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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34)화 (733/1,192)

제734화

서신을 받은 사장풍은 곧장 말을 타고 저택으로 질주했다. 다행히 사앵앵의 행방불명으로 장군부의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진 않았다. 얼굴에 초조함이 서려 있긴 했지만, 모두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가만히 앉아 있던 두 아이는 사장풍을 보자마자 그의 품에 폭 안겼다. 사금언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꼭 어머니를 찾아오세요. 어머니를 꼭 데려오세요.”

사봉봉은 이틀 동안 침착하게 류 어멈을 도와 집안일을 돌봤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안 계신 지금, 그녀가 바로 동생의 지주였다. 그녀마저 불안해한다면 동생이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막상 아버지를 보니 사봉봉도 울컥 울음이 터졌다. 사봉봉은 사장풍을 꼭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사장풍은 사봉봉의 등을 토닥거렸다.

“울지 말거라. 봉봉, 네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버지가 약속하마.”

“어머니가 별일 없을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사봉봉은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는 똑똑하시니 분명 기지를 써 위험에서 빠져나오실 겁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돈을 안 가지고 가셨습니다. 혹여 추위에 떨거나 굶주리실까 봐 걱정입니다. 아버지… 어서 어머니를 찾아야 합니다.”

“이 아비가 꼭 약속을 지키마. 곧 너희 어머니를 찾아올 거야. 너희는 걱정하지 말고 집에 잘 있어야 한다.”

“아니에요.”

사금언이 눈물을 훔치며 허리에 차고 있던 작은 검을 두드렸다. 사앵앵이 실종된 순간부터 금언은 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사씨 집안의 작은 주인이었다. 그에겐 아버지가 안 계시면 누나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아버지, 저도 함께 가서 어머니를 찾겠어요. 어머니를 잡아간 도둑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예요.”

“넌 아직 어리니까 집에 얌전히 있거라. 류 어멈과 금천아의 말 잘 듣고! 아버지가 꼭 네 어머니를 찾아올 것이다.”

사금언은 작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고집스럽게 말했다.

“아니에요. 아버지를 따라가겠어요.”

사봉봉이 그를 타일렀다.

“아버지께서 다 계획이 있으실 거야. 분명 네가 따라가면 아버지의 짐이 되겠지. 금언, 아버지 말씀 들어.”

그녀가 달래는 말투로 말했지만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 사금언과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았지만, 사봉봉은 어릴 때부터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사금언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둘러 달려온 공춘홍은 사장풍을 만나자마자 사죄를 청했다. 그는 사앵앵을 지키지 못한 저를 원망하라며 고개를 숙였다. 한숨을 쉰 사장풍이 말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네. 사람을 찾는 게 급하지.”

사실 둘 다 알고 있었다. 사앵앵의 행방불명은 분명 사정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증거가 없으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사앵앵이 사라진 날, 공춘홍은 사정우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깔끔하게 그의 의심에서 빠져나갔다. 심지어 요즘 도성이 태평하지 않은데, 구문제독인 공춘홍이 한 사건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폭언을 내뱉었다.

공춘홍은 다짜고짜 욕부터 먹었지만 그와 언쟁할 여유는 없었다. 그는 몰래 보초병을 심어서 그의 집 부근을 주시하게 했다. 하지만 이틀 동안 감시했지만 사정우는 매일 한 번씩만 외출을 했다. 그마저도 금창 포목에 가서 반나절 정도 머무르고 곧장 저택으로 돌아오는 일상이었다.

어떤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류명풍이 기다렸다는 듯 공춘홍을 고발했다. 류명풍은 공춘홍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도성 안에 원성이 자자하고 인심이 흉흉하다며 상부에 그를 해임할 것을 요청했다.

황제가 없으면 모든 일을 승상이 맡아서 처리하게 되어 있었다. 두 승상이 사람을 시켜 조사하자 아니나 다를까, 최근 사건들로 인해 백성들은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충성심이 강한 두 승상은 당연히 엄정하게 처리했다. 공춘홍을 해임하고 순포 오영의 병권을 거두어들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공춘홍의 실책도 사실이었고 그에 따른 류명풍의 고발 역시 합당했다. 또한, 두 승상의 일 처리는 일말의 오점도 없는 정상적인 절차였다. 하지만 사장풍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을 겨냥한 술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무가 해임되어 자연인 신분이 된 공춘홍은 술병을 옆에 끼고 있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사장풍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장군, 송구합니다. 이 형제가 능력이 없어서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형수님 일은 가 대인께 도움을 요청해야겠습니다.”

사장풍이 말했다.

“미안한 건 날세. 내가 아니었으면 자네도 해임되지 않았을 것이야.”

사실 공춘홍도 자신이 해임된 것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사앵앵이 사라졌을 때 해임이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두 승상의 처분은 지극히 합당했기에, 황제 앞에서 이의를 제기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사장풍의 말에 그가 곧장 물었다.

“뭐라도 알아내셨습니까?”

사장풍이 대답했다.

“그 사건들 말이야. 내가 문건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사건들이 다 수상했네. 한 건이 터졌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갑자기 그런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는 것이 의심스럽기 그지없네.”

“무엇이 의심된다는 말입니까?”

“그것들은 전부 진짜 사건이 아니네. 누군가 혼란을 조성하려고 조작한 거야. 임안성의 물을 흐리려 말일세.”

가만히 있던 공춘홍은 맹렬히 제 허벅지를 내리쳤다.

“이런 멍청이!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황상께서 자리를 비우셨으니 더더욱 빨리 사건을 해결해 임안성을 다시 태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이제 보니 누군가 고의로 혼란을 야기한 것이었군요. 그럼 대체 그들의 목적은 무어란 말입니까?”

사장풍이 느릿느릿 말했다.

“그들의 목적은 바로 자네야. 그들이 자네와 나의 관계를 알고 있네. 내가 분명 자네에게 도움을 청할 걸 간파한 것이지. 병권을 잃은 자네가 나를 도울 방법은 없지 않은가.”

공춘홍이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는 건 두 승상이 정말 저들과 한 패거리라는 것입니까? 황상께서 돌아오시면 반드시 불의에 동조한 죄를 물을 것입니다!”

“증거가 없으면 다 근거 없는 허튼소리일 뿐이네.”

사장풍이 말했다.

“다른 건 두렵지 않아. 다만 저들이 자네에게 못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네. 춘홍, 자네는 요 며칠간 더욱더 주의를 기울이게.”

공춘홍은 자신이 사정우의 일을 몇 차례나 망친 적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병권을 잃었으니 상대는 분명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무장으로 오랜 세월 지낸 그가 제 몸 하나 지키는 것쯤은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장군, 이제 어쩌실 겁니까?”

공춘홍이 물었다.

“지금은 우리 둘뿐인데 어떻게 저들을 상대하지요? 형수님의 행방을 알 수 없으니 심사가 괴롭습니다.”

사장풍이 검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굳건하게 말했다.

“앵앵은 아무 일도 없을 걸세. 똑똑한 사람이니 내가 구해 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야.”

“형수님이야 충분히 그러실 분이지만… 지금 우리에겐 어떤 실마리도 없지 않습니까? 사정우는 매일 금창 포목만 갈 뿐, 특별히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닙니다.”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걸세.”

사장풍이 촥 하고 검을 뽑아내자 불빛 아래 검광이 번뜩였다. 공춘홍도 깜짝 놀랄 정도로 그에게서 살기가 가득 피어올랐다. 공춘홍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무얼 기다리면 됩니까?”

“사람을 기다리네.”

“사람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장풍은 대답은 주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사정우가 매일 집에 있는 시간이 밖에 있는 시간보다 길다고 했는가?”

공춘홍은 그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런데 확실히 최근 사정우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 항상 바빠야 하는 상인에겐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늘 바쁘던 그가 왜 갑자기 한가해진 걸까? 거기에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것인가.

“장군, 무엇이 의심스러운 것입니까?”

“사가에 비밀 통로가 있는 것 같네.”

공춘홍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는 듯 턱을 떨어뜨렸다.

“그놈이 형수님을 저택 비밀 통로에 숨겼다는 거군요. 오늘 밤 우리가 사가에 침입하면 어떻습니까?”

사장풍이 그의 말을 끊었다.

“자네는 일단 돌아가 있게. 일이 있으면 다시 부르겠네.”

공춘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먼저 돌아갈 테니 일이 생기거든 꼭 불러 주십시오.”

* * *

공춘홍은 사장풍 저택에서 나와서 사부謝府 주변을 한 바퀴 거닐었다. 날이 어두워졌을 때 주루에서 요리 두 가지를 시켜 술을 조금 마셨다. 달빛이 더 깊어진 밤, 그는 터덜터덜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어두운 밤인지라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길을 걷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곧장 경계심을 갖고 슬며시 검 자루에 손을 얹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섰을 때, 뒤에서 강한 바람이 덮쳐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허리를 급히 굽히고 검을 뽑아 막았다. 그를 에워싼 사람은 모두 세 명이었다. 검은 옷에 복면을 쓴 이들은 음산하게 번뜩이는 두 눈을 드러낸 채, 차가운 빛을 내뿜는 장검을 쥐고 있었다.

공춘홍은 냉소를 참지 못했다. 그래도 사정우가 저를 높이 평가한 걸 기뻐해야 하는가. 세 사람이나 보내 저를 죽이려 하다니!

* * *

공춘홍은 무술에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맞붙어 보고 나니 자신이 적을 한참 얕잡아 봤다는 걸 깨달았다. 예상치 못하게 세 사람의 호흡은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아마 같은 조직의 식구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결국 공춘홍은 팔을 베이고 다리에도 관통상을 입었다. 비록 깊은 밤이었지만 그의 은회색 장포가 붉은 피로 물든 것이 보였다. 피비린내가 풍기자 세 사람은 더욱더 흉포하게 그를 공격했다. 그들은 검을 포개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공춘홍을 에워쌌다. 아무래도 공춘홍의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그의 목숨을 거두려는 듯했다.

공춘홍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가 이 골목으로 들어간 건 사실 의도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승패에 미련을 가지면 안 된다.

그는 검을 일부러 크게 휘두르더니 재빨리 도망쳤다. 하지만 복면인 세 명이 그를 그냥 놓아줄 리 없었다. 그들은 그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모퉁이를 돌자 일렬로 선 병사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든 그들은 순포 오영의 병사들이었다.

공춘홍은 이 시간에 순포 오영의 병사들이 순찰을 돈다는 걸 정확히 계산했다. 그가 그들을 향해 달려가자 누군가 소리쳤다.

“공 대인이시다!”

공춘훙은 서둘러 뒤를 가리켰다.

“빨리 저들을 잡아라!”

세 명의 검은 복면인들은 당연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병사들이 잡을 새도 없이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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