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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궐황도 (284)화 (28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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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화 편애하는 겁니까?

딸을 안고 들어가던 용수는 두 어멈의 대화를 듣고 멈칫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품에 안고 있는 딸을 내려다보았다.

방금까지 자고 있던 공주는 눈을 뜨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황실 가문의 아이라고 해도 그렇게 과장할 것은 없지.”

그는 담담하게 말하며 아기를 야홍릉의 옆에 눕혔다.

“자, 우리 딸 좀 보십시오.”

‘세상에 어디 태어나자마자 사람 말을 알아듣는 아기가 어디 있다고 그래? 참 신기하군. 하늘의 신선이 아기로 태어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럴 만도 하지. 다른 집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요란하게 울던데 우리 아기들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용수는 야홍릉은 조용히 바라보다 어멈에게 말했다.

“황자도 데려오너라.”

어멈은 황자를 안고 걸어와 용수의 품에 안겨주었다.

용수는 말없이 아들을 받아 안고 물었다.

“누구를 닮은 것 같으냐?”

‘보면 모르나?’

그러나 넉살 좋은 산파들과 어멈들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황자는 황부를 닮으셔서 잘생기셨고 귀티가 흐르십니다. 공주 전하는 폐하를 닮으셔서 이목구비가 또렷한 게 나중에 꼭 경국지색의 미인이 될 것입니다.”

궁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상전을 기분 좋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물론 황자와 공주도 충분히 이런 칭찬을 받을 만했다.

야홍릉은 얼굴만 본다면 목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미인이었다.

헌원용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가 야홍릉의 남첩만 아니었다면 제경 수많은 소녀들의 구애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어멈은 계속 찬사의 말을 쏟아냈고, 용수는 정려에게 말했다.

“다들 데리고 나가서 상금을 나눠주거라. 식사를 마친 뒤, 편전에서 기다리라 이르고.”

정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따라 나갔다.

내전에는 정란과 첨향만 남아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용수는 의자를 끌고 와 야홍릉의 옆에 앉았다.

그는 아들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야홍릉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아이 중 누구를 목국의 태자로 세우고 싶습니까?”

야홍릉은 말없이 딸과 아들을 번갈아보았다.

두 아기는 모두 잠에서 깨어 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듯한 눈빛이었다.

야홍릉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따스한 미소가 걸렸다.

“꿈을 꾸는 것 같구나. 하루 사이에 아들딸을 낳다니 말이다.”

‘하루라고?’

용수는 표정이 굳었다.

“폐하, 열 달이나 아기를 품고 있었던 고생은 잊으신 것입니까?”

‘하루는 무슨…… 일 년이라면 모를까…… 임신해 있는 시간도 고생스러운데 애를 낳는 시간까지 더한다면 그게 어디 쉬운 일이야?’

“폐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전 아들을 목국의 태자로 남겨두고 딸을 남성국에 데려갈 생각입니다. 그러면 목국의 대신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게 아닙니까?”

용수는 아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홍릉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남성국 대신들은 여성이 황제가 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폐하, 남성국에는 제사전이 있지 않습니까?”

용수는 미소를 지었다.

“저만 그러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지금 바로 딸을 태자로 세우겠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이 아이가 강해지도록 키운 다음 적절한 기회에 예언을 받은 것처럼 꾸미면 되지요. 그건 저한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야홍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용수는 야홍릉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며 말했다.

“여자아이는 마음이 약할 텐데 잘 지켜주어야지요. 전 제 딸이 목국 대신들의 트집과 괴롭힘을 받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습니다. 이 아이가 폐하처럼 강하지 않은 이상 상처를 받을 게 아닙니까? 그런데 정말 그렇게 강하게 큰다면 저는 남성국이 더 이 아이에게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야홍릉은 딸을 편애하는 용수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딸만 편애하는 것이냐?”

“아니요.”

용수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우리 아기인데 당연히 똑같이 대해야지요.”

사내아이가 좀 더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용수는 생각했다.

하지만 딸은 아니었다. 딸은 평생 고생이라고는 모르도록 곱게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용수는 또 생각을 바꾸었다.

‘애비가 앞으로 목국을 여 황제가 지배하게 하려고 한다면 어떡하지?’

만약 그렇다면 그는 야홍릉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산파들과 궁녀들을 내보내지 않은 것이다.

“만약 딸을 목국의 황제로 키우고 싶으시다면 아들이 태어난 사실을 숨기면 됩니다.”

야홍릉은 시선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들이 태어난 사실을 숨긴다고?”

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조정 대신들이 폐하께서 아들딸 쌍둥이를 낳은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황자를 태자로 세우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황자를 숨기고 공주만 태어났다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야홍릉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됐어. 난 목국의 강산에 크게 미련 없어. 목국은 예로부터 남자들이 황제가 되어 지배해 왔어. 그래서 딸이든 아들이든 다 내 자식이니 이런 것을 고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구나.”

용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야홍릉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많이 피곤하신 것 같으니 좀 쉬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아기를 정란과 첨향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침대 언저리에 누워 야홍릉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주었다.

“얼른 쉬세요.”

정란과 첨향은 서로를 마주보다 미소를 지었다.

대신들에게는 세상 큰 일이지만 용수와 야홍릉에게는 날씨를 토론하듯 가벼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역대 황제들 중 태자 문제에 이렇게 무심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둘의 사이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야홍릉은 원하던 자리에 올랐지만 초심이 변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후궁을 들일 생각도, 다른 황부를 들이거나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용수의 아이는 반드시 차기 목국의 황제가 될 것이다.

공주든, 황자든 모두 그들의 아이였다.

헌원용수라고 뭐가 다를까?

아들이든, 딸이든, 야홍릉과 낳은 아이라면 상관없었다.

양국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그는 절대 후궁에 야홍릉을 제외한 다른 여인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둘의 사랑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리 없었다.

곧 날이 밝을 것 같은 새벽 시간이었다.

지친 야홍릉은 곧 잠이 들었다. 용수도 밖에서 꼬박 하루를 불안과 초조 속에서 보내느라 많이 힘들었다.

둘은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내전에는 갓 아이를 낳아 피비린내가 났지만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잠을 잤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 어멈과 산파, 궁녀들은 모두 편전에서 야식을 먹고 잠을 잤다. 아침이 되자 그들은 돈을 받고 자신궁을 나섰다.

그리고 궁에서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내무반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갔다. 대전 밖을 지키고 있던 금위군도 전날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용수는 내전에서 씻은 뒤, 나와서 아직 떠나지 않은 경빈과 진설군을 보면서 말했다.

“두 분이 이곳에 머무르시면서 폐하와 함께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설군은 불만이 없었다.

경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경빈마마는 의술이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태의원에서 의녀로 사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용수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경빈은 흠칫 놀랐다.

“저요?”

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경빈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무, 물론이죠. 그런데 그럼 궁중 법도에 어긋나지 않나요?”

“법도는 사람이 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쉬시고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시죠.”

용수는 경빈의 의사를 확인한 뒤 말했다.

“먼저 궁에서 쉬시게. 이따 거처를 마련해 주겠네.”

용수의 말에 진설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뒤에야 용수는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야홍릉은 정란의 시중을 받으며 씻었다.

두 아이는 흔들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용수는 큰 행복을 느꼈다.

정려가 음식을 담은 쟁반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폐하, 식사하세요.”

뚜껑을 열자 생선탕의 코를 찔렀다. 침이 흐를 정도로 향긋한 냄새였다.

“어선방에서 많이 만들었으니 두 분께서 함께 드셔도 됩니다.”

정려는 말하며 국자로 탕을 떠서 두 그릇에 넣었다.

그리고 그중 한 그릇을 용수에게 주었다.

“폐하, 황제 폐하께 먼저 드리고 드시지요.”

그녀는 용수가 옆에 있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야홍릉의 시중을 들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용수가 물었다.

“식사를 마치고 더 할 일이 있느냐? 없다면 잠 좀 자거라. 정려는 편전에서 쉬는 게 좋겠다. 혹시 부를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정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녀들은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 식으로 일을 했지만 정려, 정란과 첨향 세 명의 측근 궁녀는 어제 낮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자지 못하고 야홍릉의 출산을 도왔다.

지칠 만도 했다.

어린 황자와 공주도 잠이 들었고 두 황제도 함께 있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야홍릉이 생선탕을 다 먹은 뒤 용수도 요기를 마쳤다.

정려는 식탁을 치운 뒤, 첨향, 정란과 함께 물러났다.

시녀들이 떠나자 내전은 아주 조용해졌다.

야홍릉은 침대에 누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씻고 싶어.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더니 찝찝해.”

용수는 그 말에 바로 대답했다.

“제가 안아서 모실까요?”

야홍릉은 고개를 돌리고 그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멈이 너한테 나는 지금 목욕할 수 없다고 말해주지 않더냐?”

‘음? 이게 무슨 소리지?’

용수는 당황했다.

“그게…….”

“당장은 몸을 닦을 수밖에 없다. 그냥 한 달만 참으면 돼. 한 달 뒤에 다시 씻을 수 있으니까.”

야홍릉이 말했다.

용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한마디 덧붙였다.

“불쌍하네요.”

“…….”

둘은 그렇게 잠깐 얘기를 나누다 옅은 잠에 빠졌다.

이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용수는 흠칫 놀라며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두 아기가 누워 있는 흔들 침대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마침 깨어난 야홍릉과 눈이 마주친 그는 흔들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두 아기는 깨어난 듯 눈을 뜨고 배고픈 듯,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 광경에 마음이 녹은 용수는 안아 들고 뽀뽀를 하고 싶었다.

‘역시 내 아이야. 배고프다고 떼쓰는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 수가.’

“아기들이 배고픈가 봅니다.”

용수는 먼저 딸을 들고 와 야홍릉의 옆에 눕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 아들을 안아 왔다.

“유모를 불러올까요?”

야홍릉은 그러라고 했다.

“유모를 불러온 뒤, 어서방에 가서 처리해야 할 상주서가 있는지 보아라. 아무리 바빠도 정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용수는 눈치가 빨랐다.

유모가 젖을 먹이는 자리에 남자인 그가 있는 것은 불편할 것이다. 유모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야홍릉은 유모와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용수는 젊고 예쁘며 가문이 확실한 유모 두 명이 온 것을 보고 몇 마디 당부한 뒤, 자신궁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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