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외전 1_두 번째 초야 (2)
“여긴 여전히 민감하네.”
제 아무리 아네타라고 해도 성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에 의연할 수 없었다.
자신 역시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런 곳을 빤히 응시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네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민망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수치심은 흥분을 더욱 고조시켰다.
“후.”
그가 한숨처럼 불어낸 숨이 밀부를 간질였다. 둑 터진 듯 체액이 흘러나왔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그것에 아네타는 앓는 소리를 내며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뜻대로 될 리가 없었다.
눈앞에 드러난 질구가 뻐끔대며 애액을 쏟아 내자,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칼로스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했다.
본래 본능을 가장 충동질하는 순간은 고지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인내가 무너지고, 자제력이 사라진다. 칼로스의 상황이 그랬지만, 그는 여전히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칼로스는 조금 더 인내하기로 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코가 아릴만큼 단내가 풍겨왔다. 그는 그대로 그 향기가 풍겨오는 근원지에 혀를 덧그렸다.
“하아, 그냥, 읏! 어서 넣어 줘.”
그러나 아네타는 자신이 원하는 건 다른 것이라는 듯 헐떡이며 말했다. 그러나 칼로스는 그에 응해 주지 않았다.
“아직 안 돼. 여기 먼저 풀고 넣어야 다치지 않아.”
칼로스는 타이르듯 말하며 제게 붙잡힌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어떤 방법이 그녀에게 가장 효과적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칼로스는 질구에 혀를 밀어 넣었다. 물컹한 혀가 안으로 파고들어 내벽을 휘젓자 아네타의 허리가 들썩였다.
그의 입술이 맞닿은 곳에서는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도무지 고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가 내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만큼 노골적인 소리였다.
칼로스는 제 혀를 조여 오는 내벽에 혀를 찔러 넣었다 빼는 것을 반복했다.
아네타는 자신이 그의 행위를 돕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 허리를 움직였다.
“칼로스, 흐읏, 칼로스. 아아!”
칼로스의 이름은 신음과 뒤섞여 나왔다. 그 야릇한 울림은 그에게 또다시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기분 좋게 휘어진 입술 사이로 길게 빼문 혀의 움직임은 한층 더 능란해졌다.
“하아…….”
아네타는 끝내 가벼운 절정에 올랐다.
칼로스는 단물을 받아 마시듯 남김없이 그녀의 음부를 적신 체액을 삼켰다.
그는 아네타의 다리 사이를 적신 것이 자신의 타액인지, 아니면 그녀에게서 나온 애액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팔다리를 힘없이 늘어뜨린 채, 자신을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아네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손길로 헝클어져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넘겨 주었다.
“벌써 지치면 안 돼, 아네타. 난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아직 시작도 안 한 거면 방금까지 한 건 뭔데?”
“전희지. 그것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고.”
칼로스는 방금까지 제 혀가 들락거리던 곳에 손가락 끝을 넣고 입구를 문질렀다. 어느 정도 풀린 것으로 보이는 내벽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이것 봐. 내가 뭐랬어. 손가락 하나 넣는 것도 벅차잖아.”
그대로 넣었다면 분명 다쳤을 거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넣자, 그녀의 안이 빠듯하게 조여 왔다. 계속 이 상태라면 제 것을 넣는 건 꿈도 못 꿀 터였다.
칼로스는 아네타의 안에 들어간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내벽을 꾹꾹 눌렀다.
뼈대가 굵고 곧은 손가락이 자꾸만 안에서 움직이자 아네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괜히 먼저 그를 도발한 것이 아닐까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듯 칼로스는 아네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칼로스는 입구가 부드럽게 풀릴 때까지 정성스럽게 아네타의 질구를 애무했다. 그때까지 아네타는 칼로스의 품에 안겨 한참을 신음하다, 한 번 더 절정을 맞이한 뒤에야 가까스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애석하게도 그 힘없는 움직임에 칼로스가 밀려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아네타의 맨 허리에 팔을 더욱 단단히 감으며 버텼다. 잔류하는 쾌감 탓인지 그 별거 아닌 움직임에도 몸이 떨렸다.
“지금 날 밀어내는 게 그만하라는 뜻이라면 들어주지 않을 거야. 먼저 날 자극한 건 당신이었으니까.”
“그럴 일 없으니까 당신도 어서 옷이나 벗어. 나만 발가벗고 있는 건 억울하잖아.”
아네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로스는 제 셔츠 자락을 잡아 뜯었다.
투두둑, 선명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단추는 그의 안중에도 없었다. 상체를 드러낸 칼로스는 곧장 바지 앞섶으로 손을 가져갔다.
버클을 푼 것은 그였지만, 바지를 끌어내린 사람은 아네타였다. 그렇게 드러난 검은색 드로우즈 아래에는 제 존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성기가 있었다.
아네타는 그가 자신에게 그랬듯 마지막 남은 천마저도 내려 버렸다. 그 과감한 행동에 놀란 칼로스의 두툼한 가슴이 한 차례 들썩였다.
하지만 아네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왼쪽 허벅지 쪽으로 수납되어 있던 그의 성기가 속옷이 내려가기 무섭게 튕겨져 올라온 까닭이었다.
마치 해방되길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건장함을 뽐내는 그것에 아네타는 할 말을 잃었다.
“…….”
오랜만에 마주하는 그의 물건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위용을 자랑했다. 언제 봐도 기가 질리고 적응이 되지 않는 외양이었다.
어떻게 그 일을 잊고 있었을까. 아네타는 칼로스와 관계를 가지기 시작한 시기를 떠올렸다.
그녀의 안은 좁았고, 그는 너무 커서 함께 밤을 보낼 때마다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있었다.
칼로스에게 익숙해진 것은 그로부터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같은 과정을 또 한 번 겪게 될 위기에 처하자, 아네타는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그러곤 제 손으로 벗겨낸 드로우즈를 도로 올려주려 했지만, 칼로스가 그것을 막았다.
“왜 그래, 아네타. 무슨 문제 있어?”
아네타는 몰라서 묻느냐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내 삼켜 냈다. 그러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그의 뻔뻔한 얼굴과 성기를 번갈아 보았다. 말 그대로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몸이었다.
아네타는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과 함께 슬슬 제 허리의 안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내일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지금 저 위세로 봐서는 무엇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발로 건드렸던 때보다 더 커질 수 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아네타는 삽입은 그의 기운을 조금 빼놓은 뒤에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전처럼 동 틀 때까지 시달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번엔 내가 해 줄게.”
아네타는 거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그의 물건을 손에 쥐었다. 핏줄이 툭 불거진 물건을 감싸자, 손 아래에서 그의 맥박이 요동쳤다.
부드러운 손 안에 제 성기가 들어가자 칼로스는 몸을 움찔거렸다. 검붉은 색으로 달아오른 성기와 그것을 감싸 쥔 흰 손의 대비는 시각적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아네타는 그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감싸기엔 버거운 크기 때문인지 몇 번 반복하기 무섭게 손아귀가 뻐근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성기 끄트머리에서 투명한 선액이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아네타는 칼로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사정감을 참아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를 더 괴롭히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아까 그가 제게 했던 것들에 대한 설욕전이라면 설욕전이었다.
그사이 선액은 느리게 기둥을 타고 흘렀다.
아네타는 그 위로 손을 뻗었다. 액을 펴 바르듯 선단을 문지르니 점액 같은 액체가 손끝으로 길게 늘어졌다.
아네타는 일부러 그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검지 끝으로 간질이듯 기둥을 훑고 내려왔다.
애무보다는 손장난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그의 복부에는 점차 힘이 들어갔다. 끝으로 입김을 불자,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칼로스는 짧은 신음과 함께 아네타의 손 안에서 파정했다. 그러나 그의 성기는 여전히 빳빳이 선 채로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아네타. 장난은 재밌었어?”
그리고 그것은 칼로스의 기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를 더욱 낮게 깔자 아네타는 아차했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래도 전희는 이쯤 해 두는 게 좋겠어. 풀기도 다 풀었고, 이젠 정말 한계거든. 당신 생각도 나와 같으면 좋겠는데.”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빗나가는 법이 없다.
칼로스는 아네타를 두 팔 사이에 가두었다. 이윽고 제 흔적을 쏟아냈던 손을 잡아다 침대 시트에 문질러 닦았다.
아네타의 손목을 놓자마자 그의 손이 향한 곳은 자신의 성기였다. 기둥을 잡아 아네타의 밀지에 겨눈 칼로스는 그 위로 뭉툭한 선단을 툭 가져다 댔다.
금방이라도 안으로 밀고 들어올 것 같은 모습에 아네타는 긴장하며 물었다.
“오랜만에 하는 건데, 당신 게 내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이러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칼로스는 아네타의 발목을 붙잡아 제 어깨 뒤로 넘겼다. 졸지에 민망한 자세가 됐지만, 아네타는 가만히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는 그대로 성기를 밀어 넣지 않고 곧추선 기둥으로 음부를 앞뒤로 문질렀다.
툭 불거진 핏줄이 음핵을 스칠 때마다 아네타의 입에서 기분 좋은 신음이 샜다.
“으응!”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마찰되자 다리 사이가 다시금 젖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칼로스가 양쪽으로 자리한 여린 살 사이로 움직이자, 흠뻑 흘러나온 애액이 기둥을 적셨다.
“충분히 젖었으니까 이제 당신 안에 넣을 거야.”
칼로스는 그 말과 동시에 아네타의 질구에 선단을 가져다 댔다. 뭉툭한 끝이 천천히 파고들었다.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해 쉴 새 없이 그녀의 몸을 애무했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흣!”
아네타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굳었다. 단단한 성기가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처음 그를 받아들였을 때와 같은 격통이 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칼로스는 시작부터 제 물건을 완전히 밀어 넣고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반이 조금 안 되게 성기를 넣은 그는 허리를 움직이기보다는 다른 자극을 가하는 것을 택했다.
칼로스가 엄지로 제 것을 받아들인 접합부를 뭉근히 문지르자, 내벽이 거칠게 꿈틀댔다.
성기를 감싼 질이 그의 기둥을 쥐어짜낼 듯 억세게 조여들었다.
“윽, 아네타…….”
칼로스의 입에서 탄식이 절로 새었다. 흡사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은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