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2화
여의루에는 기쁨에 넘쳤다. 모두가 금정각이 여의루의 분점이 된 것을 환영했다. 금정각이 쇠락하는 동안 여의루의 신뢰는 더욱더 굳건해졌다. 가격이 공정하고, 어린이나 노인조차 속이지 않아서 백성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주루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은 금정각이 여의루에 매입되었다는 것을 알고 기대가 컸다. 한때 서민들에게는 금정각이 그림의 떡이었었다. 그런 금정각이 여의루의 분점이 된 뒤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다들 궁금해했다.
본디 금정각은 고급 주루였기에 사앵앵은 별다른 수리 없이 살짝 보수만 해서 금정각의 내부를 더욱더 화려하게 꾸몄다. 그리고 여의루의 가격 제도를 적용했다. 아래층의 가격은 조금 더 내리고 위층의 가격은 조금 더 올렸다.
아래층과 위층의 가격을 종합하면 소비 수준은 예전과 비슷했다. 지금은 가게가 두 곳이기 때문에 서로 연합해서 운영이 가능했다. 사앵앵은 여의루에서 일정 횟수와 금액을 소비하면 금정각에서 한 가지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횟수와 금액은 누적으로 계산했다.
여의루에서의 소비가 어느 정도 쌓이면 일반 백성들도 친우를 금정각으로 불러서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으니, 굉장히 체면이 서는 일이었다. 이러한 혜택 덕분에 금정각도 차츰 장사가 되기 시작했고 여의루도 나날이 번창했다.
강남의 무희들도 금정각에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북방 곡예에 질린 귀인들은 강남 지방의 춤과 노래에 열광했다. 여의루가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금정각의 장사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금정각의 장사까지 성공한 사앵앵은 여의루의 점원들에겐 대단한 사람으로 비쳤다. 나삼도 그녀를 추앙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어른, 금정각의 값이 팔백 냥까지 떨어졌는데 왜 싸게 사지 않고 천 냥이나 더 주고 사셨습니까?”
사앵앵은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팔백 냥이라는 가격을 제시한 것도 나고, 천팔백 냥을 내고 산 것도 나라네.”
나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주인어른의 말씀은…….”
“난 풍 관리인이 몰래 주루를 살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네. 하지만 장사꾼인 풍 관리인이 금정각을 헐값에 팔 리가. 분명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값을 올리지 않겠는가. 그자는 인품이 좋지 않으니 값을 올리려면 분명 남을 속일 게 뻔하지. 해서 기회를 엿보다 소문을 내어 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돌아서게 했다네.
그리고 여론을 조작해서 가격을 낮춘 거지. 팔백 냥의 은전으로 금정각을 사려고 하면 풍 관리인은 팔지 않을 걸세. 하지만 동시에 그가 기대하는 가격도 낮아지지. 이때 어떤 사람이 천팔백 냥을 제시하면 그는 당연히 거래에 동의할 터. 만일 그 구매자가 돌아선다면 그는 정말 팔백 냥에 금정각을 팔 수밖에 없으니까.”
나삼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누가 먼저 사 갈까 봐 두렵지 않으셨습니까?”
사앵앵은 담담한 웃음을 흘렸다.
“인간의 본성은 탐욕이라네. 금정각을 사려는 사람은 나 말고도 있었겠지만, 다들 지켜보면서 값이 더 내려가기만 기다렸을 걸세. 그러니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었던 것이지.”
나삼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닫고 엄지손가락을 척 세웠다. 이제 금정각을 여의루의 분점으로 만들었으니 사앵앵은 임안성에 있는 상인들 사이에서 조금 유명해진 셈이다.
* * *
멀구슬나무 의자에 앉은 사정우는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친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사 주인장이 여자이긴 해도 참 대단한 사람이더군. 금정각까지 손아귀에 넣었는데 이런 여자를 어느 남자가 소화하겠는가?”
“이미 혼인한 몸이던데, 듣자니 아이도 있다더군.”
“그런가? 남편이 도대체 누구인가? 한 번도 못 봤는데?”
“그래서 한번 알아봤는데, 교외에 있는 주둔지에 있다더군. 평소 저택에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어 보통은 아이 둘과 지낸다던데.”
“어허, 그런 것까지 알아봤다니, 사 여주인장에게 딴생각이라도 있는 것이오? 미리 말해 두는데 그 여인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소이다.”
“됐네, 됐어! 나도 건드릴 엄두가 안 난다네. 생긴 대로 논다고, 그렇게 무서운 여자라면 분명 못생겼을 거 아닌가.”
“누가 그러던가? 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아주 예쁘게 생겼다고.”
“그럴 리가. 얼굴도 예쁘고 장사도 잘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하면 그 여자의 남편은 땡잡았게?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이라니까. 내가 여의루 위층에서 밥을 먹다가 어떤 여인을 발견하고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주루 주인장이라더군. 여의루의 주인장이 바로 사 여주인장이잖나.”
“분명 자네가 잘못 본 걸 거야.”
“…….”
사앵앵의 미모를 두고 두 사람은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논쟁을 벌였다. 듣다 못한 사정우가 손사래를 쳤다.
“그만들 하게. 사 주인장이 예쁜지 알고 싶으면 직접 가 보면 되잖나.”
누군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보게 사 주인장, 여의루로 우릴 초대하는 건가?”
사정우는 시원하게 웃었다.
“밥 한 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설마 그것 때문에 내가 가난해지기라도 할까 봐?”
그리하여 임안성에서 난다 긴다 하는 상인들이 나란히 여의루를 찾았다. 겉으로는 강남 요리를 먹으러 온 듯했지만, 사실은 사앵앵의 진면목을 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계단 입구에서 점원에게 저지당했다.
수려한 점원이 활짝 웃으며 공손히 말했다.
“손님들께서는 우리 여의루에 처음 오시지요? 여의루 위층은 매일 한정된 손님상만 받기 때문에 예약하셔야 합니다. 예약금을 미리 내고 날짜를 정한 뒤에 다시 오십시오.”
이들이 비록 장사꾼이기는 하지만, 기세가 대단해서 관리들조차 그들 앞에서 굽실거릴 정도였다. 그런 자들이 어디서 이런 냉대를 받아 봤겠는가? 다들 화가 치밀어 언성을 높였다.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임안성에서 우리가 못 가는 곳은 없다! 가서 관리인을 불러 오거라!”
점원이 막 입을 떼려는데, 누군가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
“죄송합니다. 손님들, 오늘은 관리인이 자리를 비워서요.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죠.”
뒤를 돌아보니, 웬 젊은 부인이 서 있었다.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 그리고 환한 웃음… 또렷한 눈빛까지. 기개가 범상치 않았다. 그들은 부인을 천천히 살폈다. 오늘 그들이 이곳에 찾아온 목적, 사앵앵이 때마침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서북에서 역참을 운영하는 몇 년 동안 거친 사람들을 수도 없이 겪었다. 비록 사내들의 눈빛이 무례하긴 했지만, 본성이 호탕한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손님들께서는 위층 별실에서 식사를 하고 싶으십니까?”
사정우가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누구신지?”
“저는 이곳의 주인장, 사씨라고 합니다.”
다들 그녀가 사앵앵임을 알고 공수한 손을 들어 올렸다.
“실례했습니다. 알고 보니 사 여주인장이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역시 여장부이십니다.”
사정우는 그들의 말이 다 끝나자 입을 열었다.
“저는 사謝가이고 성안에서 금창포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창포목의 사 주인장이셨군요.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사앵앵은 남자처럼 공수한 손을 올리며 예의를 표했다. 그녀의 짙은 눈썹과 큰 눈이 어우러져 사내처럼 구는 게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사정우가 그녀에게 일행을 소개했다.
“이분은 창륭昌隆 쌀집의 주周 주인장이고, 이분은 덕창德昌 객잔의 이李 주인장 그리고 이분은 흥륭興隆 전장의 류劉 주인장입니다.”
듣고 보니 모두 성안에서 유명한 대상인들이었다. 평소에 신출귀몰한 이들이 어째서 오늘은 그녀의 여의루로 몰려왔단 말인가? 엄청난 인물들이지만, 그녀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두 사람도 만나 보았는데, 이런 사람들쯤이야.
“저희 여의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께서 이렇게 방문해 주시다니, 가게의 영광입니다.”
그녀는 과분한 영광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척하며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다만 가문에는 가문의 규율이 있듯이, 가게에도 가게의 규칙이 있지요. 여의루 위층에서 제공하는 강남 요리는 한정 수량으로 공급되어 예약을 하고 오셔야 합니다. 오늘은 이미 만원이니, 여러분께서는 먼저 예약하시고 다른 좋은 날을 잡아서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오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게 말했다. 아까 점원이 한 말과 내용은 똑같았지만,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주인장들의 시선이 일제히 사정우에게 쏠렸다. 오늘은 그가 한턱 내겠다고 손님들을 데리고 온 것이니, 이러면 사앵앵이 그의 체면을 깎는 일이 아닌가. 다들 그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정우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공수했다.
“여의루의 규칙이 그렇다면 규칙대로 해야죠. 예약금을 내고 좋은 날을 다시 잡아서 찾아오겠습니다.”
“사 주인장께서는 정말 사리에 밝으신 분이군요.”
사앵앵이 점원을 불렀다.
“사 주인장을 모시고 가서 좋은 날을 고르시게 도와 드리게.”
사정우는 예약금을 내고 날짜를 택한 후에 상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가마를 타고 다시 금정각으로 향했다. 사앵앵이 운영하면서 금정각은 기사회생했고 지금은 장사도 괜찮다고 들었다. 그는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
금정각에 들어서니, 내부 장식은 예전보다 더 화려해져 있었다. 하지만 대청에 앉은 사람들의 옷차림이 전부 산뜻하지는 않았다. 손님들 중에는 투박한 무명옷을 입은 서민들도 있었다. 점원들은 웃는 얼굴로 어느 손님이든 똑같이 대하며 정성스럽게 시중을 들었다.
대충 훑어봤을 뿐이지만, 사정우는 사앵앵이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게 안은 깨끗하고 점원들은 밝고 활발했다. 대청에 빈자리가 거의 없으니 확실히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다행히도 금정각 위층은 예전과 구조가 같았고 예약할 필요도 없었다. 사정우는 조용한 별실을 요구했다.
사실 조금은 감회가 새로웠다. 본래는 그의 주루가 아닌가. 소문 때문에 조만간 죽을 것 같더니만, 사앵앵에게 팔았더니 뜻밖에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이것도 그가 금정각을 팔려고 결심한 이유였다. 풍 관리인은 모를 테지. 그가 금정각을 헐값에 매각한 것은 사앵앵이 사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앵앵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녀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결국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금정각은 그녀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그녀가 금정각을 살 능력이 있다면, 금정각을 다시 살릴 능력도 있을 것이다. 되살아난 뒤에 되찾아오는 것은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