이 정말 좋네요. 무슨 술이에요?”

“화과주花果酒입니다.”

궁녀가 말했다.

“남원은 꽃과 과일이 많이 나서 술을 담그기도 합니다. 폐하께서 아주 좋아하시는 술이지요.”

위지불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별안간 뒤쪽을 가리켰다.

“저건 뭐예요?”

궁녀가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는 잽싸게 천을 꺼내 병 안에 독즙에 짜 넣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궁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위지불이를 바라보았다. 위지불이는 다시 술병을 궁녀에게 건넸다.

“음, 됐어요. 꽤 무겁네요. 직접 가져다주세요.”

궁녀는 의아한 눈으로 위지불이를 바라보았다. 위지불이는 몸을 돌려 다시 나무 계단을 오르며 왼손을 황급히 숨겼다. 젠장, 손이 또다시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남제화는 먼저 밥을 먹으러 찾아온 그녀가 뜻밖이었다.

“배가 고픈 것이냐?”

위지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고파요.”

남제화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가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이렇게 말랐는데, 식욕이 그리 좋을 줄이야.”

향긋한 쌀밥이 앞에 놓이자마자 불이는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남제화는 그녀가 한 손으로만 밥을 먹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어째서 다른 쪽 손은 쓰지 않는 것이냐?”

“밥을 먹을 땐 한쪽 손만 써도 충분하니까요.”

위지불이가 눈을 희번덕였다.

“남의 일에 왜 그렇게 참견하세요?”

남제화는 웃음을 터뜨렸다. 허, 요놈 성질 좀 보게나.

“오후에는 밖을 좀 돌아다닌 것이냐?”

“네.”

“무얼 보았느냐?”

“공작이요.”

“마음에 들더냐?”

“네.”

“한 마리 키워 볼 테냐?”

“…필요 없어요.”

그녀는 암살하러 온 것이지, 새나 기르려고 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술잔을 입에 가져가던 그가 별안간 그녀에게 물었다.

“너도 한잔하겠느냐? 화과주라는 것인데, 아주 맛있다.”

“아뇨. 아버지께서 여… 여의셨대요, 고모를요. 고모가 술을 드시다 돌아가셨나 봐요. 그래서 술을 못 마시게 하세요.”

하마터면 ‘여인’이란 말을 내뱉을 뻔했다. 불이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재빨리 말을 지어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남제화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말씀을 참 잘 듣는구나. 하지만 사내들 중 술을 마시지 않은 이는 없지. 너무 많이 마셔선 안 되지만, 적당히 마시는 건 괜찮다. 우리 남원의 술이 조금 독하긴 해도 달콤한 맛이 도니 한 번 맛이라도 보거라.”

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남원의 개도 아직 마시지 않은 것을 그녀가 마시겠는가. 함께 죽는 건 괜찮지만, 절대로 그녀가 먼저 죽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성을 내며 거절했다.

“안 먹는다고요.”

남제화도 더는 강요하지 않고 술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들이켰다. 시선을 들어 올리니 위지불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은 것이냐? 어찌 그리 빤히 보는 것이야?”

불이는 몇 차례 헛기침하며 정색한 얼굴로 횡설수설했다.

“술을 마시는 게 멋있어서 좀 본 것뿐이에요.”

“그래?”

기분이 좋아진 남제화는 고개를 치켜세우고 남은 술을 몽땅 들이켠 뒤, 빈 술잔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이리하면 더 멋있느냐?”

“네. 더 멋집니다.”

그럼, 금방 죽을 테니 더 멋지고말고!

하지만 위지불이의 생각만큼 죽음의 순간이 그리 빨리 찾아오진 않았다. 남제화는 또다시 한 잔을 더 비웠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그녀는 정말 갑갑해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독을 탔는데, 어째서 죽지 않는단 말인가?

그때, 한 궁녀가 음식을 가져와 탁자 정중앙에 내려놓았다. 음식을 바라본 위지불이는 벼락을 맞은 듯 놀랐다. 그릇에 담긴 새빨간 음식은 그녀가 꺾었던 독이 있는 꽃이었기 때문이다!

남제화는 그 꽃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빨간 즙이 입가에 묻어나자 어쩐지 요염해 보일 지경이었다. 위지불이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분명 남원의 독인데 어째서 또 독살하지 못한단 말인가?

자신의 단도가 그녀의 목을 겨누었을 때, 위지불이는 무엇이 수치심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은… 절망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체감하고 있었다.

힘들게 독이 든 꽃을 찾아 자신의 몸에 실험까지 했는데… 따끔거리는 통증도 참고 손이 족발처럼 퉁퉁 부어오르는 것도 참았는데! 독을 먹은 그는 아무 이상도 없을 뿐더러 그녀의 면전에서 독화毒花를 신나게 먹어 댔다. 이보다 더 절망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

“어찌 그리 멍하니 있는 것이냐?”

남제화는 꽃 하나를 집어 그녀의 밥그릇에 놓아 주었다.

“한번 먹어 보거라. 밀지화蜜脂花라는 꽃인데 아주 맛있다.”

위지불이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독이 있는 꽃 아니에요?”

남제화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런 것도 아느냐?”

위지불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알고말고. 지금 그녀의 왼쪽 손은 이 꽃의 독 때문에 아직도 부어 있는걸.

“손의 부기는 아직 빠지지 않은 것이냐?”

“잉?”

위지불이는 화들짝 놀랐다. 전부 다 알고 있었다니. 정말 음흉한 개였다. 어쩐지 독화를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더라니, 분명 먼저 해독제를 먹은 게 틀림없었다.

“…날 감시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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