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외전 1_두 번째 초야 (1)
아네타는 몸을 긴장시키며 눈을 감았다. 칼로스가 거칠게 입술을 삼켜 온 까닭이었다.
아네타의 도발에 통제를 잃은 칼로스에게 여유란 없었다. 본능에 몸을 맡긴 그의 혀는 아네타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붉은 살덩이는 사냥감을 쫓듯 입 안을 정신없이 헤집어 놓았다.
가지런한 치열부터 볼 안쪽의 점막까지 집요하게 훑었다.
그의 혀가 주춤대며 물러나는 그녀의 혀를 잡아챈 것은 그때였다.
사냥감의 목을 휘어잡듯 단번에 혀를 얽은 그는 혀뿌리를 간질이듯 훑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해 거칠게 빨았다.
혼을 쏙 빼놓는 움직임이었다.
입 안에 맺혔던 열기는 어느덧 전신으로 퍼졌다.
아네타는 그에게서 옮겨붙은 열망에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연신 허리께를 맴돌던 손이 별안간 밑으로 내려갔다. 칼로스는 끈덕지게 입을 맞추고, 타액을 삼키면서도 여전히 욕망에 젖은 눈을 하고 있었다.
미끄러지듯 내려간 손은 제 갈급함에 불을 지폈던 존재를 찾아들었다.
허벅지에 매어 둔 웨딩 가터가 손에 걸리자, 그는 그 위를 어루만졌다.
아네타는 그 틈을 타 입술을 떼었다. 다른 때였다면 끈질기게 따라붙었을 테지만, 지금 그의 관심은 가터에 집중된 상태였다.
“마음에 들어?”
아네타는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몰라서 묻는 거야? 과연 마음에 들기만 할까?”
서둘러 그녀가 신은 신발을 벗겨 낸 그는 가터 아래의 틈새로 손을 넣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레이스가 자연히 그의 손등에 얹어졌다.
부드러운 살결에는 가터에 눌린 흔적이 옅게 남아 있었다.
칼로스는 손끝으로 그것을 덧그리다, 곧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손 아래로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에 아랫배가 절로 묵직해졌다.
“당신 때문에 미칠 것 같아.”
칼로스의 입술 사이로 꽉 막힌 듯한 음성이 흘러나오자, 아네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내가 입으로 벗겨 줘야 하는 거 맞지?”
칼로스의 얼굴에서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드러났다.
“당신이 그런 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들어본 적 있어. 당신이랑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아, 그래서 이걸 보는 순간 여기가 이렇게 된 건가?”
아네타는 발끝으로 칼로스의 다리 사이를 툭 건드렸다. 더 정확히는 하의 아래로 도드라져 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그의 물건을.
“윽, 아네타!”
자극이 가해지자 칼로스의 입에서 앓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네타는 바로 그에게서 발을 뗐다.
“역시 섰네.”
사실 아네타는 아까부터 그의 상태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밀어붙이기 전까지 그의 무릎에 앉아 있었으니 당연했다. 엉덩이 아래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자꾸만 그 크기를 불리는데 모를 수가 있나.
부끄러움은 없었다. 그와 밤을 보낸 횟수는 결코 적지 않았고, 그만큼 서로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이렇게 예쁜데 서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문제가 있는 거지.”
“그래서 벗겨 줄 거야, 말 거야?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내 손으로 벗을지도 몰라. 당신만 급한 게 아니거든.”
아네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터에 제 손가락을 걸었다.
“안 돼, 아네타.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가만히 있어 줘.”
칼로스는 재빨리 손을 뻗어 아네타를 저지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다리를 잡아 올리자, 치맛자락이 흘러내려 밀부를 가린 속옷이 드러났다.
그 아슬아슬한 광경에 침을 꿀꺽 삼킨 칼로스의 입술은 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가터와 살갗의 경계에 비스듬히 입술을 댄 그는 잘게 입맞춤을 퍼붓다가, 가터를 물었다.
머리로는 벗겨 내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착실히 그것을 물고 발목 쪽으로 끌었다.
가터가 지나는 곳마다 그의 숨결이 스쳐 아네타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떨림은 칼로스를 더욱 자극했다.
“침대로 가자.”
그는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 가터를 팽개친 뒤 아네타의 몸을 들어올렸다. 지금부터 얼마나 그녀를 괴롭히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편한 곳으로 가야 했다.
서둘러 침대로 아네타를 데리고 간 칼로스는 그녀의 단정한 목덜미를 입술로 지분거리며 등 뒤로 손을 뻗었다.
드레스 단추를 하나하나 풀 여유는 없었기에 힘을 주어 상체를 감싼 천을 당기자, 단추가 뜯겨져 나갔다.
튕겨 나가는 그것들을 보는 아네타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었다.
옷이야 다시 사면 그만이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제게 안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깟 것이 무슨 대수일까. 그녀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칼로스는 속옷과 드레스를 한 번에 끌어내렸다.
“도와줄게.”
“그럴 여유, 이젠 없을 텐데.”
칼로스는 아네타를 밀어 눕혀 또다시 우위를 점한 뒤 드레스를 완전히 벗겨 냈다.
그만 급한 게 아니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새하얀 가슴 위로 바짝 서 있는 유두가 그녀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증명했다.
칼로스는 아네타의 가슴을 손으로 쥐었다. 부족함 없이 손 안에 꽉 차는 것이 묘한 만족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당신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마음껏 당신을 만질 수 있는 지금이 꿈만 같아.”
칼로스는 엄지로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 문질렀다. 움켜쥐는 대로 변하는 모양은 그를 흡족하게 했다.
양 가슴 사이로 얼굴을 묻자 그녀 특유의 체향이 코끝을 스쳤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칼로스는 꽃향기에 이끌린 나비처럼 반대쪽 가슴에 입을 맞추었다.
주변을 배회하듯 유륜을 훑던 것도 잠시, 그의 입술은 유독 붉은 빛을 띠는 중심을 머금었다. 입술 사이에 물고 혀로 살살 간질이는 행동에 아네타는 애가 탔다.
예민해진 감각은 빠르게 몸을 달구었고, 조바심이 나게 했다.
“애 태우지 말고 더 세게 해 줘.”
아네타는 그리 말하며 손을 뻗어 칼로스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행위를 부추기는 요구에 칼로스의 다리 사이가 더욱 묵직해졌다. 그러나 아직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갈 때가 아니었다. 오랜만에 맺는 관계였기에, 그녀의 몸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흣!”
칼로스는 입술을 조였다 풀며 유두를 힘껏 빨았다. 입 안이 좁혀지자, 더욱 예민해진 정점에 점막이 스쳤다.
바라던 대로 더 강해진 자극에 그녀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는 머리 위에서 아네타가 내뱉는 옅은 숨소리를 들으며 물었다.
“흔적 남겨도 돼?”
칼로스가 입을 열자, 타액으로 범벅된 가슴에 입김이 스쳐 아네타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안 보이는 곳에만 남겨.”
한 박자 느리게 떨어진 허락에 칼로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내렸다.
보이는 곳에 대놓고 키스 마크를 새길 생각은 그 역시 추호도 없었다. 그것을 보고 아네타를 대상으로 더러운 상상을 할 이들을 생각하면 살의가 들끓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보다는 제 아래에서 쾌락에 몸을 비트는 아네타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칼로스는 아네타의 가슴 곳곳을 누비며 살갗을 빨아들였다.
순간순간 제가 정말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하얀 살갗 위로 이를 세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그는 절대 아네타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잇자국도 남지 않게 잘근대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길 봐. 온통 내 흔적으로 가득해.”
만족감을 드러내는 칼로스의 표정은 배부른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가슴 근처는 온통 그가 남긴 흔적으로 울긋불긋했다. 그러나 칼로스는 그에 그치지 않고 납작한 배를 따라 내려갔다.
아네타는 칼로스가 골반을 살살 어루만지며 입심 좋게 살갗을 빨아들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몸을 바로 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러다 그의 입술이 아랫배에 다다랐을 때, 아네타는 몸을 긴장시켰다.
“설마 거기까지 하려는 건 아니지?”
“왜 아니겠어.”
칼로스는 웃으며 진득하게 그녀의 아랫배를 핥았다.
“아!”
일순간 그녀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싫어?”
“그런 건 아니지만, 거긴 너무 자극이 심해.”
“싫은 게 아니면 됐어.”
밑으로 내려간 칼로스는 아네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되긴 뭐가 돼. 잠깐, 칼로스!”
아네타는 서둘러 속옷이 감싸고 있는 제 밀부를 가리려 했지만 시도에 그쳤다. 칼로스가 먼저 그 손을 붙들어 버린 까닭이었다.
“가리지 마. 더 세게 해 달라고 당신 입으로 그랬잖아. 난 지금 당신 부탁을 들어주려는 것뿐이야.”
칼로스는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평소와 다른, 짓궂음이 묻어나는 투였다.
아네타가 칼로스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칼로스 역시 아네타를 잘 알고 있었다. 진심으로 싫어하는 게 아닌, 부끄러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긴 이미 흠뻑 젖어 있잖아. 아직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이번에야말로 속옷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춘 그는 혀를 내밀어 밀부를 길게 핥았다.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어 꺼낸 원색적인 말이었지만, 결코 거짓을 말하진 않았다.
제 피부색을 닮은 새하얀 속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밀부는 흥분의 증거로 이미 푹 젖어 있었다. 굳이 만져 보지 않아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당신, 때문이, 잖아.”
자극적인 애무에 아네타의 말이 엉망으로 끊겼다.
“듣기 좋은 말이네. 나 때문에 이렇게 젖었다는 뜻이잖아. 덕분에 속옷은, 더는 입고 있을 필요가 없겠는데. 엉망이 됐어.”
칼로스가 가장 위쪽에 위치한 도드라진 살점을 문지르자, 아네타는 숨을 헐떡였다.
주름 하나 없던 시트가 그녀의 손 안에서 구겨졌다. 그의 말마따나, 엉망으로 젖어 안이 살짝 비치기까지 하는 속옷은 제 쓸모를 다한 것 같았다.
“걱정할 거 없어. 당신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은 내가 다 질 테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로스는 아네타의 속옷을 잡아 내렸다. 그러곤 아무런 방해물 없이 방금까지 괴롭히던 음핵을 찾아 입 안에 삼켰다.
“흐, 으응, 아……!”
온몸이 찌르르 울리는 것 같은 전율에 아네타는 허리를 뒤틀었다.
혀로 무자비하게 음핵을 짓뭉개는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를 눈치챈 칼로스는 골반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힘주어 그녀의 아래를 빨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네타는 연신 비음을 내뱉었다. 불이 붙은 듯 뜨거워진 몸은 열락에 점령당했다. 말랑했던 살점은 어느새 단단히 부풀어 있었다.
더 은밀한 곳을 감추기 위해 양 옆으로 자리한 살덩이를 물고 당기며 한참을 괴롭히던 칼로스는 애액으로 흥건해진 밀부를 손으로 잡아 벌렸다.
가지런한 음모와 붉은 살덩이를 헤치자, 손끝이 젖어들었다. 그것이 퍽 기껍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네타가 제 손길에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