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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36)화 (735/1,192)

제736화

두 승상이 사부에 도착했을 때, 류명풍은 아직도 곽강과 말다툼하고 있었다. 곽강은 류명풍이 무슨 말을 하든 안으로 들여보낼 마음이 없었다. 두 승상은 화가 나 호통쳤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두 승상이 나타나자 류명풍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승상 어른, 마침 잘 오셨습니다. 곽 장군이 사 장군의 명으로 도적을 잡으러 왔다고 했으나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인이 알기로는 사장풍과 사 주인장 사이에는 사적인 원한이 있습니다. 지금 사장풍은 황상께서 안 계신 틈을 타 직권을 남용해 사적인 보복을 하는 겁니다. 이는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니 승상께서 엄중히 조사해 주십시오.”

곽강은 두 승상을 보자 다가와 예를 갖췄다.

“하관이 승상 대인을 뵙습니다.”

두 승상이 반문했다.

“주둔군을 데리고 사사로이 도성에 들어온 건 큰 죄인데, 곽 장군은 이를 모른단 말인가? 사 장군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고 곽 장군까지 덩달아 소란을 피우면 어찌한단 말인가?”

말을 마치자마자 누군가가 문에서 튀어나왔다. 문 안에서 불쑥 나타난 사람은 바로 사장풍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그는 오늘따라 좀 이상해 보였다.

류명풍은 그의 차림새를 보자 망치가 머리를 내리친 것 같았다. 심장이 발밑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일이 단단히 틀어진 게 틀림없었다. 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두 승상은 사장풍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장군은 왜 그런 차림인가?”

사실 오늘 밤 일은 사장풍과 공춘홍이 판 함정이었다. 사장풍은 공춘홍이 실권을 잃으면 사정우가 곧장 그를 노릴 거란 걸 예상했다.

그의 계략을 미리 간파한 사장풍은 공춘홍을 사부로 보냈다. 그가 그들의 주의를 끌게 한 후,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을 골목 안으로 유인한 것이다.

공춘홍은 고육지책으로 일부러 상처를 입고 도망치며 계획대로 순포 오영의 병사들과 마주쳤다. 괴한들이 겁에 질려 도망칠 때, 사장풍은 조용히 뒤처진 놈 하나를 해치우고 그놈의 옷을 빼앗았다. 이내 괴한으로 변장한 그는 어둠을 틈타 적의 소굴로 침입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염춘원 뒷마당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암호를 남기고 비밀 통로를 열어 둔 것도 바로 그였다. 검은 옷의 괴한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곽강과 합을 맞춰 일거에 그들을 제거한 것이다. 그는 두 승상의 질문을 무시한 채 곽강에게 차갑게 명했다.

“이곳을 잘 지키거라. 본 장군은 이제 심문을 하러 갈 것이다.”

두 승상은 사장풍의 안하무인 태도에 화가 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사장풍, 반역이라도 일으킬 작정인가? 자네에게 무슨 권한이 있다고 주둔군을 이끌고 도성에 들어왔단 말인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이곳을 포위하냐는 말이야! 이건 그야말로…….”

두 승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장풍은 품속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그에게 보였다.

“황제의 뜻을 받들어 사정우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승상 대인께서는 끼어들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번쩍이는 금빛을 내뿜는 물체를 보고 두 승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랍게도 그건 황제가 내린 금패였다. 금패가 손에 있으면 그건 황제가 친림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깜짝 놀란 그들은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 사장풍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 * *

사앵앵이 사정우에 대한 말을 처음 꺼낸 그 날. 예리한 사장풍은 그가 무언가 문제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나 두 승상의 매제인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황제에게 바로 이 사실을 고하면 사정우는 칙령이 내려오자마자 바로 도망가리라. 그러한 이유로 사장풍은 조용히 증거를 수집했다.

사정우는 매우 교활했고 수법이 아주 은밀했다. 만약 거지 남매의 실종이 아니었다면, 사장풍도 염춘원을 주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그동안 밤마다 염춘원 뒤뜰 맞은편 건물 지붕에 올라가 밤을 지새웠다.

하루는 한밤중에 염춘원으로 들어온 마차 안에서 커다란 포대가 여러 개 나왔다. 비록 거리가 멀어서 정확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포대 안에서 누군가가 몸부림을 치고 있었기에 그 안에 사람이 들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들어가고 누군가는 나왔다. 그들도 포대에 담겨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향하는 마차를 사장풍은 조용히 따라나섰다. 마차를 강가로 끌고 간 마부는 포대에 돌을 달고 강으로 힘껏 던졌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강 밑으로 가라앉은 포대는 흑야의 은밀한 비밀이 되었다.

어린 거지도 아마 저렇게 버려졌을 것이다. 운 없이 포대가 풀려 떠오른 시체를 사람들이 발견한 것일 테고.

어린 거지가 죽었다고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는가. 그러니 사정우는 아마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린 거지가 사장풍에게 아주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하늘의 법망이 관대한 듯하나 죄인은 천벌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실마리를 따라 조사하면 할수록 사장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세상에 이렇게 흉악한 사람이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황성 안에… 그것도 황제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코앞에서!

태평성대 뒤에서 이렇게 추악하고 더러운 자들이 몰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잔혹하게 약탈과 살육을 일삼으면서도 지금껏 그 대가를 목숨으로 치르지 않은 것이다.

황제가 하사한 금패를 손에 든 사장풍을 감히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엄격하고 또 신속히 일을 처리했는데, 우선 사정우의 측근과 끄나풀들을 각각 가두고 심문했다.

이들 중엔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지만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자들도 있었다. 두려움에 떤 이들은 사장풍이 손을 쓰기도 전에 모든 것을 자백했다.

여러 장의 자백서가 책상머리에 쌓였다. 누구든지 펼쳐 보기만 하면 끔찍한 내용에 혀를 내둘렀다. 묘수 도방과 염춘원 배후의 진짜 주인은 모두 사정우였다. 그가 지독한 이유는 사람의 약점을 쥐고 이용하는 것이었다.

창륭 쌀집의 원래 주인 도 씨는 도박 중독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정우가 만든 함정에 걸려 점점 더 도박에 빠지게 됐다. 결국, 도 주인은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사정우가 도박장을 연 목적은 도박판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이익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노린 것은 도박장을 찾는 노름꾼들의 전 재산이었다.

사정우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전 재산을 빼앗고도 그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았고, 앞에 나서지도 않았다. 그는 대리자를 보내 모든 것을 처리했다. 빚 때문에 넘어간 가게들과 그는 아무 상관 없이 보였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그가 장악하고 있었다.

가산을 탕진한 노름꾼들은 멀리 타향으로 떠나거나 실종되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묘수 도방 뿐만 아니라 염춘원 역시 그의 재산을 증식시켜 주는 곳이었다. 여자 또한 남자들의 커다란 약점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기루는 다른 곳과 달리 새롭고 신선했다. 일단, 그곳에 있는 아가씨들의 내력을 말하려면 창륭 쌀집을 빼놓을 수 없었다. 창륭 쌀집은 매년 새해마다 죽을 끓여서 무료로 나눠주는 선행을 베풀며 부랑아들을 잔뜩 끌어모았다. 그때 적당한 아이가 있으면 죽에 약을 타서 납치했다.

납치된 아이들은 그들의 쓰임에 맞게 길들여졌다. 그 후 남자아이는 묘수 공방에 보내 점원으로 쓰고, 여자아이는 염춘원으로 보내졌다.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려죽여서 강에 버리면 그만이었다. 사정우와 그 일당들의 눈엔 아이들은 값싼 목숨일 뿐, 죽어도 아까울 것 하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세상에는 거지가 늘 남아돌았으니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여자아이들을 조정 관리들에게 뇌물로 바쳤다. 여기에 두 승상과의 관계까지 겹치면서 그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약탈로 헤아릴 수 없는 재물을 축적한 그는 갈수록 세를 불렸고 야망도 커지고 있었다.

사장풍은 주의 깊게 사정우를 관찰했다. 그는 남에게서 빼앗은 가게의 이름은 무조건 바꿨다. 그리고 그가 취한 새로운 가게 이름엔 무조건 창이라는 글자가 들어갔다. 이건 그의 번창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창광猖狂(미친 듯이 날뜀)을 말하는 걸까? 사장풍은 알 방법이 없었다.

두꺼운 자백 문서들을 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았다. 그의 아내 사앵앵은 이렇게 음험하고 잔인한 놈의 손아귀에 있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그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장풍은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웠다. 언제나 그녀를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건만… 이런 악행의 폭풍 속에서 그는 대의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모든 정신을 사건에 쏟아부었다. 사건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었다. 어쩌면 더 많은 무리가 나타나 난동을 꾀할지도 몰랐다. 또 백으로 둔갑한 흑의 무리가 그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죽는 건 두렵지 않았다. 다만 독을 다 제거하지 못하면 앞으로 발생할 후환이 두려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러는 동안 사정우는 사앵앵을 데리고 더 멀리 도망갈 수 있었다.

* * *

사흘 후, 황제가 조정으로 돌아왔다. 두꺼운 문서가 상달되었고, 크게 노한 황제는 그 자리에서 사정우를 참수하라고 명했다. 그의 일당들도 하옥되었고 연루된 관원들 또한 죄에 따라 관직이 파면되거나 강등됐다.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민심이 들끓었다. 두 승상은 매관매직과 사정우를 비호한 죄를 물어 남강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영화를 누리던 두부杜府와 사부謝府는 하룻밤 사이에 빈 건물만 남았다.

그동안의 부귀영화를 비웃듯이 어인을 찍은 봉인이 대문에 붙었고 그곳을 지나는 백성마다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어느 시대나 황권은 야심을 가진 자를 절대로 두고 보지 않았다. 옛말에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질 때의 충격이 더 커진다고 했다.

악을 척결해 마음이 뿌듯해진 황제는 뒷짐을 지고 승덕전으로 돌아왔다. 그는 복도 아래에 백천범이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황제는 조용히 다가가 그녀를 놀라게 하려 했다. 하지만 먼저 낌새를 눈치챈 그녀가 입을 열었다.

“황상께서는 제게 장난칠 궁리나 하십니까? 저는 걱정돼 죽겠는데.”

아내에게 걱정거리가 있다는 말에 황제는 굳은 안색으로 물었다.

“근심이 있으면 남편에게 즉시 말해야지. 얼른 말해 보시오.”

백천범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우가 아직 잡히지 않아 앵앵이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찌 걱정이 없겠어요?”

황제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잠시 침묵에 잠겼다. 백천범은 말을 이었다.

“오늘 제가 봉봉이와 금언이를 궁으로 데려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남매 두 아이가 모두 철이 들었더군요. 봉봉은 오히려 걱정하는 저를 위로했죠. 총명한 제 어미에게 별일 없을 거라고 말이에요.”

황제는 탄식하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사장풍은 멍텅구리요. 짐은 그가 즉시 성 밖으로 나가서 사앵앵을 찾을 줄 알았소. 하지만 그가 대의를 위해 사건을 먼저 해결하느라 좋은 기회를 놓칠 줄 어찌 알았겠소?”

백천범은 그를 밀치며 말했다.

“사 장군은 조정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거예요. 그걸 멍텅구리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렇게 대의명분을 잘 아는 신하가 있는 게 조정의 복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합당한 상을 받을 거요. 짐이 이미 영구와 가동에게 두 갈래로 나뉘어 천라지망을 펼치라고 명했소. 사정우는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요. 사앵앵에 대해서는 봉봉의 말이 맞소. 봉봉의 모친은 워낙 총명하니 아무 일도 없을 거요. 또한… 사장풍도 성 밖으로 나갔소. 짐은 곧 그가 사앵앵을 데리고 돌아올 거라 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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