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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29)화 (728/1,192)

제729화

사정우에 대한 공춘홍의 태도는 여전히 정중했다.

“사 주인장, 지난번 사건에 새로운 진전이 있었소. 사 여주인장의 창고에 불이 난 날 밤, 이곳의 점원이 당신이 창고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직접 봤다고 하오.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시겠소?”

사정우는 이곳에 오지 않으면 뒤가 켕기는 거라는 사앵앵의 말에 동요해 움직인 것이다. 사실 그도 도대체 사앵앵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궁금했다. 비록 그가 이곳으로 오는 건 체면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오늘 일은 좀 흥미로웠다. 자신의 계략에 대응해 사앵앵은 굉장히 빠르게 반응하며 똑같이 되받아쳤다. 그로 인해 이번 사건이 더욱더 황당해졌지만.

“제독 대인, 지난번에 이미 말씀드렸지만 사 여주인장의 창고 화재는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공춘홍은 목소리를 높였다.

“증인.”

아하가 즉시 입구에 나타나서 그를 향해 몸을 약간 기울였다. 공춘홍이 말했다.

“그날 밤 일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

“네, 제독 대인.”

아하가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그날 밤, 소인은 창고에 남아서 숙직을 서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변소에 가려고 했는데, 밖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도둑이 창고를 노리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한쪽에 숨어 그자를 지켜보았죠. 그런데 소인이 아는 얼굴이었습니다. 바로 금창 포목의 사 주인장이지요.

소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사 주인장께서는 도성의 유명한 부자이시니 절대로 우리 창고를 노리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소인도 안심하고 잠을 자러 갔는데 뜻밖에도 나중에 불이 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불을 모두 끈 후, 주인어른께서 이번 화재가 수상하다고 말씀하셔서 그날 밤 사 주인장이 오셨던 걸 떠올렸습니다. 삼경 야심한 밤에 사 주인장은 집에서 주무시지 않고 왜 우리 창고 밖을 서성거렸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정우는 발끈 화를 냈다.

“말도 안 되는 허튼소리! 본인은 집에서 잘 자고 있었네. 내가 어떻게 자네 가게 창고 밖을 서성거렸단 말인가? 그리고 설사 불을 지르려 했다고 한들 뭐 하러 직접 나섰겠는가.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지 말게.”

“들었죠?”

곧바로 사앵앵이 나섰다.

“그러니까 사람을 시켜서 불을 지르라고 한 거 맞죠?”

“맞기는 개뿔 뭐가 맞아?”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예의를 지켰던 사정우가 참다못해 막말을 쏟아냈다. 사정우는 인격 함양을 잘 겸비한 편이었지만, 사앵앵만 만나면 순식간에 무너졌다.

“분명히 당신이 내 집에 불을 질렀으면서 이런 적반하장이라니!”

“당신이 먼저 내 창고를 불태웠잖아요. 하늘이 천벌을 내리셔서 당신 집 대문에 불이 붙은 거예요.”

“하늘의 천벌을 받아야 하는 건 당신이야! 어디 여자가 얼굴을 다 내밀고 다니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난 훔치지도 빼앗지도 않았어요. 그저 부지런히 장사할 뿐이에요. 자기 능력으로 먹고사는 게 뭐가 부끄럽나요? 오히려 사 주인장이 부끄러워야죠. 당신이 무얼 하든 하늘은 다 보고 있어요. 언젠가 천벌을 받을 거예요.”

사정우는 불같이 화를 냈다.

“가만두지 않겠다!”

사앵앵은 여유롭게 말했다.

“나도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어요.”

모두 다 그들이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입씨름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공춘홍은 고개를 숙이고 겨우 웃음을 참았다. 사장풍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사정우가 자신의 부인과 입씨름하는 건 망신살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던가?

류명풍과 장 부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병사들도 모두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입씨름으로 말하자면,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사앵앵처럼 똑 부러지는 여자라면 당연히 사정우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 다들 그만하시오.”

류명풍은 말싸움하던 두 사람을 말렸다.

“부윤 나리, 이번 사건을 어떻게 판결하실 겁니까?”

장 부윤은 정말이지 난감했다. 그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비록 사앵앵이 방화하는 것을 본 증인은 있지만, 그녀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다른 증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장 부윤도 이쪽에서 하는 방법 그대로 사앵앵 쪽에서 곧장 따라 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오늘 사앵앵의 죄를 물으려 하면, 공춘홍은 반드시 사정우의 죄를 물으려 할 것이다. 저들은 지금 의도적으로 수작을 부리며 어깃장을 놓고 있었다. 그가 류명풍과 상의했다.

“이렇게 버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듯하오. 어차피 오늘은 사앵앵을 데려가지 못할 것 같으니 다음에 기회를 엿보는 게 좋겠소.”

류명풍도 오늘 사앵앵을 잡아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낮에 무력을 쓴다면 그 여파가 너무 클 것이다. 황상에게까지 알려지면 아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는 사정우를 힐끔 보면서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무표정한 사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 부윤이 헛기침을 두 번 했다.

“저기… 제독 대인, 증거가 불충분하니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고 새로운 증거를 찾으면 다시 심문하겠소.”

공춘홍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부윤 나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도 별다른 이견은 없소. 그럼, 해산합시다.”

사정우는 가마에 오르기 전, 사앵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서 사장풍과 이야기하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손수건으로 사장풍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닦아 주는 등 자연스럽고 다정한 그녀의 행동에 사정우는 긴 바늘이 제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가마에 오른 사정우는 생기를 모두 잃은 듯했다. 방금 본 다감한 장면이 뇌리에 박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 * *

이번에 사장풍은 전보다 긴 시간 동안 집에 머물렀다. 사앵앵조차 귀찮아할 지경이었다. 밤마다 그녀에게 끝없이 들러붙는 통에 귀신에게 맞은 듯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만약 그녀가 집에만 있는 어린 아내라면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 되지만, 그녀가 어디 집에만 있는 성격인가? 새로 개점하는 상점을 관리하기 위해 사앵앵은 늘 마음이 조급했다.

이번 일로 그녀는 상대가 가져오는 물건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비록 그녀의 물건이 도성에서 유일한 것이더라도 뜻밖의 사고가 생기면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었다. 사앵앵이 방 안에서 고심하고 있을 때, 사봉봉이 말했다.

“어머니, 왜 상대를 여러 개로 나누지 않는 거예요? 강남에서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도 물건을 사 올 수 있잖아요? 시녀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웃 현에서 파는 장아찌가 아주 맛있는데 도성에서는 살 수 없대요. 우리가 사 와서 여의루에서 팔면 어때요?”

사앵앵은 순간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왜 그간 이 생각을 하지 못했지? 먼 길을 가는 상대가 있으면 가까운 곳에 가는 상대도 있을 수 있는 법. 열심히 오가면 어떤 물건이든 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원천림을 찾았고 그와 의논한 끝에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원천림은 여러 명을 더 고용해서 기존의 상대를 세 개로 나누기로 했다.

그녀는 서로 다른 기간에 걸쳐 북에서 남으로 갔다가 다시 남에서 북으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각 운반 물량은 예전보다 적지만, 이렇게 하면 더 빠른 속도로 운송할 수 있었다. 상대가 서로 교차하는 기간에는 남과 북으로 향하는 두 상대가 일정한 장소에서 만나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고 되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체력과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터.

그 외에 도성에 이웃한 현으로 가는 단거리 상대를 두 조 더 만들었다.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도성에 없는 희귀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팔면 운영비를 빼더라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다.

사앵앵은 황제를 찾아가 편의를 봐 달라고 말씀을 올릴 계획까지 세웠다. 남북을 잇는 길에 자신의 역참을 열면 상대가 쉬어갈 수도 있고, 물건을 보관할 수도 있으리라. 어쩌면 거기에서 장사를 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의 규모가 커지면 다른 상대를 대신해 물건을 운송하며 돈을 벌 기회도 얻을 테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원천림은 그녀의 방법을 듣고 탄성을 쏟아냈다. 그는 미래를 점점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상대와 역참이 생기고 점점 더 많은 분점에 사기史記의 기를 꽂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남북을 막론하고 사기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 이 모든 것이 그 앞에 있는 이 여인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

“주인어른.”

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사앵앵이 말했다.

“상대를 운영한 경험이 있으시니 구체적인 것은 알아서 하세요. 원 관리인께 맡기면 안심할 수 있어요”

“저 원천림은 주인어른께 목숨도 맡길 수 있습니다.”

사앵앵이 투덜거렸다.

“제가 원 관리인 목숨을 가져서 뭐 해요. 잘 가지고 계세요.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올 거예요.”

그들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사장풍은 복도에 앉아서 자신의 검을 닦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여광이 안뜰을 가득 메웠다. 옅은 붉은 빛을 감춘 주황빛이 검을 비추니 차디찬 검마저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찻물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금천아의 모습에 사장풍이 손을 내저으며 검을 칼집에 꽂았다.

“내가 들고 들어가마.”

금천아가 그를 놀렸다.

“아이고, 장군께서 문 앞을 지키시다니요. 설마 부인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

사장풍은 그녀를 한 번 노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는 아내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오후 내내 사앵앵을 만나지 못해 마음이 허전했다. 그래서 찻물을 핑계 삼아 들어가 그녀를 보려고 한 것이다.

찻물을 들고 들어오는 사장풍을 보고 눈치 빠른 원천림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주인어른의 뜻은 알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제가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네, 수고했어요. 은전이 필요하면 진조陳條를 써서 봉봉에게 건네주면 그 애가 제게 알려줄 거예요.”

“알겠습니다.”

사봉봉의 이름이 나오자 원천림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큰아가씨는 점점 더 대단해지십니다. 한번은 제가 장부를 정리해서 드렸는데, 한번 쓱 보더니 곧장 실수를 지적하시더군요. 좀 더 크면 분명 청출어람이실 겁니다.”

사앵앵은 좀 걱정이 되었다.

“애가 너무 부지런해서 앞으로 고생만 할까 봐 걱정이에요.”

사장풍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걱정할 거 없소. 나중에 좋은 사위를 찾아주면 될 것 아니오. 봉봉이를 사랑해 주고 아껴 주는 부군이 있으면 고생할 일도 없을 것이오.”

여기까지 말한 사장풍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과연 우리 봉봉이와 어울릴 만한 놈이 있을지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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