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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왕비초장성 (698)화 (697/1,192)

제698화

아무리 바빠도, 매일 여의루에 들어오는 식재료를 직접 확인하는 게 사앵앵의 습관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성성이 이렇게 가르쳤다. 재물이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돈은 많든 적든 상관없지만, 사람이 우선이다. 그런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절대 소홀히 관리해선 안 된다. 잘못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을 해치려는 마음은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고, 남을 경계하는 마음은 늘 품어야 한다. 장사꾼은 명성이 높아질수록 다른 사람의 시기와 경계를 많이 받기 때문에 항상 경계심을 갖는 것이 좋다.

오늘날, 사앵앵도 사봉봉을 이렇게 가르치고 있었다. 식재료를 확인할 때 항상 사봉봉을 데리고 가서 식재료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법을 가르쳤다.

“봉봉아, 이 어미가 서책은 얼마 읽지 못했지만 물건을 보는 건 학자들보다 더 낫단다.”

사앵앵은 대나무 바구니에 있는 채소를 일일이 확인한 뒤 점원들에게 종류별로 분류하라고 지시했다.

“잎이 물을 머금고 뿌리에 흙이 있는 것이 가장 싱싱하단다. 색깔과 모양이 좋아야 맛이 좋지. 색깔이 어둡고 잎이 마른 건 오래 방치한 것이고 맛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런 식재료는 받지 않는 거란다.”

사봉봉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배추 한 포기를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어머니, 이건 괜찮죠?”

사앵앵이 물었다.

“어떤 냄새가 나니?”

“향긋한 풀냄새요.”

사앵앵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냄새가 난다는 건 신선하다는 증거니까, 저쪽에 놓거라.”

감히 큰아가씨에게 야채를 갖다 놓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옆에 있던 점원이 얼른 배추를 받아서 대나무 바구니 안에 쌓아 놓았다. 사봉봉은 고개를 돌려 희고 반들반들한 두부를 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두부의 냄새를 맡았다.

“어머니, 두부도 향기가 나요.”

“어떤 향기니?”

“달콤한 향기가 나요.”

사앵앵은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가까이 걸어와 두부를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약간 단 냄새가 났다. 그녀가 아는 두부는 옅은 콩꽃 향기와 함께 콩의 비린내가 나는 게 정상이었다. 이런 향기는 날 리가 없었다.

물건 받는 걸 돕고 있던 나삼도 사앵앵이 넋을 놓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주인어른, 두부 냄새가 안 좋습니까?”

“좀 이상한 것 같네.”

사앵앵이 말했다.

“나 관리도 한번 맡아 보게.”

나삼이 허리를 숙이고 깊이 숨을 들이켰다.

“약간 단 향기가 납니다. 아마 간수가 많았나 봅니다.”

사앵앵은 점원에게 그릇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녀는 부드러운 두부 한 모를 그릇에 담아서 닭장 안에 내려놓았다. 마황麻黃 암탉 한 마리가 두부를 몇 번 쪼아 먹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나삼이 말했다.

“암탉도 잘 먹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암탉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에 사봉봉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암탉이 죽었어요.”

나삼도 경악했다.

“주인어른, 이건…….”

오히려 사앵앵의 안색은 평온했다. 여의루의 번성을 보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버지 말씀이 맞았어. 조심해야 배를 오랫동안 몰 수 있지. 봉봉이 달콤한 냄새를 맡은 게 천만다행이야.’

나삼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주인어른, 제가 마 노사麻老四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겠습니다. 만약 그가 꾸민 짓이라면… 다시는 이쪽 일을 할 수 없게 가게 간판을 다 부숴 버리겠습니다.”

“두부 장사꾼이 우리랑 뭐 하러 힘겨루기를 하겠는가? 배후에 있는 사람이 시켰을 것이네.”

“주인어른께선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모르겠네.”

사앵앵이 대답했다.

“이 일은 소문내지 말고 없던 걸로 하게. 내일도 같은 두부 장사꾼에게 두부를 시키고, 배달을 오거든 그자를 잡아 두게나.”

“네, 주인어른.”

나삼은 독이 든 두부를 처리하러 갔다. 사앵앵은 죽은 암탉을 내려다보는 사봉봉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봉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저들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사봉봉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이 먹고 죽으면 어쩔 뻔했어요?”

“저들은 누군가가 우리 여의루에서 죽기를 바랐단다. 한 사람의 목숨이면 우리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것을 망치기에 충분하지.”

“너무 악독해요.”

“모질지 않으면 어찌 큰일을 하겠니?”

사앵앵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들로서는 적을 단칼에 죽여야 하겠지. 그래야 후환이 남지 않을 테고 번거로울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안 그랬잖아요.”

“그건 우리가 저들과 다르기 때문이란다. 어미도 재물이 좋지만, 그것을 취함에는 도리가 있단다. 장사를 할 때는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우리는 악의의 경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단다. 능력으로 먹고살아야지 모략을 써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단다. 어미가 어린 너에게 이런 것들을 보여 주는 이유는 네가 세상의 악함을 알고 있길 바라기 때문이야.”

어미의 말을 들은 봉봉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래도 사람을 목숨으로 장난을 치다니, 정말 너무해요.”

사봉봉의 작은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지에게 군사를 이끌고 그들을 잡아들이라고 해요.”

사앵앵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미의 일은 어미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단다. 해결하지 못하면 그때 네 아버지께 말씀드릴게. 네 아버지께서는 도성에 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기반이 단단하지 않단다. 가능한 한 아버지께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

이튿날, 또 두부를 배달하러 온 마 노사는 뒤뜰에 들어가자마자 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까무잡잡한 점원이 문 옆에 서서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또 앞쪽에는 여의루의 나 관리인이 차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

“마 노사, 우리 주인장께서 너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

마 노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웅얼거렸다.

“여의루 주인께서 저 같은 자를 뭐 하러 만나십니까?”

나삼은 팔을 휘둘러 시커먼 문을 가리킬 뿐이었다.

“이쪽으로.”

마 노사는 멜대를 내려놓고 느릿느릿 걸어 들어갔다. 나삼은 사앵앵과 마 노사가 조용히 대화할 수 있도록 문을 걸어 잠그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반 시진 후, 마 노사는 창백한 안색으로 나와서 멜대도 챙기지 않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까무잡잡한 점원이 아직도 자신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으니 발걸음은 더욱더 더욱 빨라졌다. 사앵앵은 정원에 서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상냥하게 말했다.

“뭘 그렇게 허둥지둥합니까? 두부는 두고 멜대만 가지고 가세요.”

마 노사는 아무 말 없이 두부판을 내려놓고는 빈 멜대만 챙긴 채 자리를 떴다. 나삼이 사앵앵에게 물었다.

“주인어른, 저자가 다 말했습니까?”

사앵앵이 차갑게 웃었다.

“역시 짐작대로더군.”

나삼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어제 두부에 독극물을 넣어놓고 어찌 오늘 또다시 올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일을 시킨 배후가 심해 봤자 배탈이 날 뿐이니 저자가 지목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속였기 때문이지.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라고 순순히 알려 줬다면 두부를 만드는 나약한 백성이 어찌 독을 쓸 수 있었겠는가.”

그 말에 나삼이 분개했다.

“그래도 마 노사는 나쁜 마음을 먹은 겁니다. 악인을 도와 나쁜 짓을 한 건 사실입니다.”

“한번 실패하면 그만큼 현명해지는 법이지. 저자도 이번에 교훈을 얻었을 터. 해서 앞으로도 예전처럼 이 집 두부를 받을 거라고 말해 뒀네. 하지만 또 한 번 이런 일이 생기면 묵은 빚을 청산할뿐더러…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고.”

하지만 나삼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주인어른, 저런 사람은 믿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해치기 전에 우리가 간판을 부숴서 다시는 두부를 만들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찾는 건 저자 배후에 있는 주모자라네. 마 노사는 비록 공모자이지만, 강요당한 것이니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때는 관용을 베푸는 게 좋네. 그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주도록 하지.”

“주인어른,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합니까?”

사앵앵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자는 뒤에서 못된 짓을 꾸몄지만, 난 광명정대하게 찾아갈 걸세.”

* * *

최근 장사가 주춤했기 때문일까, 손님이 들어오자 점원이 유달리 친근하게 맞아들였다. 그는 멀리서부터 달려와 손님을 맞이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몇 분이시죠? 대청에 앉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위층에 있는 별실로 가시겠습니까?”

사앵앵이 대청을 훑어보니 이전처럼 꽉 차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어느 정도 보였다.

“대청에 앉겠어요.”

“예!”

점원은 허리를 깊게 굽히며 열정적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손님들께선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점원은 탁자를 닦고 또 닦더니 주전자를 들고 차를 따랐다.

사앵앵은 아무렇게나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고 점원들을 돌려보냈다. 힐끔 쳐다보니 위층에 자줏빛 장포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대략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는 염소 수염을 기르고 사방모를 쓰고 있었다. 옷차림만 보면 주인장 같았다.

마침 그도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사앵앵은 얼른 시선을 거두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위층에 있는 사람이 이곳의 관리인 것 같은데, 다들 얼굴을 확인하거라.”

금천아를 비롯한 하인들은 그녀가 오랜 시간 가르친 이들이었다. 그들은 곧장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대신 몰래 힐끔거리며 용모를 확인했다. 금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염소수염을 기른 것만 봐도 간사한 사람이네요. 그런 음흉한 수법은 분명 저 사람 머릿속에서 나온 걸 거예요.”

주자는 항상 꼼꼼했다.

“저자가 생각해 낸 수법이라면 독이 든 두부를 저자의 입안에 쑤셔 넣어야 합니다.”

아하가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부인의 계획을 망치지 않도록 다들 침착해.”

사앵앵은 어린 사봉봉이 걱정될 뿐, 다른 건 두렵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연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일을 겪음으로써 그녀의 심지를 더욱더 굳건하게 할 수 있을지도.

곧이어 요리가 나왔다. 사앵앵은 주위를 슬쩍 훑어보더니 마파두부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그녀는 두부를 삼키자마자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놀란 사봉봉이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 어머니, 왜 그러세요?”

“부인, 부인, 어디가 아프십니까?”

금천아도 목청을 높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누구 없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우리 부인께서 몇 입 먹자마자 이렇게 되셨어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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