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유왕비초장성 (695)화 (694/1,192)

제695화

“제가 점원 몇 명을 물색해 두었습니다. 모두 영리하고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월급도 비싸지 않습니다. 다른 가게에서 사람을 데려오면 월급을 더 주어야 합니다. 저번에 금정각에서 주방장을 빼내 오자고 하셨지요? 제가 알아보니 금정각에는 주방장이 모두 여섯 명인데 3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사앵앵은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큰 음식점의 주방장은 데려올 생각이 없네. 이유는 세 가지일세. 첫째, 그들은 원래 유명한 주방장이기 때문에 몸값이 아주 비싸지. 해서 터무니없는 조건을 말할 가능성이 크네.

둘째, 내가 만약 주방장들을 모두 데려오면 저들의 원망을 살 걸세. 난 외지인인 만큼 말썽을 피하려면 눈에 띄는 일은 벌이지 않는 게 좋네. 셋째, 큰 주루는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니 내가 많은 품삯을 제시하더라도 그들은 나를 따르려고 하지 않을 터.”

사앵앵은 명랑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점원들은 다르지. 점원은 남다른 재주 하나 없이 입으로만 먹고사는 사람이지. 때리는 주인만 아니면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언제든지 옮겨가니 유동성이 크네.

그리고 숙련된 점원들이 우리 가게로 온 뒤에 나 관리가 물색한 사람들을 천천히 고용하면 어찌 될까? 그들은 자연스럽게 숙련된 접객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걸세. 그렇게 되면 돈을 더 주고 데려온 점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우리는 손해 볼 게 없네.”

본래 가게 확장에 부정적이었던 나삼이지만, 그녀의 그럴듯한 분석을 듣고 있으니 자신이 잘못 생각한 듯했다. 역시, 그녀는 대단했다. 자신은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살필 수 없었다. 그를 더욱더 탄복하게 한 것은, 그녀가 매일 먹고 마시며 노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일 잘하는 점원들을 수소문해 놓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명단을 꼭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십시오. 주방장은 제가 데려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적힌 점원들은 문제없습니다. 다만 우리 가게의 주방장은 그럼…….”

사앵앵은 차분히 대꾸했다.

“점원들은 나 관리가 책임지게. 주방장은 내가 데려올 테니.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하다가 원천림이 감독하는 가게 확장 공사가 끝나면 곧바로 개업할 거라네.”

그녀는 말할 때 눈빛이 살아 있었고, 표정이 굳건해서 사람들이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나삼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온몸에 힘이 넘치듯이 투지가 불타올랐다. 자신이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앵앵은 반드시 임안성에서 명성을 떨치게 될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앵앵이 모셔 온 주방장들을 확인한 나삼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사앵앵은 바로 골목 안에 숨겨진 점포에서 요리하던 주방장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냥 손맛만 괜찮은 사람들을 데려온 게 아닌가.

이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상경한 사람들로, 독특한 고향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따로 점포를 빌리는 게 너무 비싼 까닭에 이들은 자기 집 앞마당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장사를 했다. 그런 소규모 장사로는 겨우 생계를 이어 갈 뿐이었다. 특히 이런 음식은 신분이 높은 사람들 눈에 차지 않았기에, 당당하게 대로에 나와서 호객을 할 수도 없었다.

원래 이런 작은 음식 점포들은 모두 골목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동쪽에 한 집, 서쪽에 한 집,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던 그들을 사앵앵이 모두 자신의 주루로 모은 것이다.

이렇게 온갖 잡다한 음식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면 어찌 될까. 깊숙한 골목에서 특색 있는 음식 맛보기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더 편리해질 수밖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 없이 여의루에 오면 무엇이든 맛볼 수 있으리라.

여의루의 확장 공사가 끝난 후, 나삼이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여의루는 환골탈태하여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되었다. 아래층에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팔선상이 여러 개 놓였고, 위층에는 고급 주루처럼 여러 칸의 별실을 두었다. 평범한 주루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물레방아가 있는 작은 연못을 볼 수 있었다. 물레방아가 돌면서 축이 움직였고 연결된 바람개비도 천천히 돌아갔다.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 꼭대기엔 두 개의 유리 등이 빛나며 물보라를 영롱한 수정처럼 비췄다. 한껏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다만 사람들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에 큰 물레방아를 만들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사앵앵은 명쾌하게 답했다.

“물은 곧 재물이지요. 대문을 열자마자 물이 보여야 재물이 굴러들어올 겁니다.”

이유를 깨달은 사람들은 사앵앵의 교묘한 안배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물레방아를 경계로 오른쪽에서는 각종 별미를 만들었다. 부엌과 대청 사이를 가로막던 벽은 허물어 긴 탁자를 두었다. 그 위엔 각 지방의 별미들을 예쁜 접시에 담아 올려두었다. 손님들은 표시된 가격대로 동전 몇 푼을 넣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왼쪽에서는 서북 지방의 분식을 제공했다. 따로 편청偏廳(대청보다 작은 응접 공간)을 구분해서 서북 지방의 요리를 하는 이유는, 사앵앵이 특별히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강남 사람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금의옥식錦衣玉食(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일컫음)했기 때문에 먹는 것에도 까다로운 편이었다.

처음 서북 지방으로 갔을 때, 그녀는 낯선 음식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전통 서북 면 요리를 맛보고 난 뒤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사앵앵은 분식을 주식으로 하는 도성 사람들이 분명 서북 지방의 요리에 열광할 거라고 믿었다.

반면, 위층에 있는 별실은 좀 특별했다. 위층으로 가는 나무 계단은 정교하고 섬세한 무늬로 조각해 놓았고 벽에는 아름다운 채색으로 채워 두었다. 계단 입구에 서면 아월백牙月白(초승달 같은 백색), 연분홍, 살구, 버들청 등 색색의 얇은 견사가 공중에서 하늘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래층의 시끌벅적함과는 확연히 다른 참신하고 고아한 운치가 느껴졌다.

다만 위층은 함부로 올라갈 수 없었다. 계단 모퉁이에 작은 문이 있었는데 ‘통행 금지’라고 적힌 멋스러운 판자가 걸려 있었다.

문 옆에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수려한 점원이 자리를 지켰다. 그는 허락 없이 올라가려는 손님에게 웃으며 정중한 사과를 건넸다. 위층은 정비를 마치지 않아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누군가 위층에서는 무엇을 먹느냐고 물었지만, 점원은 웃으며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라는 말만 전했다. 점원이 정확한 답을 주지 않으니 암암리에 여의루 위층을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여의루의 주인부터 점원까지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고, 그럴수록 사람들의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여의루가 정식으로 개업하기도 전에 시내에는 벌써 여러 가지 소문이 파다했다.

어떤 사람은 기루처럼 흥청망청 노는 곳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진귀한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했다. 심지어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종 소문이 무성했지만,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유월 열여드렛날은 여의루가 재개점을 널리 알리는 기쁜 날이었다. 본래 검은 바탕에 푸른 글자가 쓰여 있던 현판은 푸른 바탕에 금빛 글씨로 바뀌었다. 여의루라는 세 글자는 태양 아래에서 범상치 않게 빛났다.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게 하늘을 울렸고, 사자춤과 용춤이 신명 나게 벌어졌다. 거기에 폭죽까지 터지자 구경꾼들은 갈수록 더 늘어만 갔다.

청색 비단에 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장포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나삼은 머리에 사방모四方帽(네모난 모자)를 썼다. 그는 점원들을 데리고 대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여의루가 다시 개점한 오늘은 정오부터 저녁까지 백 번째 번호표까지만 한정하여 손님을 받기로 했다. 첫 손님부터 스무 명까지는 음식값을 면제받았고, 그다음 스무 명은 찻값만 내면 되었다.

나머지 손님들은 음식값을 절반만 내도 되었다. 이런 행사는 사흘 동안 이어질 예정이었기에 다들 번호표를 쟁취하려고 기다랗게 줄을 섰다. 개점할 때 이렇게 할인을 많이 하는 가게는 지금껏 단 한 곳도 없었다. 주루의 할인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여의루 앞은 인파로 북적였다.

사앵앵은 사봉봉을 데리고 2층 창가에 서서 시끌벅적한 아래층을 구경했다. 두 모녀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면했다. 사앵앵이 말했다.

“봉봉아, 오늘을 기억하렴. 여의루는 우리가 도성에서 출세하는 발판이 될 거란다. 이 어미는 이곳을 통해 임안성의 대문을 활짝 열고 우리 사씨 가문의 명예를 성루에 높이 걸고 말 것이야.”

사봉봉은 작은 얼굴을 굳히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어머니는 분명 도성의 갑부가 되실 거예요.”

사앵앵이 웃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의 길언吉言이 꼭 이루어질 거야. 우리 둘이 열심히 해 보자.”

사흘 동안 여의루가 일으킨 열풍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임안성 백성들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이렇게 물었다.

“여의루 가 봤소?”

상대방이 가 봤다고 하면 곧바로 그곳의 내부 장식과 음식에 대한 칭찬이 시작되었고, 상대방이 못 가 봤다고 하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여의루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그 말을 들은 누구라도 여의루에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보통 주루에선 백 상 정도 팔리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여의루는 매일 번호표 백 장이 일찌감치 동났다. 줄을 서 있는 손님들의 간절한 눈빛에도 점원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죄송함을 표했고, 내일 좀 더 일찍 오라고 전했다.

사흘 만에 여의루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서 누구나 다 아는 대주루가 되었다.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과 넓은 장소에도 불구하고 음식값은 서민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아이를 데리고 가면 어린이에게만 주는 소소한 선물도 있었다.

그건 사봉봉이 고안한 방법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동생이 선물을 받으면 너무나 기뻤기 때문에 다른 어린이들도 선물을 받으면 또 오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선물은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것으로 준비했지만, 사탕 한 봉지나 대나무로 만든 잠자리로도 어린이들을 기쁘게 하긴 충분했다. 심지어 그들의 부모들까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여의루가 끝없이 번창하니 자연히 동종업자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 암담할 정도로 파리가 날리던 곳이 한두 달 동안 휴업했다가 개점하더니 하루아침에 업계 최고가 되었다. 뭇사람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여의루의 방법을 본받아서 자신의 주루에서도 특색 있는 음식을 팔려고 했다. 하지만, 맛있고 인기 있는 점포의 주방장들은 이미 여의루에서 데려간 뒤였다. 남은 사람들은 유명하지 않거나 음식 솜씨도 별로였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어떤 주루는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여의루의 사람을 빼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비싼 품삯을 제시해도 주루를 옮기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는 세상인데, 어째서 돈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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