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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111)화 (111/127)

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111화

“아이리스 님, 카시우스 님!”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아이리스와 카시우스를 발견하곤 메이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로 달려갔다.

그들은 미소를 보이며 반겨 주었다.

“아가, 복귀했다고는 들었는데 쌩쌩해 보여서 다행이구나.”

“이게 다 아이리스 님의 치유 마법 덕분이죠.”

카시우스가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깨어나는 거 두 눈으로 보고 왔어야 했는데 미안해. 헤스티아의 죽음으로 우리가 일이 많아져서 간호해 주지 못했어.”

“아니에요! 저희 아빠랑 플로아가 더 다치지 않게 헤스티아를 제압해 주셔서 감사한걸요?”

그리고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둘의 손을 세게 붙잡았다. 그간은 만나지 못해서 전하지 못했던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만나면 두 분께 꼭 감사하단 말 하고 싶었어요. 여태껏 아무런 조건 없이 저를 예뻐해 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수호 기사가 될 수 있게 해 주시고, 저와 제 가족을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나라도 해 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지도 몰라요. 정말로 감사해요.”

아이리스와 카시우스는 뿌듯해하다가도 서로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들은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 보여 줄 게 있어.”

“어떤 건데요?”

“쉬는 시간이지? 따라와 볼래?”

아이리스와 카시우스가 데려간 곳은 빈 회의실이었다.

그들은 내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예요?”

“익명의 누군가에게서 받은 편지.”

7년 전, 아이리스와 카시우스가 익명으로 받은 편지였다.

“우리가 널 아무런 조건 없이 잘해 줬다기엔 조금 양심에 찔려서. 어차피 언젠가는 보여 줘야 했고.”

나는 아이리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편지를 펼쳐 읽어 보기로 했다.

[언젠가 메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사베아의 증손주가 나타나면 그 아이에게 수호기사가 될 기회를 주십시오. 그것만이 그 아이가 살 방법입니다.

PS. 제가 나타날 때까진 그 누구에게도 편지에 관해 발설하지 마십시오.]

카시우스가 의문의 편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기차에서 널 처음 만나기 1년 전에 온 편지야. 물론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시작은 이 편지였어. 편지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파사베아 실종 사건도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유독 너를 지켜보았던 거고.”

그 말을 들으니 아이리스와 카시우스가 왜 처음부터 잘해 줬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섭섭하다거나 실망했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감사해요.”

나는 미소를 보이곤 진지하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일지 추리했다.

내가 위험에 처할 건 어떻게 알았을까.

페르시스의 자식이라 하지 않고 굳이 파사베아의 증손주라 칭한 걸 보면 파사베아와 관련이 있을 듯한데…….

어쩌면 파사베아를 실종시킨 장본인일 수도 있다.

“이 편지요, 증조할아버지가 보낸 거 아닐까요?”

“우리도 파사베아가 보낸 게 아닐까 생각해 봤었어. 그런데 확증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네…….”

“손편지니까 플로아한테 필체로 확인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플로아라면 증조할아버지의 필체를 알고 있을 거예요.”

“좋은 방법이구나!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어서 플로아한테 가 봐요!”

우리는 다 함께 순간이동 하여 플로아가 있는 공작저 도서실에 안착했다.

플로아는 저번처럼 책을 훑어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에게 달려갔다.

“플로아, 이 편지, 증조할아버지의 글씨체가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플로아는 갑자기 등장한 우리를 보며 얼떨떨해하면서도 내가 건네는 편지를 받아 들었다. 그는 편지를 보다가 이내 놀라서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틀림없이 파사베아 님의 글씨체야……. 이거 어디서 났어……?”

“우리가 익명의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야. 7년 전에 받은 편지고, 그자는 메이가 위험에 처할 거란 것까지 알고 있었어. 파사베아가 맞다면…… 그는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길래 우리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걸까.”

파사베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그가 사라진 지 몇십 년 만에 그의 흔적을 찾은 플로아는 손이 떨리기까지 했다.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살아 계셔서 다행이야…….”

그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기에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벌써 증손주가 있을 정도의 나이니까.

하지만 살아 있기를 빌었을 플로아는 남에게 쓴 편지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그가 울 것만 같아 보이자 나는 그를 안아 주었다.

“플로아, 울지 마요. 미로카곤이 그랬는데 증조할아버지는 돌아온댔어요.”

“미로카곤이…… 그랬습니까?”

아차. 나는 바로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내 정체가 들키지 않으려면 플로아가 미로카곤에게 관심을 갖게 해선 안 되니 말이다.

나는 어서 말을 바꾸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는지 그가 내게서 몸을 뗐다.

“미로카곤이 무언가 더 알고 있는 듯하군요. 당장 잡아 오겠습니다.”

그대로 뿅, 사라지더니 10분 후였다. 플로아가 미로카곤을 붉은 기운으로 꽁꽁 싸서 데려왔다. 바보 같은 미로카곤이 10분 만에 플로아한테 잡혀 버린 것이었다.

“마물들만 있는 곳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왜 데려온 거야……!”

S급 마물이면서 저런 꼴을 하고 있는 미로카곤을 보니 허탈하여 헛웃음이 다 나왔다.

어쩌면 수호신인 플로아한테서 도망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을지도…….

“메이 님께 파사베아 님이 돌아올 거라고 얘기했었다며. 왜 그렇게 말했는지 설명해.”

미로카곤은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운지 한숨을 내쉬더니 추리를 들려주었다.

“파사베아는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차원에 갔을 거다. 그러다가 예언자를 만나서 자신의 증손주가 위험에 처할 거란 걸 알게 되어 이 세계로 돌아왔겠지. 그런데 자신이 돌아왔다는 게 세간에 알려지면 귀찮게 될 테니 제국에서 제일 강한 제국의 수호신들에게 익명의 편지를 보내 증손주를 부탁한 것일 거다.”

“다른 차원이라고?”

카시우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너무 허황한 얘기 아니야? 다른 차원이라니. 그런 건 들어 본 적 없어.”

“하지만 파사베아의 실종은 제국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지.”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다른 차원이라니……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카시우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이리스는 어디서 들어 본 적 있는지 표정이 묘했다.

“예전에…… 비슷한 주장을 하는 기사가 있었던 것 같아.”

“정말로?”

카시우스가 묻자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건국 초기에 기사 한 명이 어떤 책에서 봤다며 차원이동을 할 수 있는 마법진이 있다고 했었어. 그 당시엔 농을 치는 거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기사는 농을 치는 성격이 아니었었지. 정말로 어떤 책에서 본 걸지도 몰라.”

“다른 차원이라니…….”

카시우스는 아이리스에게 듣고도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 차원 이동을 했다는 전례는 없잖아.”

“보통 사람이면 구현시키지 못할 마법진일 수도 있지. 책에서 봤다고 했으니 도서관을 돌아다니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플로아는 아이리스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같이 찾아줘, 아이리스. 부탁할게.”

“그래, 시간 날 때마다 찾아보겠다.”

“나도 아이리스와 함께 찾아볼게.”

카시우스까지 합세하니 플로아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메이, 훈련소로 돌아가자.”

아이리스가 내게 손을 내밀자 나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우린 돌아간다.”

카시우스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순간이동 하여 훈련소로 돌아갔다.

***

도서실엔 플로아와 미로카곤만 남게 되었다. 미로카곤은 플로아가 ‘정말로 파사베아 님은 차원이동을 하신 걸까’ 하고 생각에 잠긴 사이 얼른 탈출 준비를 했다.

그에게 잡혀 있으면 무척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슬그머니 들키지 않게 문을 열고 도망치려는데…….

“으악!”

플로아가 붉은 기운으로 그의 한쪽 날개를 잡아 들었다.

미로카곤은 플로아의 마력으로 인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우리, 할 얘기 남지 않았나?”

“아, 아닐 텐데……?”

“아니지. 남았지.”

‘망할 녀석, 왜 물어본 거야?’

미로카곤이 플로아를 째려보다가도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식은땀을 흘리며 피했다.

‘젠장, 수호신 녀석들, 날 데려갔어야지……!’

미로카곤은 속으로 그들 욕을 왕창 해 댔다.

“차원 이동한 사람이 누군지 말해. 그 사람한테 네가 알려 줬다고는 말 안 할게.”

‘네가 아는 동시에 내가 말한 게 된다고!’

“사, 살려 줘…….”

“왜 이래? 죽이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플로아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이상하네. 왜 얘기를 못 하는 거지? 내가 알면 안 될 사람이야?”

“살려 줘, 부탁할게. 그것 빼곤 다 말할 수 있어.”

“그래? 그럼 이거.”

플로아의 손에 제국어 사전이 생겨났다.

“메이 님께서 제국어 사전을 이렇게 열심히 읽으신 이유가 뭐야? 그때 고작 열 살밖에 안 되셨을 땐데?”

“……정확히는 아홉 살 때부터 읽은 거다. 제국어를 마스터하고 싶어서 공부한 거뿐이다.”

“그러니까 왜? 어째서 노는 것 외엔 관심 없어야 할 나이에 하필 제국어만 열심히 공부하신 건데?”

그야 그때 빙의했으니까. 당장 의사소통이 안 되니 사전이라도 외우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어 미로카곤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미로카곤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칭찬했다.

“흠, 기특하게도 어린 나이에 공부 욕구가 솟아났나 보군. 아주 크게 될 아이야.”

미로카곤은 순간적으로 온 힘을 다해 플로아의 마력을 뿌리쳤다.

“됐다!”

미로카곤은 또 잡히기 전에 재빨리 창문 밖으로 달아났다.

“답해 줬으니까 더는 물어보지 마!!!”

플로아는 미로카곤이 나가 열린 창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수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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