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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699)화 (698/1,192)

제699화

“제가 의원을 데리러 가겠습니다!”

아하는 그 틈을 타서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배를 붙잡고 비명을 내지르는 사앵앵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금천아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부인, 대체 무얼 드신 거예요? 너무 무섭습니다. 부인…….”

사봉봉은 모친의 옷소매를 당기며 목 놓아 울었다. 그녀의 두 눈은 이미 벌겋게 부어 있었다.

“어머니, 어디가 편찮으신 거예요? 어머니…….”

주위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런저런 말을 보탰다.

“아이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뭘 잘못 먹어 병이 났나?”

“저희 부인께서는 평소에 건강하셨고 아무런 병증도 없으셨어요.”

금천아가 단호히 말했다.

“방금 먹은 음식이 잘못된 게 틀림없어요.”

주자는 아예 그릇을 집어 들어 대청 바닥에 내리쳤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가게 사람들은 뭐 하는 거야! 관리인도, 주인장도 코빼기도 안 보이고? 모른 척하겠다는 거야?”

사기그릇이 깨지는 소리에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그제야 몇몇 점원들이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왔다.

“소리 지르지 마시오. 우리 관리인께서 오셨소.”

풍 관리인의 표정에는 초조함이 가득했지만,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아이고, 손님, 왜 이러십니까? 병이 나신 겁니까? 어서, 어서 이리 오너라! 자, 부인을 앞쪽에 있는 의춘당義春堂으로 모셔라!”

한 점원이 다가오자 금천아가 손바닥으로 그를 밀쳐냈다.

“병이라니! 저희 부인께서는 지병이 없으셨어요. 방금 당신네 가게 음식을 두 입 정도 드시고 이렇게 되셨어요. 당신들이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정말 우리 가게의 음식을 먹어서 이렇게 되었다는 말입니까?”

풍 관리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증거도 없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 부인이 바로 증거예요.”

금천아는 사앵앵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직접 봤어요. 부인께서 여기 음식을 먹자마자 배를 움켜쥐고 아프다고 소리쳤어요. 이게 무슨 불법 객점도 아니고, 어떻게 밥 먹으러 온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요? 이건 살인이야!”

“헛소리!”

풍 관리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댁의 부인만 문제가 생겼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들이 트집을 잡으러 온 것 같소.”

“저희 부인을 좀 보세요. 이런 트집을 잡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금천아가 사앵앵의 이마를 손으로 훔쳤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묻어났다.

“비켜라. 어서 비켜라. 의원께서 오셨다!”

그때, 아하가 의원을 데리고 인파를 비집고 들어왔다.

“의원님, 저희 부인 좀 봐주십시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의원은 약상자를 탁자에 올려놓더니 사앵앵의 눈꺼풀을 뒤집어 봤다.

“아이고, 이건 중독이오.”

의원의 진단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경악했다.

“정말 중독이라고? 세상에 그런 끔찍한 일이.”

“독이 웬 말이냐? 어찌 음식에 독이 들었단 말이야? 다들 먹지 마!”

누군가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음식 속에 독이 들었다! 다들 먹지 마시오!”

풍 관리인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의원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부렁을 뱉는 것이오? 어디에 독이 있다는 것이야? 당장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당신네 간판을 완전히 깨부술 거요.”

금천아가 그의 팔을 사납게 내리쳤다.

“뒤가 켕기나 보네? 의원님은 우선 우리 부인부터 진찰해야 하니까 저리 비켜요.”

의원이 약상자를 뒤지더니 그릇에 가루를 붓고 주전자의 물을 부었다. 이내 금천아에게 건네어 사앵앵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해독제를 부인에게 먹이고 쉬게 해야 합니다. 참, 부인께서는 방금 어떤 요리를 드셨습니까?”

눈동자가 붉어진 사봉봉이 작은 손가락으로 마파두부를 가리켰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저 음식을 드셨어요.”

은침을 든 의원이 침 끝을 요리에 푹 담갔다. 곧바로 바늘 끝에서부터 새까만 빛이 올라왔다. 그 광경에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질렀다.

“정말 독이야!”

“우리 아가, 다행히 우리는 마파두부를 주문하지 않았구나.”

“왜 음식에 독을 탔죠? 고의인가요? 아니면 의도치 않은 실수인가요?”

“본의 아니게 독을 탔다면 그게 더 나빠. 다음엔 누가 독이 든 음식을 먹을지 알 수 없잖아. 다시는 여기에 밥 먹으러 오지 말자고.”

의원은 허리를 굽히고 은침으로 음식을 뒤적거리다 마침내 작은 곡식 껍데기를 들어 올렸다.

“찾았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금천아가 대뜸 물었다.

“의원님, 그게 뭐예요?”

“쥐약입니다.”

의원이 덧붙였다.

“아주 소량이라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부인의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습니다.”

의원의 말에 한바탕 파란이 일었다.

“쥐약이라니! 저걸 먹었다면 정말 죽었을 거야. 저 부인은 그래도 천만다행이네.”

“그러니까. 정말 다행이야. 실수로 음식에 들어갔나 보네.”

“세상에, 어쩜 그렇게 부주의할 수 있지? 쥐약을 왜 주방에 두었냔 말이야.”

“주방에 쥐가 있어서 쌀도 갉아먹고 기름도 먹으니까 그랬겠지.”

“너무 무서워요. 다시는 이곳에 식사하러 오지 않겠어요.”

“…….”

의원은 약상자 안에서 뭔가를 한참 만지작거리더니 금천아에게 약물을 조제해 주었다.

“해독제를 탄 피마자 기름인데, 부인이 삼키면 독을 토할 수 있게 해 줄 겁니다. 독만 뱉어 내면 괜찮을 겁니다.”

금천아가 약물을 받아서 사앵앵에게 먹였다. 약물이 들어가니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앵앵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신음하더니 한바탕 더러운 것을 토해 냈다.

이쯤 되니 뭇사람들 눈에도 일이 경과가 일목요연해졌다. 금정각은 손님이 먹을 음식에 쥐약을 섞어 내왔지만,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일이 잘못되었다면 금정각이 문 닫는 건 물론이거니와 나라의 처벌을 면치 못했으리라. 뭐… 금정각의 현판이 내려갈 일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 된 것 같지만.

가마에 탄 사앵앵은 눈이 시뻘겋게 부은 딸이 가여워 품에 꼭 끌어안았다.

“많이 놀랐니?”

사봉봉은 그녀의 품에 얌전하게 기대었다.

“전 어머니가 괜찮아지실 줄 알았어요.”

“어미가 잘못했구나. 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어.”

사봉봉이 고개를 들었다.

“경험이 많을수록 더 빨리 자랄 수 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봉봉이는 빨리 자라서 어머니를 도와 함께 장사를 하고 싶어요.”

사앵앵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웃었다.

“넌 정말 착한 딸이야. 네 동생에게는 기대할 수 없으니 네가 어미의 희망이란다.”

사봉봉이 그녀의 배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어머니, 정말 안 아프시죠?”

“아프지 않아.”

이어서 사앵앵은 단단히 당부했다.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말거라.”

사봉봉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자기 일은 자기가 해결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만 아버지를 찾으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다 기억하고 있어요.”

* * *

풍 관리인은 수하의 보고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 안 게 아니더냐? 소란을 피운 그 부인이 여의루의 주인장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소인이 직접 그들이 여의루로 들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알아보니 그 부인이 정말 여의루의 주인장이었습니다.”

풍 관리인은 손에 쥔 호두 두 알을 천천히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주인장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는데… 목숨을 잃는 게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

“풍 관리, 혹시 사 주인장이 지난번 일을 알고 있는 것은…….”

그 말에 풍 관리인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두부! 여의루의 여주인장은 바로 두부를 먹고 일이 벌어졌다. 그의 손이 멈칫했고 호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보니 그런 거였구나!

이건 그녀의 앙갚음이었다. 그가 아무리 억울해도 아무 말 못 하게 하려고! 정말 지독한 여주인이군!

“풍 관리, 그럼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합니까?”

“잠시 생각 좀 해 보지.”

풍 관리인은 다시 호두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주인어른의 귀에 전해지기 전이라면 아직 전화위복의 기회는 있어.”

금정각의 주인장은 신출귀몰한 사람으로, 손대는 사업이 아주 많지만 언행은 매우 조용한 편이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금정각의 주인장이 누군지 잘 몰랐다. 하지만 그의 세력과 배경이 대단하기에 일반인들은 금정각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풍 관리인만이 그가 누구인지, 또 그가 얼마나 지독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 * *

사앵앵에게 당한 후, 금정각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심지어 다음 날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처음으로 가게가 썰렁하니 금정각의 점원과 주방장들은 기가 팍 꺾였다. 하지만 뾰족한 방도가 있을까. 음식에 독을 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감히 누가 그런 곳의 음식을 먹겠는가?

그러나 곧 다른 소문이 또 퍼져나갔다. 금정각에서 중독된 여인이 여의루의 여주인이라는 소문이었다. 금정각의 장사가 잘되는 걸 질투한 나머지 뒤에서 모략질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아버지는 시아버지가 옳다고 하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가 옳다고 하듯이 각자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백성들도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목숨이 걸린 일이라 좀 더 두고 보자는 사람들이 많아 금정각은 파리만 날렸고, 여의루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또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날 중독된 여인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는 말이었다. 창백해진 얼굴에 이마에선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고, 의원이 직접 맥을 짚어 중독이라는 걸 증명했다. 그런 일을 꾸밀 정도의 담력은 대단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을 정말 독살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여의루는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 그런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금정각이 장사가 뜸해졌다. 혹시, 여의루 주인장이 온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해치려 한 건 아닐까?

이런 의견이 퍼지니 모두의 저울이 여의루 쪽으로 기울어졌다. 금정각은 고급 주루여서 일반 백성들이 갈 수 없었지만, 여의루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었으니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앵앵은 아하가 외부에서 알아온 소식을 듣고 득의만면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결국엔 다 자업자득이지.”

아하가 거들었다.

“부인께선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자가 쓴 방법으로 똑같이 된통 혼쭐을 내 주셨잖습니까. 금정각은 할 말이 많아도 손도 발도 안 나오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흥, 나를 모함하려는 놈에게는 모함당하는 기분을 맛보게 해 줄 것이다. 나 사앵앵은 절대로 먼저 건드리지 않지만, 누가 나를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지.”

“당연합니다. 호강에 겨운 영감들이 어디 부인의 패기를 따라올 수 있겠습니까?”

사앵앵이 그를 흘겨보았다.

“이런 걸 두고 재간이 있으면 대담하다고 하는 것이지. 난 그저 본때를 보여 준 것뿐이니 이번 일은 이제 언급하지 말거라. 우리 장군께서 알게 되시면 큰일 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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