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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장. 닮은 기운 (107/126)

106장. 닮은 기운

건우는 신후에게 강 현과 마주쳤던 일에 대해 전했다. 신후는 집무 책상에 앉아 건우가 하는 얘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신라를 데려가려는 속셈이에요. 지금 그 자에게 가장 큰 목표는 저희가 아니라 신라입니다.”

건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기어이 함께 죽는 길을 가겠다는 건가.”

“본인 생각은 그 반대예요. 뭘 믿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최선은 둘을 가까이에 있지 않도록 하는 거야. 다른 존재에게 몸이 지배당하는 일은 그만 겪게 하고 싶어. 더군다나 신들에게는 더더욱.”

“……”

건우는 신라가 했던 말이 떠올라 주먹을 꽉 쥐었다.

- 만일 제가 저로 있을 수 없게 된다면,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 죽을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저를… 망설임 없이 죽여주세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그것은 거꾸로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알려줬다.

“무엇이 최악인지, 그나마 차악은 무엇인지까지 생각해 두셔야 합니다. 당신이 흔들리는 순간 모두 다 죽을 수 있으니까요.”

“너답지 않게 심각하군.”

“압니다. 방금 건 우선이 대사였다는 거. 하지만 제가 이런 말을 할 만큼 상황이 그렇게 됐어요. 왠지 모르게 자꾸 불길한 예감도 들고요.”

신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기대섰다. 학생들이 없는 한산한 캠퍼스에 한 송이씩 눈꽃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최선, 차악… 그다음의 차악…. 어떤 경우의 수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결말은 단 하나뿐이야. 신라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 것, 그리고 비형랑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게 만들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

그의 말에 건우는 불안함을 조금 잠재울 수 있었다. 비형랑의 세력이 가장 컸을 무렵에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신후였다.

그는 차분하게 생각하고,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실전에서는 최선의 수를 이성적으로 선택해 본인의 편을 승리로 이끌었다. 믿는 구석 없이 말부터 내뱉는 사내가 결코 아니었다.

* * *

꿈을 꿨다.

새하얀 공간을 맨발로 끊임없이 걸어 나가는 신기한 꿈이었다.

스스로가 누구이고, 그 공간이 현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걸을수록 마음이 편해져서 발이 멈추지 않았다.

- 정해진 길이 없으니 오히려 더 자유롭지 않으냐?

누군가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신라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굵직하고 낮은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 지치지 않느냐? 내가 그 걸음을 끝내게 도와주마.

‘필요 없어요.’

신라가 대답했다.

문득 그 굵은 목소리가 예전부터 들어왔던 목소리라는 것이 인지됐다.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를 일러주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당신은 누구죠?’

신라의 물음에 미지의 존재가 답했다.

- 지금은 알 필요 없다.

‘정체도 모르는 분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는 않아요.’

- 내 덕을 본 적이 있지 않느냐.

‘그렇다고 당신을 안다고 할 수는 없죠.’

- 당돌하게 말대답을 하는군.

신라는 어렴풋이 웃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미지의 존재로부터 낯익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차갑지만 온정 있고, 무게 있지만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묘한 기운은 신후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경계심이 생기기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난 듯했다.

‘왜 당신에게서 한신후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죠?’

그 질문에는 바로 답변이 들려오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나려는 것처럼 주위가 온통 환해지기 시작했다. 눈앞이 환한 빛으로 점멸할 때에서야 미지의 존재가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 나는 어둑시니의…

‘네?’

- 나는… 어둑시니의….

‘잘 들리지 않아요!’

그다음 말이 들리기 전, 몸이 흔들리면서 눈이 떠졌다.

방금 전 대화하던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울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던 것이다.

‘아니, 꿈이 맞을까…?’

톡톡. 손가락이 콧등을 두드려 상념을 깨웠다. 신후가 베개맡에 앉아 얼굴 위로 온통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무슨 꿈을 그렇게 깊이 꿔? 몇 번을 불렀는지 알아?”

“…교수님.”

신후는 피식 웃으며 고개 숙여 이마에 입을 맞추고 갔다.

“잠에서 깼을 때 정도는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줘.”

“왜 잠에서 깼을 때 불러야 하는데요?”

“잠꼬대 같아서 귀여울 것 같거든.”

신후는 침대맡 서랍장 위에 올려두었던 꽃다발을 집어 들어 신라의 품에 안겼다. 붉고 생기 있는 장미꽃이 그녀의 윤기 있는 흑발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주려고 이 밤에 찾아온 거예요?”

“응. 데이트 신청하려고.”

신라는 말없이 꽃잎을 하나하나 매만졌다. 풍겨 나오는 향이 좋아 가까이에서 맡아보기도 했다.

“고마워요. 예뻐요.”

“유치하다고 생각해도 할 수 없어.”

“그런 생각 안 해요.”

“어때. 크리스마스이브부터 그다음 날까지, 나한테 줄 수 있겠어?”

말 한마디면 수십, 수백의 여성들의 환영을 받을 남자가 꽃다발까지 들고 찾아와서 데이트 신청을 하니 신라는 왠지 장난기가 오르고 말았다. 짐짓 턱을 짚으며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를 보고 신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그래. 어디 계속 고민해봐.”

“고민하면 버리고 갈 거예요?”

“아니. 주인 잃은 개처럼 불쌍하게 여기에 있겠지.”

“안 어울려요, 한신후 씨.”

이름이 불린 게 마음에 드는지 씨익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신후가 가까이에서 신라의 뺨을 매만졌다.

“아직 나는 널 고민하게 하는 남자라는 소리지.”

“그래요. 그러니까 잘해요.”

“큭큭…. 애인한테 데이트 한 번 따내기 무척 어렵네.”

결국 환하게 미소 지은 신라가 몸을 기울여 신후의 뺨에 입 맞추고 왔다.

“좋아요. 데이트해요. 크리스마스이브도, 크리스마스 연휴도.”

“……”

어쩐 일인지 스킨십에 반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표정을 굳히며 물러나는 신후를 보고 신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삐졌어요?”

“삐지다니?”

“…키스…할 타이밍 같았는데.”

그녀가 민망하게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리자, 신후는 쓰게 웃었다. 곤란한 듯이 방 안 곳곳에 의미 없는 시선만 뿌리던 그는 결국 솔직하게 얘기했다. “지금 시작하면 못 멈춰서 그래.”

말의 뜻을 금방 이해한 신라는 잠시 스스로의 상태를 살폈다. 어깨 쪽으로 조금 흘러내린 편안한 박스티에, 침대에 편안하게 기대앉아 있는 무방비한 모습까지.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막 잠들었을 텐데, 계속 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 신라는 애꿎은 꽃다발만 만지작거렸다. 신후는 꽃다발을 쥐고 있는 신라의 한쪽 손을 가져가 손바닥에 지그시 입을 맞췄다.

어느새 신라의 눈가에도 한가득 열꽃이 피어올라 있었다. 그의 입술이 손바닥에서 옮겨 다닐 때마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남자의 얼굴은 가뜩이나 조각 같아서, 손가락 사이로 솟아 있는 잘 뻗은 콧대와 차분히 감겨 있는 깊은 눈매에 자꾸만 넋을 놓게 되었다.

“잠… 이따 자면 안 돼요?”

허락과 같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신후는 꽃다발을 침대 아래로 던져버리고 신라를 침대에 눕혔다. 꽃다발과 어울리도록 입고 온 정장과 넥타이는 순식간에 꽃다발 옆으로 떨어졌다. 신라는 다급한 마음에 스스로 박스티를 벗었다. 브래지어를 하고 있지 않아 단숨에 신후와 같은 맨몸이 됐다.

“좋은 냄새가 나네.”

신후는 그녀의 목덜미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며 속삭였다. 그 감촉에 목덜미부터 오소소 소름이 돋아난 신라가 한차례 몸을 비틀었다.

“당신도요.”

“몸이 따끈하게 익어 있어. 아픈 건 아니야?”

“자다 일어나서 그런가 봐요.”

신후는 그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그러쥐었다. 차가운 그의 체온 탓에 살짝 닭살이 돋아난 살갗이 보였다. 그는 온기를 전하기 위해 입김을 붐과 동시에 혀와 입술로 핥아냈다.

“흐….”

양쪽 가슴이 희롱당하는 동안 신라는 안달 난 감각에 다리를 베베 꼬았다. 잘 정리돼 있던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달아.”

맛있게 입맛을 다신 신후는 조금 내려가 신라의 꼬인 허벅지를 풀어냈다. 그리고 살짝 벌려 조금 젖어 있던 그녀의 속옷 위로 입술을 묻었다.

“아…!”

음부를 가린 얇은 천이 신후의 타액으로 흠뻑 젖어 들어갔다. 아니, 그의 타액인지 신라의 애액인지 알 수 없었다. 신라는 발끝을 가늘게 떨며 신음을 쏟아냈다.

천 너머로 집요하게 입구를 찾는 그의 혀 놀림에 하반신이 물 먹은 듯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뜨거운 꿀물이 은밀한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찐득한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남자가 이토록 집요하게 그곳만을 혀로 적시고 빨아댈 리 없었다.

“뜨… 뜨거…워!”

“후으….”

신후는 신라가 입고 있는 마지막 속옷을 벗겨냈다. 힘 조절을 못 해 도중에 찢어져 그대로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달군.”

“그…만…. 흡!”

젖은 입술로 진하게 미소 지은 남자가 다시 한번 드러난 음부에 입술을 묻는다. 천이 없어지자 더 적나라한 감각이 은밀한 곳에서 뛰놀았다. 신라는 고개를 비틀고 침대 천을 구겨 쥐며 입술을 꽉 물었다. 설상가상 그의 긴 손가락이 내부를 비집고 들어와 느끼는 부위만 반복적으로 문질러댔다.

“아아…! 아!”

“예뻐, 유신라….”

신후는 신라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있었다. 긴 머리칼이 땀에 젖어 흐트러진 모습이 안타깝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애달픈 표정으로 손을 뻗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곧 절정에 접어들 거라는 신호였다. 신후는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올라가 짧게 입 맞췄다.

“아읏…!”

가녀린 몸이 기댈 곳은 하나뿐이라는 듯이 와락 안겨 왔다. 파르르 떨리는 몸이 애처로워 다시 한번 입을 맞춰줬다.

“괜찮아?”

“흣… 으….”

신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신후는 이미 굵고 단단하게 서 있던 자신의 성기를 신라의 젖은 입구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짤막한 신음이 들린 순간 뿌리까지 단숨에 집어넣자, 채 가시지 않았던 오르가슴을 또 한 번 느끼고 파들파들 떨리는 여인의 몸이 있었다.

“천천히 할게.”

“으, 응….”

달빛이 어슴푸레 두 사람의 몸을 비췄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어진 벅찬 감각만으로 둘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서로를 느끼고 탐하는 그들의 행위는 창가에서, 소파에서, 그리고 씻으러 함께 들어간 욕실에서까지 줄곧 이어졌다. 그동안 몇 번의 절정을 맛본 신라는 스스로 서 있기 힘든 지경까지 되었다.

신후의 마지막 사정을 끝으로, 두 사람은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신라의 젖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던 신후가 말했다.

“어서 편하게 자.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당신은요?”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선잠에 잠시 들 거야.”

“내가 어떻게 보답해주면 돼요?”

신라가 나지막이 물었다. 신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어 줘. 그거면 돼.”

“당신도 약속해요. 그 자리에 계속 있겠다고.”

신후는 걱정 말라는 듯이 입가를 당겨 웃었다.

“네 옆이 내가 죽을 때 있을 자리야.”

만약 정말로 먼 훗날 당신이 내 품에서 떠나게 된다면, 나는 그때 당신에게 지금보다 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있을까. 언제든 내 품에 와 편히 안길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을까. 그때까지 아무 일 없이, ‘살아’ 있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작게 중얼거린 신라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신후의 세단이 조연사 근처 길에 세워졌다. 신라가 원했던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특이하게도 이 조연사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얼굴도 기억 안 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크리스마스이브였어요.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 꼭 절에 와서 기도를 드렸어요.”

처음 들었을 때 행선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신후는 그 이유를 듣자마자 바로 수긍했다.

마당을 쓸고 있던 형철이 계단을 올라오는 신라를 발견하고 반색하며 달려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괜히 추운 밖을 서성이며 신라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그다.

하지만 뒤따라 걸어오는 신후를 보고 그의 표정이 점점 사라졌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이곳을 찾아왔다는 건, 두 사람이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고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신라는 누군가와 함께 조모의 기일을 기리러 온 적이 없었으니까.

“안녕, 형철아.”

형철은 한 박자 늦게 신라의 인사에 답했다.

“그래. 추운데 오느라 고생했지?”

“아니야. 상쾌하고 기분 좋아.”

형철은 신라의 옆으로 다가와 선 신후를 바라봤다.

“같이… 오셨네요.”

신후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데이트 첫 코스거든.”

“두 사람… 사귀게 된 겁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신라가 했다.

“응….”

형철은 최대한 덤덤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 기도 자리 마련해놨어.”

돌아서서 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형철을 바라보며 신라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다짐과 같았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 천천히 할게. 네가 뒷걸음질 치던 것도 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아. 난 계속해서 네 친구로, 때로는 오빠처럼, 가족처럼, 항상 이렇게 있을 거야. 어디 안 가고.

신라의 어깨를 감싸 쥔 신후가 그녀를 데리고 형철을 따라갔다.

흰 눈송이가 하나둘씩 조연사로 내려앉고 있었다.

조연사에서 기도를 마치고 내려온 두 사람은 근사한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도심으로 향했다. 신후가 잘 아는 양식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가기로 했다.

조수석에서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신라를 발견한 신후는 라디오를 작게 틀었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팝송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안 추워?”

신후는 손을 뻗어 히터의 온도를 확인했다.

“딱 좋아요.”

“배 많이 고프겠네.”

“괜찮아요.”

입가를 당겨 웃으며 머리를 살짝 매만지고 가는 신후를 보고, 신라는 오늘 꿈에서 만났던, 아니 목소리만 들었던 존재를 다시금 떠올렸다.

“가족들은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했었죠?”

“응. 영력이 어느 정도 있는. 그건 왜?”

“어쩐지… 당신이랑 비슷한 기운을 가진 자를 만난 것 같아서요.”

“어디에서?”

신라는 말을 꺼내기를 망설였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그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신후의 눈빛은 이미 다음 말을 짐작한 사람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민망함을 참아내며 사실대로 얘기했다.

“꿈…에서요.”

“…그래?”

마침 신호가 바뀌어 멈춰 있던 차가 다시 미끄러져 나갔다. 신후는 운전에 집중하는 것처럼 앞 유리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전대를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그의 손이 그가 깊은 생각에 빠졌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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