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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궐황도 (234)화 (23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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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앞으로 이렇게 난폭하게 굴지 마

“매현근은 부황이 네게 보낸 사람이다. 벌을 주려고 한들 부황께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

“부황께서는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누워 계세요. 이런 불결한 일 때문에 걱정을 끼쳐드려서는 안 되죠.”

야모침은 안색이 퍼레졌다.

“공주 전하, 말씀이 심하시네요. 저희 형님이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저 녀석의 말만 믿고 그러신 거라면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매현령이 차갑게 말했다.

“내가 직접 보았는데 누명이라도 씌웠다는 말이냐? 그리고 넌 뭐냐?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내가 벌주고 싶으면 주는 것이거늘, 네가 뭔데 받아들이고 말고 하는 것이냐?”

야홍릉이 미간을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매현령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공주 전하, 이렇게 나오시면…….”

철썩!

따귀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매현령은 멍하니 서서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얼굴을 감싼 채, 능묵을 바라보았다.

그는 침착해진 뒤, 어두운 안색으로 호통쳤다.

“네, 네가 감히? 이 천한 노리개 주제가……!”

철썩! 철썩!

능묵은 다시 따귀를 두 번 갈겼다.

화청 밖에 서 있는 정려는 이 광경을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고귀하신 폐하, 이런 일에 어찌 직접 나섭니까? 손이 더러워질까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공주 전하의 앞에서 말을 공손하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안 그러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거든.”

능묵은 살기를 띤 얼굴로 말했다.

호되게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던 매현령은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디서 천한 게 감히…….”

능묵은 그의 복부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매현령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허리를 굽히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능묵은 그의 머리채를 잡고 아래로 잡아당기며 무릎으로 그의 배를 가격했다. 매현령은 비명을 질렀다.

“으악!”

“사내라면 소리 좀 지르지 마!”

능묵은 차갑게 말하며 그의 머리채를 잡고 기둥에 박았다.

둔탁한 소리는 듣는 사람들도 눈을 질끈 감게 했다.

능묵의 행동은 아주 빠르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매현령의 비명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발을 들어서 매현령의 무릎 뒤를 찼다. 그러자 곱게 자란 매현령의 뼈는 거대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매현령은 아무 반항도 못 해보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식은땀과 함께 이마에 찰싹 붙어 있었다. 안색이 창백한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능묵은 그의 머리를 내려놓았다. 매현령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배를 움켜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야모침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멍하니 앉아서 능묵이 매현령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그는 퍼레진 얼굴로 능묵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 간도 크구나!”

능묵은 그를 힐끗 돌아보더니 야홍릉의 옆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야홍릉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능묵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앉아 있는 야홍릉과 같은 눈높이였다.

야홍릉은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를 혼내는 것 같은 자세였으나 말투에 노기가 없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난폭하게 굴지 말거라.”

능묵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이 광경을 본 야모침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넌 평소 남첩을 이렇게 단속하는 것이냐?”

“입을 함부로 놀리는 자를 혼내주는 게 뭐 어때서요?”

야홍릉은 담담하게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능묵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둘째 오라버니, 다른 용건이 없으면 지금 가도 돼요. 제가 할 일이 많아서요.”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정려야, 손님 가신다.”

야모침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떠나가는 둘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는 야홍릉이 이런 태도로 일관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덟 명의 선왕부 호원들은 야모침의 지시를 듣지 못했으니 화청 밖에서 공손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호국 공주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야모침은 이를 악물고 퍼레진 얼굴로 한참 서 있다 입을 열었다.

“넷은 매 공자를 저택으로 모셔가고 다른 네 명은 나와 함께 궁으로 들어간다.”

말을 마친 야모침은 공주부를 떠났다.

‘호국 공주라는 자가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이게 뭐야? 자신을 뭐로 보는 거야? 길거리 깡패? 망나니? 아니면 병권 좀 있다고 다른 사람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권신? 이 일은 반드시 부황께 말씀드려야 해!’

그러나 공주부 밖에 나왔을 때, 야모침의 화는 차츰 가라앉았다.

화가 가라앉자 황제의 악화된 건강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 궁으로 들어가 고자질을 한다면 황제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일은 짧은 말 몇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만약 황제가 단순하게 공주의 측부들이 다툰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었다.

야모침은 조용히 서서 눈을 감았다. 순간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낮게 지시했다.

“호국 공주가 남첩과 잠자리를 하고 저택에서 측부에게 사적으로 매를 든 일, 그리고 그 남첩이 매씨 가문의 공자를 때려서 다치게 한 일을 소문 내거라. 빨리, 많은 사람이 알게 퍼뜨리거라. 그리고 조정의 어사 세 명의 어사에게도 말을 흘리거라. 어사들 요즘 할 일도 없을 건데, 상황 파악을 잘한 뒤 공주에게 벌을 주어 공주부의 기강을 바로잡으라는 상주서를 올리면 되겠구나.”

사람들은 그의 지시를 듣고 흩어졌다.

기분이 엉망이 된 야모침은 어두운 얼굴로 마차를 타고 선왕부로 돌아갔다.

야모침이 지시를 내리자마자 그 내용을 파악한 영영은 야홍릉에게 낱낱이 고했다.

“2황자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어사들을 선동해 조례에서 전하를 벌하라는 상주서를 올리게 하라고 했습니다.”

야홍릉은 뒷짐을 진 채, 창가 앞에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소란은 크게 일어나야 더 재미있어지지.”

그녀의 마음을 아는 능묵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애비.”

야홍릉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난폭한 방식이 좋아.”

그녀보다 키가 큰 능묵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천천히 상대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야 하고 인내심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와 야홍릉은 둘 다 음모를 짜는데 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을 상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대가 허점을 드러냈을 때, 기회를 노려 호되게 물어뜯는 게 좋았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을 단숨에 죽일 수는 없어도 날개는 꺾을 수 있으며 당분간은 반격하지 못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장양후 사건으로 정왕의 발을 잡아둔 것만 해도 그랬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야정연은 살인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야정연이 지금처럼 조용히 지낸다면 사람들은 야정연이 저지른 짓을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야홍릉은 사람들의 기억력을 되살리려고 한 것이다.

“유언비어가 퍼지면 야정연도 가만히 있기 힘들 것입니다. 그가 똑똑하다면 야모침의 이번 계획을 이용해 뭐라도 하려고 하겠지요.”

능묵이 말했다.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 판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면 결국에는 판의 바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야홍릉은 한 걸음 물러서서 시선을 들었다.

능묵의 준수한 얼굴을 본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애비?”

능묵은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입가에 미소를 띠고 물었다.

“왜 그렇게 보시는 것입니까?”

야홍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보더니 말했다.

“머리 숙여.”

‘뭐?’

능묵은 당황했으나 그녀의 말대로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야홍릉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대하는 손길 같았다.

“…….”

‘왜 이러시지?’

“됐다.”

야홍릉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됐다고?’

능묵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어났다.

그는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야홍릉을 바라보며 짐작했다.

“혹시 저를 아끼는 기분이 신기하신 겁니까?’

정려는 이 둘의 모습을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둘이 나누는 대화도 듣기 힘들었다. 그녀는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폐하, 무슨 그런 남사스러운 말을…… 남성국의 제왕인 폐하가 여인 앞에서 사랑을 구걸하다니요…… 정말 남첩 놀이에 푹 빠지신 건가?’

* * *

유언비어는 정말 크게 퍼졌다.

야정연은 소문을 들은 뒤,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 소문 가지고 되겠느냐?”

“전하의 뜻은…….”

“사내를 잔뜩 들이고 남첩들이 서로 질투하면서 다투는 모습을 즐기는 꼴이라니…… 자신을 황제로 보는 행위가 아니더냐? 호국 공주의 야심을 보고도 모르겠어?”

정왕부의 심복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사생활 문제로 호국 공주를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다른 일도 연루되어 있다면 모를까…….”

유언비어는 일반 여인에게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으나 야홍릉에게는 아니었다.

그녀가 소문을 신경 쓴다면 먼저 한경백을 측부로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황제가 보내온 측부를 쉽게 받지도 않았을 것이며 남첩과 잠자리를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남첩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게 내버려 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유언비어로 그녀를 무너뜨릴 수 없으나 이런 소문이 많이 난다면 언젠가 그녀를 찌를 수 있는 검이 될 수도 있었다.

“홍릉이는 요즘 너무 으스대고 있어. 그래서 좀 방심한 것 같군. 큰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야.”

야정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심복이 말했다.

“폐하께서 요즘 몸이 좋지 않으십니다.”

“괜찮다.”

야정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매화나무 가지를 꺾었다.

“소문이 며칠 퍼지게 놔둬. 손댈 수 없이 커져야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을 테니.”

“네.”

늦가을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졌다. 월말에 비가 내리자 기온이 급속도로 내려가며 진정한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제경에는 호국 공주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어떤 이들은 공주가 정조를 지키지 않고 황족의 규정을 무시하며 공주부에 남첩을 들인다고 욕했고 어떤 이들은 공주가 큰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겉보기에는 풍류스러우나 실제로는 여인의 몸으로 남자의 자리를 노린다고, 더욱이는 황위를 노린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행위가 세속은 물론 나라의 율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호되게 꾸짖었다.

소문이 점점 크게 퍼졌다.

일부 사람의 의도적인 선동으로 소문은 날카롭고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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