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외전 1_두 번째 초야 (3)
아네타를 향한 칼로스의 욕구는 가라앉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그 증거로 한껏 벌어진 내벽 사이를 꿰찬 검붉은 기둥의 기세는 여전히 흉흉했다.
질 점막이 내부를 채운 성기의 모양을 따라 수축을 반복하자 그에게 전해지는 자극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것은 아네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미동도 않는 그의 성기를 의도치 않게 조이고 푸는 과정에서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살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이 아닌, 단순한 이물감만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칼로스는 그를 귀신같이 눈치챘다.
“움직일게.”
통보와 함께 아직 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던 성기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언제 유예를 두었냐는 듯 가차 없이 꿰뚫자, 아네타는 몸이 관통되는 듯한 통증에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아네타는 그마저도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칼로스는 누구도 그녀의 몸에 상처를 내는 일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것은 자신이나 그녀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입술을 벌리고 들어간 칼로스는 달래듯 입 안을 부드럽게 헤집으면서도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고통에 찬 신음은 모두 타액과 함께 그의 입 안으로 삼켜졌다. 가끔 한 번씩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밭은 숨이 서로의 얼굴 위로 흩뿌려졌다.
“후, 그만, 그만 칼로스.”
아네타는 숨을 쉬기 버거워지자 칼로스의 상체를 밀어냈다. 그는 순순히 입을 떼었지만, 문제는 칼로스가 제 성기를 박아 넣는 일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한계까지 서다 못해, 가끔 꿈틀거리기까지 하는 기둥이 여린 점막을 수없이 마찰하자 젖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젖어 가는 것은 비단 아랫도리뿐만이 아니었다. 전율이 오르듯 짜릿한 감각에 신음하는 목소리 또한 열락에 젖어 갔다.
“아흣, 하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은 더는 고통에 찬 이의 것이 아니었다. 흥분한 와중에도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칼로스는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든 배려를 거두었다.
그때야말로 진정한 시작이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전초전이었다는 것처럼 칼로스의 기세가 완전히 돌변했다. 더는 거칠 게 없어진 그는 스스로 걸었던 제약을 거두고 본능에 몸을 던졌다.
굵은 선단이 내벽을 우악스레 긁자, 열기 맺힌 살갗은 더욱 뜨겁고 부드럽게 아래를 빨아들였다.
질펀하게 젖어 버린 구멍이 제 것을 물어 대는 광경에 칼로스의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하아. 아네타. 당신이 얼마나 야하게 내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모르지? 이 광경을 직접 보여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울 지경이야.”
칼로스는 들끓는 욕망이 담뿍 묻어나는 목소리로 저속한 말들을 쏟아냈다.
거친 숨결을 동반한 속삭임에 아네타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는 꼭 이럴 때에만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굴었다.
“다음엔 침실에 거울이라도 들여놔야겠어.”
“그런 건, 흐응. 꿈도 꾸지, 마!”
“당신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거울은 포기할게. 그 대신, 이렇게라도 보여 주고 싶어.”
“흐으, 대체 뭘 하려는…… 칼로스!”
칼로스는 아네타의 머리맡에 있던 베개를 모두 끌어와 그녀의 허리 뒤에 받쳤다.
아네타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것을 넣은 채로는 무리였다.
허리가 들리자 자연히 접합부가 눈에 들어왔다. 칼로스의 말대로 그녀의 입구는 그의 것을 오물대며 씹어 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연한 얼굴로 그것을 응시하던 아네타는 여느 때보다 열렬한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그녀 앞에서 온순하게 빛나던 금안이 육욕에 사로잡혀 위험한 빛으로 번뜩였다.
칼로스는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위에서 아래로 제 물건을 내리꽂았다.
퍽퍽. 살갗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살 기둥이 더 깊숙하게 안으로 찔러들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내 걸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잖아.”
“하아, 아!”
그때마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아네타의 다리가 자꾸만 흘러내렸지만, 칼로스는 발목을 잡아 더 단단히 붙들며 허리를 놀렸다.
“기, 깊어! 이건 너무……!”
“좋다고? 나도 좋아, 아네타.”
칼로스가 저 좋을 대로 대답했지만,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 아네타에게 그것을 바로잡을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칼로스는 쉴 틈 없이 열렬하게 추삽질을 하며 아네타의 몸을 탐했다.
빠르게 출납하는 성기를 따라 내벽이 딸려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길 반복했다.
지독히도 선정적인 광경이 시각을 자극하자, 먼저 절정에 오른 사람은 아네타였다.
“아흐응!”
아네타가 높게 신음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그러나 칼로스는 아직 멀었다는 듯 아네타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 아네타, 아네타.”
칼로스는 마치 애원하듯 물기 어린 목소리로 아네타의 이름을 불러 댔다. 흥분으로 인해 발갛게 물든 눈가에 연신 입을 맞추면서도 그는 굶주린 짐승처럼 허리를 움직일 뿐이었다.
끝까지 뺐다가 다시 뿌리까지 밀어 넣는 것을 반복하자, 교성을 내지르는 아네타의 손가락이 곱아들었다. 손끝은 물론 발끝까지 덜덜 떨렸다.
그가 넣고 빼는 것을 반복할 때마다 접합부 틈새로 줄줄 흘러나온 투명한 애액이 그의 성기를 타고 흘렀다. 고환에 맺힌 그것은 시트 위로 떨어져 흔적을 남겼다.
잡고 의지할 것이 없어 연신 주변을 더듬던 아네타는 유일하게 손에 걸리는 시트를 찢을 듯 움켜쥐었다. 벗은 가슴이 부풀었다 꺼지길 반복했다.
“흑, 으응, 흐으윽!”
괴로울 만큼 격렬한 쾌감에 아네타는 또 한 번 절정에 달했다. 내벽이 쥐어짜듯 기둥을 옥죄자, 마지막으로 거칠게 허리를 쳐올린 칼로스가 짧은 탄식과 함께 파정했다.
내벽을 때리며 쏟아지는 탁액에 아네타의 허리가 한 차례 들썩였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쳐 눈을 감은 채 숨을 헐떡였다.
칼로스는 어깨에 걸쳤던 아네타의 다리를 내려주었다. 그의 의도하에 두 다리가 방만하게 벌어졌지만, 아네타는 그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절정의 여운에 몸을 떨었다. 벌써 세 번째였으니 맥을 못 출 만도 했다.
“아!”
칼로스가 아직 그녀의 안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성기로 내벽을 얕게 들쑤시자 잔류하는 쾌감에 하얀 허벅지가 파르르 경련했다.
칼로스는 그 잔 떨림에 시선을 빼앗겨 연신 그곳을 어루만졌다. 사정을 통해 기세가 조금은 누그러들었던 성기가 다시금 본래의 위용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읏, 당신. 왜 다시 커지는 건데?”
“아네타. 내가 한 번만 하는 거 봤어?”
아네타는 다시금 밀부를 넓히는 그의 성기를 느끼며 기겁했지만, 칼로스는 뻔뻔했다. 여과 없이 욕망을 쏟아냈지만, 그게 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던 시절, 형식적인 부부 관계를 가질 때에도 서너 번 정도는 기본이었기에 한 번으로는 턱도 없었다.
칼로스는 아네타의 밀지에 넣었던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입구를 막고 있던 것이 빠지자, 눅진하게 풀어진 입구가 떠나간 것을 찾아 벌름거렸다. 칼로스는 그 사이로 재차 제 성기를 박아 넣었다.
“하읏! 아, 아아!”
다시 한번 시작된 행위에 아네타의 머릿속이 엉망으로 엉켜들었다. 조명이 깜빡이듯 눈앞에서 빛이 터졌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끈적한 액체는 살이 마찰될 때마다 사방으로 튀었다. 엉망으로 뒤섞인 체액은 누구의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장관이네. 이게 다 누구 걸까, 아네타.”
칼로스는 허벅지를 잡아 벌린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한층 더 엉망이 된 접합부를 꾹꾹 눌러 대던 칼로스는 손을 옮겨 음핵을 어루만졌다.
내가 그걸 알 리가 있나. 가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아네타는 그리 생각했다. 원하는 대답이 따로 있겠지만, 그를 자극하는 건 더는 사절이었다.
“내가 이 모습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또 욕망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아네타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칼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위에 집중했다. 아네타는 아래에서 위로 치받는 힘에 몸을 들썩였다.
칼로스는 후벼 파듯이 꾹 눌러 박으면서도, 손으로는 빠르게 음핵을 문질렀다. 크기를 불린 음핵은 그의 손길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아네타는 더 많은 물을 쏟아 냈다.
가파른 언덕을 뛰어올라가듯 고지에 달할수록 숨은 더욱 거칠어졌다. 이러다 심장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맥박이 빨라졌다.
“아응, 아! 하아!”
아네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쾌감에 못 이겨 칼로스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칼로스는 그것이 퍽 기꺼운 듯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세상 소중하다는 듯 어루만져 주면서도, 아래로는 자비 없이 그녀를 몰아붙였다. 위와 아래가 따로 노는 모양새에 아네타는 그의 밑에서 정신없이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끝에 아네타의 허리가 활대처럼 낭창하게 휘었다. 머지않아 칼로스 역시 정액을 사출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칼로스는 더는 못 하겠다며 자신을 밀어내는 아네타를 달래 가며 사욕을 채웠다. 아네타의 침실에서는 날이 밝도록 신음이 끊이질 않았다.
***
아네타가 깨어난 것은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무렵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칼로스 때문에 해가 뜰 때까지 시달리다 까무룩 기절했던 그녀는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익숙한 이의 눈동자였다.
“잘 잤어?”
밤새도록 아네타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는 한껏 눈매를 휘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가 지난밤에 행한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만하자고 애원하는 아네타를 끌어안고 짐승처럼 추삽질을 해댔다. 그 결과, 아네타는 극심한 쾌감에 눈물까지 쏟아 내야만 했다.
정말이지 대단한 체력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누구 씨 덕분에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나와 같은 사람이 맞기는 한 걸까. 아네타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 그가 대신 뒤처리를 해 준 것인지, 엉망으로 튀어 치덕거리던 체액이 말끔히 닦여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네타는 제 몸 곳곳에 자리 잡은 키스 마크를 내려다보았다.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수가 한참은 더 늘어 있었다.
그것을 보니 자연히 자신을 보며 음흉하게 웃을 시녀들이 떠올랐다.
“……이거 다 사라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안 사라져. 내가 매일 다시 새길 거거든.”
“매일 하게 해 준다는 말은 안 했는데.”
“안 돼?”
칼로스는 눈매를 아래로 늘어뜨리며 물었다.
“안 돼. 내 허리가 남아나지 않을 거야.”
제법 애처로운 모양새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아네타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못 박았다. 그의 욕구에 온전히 몸을 맡긴다면, 복하사는 일도 아닐 터였다.
“너무해.”
“당신이 더 너무해.”
하룻밤 사이에 몇 번을 더 절정에 올랐던가. 그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그녀에게 너무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참아 왔는데.”
“듣고 보니 궁금하네. 그동안 어떻게 그 넘치는 정욕을 누르고 살았는지.”
“그거야 허벅지를 찌르면서…….”
“찌르면서?”
“혼자 했지. 당신 얼굴, 당신 몸을 떠올리면서. 당신이 눕던 자리에 당신 향수를 뿌리고, 그 옆에 누워서 내 성기를…….”
“변태.”
아네타는 자신이 했던 짓을 세세히 늘어놓으려 하는 칼로스의 말을 재빨리 끊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는지, 허벅지 부근에 닿은 그의 성기가 딱딱하게 굳은 채로 꺼떡거렸다.
“예전에도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난 당신 한정으로 변태라고.”
칼로스는 제 물건을 부드러운 살결에 은근히 문지르며 요사스럽게 웃었다.
아네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채고 서둘러 침대 밖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그보다는 칼로스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도로 침대에 눕히는 게 더 빨랐다.
“하지만 이제 혼자 할 일은 없겠지. 당신이 있으니까.”
칼로스는 그렇지? 하고 동의를 구해 왔다. 아네타에게 부정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칼로스는 제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입술을 부딪쳐 왔다. 손쉽게 우위를 점한 그는 체중으로 아네타를 눌렀다.
또다시 열락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