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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701)화 (700/1,192)

제701화

여의루의 기세는 점점 더 높아졌지만, 금정각은 여전히 썰렁했다. 풍 관리인은 여의루처럼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데려왔지만, 그가 데려온 사람들은 명창이 아니기에 동전 두 개 내고 다리 밑에서 듣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금정각의 격만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풍 관리인은 어쩔 수 없이 명창을 섭외했다. 몸값이 매우 비싼 만큼 명창은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동안은 버텼지만, 노래를 부를수록 손해를 보았기에 결국 이 방법도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에도 그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명성만 바닥에 나뒹굴 뿐, 장사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었다. 풍 관리인은 온종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금정각이 한 번의 실패로 이렇게 무너졌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임안성에서 손꼽던 큰 주루가 한 번의 실수로 이렇게 되었으니,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 아닌가.

풍 관리인은 여의루의 사 주인장이 감히 금정각을 상대로 도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덤빌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 이 모든 게 적을 얕잡아 보고 사앵앵이라는 여자를 과소평가한 결과였다.

궁여지책으로 일부 주루들과 연합하여 여의루를 상대하려고도 해 보았다. 그러나 애당초 사람들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모두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가 자발적으로 나섰을 때는 다들 예전의 그와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어쨌든 오늘의 금정각은 더 이상 예전의 주루가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여의루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일부러 금정각을 고립시키기도 했다.

여태껏 풍 관리인의 속이 이렇게 타들어 간 적이 있었을까. 계산대에 기댄 그가 한 손으로 호두알을 초조히 굴리고 있는데, 가게 안으로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를 발견한 풍 관리인은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굳어지더니 이내 몸을 곧추세웠다. 그가 공수한 손을 들어 올리며 읍했다.

“풍 관리인, 주인어른께서 잠시 오라고 하십니다.”

풍 관리인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주루를 나섰다. 밖에는 이미 가마 하나가 대기 중이었다. 그가 올라타자 가마는 골목을 굽이굽이 돌더니 마침내 깊숙이 자리 잡은 저택의 안뜰로 들어갔다.

풍 관리인이 가마에서 내리니 문 앞에 있던 어린 종이 발을 들었다. 그는 허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곁채 입구에서 또 누군가 발을 걷었다. 또다시 몸을 약간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니, 서안 뒤에 한 남자가 붓을 휘두르며 글씨를 쓰고 있었다. 풍 관리인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주인어른.”

사정우謝靖宇가 눈을 치켜들었다.

“왔는가?”

“네, 주인어른.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

“모르쇠로 잡아떼겠다?”

사정우가 싱긋 웃었다.

풍 관리인은 즉시 겁에 질려 대답했다.

“제 잘못입니다. 금정각이 요즘 장사가 부진하지만,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장사를 원상복귀시켜 놓겠습니다.”

“명성이 땅에 처박혔는데 잘될 리가 있나?”

사정우가 그를 흘겨보았다.

“난 도무지 모르겠네. 왜 자네는 굳이 여자를 걸고넘어진 건가? 결국 제 꾀에 넘어가지 않았는가?”

풍 관리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주인어른,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의루가 임안성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게 할 테니…….”

사정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뭘 더 어떻게 하려고? 여자한테 당했다고 승복하지 않겠다는 건가?”

“전, 그 사씨 성을 가진 여자가 그렇게 목숨을 걸고 장난칠 줄은 몰랐습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자네는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

풍 관리인은 입술을 들썩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네가 그녀를 이길 수 없는 것이네. 내 보기에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게.”

사정우가 덤덤히 말을 이었다.

“썩은 고기 한 덩어리는 버리면 그만이지, 아까울 것도 없다.”

풍 관리인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주인어른, 그 말씀은… 설마 금정각을 포기한다는 말씀입니까?”

“아직 두어 푼 가치가 있을 때 놓아야지, 시간이 지체되면 더 안 팔릴 터.”

풍 관리인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금정각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관리인을 맡지 않았던가. 금정각이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고 임안성에서 손꼽는 주루가 되기까지, 그가 산증인이었다. 물론 주인이 팔라고 하면 팔아야 하지만, 그의 마음은……. 사정우가 고개를 숙이고 다시 글씨를 쓰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잡기는 쉽지만, 놓기는 어렵지. 그만 가 보게.”

풍 관리인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금정각이 헐값에 팔리면 자신 역시 쓸모가 없어질 게 명백했다. 나중에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는 그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제는 금정각을 가능한 한 좋은 값에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금정각으로 돌아온 풍 관리인은 임안성의 몇몇 큰 상인 가문에만 은밀히 연락을 취했다. 금정각을 비싼 값에 팔 생각이었다. 위치가 좋아서 주인이 바뀌고 다시 문을 열면 재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몇몇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현재 금정각의 명성을 생각하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었다.

큰 주루의 총관리인으로서, 풍 관리인의 가장 큰 재주는 바로 교묘한 말솜씨였다. 그는 상인들 사이를 오가며 경쟁을 부추겼다. 장삼張三에게는 이사李四가 은전 오천 냥을 제시했다고 하고, 이사에게는 장삼이 은전 팔천 냥을 제시했다고 전하니 금정각의 가격은 점점 올라갔다. 다른 사람이 큰돈을 지불하려고 할수록 그 물건이 좋을 거라는 생각에 상인들의 마음이 더욱더 흔들렸다.

모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금정각을 차지하려 다투고 있을 때, 저잣거리에서는 또 다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금정각이 현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헐값에 팔린다는 소문이었다.

이런 소문이 전해지자마자 몇몇 상인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풍 관리인이 매각을 위해 다시 찾아왔을 때, 다들 그를 피하고 만나 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풍 관리인은 소문 때문에 낙담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금정각을 사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데 그들이 부르는 가격을 듣는 순간, 풍 관리인은 심장이 서늘해졌다. 가격은 갈수록 더 떨어지더니 급기야 머리를 처박고 죽고 싶을 정도까지 떨어졌다. 이 값에 팔 것이냐 말 것이냐… 풍 관리인에게 있어서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어느 날 지인이 자신의 친우를 데리고 왔다. 그 친우는 임안에 처음 와서 할 일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매물로 나온 금정각을 보여 주려고 데려왔다고 했다. 풍 관리인은 그가 타향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 타향 사람이라면 금정각의 상황을 잘 모를 테니, 손바닥을 펼치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은 오천 냥, 한 푼도 깎을 수 없소.”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풍 관리인, 내가 타향 사람이지만, 미련하지는 않소. 이곳에 와서 알아봤더니, 금정각에서 사람이 죽을 뻔했다지? 명성이 땅에 떨어져 장사가 안 되니 팔려고 하는 거잖소. 그동안 풍 관리인을 찾아온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소. 지금은 가격이 팔백 냥까지 떨어졌다고 하던데 오천 냥을 달라고 하다니, 나를 속여 먹으려는 속셈이오?”

풍 관리인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누가 사람을 속여 먹는다는 건가? 이렇게 멀쩡한 주루가 오천 냥도 안 된다니. 이게 다 값을 함부로 부른 놈들 때문이었다. 그는 이천 냥 이하로는 절대 팔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팔백 냥이라니! 하! 하늘에서 공떡이 떨어지길 바란단 말인가! 풍 관리인이 물었다.

“하면 얼마에 사겠소?”

그 사람이 먼저 손가락 하나를 세우자 풍 관리인은 마음이 무거웠다. 천 냥을 제시하는 줄 알았는데, 또 엄지손가락을 펼쳐서 손가락으로 숫자 팔을 만들었다.

천팔백 냥.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낙담했건만, 가격을 들으니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였다. 비록 그가 예상했던 이천 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천팔백 냥이 적은 돈이던가. 그 빌어먹을 팔백 냥보다는 천 냥이나 더 많았다. 풍 관리인은 속으로는 기뻐하면서도 무거운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팔백 냥, 좀 적은데, 이렇게 큰 주루인 데다 뭐든지 다 있소. 언제든지 개점할 수 있고, 개점하기만 하면 돈이 굴러들어 올 건데…….”

“풍 관리인.”

그자가 말을 가로챘다.

“나는 최저가 팔백 냥에 천 냥을 더 얹어준 거요. 이미 나는 성의를 보였소. 시간을 더 오래 끌수록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소. 그러면 당신의 손실이 더욱 커지지 않겠소? 당신도 장사꾼이니 알고 있을 거요. 내가 왜 비싼 값에 금정각을 사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그 사람은 담담하게 웃었다.

“나는 정말 이 일을 하려는 거요. 다른 사람들처럼 금정각을 싸게 산 뒤 비싸게 넘겨 차익을 보려는 게 아니오. 금정각은 당신이 힘들여 일으킨 거잖소. 설마 그게 저잣거리의 물건처럼 이리저리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싶소? 아니면 다시 예전처럼 빛나길 원하시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풍 관리인의 심장을 때렸다. 결국 그는 이를 악물었다.

“천팔백 냥이면 천팔백 냥이지. 거래 성립이오.”

금정각은 결국 한 타향 사람에게 천팔백 냥에 팔렸다. 예전의 금정각을 생각하면 헐값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풍 관리인이 피를 토하게 만든 팔백 냥보다는 훨씬 큰 액수였다.

그러나 금정각이 다시 개점한 날, 풍 관리인은 또 피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금정각을 사 간 사람이 사앵앵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팔백 냥에 파는 게 더 나았다!

금정각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다 여의루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여의루는 눈에 핏발이 서게 하는 철천지원수였다. 한데 그는 금정각을 원수에게 갖다 바치고 말았다. 심지어 이로 인해 자신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주인장이 오해라도 한다면 자신은…….

식은땀을 흘리던 풍 관리인은 급히 달려가 사정우에게 설명했다. 웬일인지, 사정우는 화내기는커녕 그를 위로했다.

“괜찮네, 사 주인장은 능력 있는 사람이지. 금정각이 그 사람 손아귀에 들어간 건 결국 금정각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풍 관리인이 마음을 놓자마자 사정우의 말이 이어졌다.

“관리인은 그동안 수고가 많았네. 이제는 좀 쉬어야지.”

대번에 풍 관리인의 안색이 굳어졌다.

“주인어른, 저는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계속 주인어른을 위해 죽을 때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몸이 부서져라?”

사정우는 피식 웃었다.

“정말 그렇다면 관외에 나가서 말이나 키우며 사막의 아름다운 경치를 좀 음미해 보시게.”

“…네, 알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반드시 말을 건장하게 키워서 주인어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정우는 손을 흔들어 그를 물러가게 했다. 일을 망쳐 먹는 쓸모없는 놈은 목숨을 거두지 않는 이상, 멀리 보내 버려야 속이 편안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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