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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28)화 (727/1,192)

제728화

류명풍은 속으로 고심했다. 정말 쳐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여기서 그만둬야 한단 말인가? 정말 쳐들어가자니 도리에 맞지 않고, 그만두자니 사앵앵을 체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해가 점점 머리 위로 올라갔다. 아직 봄이긴 해도 정오에 내리쬐는 햇빛은 조금 따가웠다. 하지만 감히 움직이거나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류명풍과 장 부윤은 계속 눈빛을 주고받았고, 공춘홍과 사장풍도 몇 번 시선을 마주쳤다. 사앵앵만이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 문가에 기댄 그녀는 계속 해바라기 씨를 까먹었다. 사방에 정적이 내려앉은 가운데 까닥까닥 해바라기 씨 까는 소리만 들렸다.

공춘홍이 파견한 측근은 금방 돌아왔다. 다들 골목 어귀를 바라봤지만, 감찰 대인은 직접 오지 않았다. 류명풍과 장 부윤은 은근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춘홍이 물었다.

“감찰 대인께서 뭐라고 하시더냐?”

측근은 머뭇거리며 공춘홍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려다가 류명풍의 고함 때문에 멈춰 섰다.

“그 수상쩍은 행동은 무엇이야? 도대체 감찰 대인께서 뭐라고 하셨단 말이냐?”

하는 수 없이 공춘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말하거라.”

측근이 말했다.

“감찰 대인께서는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춘홍은 어리둥절했다. 감찰관은 삼 년에 한 번 바뀌는데, 역대 최고로 엄격한 감찰관인 이 대인이 어떻게 이런 일을 듣고도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류명풍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제독 대인, 들으셨소? 아마 감찰 대인께서도 사 장군이 정에 이끌려 법을 어길까 봐 장 부윤이 내성의 사건을 맡게 허락하시는 것일 거요.”

그가 다시 손을 휘둘렀다.

“자, 본 총령과 함께 죄인을 잡아들여라.”

공춘홍의 눈짓에 순포 오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금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독 대인, 감찰 대인께서 의견을 이미 표명하셨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단 말이오?”

공춘홍이 웃었다.

“감찰 대인은 그냥 관여하지 않겠다고만 하셨을 뿐, 나보고 관여하지 말라는 말씀은 안 하셨소.”

류명풍과 장 부윤은 어안이 벙벙했다. 공춘홍이 말꼬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

“제독 대인, 지금 싸우자는 것이오?”

“그러든지.”

공춘홍이 말을 이었다.

“나의 순포 오영은 내성을 관장하는 곳이오. 누구라도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거요.”

이건 맞불을 놓겠다는 뜻이었다. 만약 깊은 밤이고 인적이 드물다면, 류명풍은 벌써 싸움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골목에서 백성들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군중들 앞에서 순포 오영과 금군이, 그것도 사 장군부 대문 앞에서 싸움을 벌였다는 소문이라도 난다면 누구도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번 황제는 내부에 다툼이 일어나는 걸 가장 싫어했다. 이 일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면 그와 공춘홍이 둘 다 관복을 벗어야 한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사장풍이 마침내 말했다.

“여러분, 싸우지 맙시다. 대낮에 떠들어봤자 볼썽사납잖소. 장 부윤이 심문을 하겠다니 차라리 지금 물어보시오. 우리 부인도 바로 여기 있겠다, 여기서 끝내면 일이 쉽지 않겠소?”

이대로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으니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장 부윤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사 주인장, 사 나리께서 주인장이 그 집 대문을 태웠다고 고발하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그 집 하인이 직접 봤다고 하던데.”

“그럼, 그 집 하인을 불러서 대질해 주세요.”

사앵앵이 대답을 마치자 금천아가 푹신한 방석이 깔린 커다란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아하는 탁자를 깔고 간식 몇 접시를 가져다 주었고, 류 어멈은 따뜻한 차를 내어왔다. 사앵앵은 그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대문 밖에서 장 부윤이 하는 말에 대답했다. 장 부윤은 이런 상황에 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었다.

“사 주인장, 본관이 묻는데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소!”

“괜찮으시다면 대인께서도 안으로 들어와 같이 따뜻한 차도 한 잔 마시고, 간식도 드시지요? 그저 질문 몇 개 하는 것뿐인데 뭐 하러 관아에서 심문하는 것처럼 구십니까?”

장 부윤은 사장풍을 노려봤다.

“사 장군, 댁의 부인이 조정 관리를 저렇게 얕잡아 보는데, 어찌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 것이오?”

사장풍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리 집에서는 부인이 대장이오.”

장 부윤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감찰 대인께 사 장군이 부인의 무례함을 방임한다고 보고할 거요.”

사장풍이 양팔을 벌리며 개의치 않음을 표했다.

“감찰 대인 쪽에서 이미 말을 전하지 않았소. 상관하지 않겠다고.”

장 부윤은 분노를 꿀꺽 삼켰다. 어쨌든 사건은 계속 따져 봐야 했기에 장 부윤은 대질을 위해 사부謝府의 하인을 불러오게 했다.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사장풍과 공춘홍은 다 함께 작은 탁자 앞에 앉아 다과를 즐기기 시작했다.

순포 오영의 병사들은 몰래 웃음을 지었다. 평소 근엄했던 제독 어른이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은 느긋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류명풍과 장 부윤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탁자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모두 붙잡아 하옥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자신들도 삼품과 종삼품의 벼슬아치인데,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봤겠는가? 사건을 처리하는데 죄인들은 귀족 나리처럼 편하게 앉아 있고 관리 나리들은 오히려 대문 밖에 서 있었다.

금방 도착한 사부의 하인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장 부윤이 물었다.

“그날 밤, 불을 지른 사람을 봤느냐?”

하인이 대답했다.

“봤습니다. 여자였습니다.”

“대문 안을 살펴보고 그 여자가 있으면 본관에게 고하라.”

하인이 고개를 들자 대문 안에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 하인은 사정우와 함께 사앵앵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가 사 주인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사앵앵을 가리켰다.

“바로 저 여자입니다.”

사앵앵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나라고? 그럼 내가 묻지. 내가 그날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억나는가? 어떤 치장을 했고, 혼자였나? 아니면 옆에 사람들을 데리고 있었나? 만약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면 남자였나? 아니면 여자였나? 신장은 어땠나? 체격은 왜소했나? 아니면 뚱뚱했나? 그 사람은 맨손이었나? 아니면 무엇을 들고 있었나?

너는 모든 것을 질서 정연하게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 증언을 한 것이니 너 또한 관아에 고발할 것이야.”

하인은 그녀가 단숨에 내뱉은 말에 어안이 벙벙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겁내지 마라.”

장 부윤은 그에게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본 것을 그대로 말하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그날 밤, 소인은 숙직을 섰습니다. 변소를 다녀오는 길에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 좀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에 조용히 대문 위로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 여주인께서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화절자로 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소인은 깜짝 놀라 얼른 ‘불이야’ 하고 외쳤지요. 그 틈에 사 주인장께서는 곧장 도망치셨습니다.”

사앵앵은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불붙이는 걸 봤으면서 왜 ‘불이야’라고 소리쳤단 말이냐? 막 불을 붙인 상태라면 대문을 열고 나와 밟아서 꺼 버리면 그만인 것을! 뭐 하러 그리 쓸데없는 짓을 했지? 듣자니 대문이 다 타 버렸다던데… 그러려면 꽤 오랫동안 불타야 할 터.

하면 나도 하나만 묻지. 그토록 긴 시간 동안 불을 끄지 않고 어디에 가 있었단 말인가?”

위증하러 온 하인은 가뜩이나 가슴이 섬뜩한데 사앵앵이 몰아붙이자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 사장풍이 피식 웃었다.

“누구라도 내 부인을 모함하면 본 장군의 검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사 장군이 검을 뽑아 작은 탁자 위에서 휘둘렀다. 햇빛 아래에서 검광이 번쩍이자 하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잔뜩 움츠렸다. 이렇게 귀찮은 일이 왜 하필 자신에게 떨어졌는지……. 그는 속으로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사앵앵은 하인이 놀라 얼어붙은 것을 보고 공춘홍에게 말했다.

“제독 대인, 깜빡 잊고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 저희 가게 창고에 불이 나던 날 밤, 우리 직원이 방화범을 봤어요. 바로 금창 포목의 사 주인장이에요. 제독 대인께서 사 주인장을 불러 대질하게 해주세요.”

그녀의 말은 사장풍도 뜻밖이었다. 사앵앵이 그대로 갚아 줄 거라곤 그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웃음을 참으며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인의 말이 맞소. 제독 대인, 금창 포목의 사 주인장도 대질을 해야 하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분명히 해야 하지 않겠소?”

공춘홍은 원래 사정우와 척을 질 생각이 없었다. 어쨌든 그의 뒤에는 두 승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사정우는 말이 통하지 않기에 그가 직접 가야 했다.

류명풍은 공춘홍이 사정우를 잡으러 가려 하자 서둘러 그의 앞을 막아섰다. 사정우는 두 승상의 매제였다. 사정우의 체면을 깎는 건 두 승상의 체면을 깎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류명풍은 두 승상이 직접 발탁한 인재였으니 당연히 사정우를 감싸야 했다.

두 명의 무장이 칼을 빼고 서로 대치했다. 두 무장의 병사들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큰 싸움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때 사앵앵이 입을 열었다.

“제독 대인, 직접 가지 마시고 사람을 보내세요. 그냥 사 주인장에게 질문을 좀 하겠다는 거지 죄인을 잡아 오는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병사까지 움직이시면 사람들이 사 주인장을 오해할 겁니다. 사소한 일을 크게 부풀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제독 대인께서는 그런 못된 심보 없으시잖아요.”

그녀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챈 공춘홍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실실거리며 류명풍에게 말했다.

“류 총령, 사 주인장의 기개를 좀 보시오. 여기에 비하면 류 총령은 한참 멀었소.”

류명풍의 안색이 붉게 달아올랐다. 과연 사정우의 말이 맞았다. 사앵앵은 지독한 자였다. 면전에서 욕설을 들었지만, 거기에 대꾸할 만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공춘홍이 말했다.

“아랫사람들만 보냈다가 사 주인장이 오지 않으면 어떡한단 말입니까?”

사앵앵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 않으면 그게 바로 뒤가 켕긴다는 증거예요. 이 말을 전하라고 하면 돼요.”

공춘홍은 지금껏 사장풍의 용맹함에 감탄했지만, 지금은 사앵앵이라는 사람에게 탄복했다. 사앵앵은 여자이면서도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용기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남자였다면 대단한 일을 해냈을 것이다.

공춘홍은 결국 사람을 보내서 사정우를 불렀다. 류명풍도 사람을 보내는 건 막지 않았다. 사정우가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앵앵의 말에 흥분한 사정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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