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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41)화 (740/1,192)

제741화

또 시간이 얼마 흐른 뒤, 사람들은 압류되었던 사정우의 가게들이 조용히 개점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가게들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정우의 가게마다 쓰여져 있던 창 자는 금 자로 바뀌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사가의 채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그제야 백성들은 그 가게들이 모두 사 주인장의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황제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 상을 내렸다니… 분명 떠도는 소문은 확실하다고 입증된 셈이었다. 만약 사정우를 끌어내린 게 사 주인장이 아니라면 황제가 어째서 이렇게 엄청난 하사품을 내렸겠는가? 그녀는 틀림없이 큰 공을 세웠을 것이다.

사정우의 가게들이 압류되었을 때, 어떤 백성들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가게 입구는 그들이 던진 썩은 야채와 삭힌 달걀로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외관뿐만 아니라, 가게 안의 구조도 완전히 바뀌었다. 게다가 점원도 모두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 완전한 환골탈태였다.

이제는 사 주인장의 가게인 이상 백성들도 발 벗고 나서서 도왔다. 사 주인장의 명성으로 개점만 해도 장사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사앵앵은 한바탕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모든 가게가 본래의 궤도에 오르는 걸 보고 나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때는 길거리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걸으며 사씨 가문의 깃발이 바람결에 나부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길거리를 쭉 걸으면 수시로 눈에 띄는 가문 깃발에 사앵앵은 마음이 뿌듯했다.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원래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 년에 두 개씩 천천히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정우가 그렇게 자멸할 줄 어찌 알겠는가? 덕분에 그녀는 단번에 서른 개가 넘는 가게를 얻게 되었다. 토대가 마련되었으니, 정말로 동월의 최고 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 *

가을이 되자 사성성이 딸 가족과 단란한 중추를 보내기 위해 상단을 따라 상경했다. 사앵앵은 그를 데리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버지, 우리 상점이 몇 개나 있는지 한번 세어 보세요.”

사성성은 손가락을 들어 하나하나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거리에 사앵앵이 나와 있자 백성들은 밝게 인사를 건넸다.

“사 주인장,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이분은 누구……?”

“저희 아버지예요. 막 강남에서 오셨어요.”

그에 모두들 허리를 푹 숙여 인사했다.

“아이고, 영감님, 안녕하십니까?”

소성蘇城에서도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방과 도성을 어찌 비교하겠는가.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으니 뿌듯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인사한 사람이 떠나길 기다린 사성성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탄식했다.

“우리 딸, 내가 언제 영감님이 되었지?”

사앵앵이 웃으며 말했다.

“손자도 있는데 그럼 영감님이 아니에요?”

사성성은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도성을 바라보며 더욱더 감개무량했다.

“앵앵, 네가 이 아비보다 낫구나. 아비는 이제 늙었어. 앞으로는…….”

사앵앵이 끼어들었다.

“아버지, 아직 안 늙으셨으니 은퇴하신다고 말하지 마세요. 잊으셨어요? 우리는 남북을 지켜야 한다고요. 기다려 보세요. 저는 사가의 깃발을 도성 곳곳에 꽂는 걸 넘어서서 동월의 도시마다 꽂을 거예요. 저는 동월의 모든 백성이 우리 사기 상점을 알게 할 거예요.”

그러자 사성성은 딸의 신념에 찬 말에 함께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눈을 반짝였다.

“그래, 앵앵, 아비는 늙지 않았다. 아비가 너를 열심히 따라가마!”

사앵앵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아버지, 반대로 말씀하셨어요. 제가 아버지를 따라 하는 거죠. 생강도 늙은 것이 맵듯이, 제가 걸어온 길보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이 더 길어요.”

사성성은 손사래를 쳤다.

“요 며칠간, 사업은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구나.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해. 늘 새로운 걸 원하지. 이런 면에서 아비는 너만큼 대단하지 않단다. 늙은 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우리 사가의 사업은 네가 방향을 잡거라. 아비가 너의 뒤를 받쳐 줄 것이다. 우리 부녀가 함께 마음을 합쳐서 사가 상점을 더욱 발전시켜 보자꾸나.”

잠시 후, 그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봉봉이는 딸이고 금언은 성이 사씨가 아니네. 금언이 사가의 가업을 물려받아도 좋을 텐데.”

사앵앵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버지, 저도 딸이잖아요. 제가 남자보다 장사를 못한단 말이세요? 전 사가의 가업은 딸에게 물려주고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러면 나중에 우리 재산을 지키기 위해 데릴사위를 들일 필요도 없지요. 아들을 낳으면 제 아비 성씨를 따르게 하고, 그 애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는 거죠. 금언이 역시 제 아비처럼 장군이 되고 싶어 해요.

딸들에게 대를 잇게 하면 가문의 계통이나 혈통 따위도 신경 쓰지 않을 날이 오겠죠. 사가의 후손이고 장사를 할 줄 아는 딸이면 다 괜찮은, 그런 날이요. 저는 다른 건 바라지 않아요. 단지 사가가 이렇게 계승되면 좋겠어요. 후손들이 조상께 제사를 지낼 때, 사가는 저와 아버지 때부터 번창하기 시작했다는 것만 기억해 준다면 다 상관없어요.”

사성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는다. 아비가 이렇게 고리타분하면 안 되지. 능력 있는 자가 올라가는 게 맞아. 내가 보기에도 봉봉이는 정말 좋은 재목이다.”

딸 이야기만 나오면 사앵앵은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했다.

“봉봉이는 저보다 더 어릴 때부터 장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이해력도 훨씬 뛰어나고요. 장차 저보다 더 대단한 장사꾼이 될 거예요. 그 아이가 가업을 잇는다면 하나도 걱정할 게 없죠.”

* * *

어느덧 사 년이 흘렀다. 사가 상점은 이미 임안성 내에서 가장 큰 상점이 되었다. 원래 가게 현판에 새겨진 금 자는 속이 비어 있는 글자였다. 사앵앵은 황제의 채무를 마친 후, 그 글자를 진한 금물로 두껍게 칠하라고 명했다. 그러자 멀리서도 반짝이는 금 자를 볼 수 있었다.

그 해에 사앵앵이 거느린 상대는 무려 열여덟 개나 되었다. 그녀는 아득히 먼 곳까지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수로나 육로를 가리지 않고 사가의 채색 깃발을 꽂아 넣었다. 그들은 동월 경내뿐만 아니라 동서남북을 관통하여, 더 먼 나라에 있는 각종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을 가져와 팔았다.

신기한 물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났고, 사지 못한 이들은 크게 실망했다. 그들을 위해 사기 상점은 예약 주문도 받았다. 누구든 계약금을 내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예약 주문이 늘어나면서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사앵앵은 궁리하여 사가의 회원제를 도입했다.

사기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여러 우대를 누릴 수 있음은 물론, 예약 주문에도 우선권이 생겨 예약 주문이 누락될 일이 없었다. 사기 상점은 임안성에 즐비했고, 사람들의 의식주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회원이 되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사기 상점에서 해결할 수 있었기에, 굳이 다른 가게를 들를 필요가 없었다.

회비가 싸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도성에 돈 있는 부자들은 체면을 차리기 위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우선권이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격 면에서도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영업 초창기에 사장풍은 김빠지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매년 큰돈을 내는데 아무것도 살 수 없으니 공짜로 돈을 주는 셈이잖소? 누가 그런 짓을 하겠소?”

사앵앵이 대답했다.

“내가 파는 것은 존영과 봉사예요. 사람들은 서로 모이면 제 것을 취하느라 싸우기 십상이죠. 고상한 양춘백설은 양춘백설끼리 뭉치고 통속적인 하리파인은 하리파인끼리 모이는 것처럼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다르니 그들이 원하는 걸 제공해 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사장풍은 그런 괴상한 논리를 믿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가 허황된 것을 사기 위해 은전을 지불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돈 많은 어떤 이가 자신의 아내에게 돈을 보내왔다. 한 명이 그렇게 하니 또 한 사람이 나타났고, 나중에는 황후 마마까지 회원이 되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집안 형편이 좀 되는 사람들은 모두 돈을 가지고 와서 회원이 되었다. 그 후에는 임안성의 부자들뿐만 아니라 이웃 도시의 사람들까지 마차를 몰고 와서 회원록에 이름을 올리고자 했다. 사앵앵은 기지를 발휘해 그 도시에 상점을 열었고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적당히 사람 수를 세어 보고는 사앵앵은 혀를 내둘렀다. 동월은 지금 정말 부유하구나. 그녀는 이번 일을 하면서 동월에 숨은 부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회원 장부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상대가 돌아오면 우선 회원들이 주문한 물품을 먼저 챙겼다. 그리곤 사람을 보내 물건을 배송하여 회원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었다. 회원들은 배송한 이들에게 남은 대금을 보내 손쉽게 물건을 샀다.

사앵앵은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상자를 사봉봉에게 건넸다.

“궁에 다녀오너라. 마마께서 많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사봉봉이 보자기에 작은 상자를 소중하게 싸서 손에 들었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비록 익숙한 길이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그곳은 금궁이니까. 알겠지?”

“봉봉도 알고 있어요.”

봉봉은 온화하게 대답하고 가마에 올랐다. 열 살의 사봉봉에게선 어른스러운 기색이 물씬 풍겼다. 사봉봉은 일 처리가 물샐 틈 없이 침착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녀의 단아한 태도에 사앵앵조차도 감탄할 지경이었다.

이따금 아이가 너무 어른스럽고 규범을 잘 지키는 걸 보면서 너무 어린 나이부터 가르친 건 아닌지 후회스러웠다. 원래 저 나이쯤 되는 소녀들은 천진난만한 게 정상 아니던가. 하지만 봉봉의 태도는 다른 집안 열일고여덟 살 처녀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능숙했다.

사봉봉을 보면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인색함이라든지.

사실 장사꾼에게는 인색함이 장점이었다. 그래도 사앵앵은 봉봉이 좀 호탕하길 원했다.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고, 쓰고 나서 또 벌면 되는 것이 돈이었다. 하지만, 봉봉은 좀 달랐다. 그녀는 돈을 모아 두고 하루에도 여러 번 꺼내서 세어 보았다. 돈을 세는 동안 봉봉의 눈은 생생히 살아날 정도였다.

사앵앵은 봉봉이 자신보다 돈을 더 좋아해 걱정이라고 사장풍에게 이야기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동생인 사금언이 빌려 간 돈도 꼭 장부에 기록해 놓고 갚을 날짜가 되면 재촉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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